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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41화 (340/1,000)

341화. 오직 육신으로

어느덧 8각 정도 지났는데 뒤로 갈수록 신목강뢰의 공격은 난폭해졌다.

낙리와 온청선은 잔뜩 긴장한 채 뇌해 속을 바라봤다.

쿵!

또 하나의 푸른색 벼락이 흑과 백이 섞인 영력 방어막을 뚫고 목진의 몸을 때렸다. 휘청이며 뒤로 물러난 목진의 몸은 대부분 까맣게 그을렸다.

쿵!

혈천도 역시 뒤로 물러났고 옷이 찢어졌으며 피가 어깨를 따라 흘러내렸다. 그리고 영력 파동이 무질서해졌다.

어느새 14각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남은 시간이야말로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들끓는 뇌해가 발하는 청광은 너무 눈부셨다.

“허허허.”

그때 갑자기 혈천도가 웃으며 멀리 떨어져 있는 목진을 바라봤다.

“지금 물러나면 살기라도 하지.”

그런데 목진은 녀석을 힐끗 쳐다보기만 했다.

뇌해 밖에 서 있는 사람들은 혈천도가 왜 이렇게 태연한지 궁금했다.

쿵!

그때 뇌해가 완전히 폭동을 일으켰다. 뇌해가 겹겹이 찢어지며 눈부신 청광이 빛기둥처럼 하늘 높이 솟아오르더니 신목이 강림한 것 같은 푸른색 벼락이 내리꽂혔다.

“하하하.”

자신을 향한 무서운 공격에 혈천도는 갑자기 박장대소하며 주먹을 꽉 쥐었는데 손에 청광이 번쩍이다가 수수한 청목종이 나타났다. 그것은 평범해 보였지만 그 속에서 아주 특이한 힘이 뿜어져 나왔다.

“이 목령종(木靈鐘)은 내가 목신전에서 얻은 것으로 신목강뢰를 막을 수 있어. 사용하고 싶지 않았는데 상황을 보니 그럴 수 없겠네!”

혈천도가 히쭉 웃으며 말하고 손가락을 튕기자 목령종이 백 장 정도로 커져 혈천도의 머리 위에 멈춰 섰다.

쿵! 쿵!

신목강뢰가 내리꽂히자 엄청난 소리가 났지만 목령종은 끄떡없었다. 혈천도가 웃은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녀석한테는 엄청난 보물이 있었던 것이었다.

“혈천도는 보물이 있는데 목진은 어떡한단 말인가?”

사람들은 목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혈천도는 보물의 힘을 빌려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겠지만 목진은…….

이때, 목진은 태연하게 고개를 들어 신뢰를 바라보더니 깊게 숨을 들이켰는데 검은색 눈동자가 유난히 밝아 보였다.

“벼락 따위는 절대 나를 죽일 수 없어!”

목진은 옷깃을 휘날리더니 주위를 감쌌던 웅장한 영력을 오히려 거뒀다.

이에 다들 화들짝 놀랐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목진은 왜 영력을 거둔단 말인가?

하지만 목진은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고 허공에 앉아 결인하더니 뇌신체를 소환해 피부 표면의 검은색 뇌광에서 놀라운 힘을 방출하였다.

그는 육신만으로 난폭한 목신강뢰를 견디기로 마음먹었다!

“미친 거 아니야?”

다들 목진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꽈르릉.

무서운 뇌명과 함께 뇌운이 뇌해에서 미친 듯이 요동쳤고 청룡처럼 거대한 벼락이 허공에서 떨어져 천지를 부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목진은 오히려 자리에 앉아 주위를 감쌌던 영력을 거두고 무덤덤하게 고개를 들어 자신을 향하는 벼락을 쳐다봤다.

“오문뇌체로 부족하다면 더 강해지자!”

목진이 결연하게 외쳤다. 신목강뢰가 무섭긴 하지만 목진이 수련한 뇌신체도 벼락의 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다만, 이는 스스로 힘의 세기를 장악할 수 없어 일정한 위험 부담이 존재했는데 목진의 수련은 순탄한 적이 없었고 굳센 의지가 없고서야 절대 강자가 될 수 없었다.

하여 목진은 절대 이 정도의 고난에 고개를 숙이지 않기로 했다.

소년이 서서히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뇌신체 수련 인법을 그리자 체내에서 영력이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쿵!

푸른색 벼락은 하늘을 가르며 사정없이 목진의 몸을 내리쳤다.

엄청난 타격을 입은 목진은 몸을 격렬하게 떨었고 살이 갈기갈기 찢어져 피가 사방으로 튀었지만 계속해서 눈을 감고 견뎠다.

검은색과 푸른색 뇌광이 목진의 피부 표면에서 미친 듯이 번쩍이며 서로 싸웠다.

쿵! 쿵!

뇌명은 그칠 줄 몰랐고 청룡 같은 벼락은 끊임없이 목진을 공격했다.

뇌광이 미친 듯이 번쩍이며 목진을 삼켜버렸고 아래쪽 뇌운마저 흩어졌으며 주위 백 장의 공간도 일그러질 기미가 보였다.

엄청난 광경에 다들 소름이 끼쳤다.

낙리와 온청선도 안색이 한껏 어두워졌다. 벼락의 힘이 너무 난폭해 이들마저도 목진의 영력 파동이 느껴지지 않아 소년이 어떤 상황인지 판단할 수가 없었다.

“녀석, 너무 제멋대로인 것 아니야!”

온청선이 조용히 말했다. 목진은 육신난 밖에 이르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숨긴 수법이 많아 이를 전부 사용하면 신목강뢰 쯤은 거뜬히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모든 걸 포기하고 가장 멍청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반면, 낙리는 푸른색 뇌광이 번쩍이는 곳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그녀는 목진을 믿기로 했다. 소년은 절대 섣불리 행동할 사람이 아니었고 이런 선택을 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와 필승의 자신이 있을 것이다.

“혈천도는 목령종을 이용해서 뇌해를 건네는 데 아무런 문제도 없겠어.”

온청선이 고개를 돌리자 혈천도의 머리 위에 떠 있는 청색 목령종에서 담청색 빛을 발하며 내리꽂힌 신목강뢰를 전부 받아냈다. 목종은 절품 영기로 신목강뢰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혈천도가 끝까지 버티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한 사람은 여유작작하고 다른 한 사람은 피투성이가 되어 아주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마지막에 이르기 전까지는 아무도 단정 지을 수 없어.”

낙리의 말에 온청선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뇌해 양측에 있는 사람들도 비슷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애잔한 목진과 여유로운 혈천도의 모습이 너무 비교되었다.

어느덧 계승자가 견뎌야 할 시간이 거의 다 지나갔다.

꽈르릉.

난폭한 뇌명은 여전했고 혈천도는 뒷짐을 쥐고 선홍빛 영력을 부단히 목령종에 불어넣었다. 신목강뢰가 아무리 거세게 공격해도 녀석을 상하게 할 수는 없었다. 혈천도는 기껏해야 영력 소모가 많을 뿐, 목진과 비교하면 더없이 가뿐했다.

혈천도는 무덤덤하게 푸른색 뇌광이 요동치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 속에서 소년은 부단히 몸을 떨며 참고 있었다. 겁도 없이 감히 육신으로 신목강뢰를 견뎌내려 하다니, 낙리가 좋아하는 소년은 참 멍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혈천도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그가 불쌍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시간히 흐르자 난폭했던 뇌해가 점차 잠잠해졌다. 신목강뢰가 곧 그칠 거란 징조였다.

쿵!

마지막 한 갈래의 푸른색 벼락에 천지를 뒤흔들고도 남을 뇌명도 드디어 사라졌고 이 구역은 다시 조용해졌다.

혈천도는 허공에 서서 목령종을 거두었는데 표면이 조금 어두워진 것을 보니 신목강뢰 때문에 조금 상한 것 같았다.

“끝난 것 같군.”

혈천도가 담담하게 웃으며 아직도 눈부신 푸른색 뇌광이 번쩍이는 목진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아무런 영력 파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혈천도 뿐만 아니라 뇌해 양측에 있는 사람 모두가 눈부신 푸른색 뇌광을 바라봤다. 그 속에 앉아있는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되었는지 다들 궁금했다.

푸른색 뇌광이 점차 사라지자 목진이 다시 사람들 눈앞에 나타났는데 다들 소년의 모습에 흠칫 놀랐다. 온청선과 낙리도 멈칫하였다.

제자리에 조용히 앉아있는 소년은 피부 표면이 두꺼운 딱지로 덮여 암홍색이 되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 어떤 고통을 얼마나 견뎠기에 이렇게 두꺼운 딱지가 앉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죽은 건 아니겠지?”

누군가 수군댔다. 아무도 그 속에서 영력 파동이나 호흡이 느껴지지 않았다.

“쌤통이다!”

성령원과 중원맹 사람들은 이내 화색이 되어 이를 갈며 말했다.

반면, 무영영은 이를 악물며 목진을 바라봤는데 언월도를 잡은 손에 너무 힘을 줘서 오히려 하얗게 변했다.

혈천도도 목진을 보더니 무덤덤하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느긋하게 뇌해의 다른 쪽으로 향했는데 승자라도 된 것처럼 으쓱하였다. 그는 목진과 정면 승부를 내고 싶었는데 소년이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까짓 시험도 넘지 못하다니, 내가 나설 필요도 없어 오히려 좋군.”

혈천도가 조용히 중얼거리며 앞으로 걸어갔다.

파삭.

그때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와 혈천도가 서서히 고개를 돌리자 암홍색 딱지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소리가 점차 커져 뇌해 양측에 서 있던 사람들한테도 들렸는데 다들 잔뜩 긴장하여 고개를 들었다. 그들의 눈에 조금씩 딱지가 벗겨지는 것이 보였다.

딱지가 겹겹이 벗겨져 새하얀 피부가 나타났는데 피부 표면에서 은은하게 청광을 발하는 것이 보였다.

완전히 모든 딱지를 벗은 목진이 다시금 사람들 눈앞에 나타났다. 눈을 감고 있던 소년의 몸에서는 빛이 발했고 미세한 뇌명이 체내에서 울려 퍼졌다.

혈천도는 목진을 뚫어져라 노려봤다.

그때 목진이 눈가를 파르르 떨며 서서히 눈을 떴다.

쿵!

목진이 눈을 뜨자 뇌명이 다시 들리며 눈동자에 청색과 검은색 뇌광이 요동치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에 다들 깜짝 놀랐고, 성령원과 중원맹 사람들도 표정이 한껏 일그러졌다.

목진이 살아있다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목진은 오직 육신으로 신목강뢰의 공격을 전부 막아냈다!

혈천도의 안색은 한껏 어두워졌지만, 낙리와 온청선은 방긋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산 정상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사람들은 멍하니 딱지를 벗고 나온 늘씬한 소년을 바라봤다. 아무도 목진이 육신만으로 신목강뢰의 무서운 공격을 받아낼 수 있을 줄 몰랐다.

“엄청난 육신이야.”

다들 목진의 육신에 깜짝 놀랐다. 도대체 육신을 어느 정도까지 수련해야 가능하단 말인가?

혈천도도 안색이 한껏 어두워진 채 목진을 노려봤다. 비록 두 사람 전부 뇌해를 무사히 건넜지만 영물의 힘을 빌려 건넌 혈천도와 달리 온전히 육신의 힘으로 버틴 목진이야말로 진정한 승자였다.

다들 입 밖으로 소리 내지는 않았지만 목진을 진심으로 인정했다. 혈천도는 그 점이 썩 내키지 않았다. 혈신족 왕족 출신인 그는 목진보다 훨씬 고귀한 존재인데 지금은 하찮은 소년의 기세에 억눌려있었다. 이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에 혈천도는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런 강력한 수를 숨겼다니, 대단하군.”

“뭐 대단할 것까지 있을까…….”

목진이 무덤덤하게 웃으며 말하자 혈천도가 어깨를 들썩였다.

“그래야 더 흥미롭긴 하지. 네가 뇌해에서 죽었으면 난 정말 실망했을 거야. 낙리가 사람 보는 눈이 그렇게까지 낮지는 않겠지?”

“앞으로 더 흥미로워질 거야.”

목진이 혈천도를 노려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래? 그럼 어디 지켜보지.”

혈천도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기회가 곧 올 거야.”

목진도 피식 웃더니 바로 뇌해를 벗어나 낙리한테 다가갔다.

“괜찮아?”

목진은 상태가 아주 좋아 보였지만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에 목진은 생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주먹을 꽉 쥐고 더 단단해진 육신을 느꼈다. 과정은 고통스러웠지만 그런 대가로 얻은 힘이야말로 온전한 자기 것이었다.

잇따라 목진이 주위를 쓰윽 훑었는데 대부분 경외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목진은 육신난 밖에 안 되지만 영력난 고수마저 상대가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년의 육신은 정말 강력했다.

그 외에 왕종, 묵어 등은 목진과 눈을 마주치더니 표정이 썩 좋지 않았는데 소년은 이를 무시하고 계속하여 주위를 훑었다.

그러다 무영영과 목진의 눈이 마주쳤는데 언월도를 꽉 잡았던 소녀의 손이 어느새 느슨해졌다. 이런 자신의 마음을 알아챈 무영영은 깜짝 놀라 혼자 화를 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자신을 농락한 녀석을 왜 걱정했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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