340화. 뇌해
천지 사이에 태어난 특이한 힘은 위력이 상당했다. 목진이 뇌신체를 수련할 때 사용하는 흑신뢰나 신목강뢰처럼 말이다. 그런데 신목강뢰는 목의 기운이 지극히 왕성한 곳에서만 생겼고 목의 기운을 한껏 압축해야 뇌광을 형성했다.
또한, 신목강뢰가 일단 체내에 들어가면 영력까지 폭발시켜 다루기가 엄청 어려워 다들 안색이 어두워진 것이다.
“목신원은 역시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어.”
목진이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뒤에 서 있던 서황 등도 잿빛이 되어 씁쓸하게 웃었다. 등산도 겨우 했는데 뇌해를 건너다가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이들은 이쯤에서 그만두어야 할 것 같았다.
“목신원에 들어가려면 뇌해에 들어가 2각 정도 버텨야 한다.”
푸른색 뇌해가 나타나자 원고 시기에서 전해진 것 같은 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졌다.
이에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뇌해에 들어가는 것도 엄청난 데 2각이나 버티라고 하는 것은 죽으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목진도 안색이 썩 좋지 않았는데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계승자 신분을 얻은 사람은 열 배의 시간을 더 들여야 한다.”
목진은 입이 떡 벌어졌다. 목신전 계승자의 명은 단축해도 되는 건가 싶었다.
“계승자라니…….”
그 말을 듣고 대부분은 어리둥절하였다. 계승자라고는 들어본 적도 없어 고개를 갸우뚱거렸는데 적어도 자신은 아니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토록 무서운 뇌해에 2각 정도 있는 것도 괴로운데 그 10배라면 아마 신백난을 건넌 고수라도 견디지 못할 것이다.
슉!
이때, 뇌해에서 갑자기 빛줄기를 내뿜어 안색이 어두워진 목진을 비추자 사람들은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다. 왕종, 묵어 등도 멈칫하더니 피식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이에 목진은 무덤덤하게 앞으로 나가려 했는데 다른 한 갈래의 빛줄기가 선홍빛 도포를 입은 혈천도를 비추었다.
혈천도도 계승자 신분을 얻었다.
계승자 신분을 얻은 건 목진 뿐만이 아니었다.
뇌해에서 빛줄기 두 갈래를 내뿜어 목진과 혈천도를 비췄다.
“저들만 계승자라니!”
대부분은 계승자에 대해 잘 몰랐지만, 이 또한 기회를 잡아 획득한 것이 분명했다. 사람들은 두 사람만이 계승자인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푸른색 뇌해에 청룡처럼 포효하는 벼락이 엄청난 위력을 뽐내는 것을 보고는 계승자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목진 옆에 서 있던 낙리도 혈천도의 계승자 신분에 놀란 눈치였다.
“허허, 너도 계승자 신분을 얻은 거야?”
혈천도가 목진을 보며 음침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과연 계승자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 신목강뢰를 견딘다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야.”
“너나 들어가서 죽지 마.”
목진이 피식 웃으며 말하자 혈천도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꽈르릉.
그때 푸른색 뇌해에서 다시 난폭한 뇌명이 들리자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고 한 줄기 빛이 되어 빠르게 뛰어들었고, 혈천도도 한 줄기 혈광이 되어 함께 뛰어들었다.
쿵! 쿵!
목진이 푸른색 뇌해에 뛰어들자 푸른 구름이 요동치더니 푸른색 벼락이 구름을 가르며 엄청난 속도로 목진의 몸을 때렸다.
퍽!
목진은 곧바로 뒤로 수백 장 정도 물러났고 검은색 뇌광이 피부 표면에서 번쩍였다. 자세히 보면 푸른 벼락에 맞은 곳은 그을렸고 피부가 일그러졌다.
“제법이군.”
목진은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는 뇌신체를 오문 뇌체까지 수련해 영력난 정상에 이른 고수가 전력을 다한 공격에도 육신이 상하지 않을 텐데, 푸른 벼락 한 방에 몸에 바로 상처가 생겼다.
신목강뢰의 위력은 생각보다 엄청났다.
이에 목진은 뇌신체를 최대치로 끌어올리자 가슴팍에 뇌문 다섯 개가 나타났고 검은색 뇌광은 미친 듯이 피부 표면에서 요동쳤다. 이런 상황에서는 육신이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쿵!
이와 동시에, 혈천도 주위에서 혈광이 휘몰아치더니 선홍빛 거수로 푸른 벼락을 공격했다.
엄청난 소리와 함께 선홍빛 거수는 부서졌고 혈천도는 뒤로 수십 장 정도 물러났다.
뇌해 밖에 서 있던 사람들은 몰래 혀를 끌끌 찼다. 한 명은 몸으로 신목강뢰를 받아내려 하였고 다른 한 명은 영력으로 막아내려 하다니. 그 엄청난 실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도 슬슬 시작할까?”
낙리가 온청선한테 말을 건넸다.
이에 온청선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빈아 등한테 고개를 돌렸다.
“너흰 여기서 기다려.”
푸른색 뇌해는 너무 난폭해서 영력난을 건넜다고 해도 빈아 등은 견디기 버거울 것이다. 하여 소녀들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낙리와 온청선도 곧바로 푸른색 뇌해에 뛰어들었다.
슉!
잇따라 사람들은 강력한 영력 파동을 풍기며 뇌해에 뛰어들었다. 다들 실력이 상당해 뇌해에서 2각 정도는 버틸 수 있다고 여겼다.
그중에 왕종, 무영영 등도 있었다. 이들은 자기 실력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꽈르릉!
사람들이 몰려들자 푸른색 뇌해는 폭동이 일어나 구름을 가르며 부단히 벼락을 쏟아냈다.
퍽!
나지막한 폭발음과 함께 웅장한 영력을 끌어 올렸던 고수들은 벼락을 맞아 피를 토하며 멀리 튕겨 나갔고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직접 신목강뢰를 경험해보지 않으면 뇌해에서 2각을 버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것이다.
한편, 뇌해 밖에 서 있던 사람들은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완전히 사라졌다. 보물이 아무리 좋아도 목숨보다 중한 것은 없었다. 목신원은 역시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목진은 난폭한 뇌명을 들으며 주위를 훑었는데 뇌해는 어느새 아수라장이 되었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가까이하지 않았다. 다들 목진이 계승자 신분을 얻은 것을 불운이라고 여겨 가까이하면 옮기라도 할까 봐 그러는 것 같았다.
쿵!
또 하나의 푸른 벼락이 구름을 가르고 몸을 때리자 목진은 뒤로 물러났고 팔에는 피가 흘렀다. 엄청난 고통에 눈가가 파르르 떨렸지만 아무렇지 않은척하며 혈천도 쪽을 바라봤다. 녀석은 강력한 영력으로 푸른색 벼락을 막아내고 있었다.
혈천도는 벼락을 막을 때마다 뒤로 튕겨 나가긴 했어도 목진보다 훨씬 나아 보였다. 적어도 목진처럼 피를 흘리지는 않았다.
“목진 오라버니의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여요.”
빈아가 걱정되어 말하자 서황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목진의 육신은 엄청 강해. 그리고 혈천도는 육신보다 영력이 더 강해서 눈으로 보기에는 혈천도가 우세를 차지한 것 같지만 만약 혈천도가 목진처럼 몸으로 벼락을 받아냈다면 이미 피범벅이 됐을 거야.”
그때 뇌해의 벼락이 갑자기 난폭해지더니 푸른색 뇌광이 미친 듯이 번쩍여 그중 일부가 온몸이 까맣게 그을린 채 피를 토하며 뇌해에서 튕겨 나갔다. 밖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튕겨 나간 사람 중에는 영력난을 건넌 사람도 있었다.
이런 실력자마저 2각을 버티지 못하다니, 신목강뢰의 위력은 도대체 얼마나 강력하단 말인가!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목진은 운해에 서서 부단히 벼락을 맞아 피부가 그을렸고 피가 났지만 바로 굳어졌다.
후우.
목진의 호흡은 금방 들어왔을 때보다 무질서해졌다. 아직 영력을 사용하지 않긴 했지만 뇌신체를 오문 뇌체까지 끌어올렸는데도 신목강뢰를 견디기가 무척 힘들었다.
반면, 혈천도는 혈광으로 광권을 형성해 자신을 잘 보호하고 있었다.
“곧 2각이야.”
목진이 중얼거리며 주위를 살피는중에 갑자기 뇌해가 다른 한쪽에 빛을 발사하더니 사람들을 다른 쪽으로 뱉어냈다.
이들은 뇌해의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로 백 명도 안 되었다.
다들 뇌해에서 벗어나자 휘청거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만 더 있었다가 정말 쓰러질 뻔했을 것이다.
꽈르릉.
이들이 떠나자 뇌해에 갑자기 더 난폭한 뇌명이 울려 퍼졌다.
이에 다들 고개를 돌려보니 뇌해에 청광이 요동치며 푸른색 벼락들이 청룡처럼 날아다녔다.
뇌해에 남은 사람은 목진과 혈천도 둘 뿐이었는데 지금의 뇌해는 전보다 훨씬 무서웠다.
낙리와 온청선은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반면 왕종, 묵어 등은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이들은 목진이 뇌해에서 영원히 나오지 말았으면 하고 바랐다.
뇌해는 갑자기 진정한 위력을 뽐내기 시작했고 이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사람은 둘뿐이었는데 이건 과연 영광인지 불행인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다만, 두 계승자 중 과연 누가 뇌해에서 무사히 걸어 나올 수 있을지 궁금했다.
꽈르릉.
푸른색 뇌해에서 전해진 난폭한 뇌명이 주위에 퍼지자 양측에 서 있던 사람들은 뇌해 깊숙한 곳의 두 사람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난폭한 뇌해가 굵은 벼락에 비해 아주 여린 청년들을 집어삼킬 것 같았다.
낙리와 온청선은 이내 정색하여 뇌해를 바라봤다. 이들도 위험한 파동을 느낀 것이다. 방금까지는 손쉽게 뇌해에서 2각을 버틸 수 있었지만 지금 다시 들어가면 절대 전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목신전에서 계승자를 시험하려고 저러는 것 같아.”
온청선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에서 계승자의 신분은 그리 좋지 못했다. 만약 두 사람이 일반인이었다면 지금쯤 이미 뇌해를 통과했을 것이다.
이에 낙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계승자가 평범하면 안 되지. 목신전에서 이런 문제를 남긴 것도 이해할 수 있어. 아무도 무능한 사람에게 뒤를 물려주고 싶지는 않잖아?”
“그럼 저들이 어떻게 해내는지 지켜볼까?”
온청선이 천천히 말을 건넸다.
쿵!
뇌해 속에 서 있는 목진은 안색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전보다 더 난폭해진 뇌해를 온몸으로 느꼈는데 푸른색 벼락이 청룡처럼 방대한 체구를 꿈틀거리며 무서운 힘을 방출하는 것 같았다.
후우.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더니 이내 정색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쿵!
준비를 마친 뇌해는 드디어 폭발했고 구름 사이로 수백 장 정도의 푸른색 뇌광이 커다란 용처럼 목진에게로 향했다.
그것은 나무껍질처럼 나무 무늬가 가득했고 난폭해 보이지는 않았으나 엄청난 위압감을 풍겼다.
이에 목진은 뇌신체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검은색 뇌광이 피부 표면에 미친 듯이 요동쳤고 금속광택이 번쩍였다.
쿵!
수백 장 정도의 벼락은 결국 목진의 몸을 힘껏 때렸고 난폭하기 그지없는 힘에 주위 공간마저 일그러졌다.
퍽!
목진은 뒤로 수백 보 물러나서야 간신히 멈춰 섰는데 윗옷은 완전히 사라지고 가슴팍에는 뇌문 다섯 개가 번쩍이었으며 어깨는 피범벅이 되었다.
뇌해 양측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영력난 정상에 오른 고수가 맞아도 중상을 입었을 신목강뢰를 목진은 무사히 버텨냈으니 그 육신이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친놈, 첫 번째 신목강뢰에 저 꼴이 되다니, 남은 시간을 어떻게 버티나 보자!”
왕종이 피식 웃으며 말하자 중원맹의 묵어 등도 씨익 웃었다.
반면, 무영영은 차가운 눈빛으로 뇌해에 서 있는 소년을 봤는데 언월도를 쥔 손은 안절부절못했다.
꽈르릉!
다시 뇌명이 들렸는데 이번엔 목진 쪽이 아니었다. 혈천도도 그다지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두 손으로 결인해 선홍빛의 웅장한 영력을 혈하로 만들어 주위를 휘감아 벼락을 막았다.
선홍빛 영력이 폭발하며 혈천도 역시 뒤로 물러났는데 손바닥에 피가 났지만 몰래 닦고 목진이 있는 쪽을 힐끗 보더니 피식 웃었다. 자신이 목진보다 상태가 훨씬 좋아 보였고 계속하다 보면 차이가 더 명확해질 거라 여긴 것이다. 혈천도는 그때 가서도 목진이 자기 앞에서 우쭐거릴 수 있을지 보고 싶었다.
첫 번째 벼락은 시작일 뿐이었으니, 뇌해는 잠시 쉬었다가 바로 공격을 개시했다. 청광이 휘몰아치며 커다란 푸른색 벼락이 끊임없이 목진과 혈천도에게 떨어졌다.
이에 비하면 사람들이 함께 버텼던 뇌해는 한없이 부드러웠다.
목진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져 흑, 백이 섞인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려 기의 회오리로 신목강뢰를 공격했다.
그마저도 영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혈천도도 주위에 혈해를 휘감고 강력한 영력을 뽐냈다. 그가 수련한 영력은 피비린내가 잔뜩 나 유난히 음산했는데 혈하로 겹겹이 보호막을 형성해 푸른색 벼락의 공격을 막았다.
쿵! 쿵!
뇌해는 폭동이 일어난 것처럼 떠들썩했다. 푸른색 벼락은 두 사람을 사정없이 내리쳤으며 그 여파에 아래쪽 뇌해마저 찢어졌다.
사람들은 이러한 광경에 자못 놀랐다. 뇌해의 공격을 영력난 정상에 이른 고수가 상대했으면 아마 지금쯤 잿더미가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