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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42화 (341/1,000)

342화. 현귀인

목진의 눈길은 사람들을 넘어 암청색 대전에 닿았다. 청석으로 만들어진 돌계단은 이들 앞에서 쭉 뻗어 대전으로 향했다.

그곳은 바로 목신원으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이들은 드디어 그 앞에 서게 되었다.

뇌해를 건넌 다른 사람들도 이글거리는 눈으로 암청색 대전을 바라봤다. 등산하기 전까지만 해도 수천 소조가 있었는데 지금은 백 명 남짓했다.

“갑시다.”

목진이 먼저 돌계단을 밟고 쏜살같이 대전으로 향하자 낙리와 온청선은 금세 그 뒤를 따랐고 혈천도, 왕종, 묵어 등도 앞으로 나아갔다. 목신원이 코앞이 있으니 조금만 더 가면 목신전에서 가장 중요한 곳에 들어갈 수 있다.

슉!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급격하게 들려왔다. 백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은 속도를 한껏 끌어올려 한순간에 수천 돌계단을 올라 대전 앞에 멈춰 섰다.

더없이 웅장한 대전에는 아주 넓은 청목 광장이 보였는데 광장에는 청색 경천 기둥 10개가 구름을 뚫고 우뚝 솟아올라 있었다.

또한, 청색 기둥에 잔뜩 새겨진 오묘한 빛의 무늬에서 은은하게 빛이 뿜어져 나왔는데 그곳에서 상당한 파동이 느껴졌다.

목진 등은 기둥에서 바로 눈을 떼고 그 정상을 쳐다봤다. 위에는 청색 빛덩이가 열 개 있었는데 그 속에서 웅장한 영력을 내뿜어 이 구역과 영력이 비슷해 보였다.

빛덩이들은 물끄러미 바라보던 사람들은 두 눈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빛덩이에는 영기, 검, 족자, 갑옷 등이 들어있었는데 하나같이 놀라운 영력 파동을 발산하는 것이 절대 보통 물건은 아니었다.

“저기 준신기(準神器)가 있을 거야.”

낙리가 목진한테 다가가 속삭이자 소년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빛덩이를 쓰윽 훑었다. 그리고 낙리와 온청선에게만 들릴 만큼 작게 말했다.

“낙리, 넌 왼쪽으로부터 세 번째, 온청선 조장은 오른쪽으로부터 다섯 번째.”

낙리와 온청선은 흠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보아하니 목진이 무언가를 아는 눈치였다.

“지금이야!”

목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낙리와 온청선은 빛덩이를 향해 전력 질주했다.

슉!

목진도 바로 용등술을 소환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는 오른쪽으로부터 아홉 번째 빛덩이로 향했다. 계승자 신분으로 빛덩이에 어떤 보물이 들어있는지 알게 된 목진은 그중 가장 좋은 보물들로 선택하였다.

세 가지 보물은 전부 준신기였다!

준신기는 신기중 가장 낮은 등급이긴 하지만 영기의 범위를 완전히 벗어난 물건이었다. 준신기는 소유자의 실력을 한껏 끌어올릴 수 있는데 그 위력은 영기와 비교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런데 목진은 대서미마주 외에 보물이라곤 내세울 만한 것이 없었다. 서룡마창도 절품 영기이긴 하지만 준신기와는 천지 차이였다.

목진 등이 움직이자 빛덩이를 호시탐탐 노리던 사람들도 바로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이들은 그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몰라 손이 가는 대로 취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용등술을 소환한 목진은 순식간에 오른쪽으로부터 아홉 번째 빛덩이 앞에 나타났다.

그 속에 떠 있는 물건은 수수한 암청색 석인으로 꽃무늬 하나 새겨지지 않았고 꽃대기에 암흑색 돌거북이 조각되어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듯 표면이 얼룩덜룩하였다.

준신기를 바라보던 목진은 갑자기 체내의 영력이 묵직해지는 것을 느꼈다. 역시 진정한 보물은 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천만 근처럼 무거워졌고 영력이 영향을 받았다.

“준신기는 역시 대단해.”

목진은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목신전에는 사방을 진압할 수 있는 현귀인(玄龜印)이란 신물이 있다고 계승자의 정보에서 봤는데 바로 이 물건임이 분명했다.

원하는 물건을 찾은 목진은 바로 영력을 끌어올려 검은색 뇌광이 번쩍이는 손으로 빛덩이를 넘어 현귀인을 취하려고 했다.

슉!

그런데 이때, 갑자기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선홍빛 장창이 그윽한 피비린내를 싣고 목진의 머리를 노렸다.

상대방의 공격은 너무 악독해서 목진이 일단 현귀인을 잡으면 즉사할 정도였다.

장창 건너편에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목진을 사악하게 노려보고 있는 혈천도가 서 있었다. 이에 목진도 이내 정색하였다. 떼어낼 수 없을 바에는 여기서 해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슉!

예리하기 그지없는 선홍빛 장창이 머리를 향해 사정없이 날아오자 목진은 바로 체내에서 검은색 뇌광을 폭발시켰고 주먹을 꽉 쥐고 있는 힘껏 휘둘렀다.

탕!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기자 놀라운 파동이 주위에 퍼져나갔다. 그 충격에 목진과 혈천도는 온몸을 파르르 떨며 뒤로 물러났다.

목진은 허공에 힘을 실어 몸을 추스른 뒤, 살기를 품은 눈으로 혈천도를 바라보았다.

“허허, 안목이 괜찮군.”

혈천도가 빛덩이 속에 있는 현 귀인을 보며 말했다.

그도 목진과 같은 계승자라 빛덩이 속 물건에 관한 정보를 본 것이다. 현귀인은 이 중에서 가장 좋은 물건이었다.

이에 목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서룡마창을 소환해 예리한 창끝으로 혈천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난 처음부터 네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제 더는 참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네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혈천도가 씨익 웃으며 물었다.

“너야말로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는 건 아니야?”

이에 혈천도의 입가가 미세하게 떨리더니 안색이 어두워진 채로 선홍빛 장창을 꽉 쥐고 사악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졌다.

이에 목진도 용등술을 소환해 기둥 앞으로 다가가 서룡마창으로 그의 왼쪽을 있는 힘껏 찔렀다.

팅!

서룡마창이 선홍빛 장창과 부딪치자 불꽃이 튀기며 주위의 공기가 폭발했다.

“나를 이기면 보물을 취하게 해줄게.”

목진이 왼쪽에 나타난 혈천도를 보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얼마든지 이겨주지.”

그는 피식 웃으며 웅장한 선홍빛 영력을 끌어올렸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반쪽 하늘을 빨갛게 물들였고 강력한 위압감으로 목진을 감쌌다.

콰르릉.

그때 목진의 피부 표면에도 검은색 뇌광이 미친 듯이 번쩍였고 가슴팍에 뇌문 다섯 개가 나타났다. 뇌신체를 오문 뇌체까지 끌어올렸기에 목진은 온몸에 힘이 흘러넘쳤고 상대방의 뿜어낸 엄청난 위압감에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슉!

두 사람은 웅장을 영력을 각각 영기에 싣고 맞섰다.

팅! 팅!

서룡마창과 선홍빛 장창이 부딪쳐 난폭한 파동이 일자 두 사람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이에 사람들은 감히 이들 주위에 얼씬거리지 못했고 아무도 두 사람이 노리는 보물을 감히 탐내지 않았다.

팅!

두 사람의 창끝이 힘껏 부딪치자 순간 휜 듯하다가 다시 곧게 펴지며 공기가 폭발했다. 이에 목진과 혈천도는 뒤로 물러났다.

혈천도는 목진의 육신을 보고 깜짝 놀랐다. 혈천도의 영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목진은 육신만으로 그 차이를 보완할 수 있기에 일반적인 수법으로는 목진을 해결하기가 어려웠다.

“혈신장!”

하여 혈천도는 손바닥에 무한의 혈광을 만들어 휘둘렀는데 그윽한 피비린내를 풍기며 수백 장의 혈장이 목진 주위를 감쌌다.

이에 목진이 주먹을 꽉 쥐자 검은색 뇌광이 미친 듯이 요동치던 팔이 어느새 검은색으로 변해 더없이 단단해 보였다.

“뇌신권(雷神拳)!”

목진이 주먹을 휘두르자 뇌명이 들리며 뇌광이 솟구쳐 혈장에 맞섰다.

퍽!

난폭하기 그지없는 영력 파동이 주위에 퍼져 공간마저 일그러질 것 같았다.

두 사람의 싸움에 다들 흠칫 놀랐다. 영력난 정상에 이른 고수가 이 싸움에 끼어든다고 해도 낭패를 당할 것이다.

“사신봉천인!”

혈장을 부순 목진은 바로 인법을 바꿔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리더니 뒤쪽에 별빛 공간을 만들었고, 그 속에서 영수 네 마리가 걸어 나와 혈천도에게로 향했다.

“이 정도야 식은 죽 먹기지.”

혈천도가 씨익 웃으며 두 손을 벌리자 웅장한 영력이 그 앞에 혈막을 형성했고 혈막에 뛰어든 영수들은 곧바로 사라졌다.

목진은 아무렇지 않은 듯 무덤덤하게 웃으며 바로 현귀인 앞에 나타났다.

“날 쓰러뜨리기 전에 너도 물건을 취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마!”

혈천도가 바로 정색하며 장풍을 쏘자 목진은 서룡마창으로 현귀인을 찔렀다.

슉!

혈천도는 바로 달려가 현귀인을 잡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이 보물은 처음부터 나한테 올 거였나 봐.”

그러나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혈천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현귀인이 갑자기 무거워져 마치 산 한 채를 든 것 같았고 몸도 무거워졌다. 그뿐만 아니라 체내의 영력의 흐름마저 느려졌다.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

목진은 피식 웃으며 귀신처럼 녀석 앞에 나타나 그의 가슴팍을 공격했다. 난폭한 권풍에 공기가 폭발하자 혈천도는 깜짝 놀라며 옷깃을 휘날렸고 목종이 그 앞에 나타나 커지기 시작했다.

쿵!

목종은 목진의 장풍에 맞아 나지막하게 울렸고 그곳의 공기는 그 여파에 폭발했다. 혈천도는 목진의 매서운 공격을 완벽히 막아낸 목종을 빠르게 거둬들였다.

“아쉽군.”

현귀인을 제련하기 전에 직접 손이 닿으면 그 엄청난 힘의 억제를 받게 되어 있었는데 목진은 혈천도가 그것을 먼저 얻기 위해 분명 손으로 잡을 거라 여겼다.

목령종이 없었다면 목진은 분명 혈천도를 공격하는 데 성공했을 것이다.

“똑똑한걸!”

이제야 눈치챈 혈천도는 안색이 어두워져 현귀인을 내던졌다. 몸은 바로 가벼워졌고 영력은 다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네가 이렇게 나오면 진짜 신백난의 위력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지!”

목진의 꾀에 넘어갔다는 생각에 잔뜩 화가 난 혈천도가 주먹을 꽉 쥐자 뒤쪽에 혈해가 나타났다. 그의 두 눈은 점차 충혈되었으며 주위에 피비린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혈신대법(血神大法), 혈룡진(血龍鎮)!”

혈천도가 빨간 손가락으로 목진을 가리키자 혈해가 미친 듯이 요동치다가 피비린내가 잔뜩 나는 혈룡으로 변해 하늘을 가르며 목진 주위를 감쌌다.

이는 혈천도가 신백난 첫 단계의 실력을 최대한 끌어온 것으로 목진이 영보산에서 만났던 전우보다 강한 공격이었다.

그의 공격에 목진도 안색이 어두워졌으나 그는 이대로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켜고 뇌신체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그러자 피부 표면에 번쩍이는 뇌광은 눈부시게 빛났고 그중에 은은한 푸른빛도 섞여 있었다.

또한, 오른쪽 팔에는 검은색 뇌문이 잔뜩 생겨났는데 검은색 뇌광은 뇌장이 되어 흐르며 무서운 힘을 방출해 주위의 공간마저 일그러졌다.

“뇌신의 팔.”

목진은 뇌장이 흐르는 팔에 만근 무게의 벼락의 힘을 실은 채 주먹을 휘둘렀다.

쿵!

두 사람의 공격이 부딪치자 주위가 조용해졌고, 잇따라 공간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더니 무서운 충격파가 휘몰아쳐 가까이에 있던 사람들은 튕겨 나갔고 아래쪽 지면도 갈라졌다.

혈룡도 역시 충격파에 부서졌는데 이에 혈천도의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반면, 목진은 아직 주먹을 휘두른 자세 그대로 서 있었다. 팔에는 뇌장이 흘렀고 가슴팍에는 뇌광이 번쩍였는데 다섯 번째 뇌문 위쪽에 새로운 뇌문이 나타났다.

목진의 뇌신체가 어느덧 육문 뇌체에 이른 것이다.

목진은 뇌광이 번쩍이는 손으로 장창을 위로 들어 올렸는데 현귀인이 어느새 창끝에 나타났다.

뇌문이 잔뜩 새겨진 목진의 한쪽 팔에는 뇌장이 흘렀고 엄청난 힘을 내뿜었다. 또한, 그는 다른 한 손으로는 서룡마창을 꽉 잡고 있었는데 창끝에 수수한 석인이 걸려 있었다.

여섯 번째 뇌문이 나타나자 체내의 힘은 더 난폭해졌고 근육이 미세하게 떠는 것만으로도 주위의 공기가 폭발하였다. 목진의 육신은 이제 무서울 정도로 강해졌는데 이는 그가 신목강뢰를 몸으로 받아내서 얻은 힘이었다.

후우.

목진이 뇌명이 섞인 백기를 뱉자 그 속에서 뇌광이 번쩍였고 눈동자에서도 벼락이 요동치는 것 같았다. 그는 엄청난 위압감을 형성한 채 안색이 한껏 어두워진 혈천도를 노려봤다.

목진의 뇌신체가 만약 육문 뇌체에 이르지 않았다면 혈천도를 이기기 어려웠을 텐데, 이번 돌파로 이제 신백난 첫 단계에 이른 고수도 꺼릴 필요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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