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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43화 (342/1,000)

343화. 난처한 상황

“이 보물은 처음부터 나한테 올 거였나 봐.”

목진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에 혈천도는 차가운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그는 처음에 목진이 자기보다 수준이 훨씬 떨어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에게서 위압감을 느꼈다.

목진의 육신은 전보다 더 강해졌고 그것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육신난의 실력으로 육신을 이 정도까지 수련하다니, 대단하군. 동년배에서 육신으로만 따지면 넌 아마 10위 안에 들 수 있을 거야.”

혈천도의 말에 목진이 피식 웃었다.

“칭찬 고마워.”

“그런데…….”

혈천도의 눈에 혈해가 흐르는 것 같았다.

“육신이 아무리 강해도 한계가 있어.”

그러나 목진은 상대방의 말을 듣는 척도 안 하고 낙리와 온청선한테 고개를 돌렸다. 두 소녀의 앞을 막는 이들이 있었지만 상대의 실력이 혈천도보다 훨씬 뒤처졌기에 그 둘은 결국 보물을 수중에 넣었다.

낙리가 취한 것은 푸른색 옥척으로 복잡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는데 자세히 보면 백초의 모양 같았고 옥척에 생기가 가득하였다.

반면 온청선이 취한 것은 청색 나무 덩굴로 수수해 보이나 표면이 깔끔한 푸른 끈 같아 보였다.

두 소녀가 취한 보물 역시 보통 물건이 아니었고 생김새로만 보면 목진이 취한 현귀인보다도 더 영롱했다.

그 외, 나머지 보물들도 쟁탈전을 거쳐 주인을 찾아갔다. 사람들의 수에 비해 보물은 열 개밖에 없어 대부분 빈손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치열했던 싸움이 끝났는데도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왕종과 묵어 등은 안색이 한껏 어두워졌다. 목진과 혈천도가 싸우고 있을 때, 이들은 각자 낙리와 온청선을 공격했는데 두 소녀의 실력은 목진보다 더 강해 전력을 다해 싸워봤지만 결국 싸움에서 이기지 못했다.

그리고 무영영과 사해령원 등은 치열한 싸움에서 벗어나 나머지 보물에 눈길을 돌려 오히려 수확이 상당하였다. 준신기와 비교했을 때 절품 영기는 많이 뒤처지지만 왕종, 묵어 등에 비하면 수확이 제법 컸다.

그런데 광장의 분위기가 점차 이상해졌다.

혈천도는 목진, 낙리, 온청선을 번갈아 바라봤다. 만약 목진 한 명만 상대한다면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지만 낙리와 온청선까지 합치면 아무리 그라도 피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목진, 너무 하는 것 아니야?”

이때,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왕종이 목진을 노려보며 말했다.

“여기 준신기는 세 개밖에 없는데 너희가 다 가져갔으니 우리는 빈손으로 돌아가란 거야?”

목진 일행이 준신기를 전부 가져갔으니 사람들을 전부 그들의 반대편에 서게 하려는 것이었다.

왕종의 말에 보물을 얻지 못해 언짢았던 사람들은 목진 등을 쏘아봤다.

“허허, 왕종 형의 말이 맞아. 목진, 사람의 욕심이 과하면 안 돼.”

묵어도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목진을 죽이지 못해 안달인 그는 목진 등이 준신기를 전부 취한 것이 못마땅했다.

“목진, 너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꽤 있나 봐?”

혈천도가 히쭉 웃으며 말하자 낙리와 온청선이 이내 정색하며 목진한테 다가갔다.

“보아하니 그쪽도 목진 등과 원한이 있는 것 같은데 우리랑 협력하는 게 어때?”

“허허, 흥미롭군. 그럼 목진은 나한테 맡겨.”

혈천도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그가 원하던 바였다. 이들 중 어느 한 세력의 힘으로 목진 등을 쓰러뜨리기는 불가능했다.

이에 왕종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혈천도가 목진을 상대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었다.

“그럼 무령원과 사해령원에서는 어떻게 할래? 준신기를 얻을 수도 있는데 솔깃하지 않아?”

혈천도를 끌어들인 왕종은 무영영과 사해령원에까지 손을 뻗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을 동원해 목진 등을 공격할 셈이었다.

그러나 무영영과 사해령원의 네 조장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무영영은 힐끗 목진을 쳐다봤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뇌광이 번쩍이는 몸은 이미 그 심경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우리까지 끌어들여 준신기를 빼앗았다고 한들 어떻게 나눌 거야? 우리끼리 다시 싸울 거야?”

무영영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에 왕종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준신기는 세 개밖에 없고 왕종은 분명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럼 목진 등을 쓰러뜨려도 준신기 분배 건으로 또 전쟁이 일어날 것이 분명했다.

그 말에 사해령원의 네 대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왕종 조장, 우리 사해령원은 이번 일에 참견하지 않겠어. 준신기가 탐나긴 하지만 우리와 인연이 없는 것 같으니 욕심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들은 결국 왕종과 협력하지 않기로 했다. 목진이든 왕종이든 상대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이들도 실력을 어느 정도 갖추긴 했으나 이런 싸움에 끼어들어 좋을 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

무영영의 말대로 목진 등을 쓰러뜨려도 준신기를 얻을 수 있단 보장이 없었기에 괜히 힘을 빼고 싶지 않았다.

왕종은 표정이 조금 일그러진 채로 무영영을 노려봤다. 그녀가 그렇게 말하지만 않았어도 사해령원까지 끌어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무영영은 왕종 따위는 보는 척도 안 하고 팔짱을 끼고는 목진을 쓰윽 훑어보며 말했다.

“너희가 누굴 상대하고 싶든 나와 아무런 상관도 없으니까 마음대로 해. 너희가 기진맥진하면 그때 내가 나설 거야.”

이에 목진은 고마운 마음을 가득 담아 무영영을 보며 방긋 웃었다. 소녀의 말 덕분에 상대편이 조금이라도 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나 무영영은 목진마저 보지 않은 척했다.

“너희가 없어도 괜찮아.”

왕종은 안색이 한껏 어두워진 채 말을 마치고 옷깃을 휘날렸는데 거대한 조각상이 광장에 나타났다. 그것은 목신위로 영력 파동을 보니 목진이 얻은 것 못지않았다.

이에 묵어도 히쭉 웃으며 목신위를 소환하였다.

“다들 녀석을 소환했으니 나도 숨기지 않을게.”

혈천도도 느긋하게 웃으며 목신위를 소환하였다.

주위가 순간 조용해졌고 다들 두 눈이 휘둥그레져 목신위들을 쳐다봤다. 왕종 등이 신백난의 실력을 갖춘 목신위를 한꺼번에 세 개나 소환할 줄은 몰랐다.

목진도 잠시 멈칫했다. 목신첩을 얻은 사람은 목신위도 함께 얻은 것이다.

그들은 목신위들만으로도 신백난 첫 단계에 이른 고수 3명을 확보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혈천도, 왕종, 묵어 등까지 더하면 목진 등이 상대할 적은 만만치 않았다.

상황은 생각보다 더 나쁘게 흘러갔다.

세 목신위의 방대한 체구에 주위는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그 위압감에 사람들의 안색도 나빠졌다. 아무도 왕통, 혈천도, 묵어 등에게 이렇게 강력한 무기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목신위는 신백난 첫 단계를 건넌 고수와 실력이 비슷해 정예 소조 하나쯤 쓰러뜨리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런 목신위가 지금 3개나 있었다.

그러나 목진은 생각보다 태연해 보였고 어느 정도 예상한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이에 사람들은 자못 흥미진진해졌다. 목신위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다들 목진, 낙리, 온청선이 이번 싸움에서 이길 거라고 여겼다. 온청선은 한때 학원 대회 1위였던 사람이었고 그 실력은 절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신백난 천 단계에 이른 고수 세 명을 상대하는 것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고, 이 싸움은 엄청나게 치열할 것이다.

“허허, 목진, 상황이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나 봐?”

목신위 3개로 기세등등해진 왕종이 히쭉 웃으며 말했다. 그는 압도적인 우세로 목진을 쓰러뜨릴 거라 믿고 있었다.

그런데 목진은 아무렇지 않은 듯 주위를 쓰윽 훑어보더니 낙리와 온청선에게 고개를 돌렸다.

“혈천도는 나한테 맡겨.”

이들이 상대할 세 소조 중 혈천도의 실력이 제일이었고, 상대하기가 제일 까다로웠다. 남자로서 위험한 일을 여인한테 떠넘길 수는 없었다. 아무리 낙리와 온청선의 실력이 그보다 뛰어나도 말이다.

“괜찮겠어?”

온청선이 혈천도를 힐끗 보며 물었다. 비록 목진이 일전의 대결에서 우세를 차지해 석인을 수중에 넣긴 했지만 그건 혈천도가 목진의 육신이 갑자기 강해질 것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남자한테 그런 거 묻지 마. 이를 악물고서라도 해낼 거야.”

목진의 말에 온청선은 흠칫하더니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 변태야!”

“난 체면에 대해 말한 건데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목진이 씨익 웃으며 소녀를 바라보자 온청선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황금색 장창을 꽉 쥐고 이를 갈며 말했다.

“뭐라고?”

목진은 피식 웃더니 더는 온청선을 자극하지 않았다. 상황도 안 좋은데 온청선이 화가 나 도망이라도 가면 큰일이었다.

“어떻게 할래?”

낙리는 이제 두 사람의 말다툼에 익숙해졌다.

“혈천도와 그 목신위는 나한테 맡겨.”

온청선이 이내 정색하며 말했다. 자기 앞길을 막으려는 사람을 완전히 싫어하는 그녀는 자기가 순위권에서 사라졌다고 실력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란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이에 낙리가 온청선을 힐끗 쳐다봤다. 그녀는 낙리와 목진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이렇게 말한 것이 분명했다.

그 말에 낙리는 목진에게 눈길을 돌렸는데 소년은 혈천도를 노려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넌 어떻게 하고 싶어?”

온청선이 불만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저들을 잠시만 막아줄 수 있어?”

목진이 나지막하게 묻자 온청선과 낙리는 어리둥절하게 소년을 쳐다보다가 바로 그 뜻을 알아챘다.

“영진을 칠 생각이야?”

낙리의 질문에 목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영진을 칠 수…… 믿어도 돼?”

온청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당연하지!”

목진은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답했고, 그 모습에 온청선은 소년을 흘겨보았다.

“그럼 한 번만 더 믿어 볼게. 낙리와 함께 저들을 막아볼 테니까 넌 영진을 치는 데만 집중해. 대신 효과가 좋지 않을 것 같으면 그때부터는 내 말을 따라야 해.”

“최선을 다할게.”

목진은 멈칫하더니 생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그가 보유한 목신위를 소환했다.

“이 목신위가 너희 부담을 덜어줄 거야.”

목신위가 나타나자 낙리와 온청선은 목신위의 좌, 우 양쪽 팔 위에 올라탔다. 황금색 장창을 쥔 온청선과 낙신검을 쥔 낙리가 장발을 휘날리는 아름다운 모습에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눈길이 갔다. 두 여인의 미모는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황금색 장창을 쥔 온청선은 몸에 찰싹 달라붙은 황금빛 갑옷으로 영롱한 몸매를 한껏 뽐냈고 허리까지 드리운 머리에 길게 찢어진 두 눈에서 한기가 흘러넘쳤다. 그녀는 전쟁의 신처럼 싸움에 대한 의지를 활활 불태웠다.

반면, 장검을 쥐고 있는 낙리는 감색 치마를 입어 아름다운 몸매가 더욱 잘 드러났고 유리알 같은 눈동자는 너무 투명해 한 번 보면 헤어나오지 못할 것만 같았다. 또한, 낙리는 온청선처럼 싸움에 대한 의지가 강해 보이지 않았지만 움직일 때마다 그녀가 내뿜는 한기는 그 의지를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은 목신위 어깨 양쪽에 서 있는 두 소녀를 보고 질투가 났다. 목진은 어떻게 저렇게 예쁜 여인을 둘이나 곁에 뒀단 말인가?

“허허, 여인을 앞세우겠단 거야?”

혈천도가 낙리를 힐끗 보고는 뒤쪽에 있는 목진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러나 목진은 듣는 척도 안 하고 조용히 허공에 내려앉았다. 이에 혈천도는 바로 정색하며 손가락을 튕겼는데 선홍빛 기의 회오리가 목진에게로 향했다.

슉!

이때, 예리하기 그지없는 검광이 나타나 기의 회오리를 사정없이 잘라냈다.

“목진은 너 따위와 말 섞을 시간이 없어. 그러니까 그게 뭐든 나한테 말해.”

낙리가 머리를 쓸어넘기며 말했다. 그 말에 혈천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너희 실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우리를 전부 막을 수는 없을 거야.”

왕종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희현도 감히 나한테 그런 말을 하지 못하는데, 넌 뭐야?”

온청선이 피식 웃으며 대답하자 왕종은 잔뜩 화가 나서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싸워보면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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