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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44화 (343/1,000)

344화. 두 소녀의 실력

목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묵어는 뭔가 알아챈 듯 옷깃을 휘날렸다. 그러자 빛줄기 세 갈래가 날아올랐고 뒤에 서 있던 진풍과 유웅한테서도 똑같은 빛줄기 세 갈래가 날아올랐다.

빛줄기는 사람들 앞에서 사람 모양을 갖춘 전우로 변했는데 담청색을 띤 전우들의 몸에는 상처가 잔뜩 나 있었다. 원고 시기, 대전에 참여하면서 얻은 상처인 듯했다.

그런데 여전히 강력한 파동을 내뿜는 것으로 봐서 목신위보다는 못해도 영력난에는 이른 것 같았다.

“하하, 우리가 장령원의 보물은 얻지 못했지만 너희 덕분에 쇠나무 숲에 묻힌 전우를 발견했지.”

묵어가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신백난 첫 단계를 건넌 고수라도 영력난에 이른 전우 아홉 명을 상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역시 묵어 등이 목진 등과 다시 만났을 때, 두려워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다.

“쓰레기는 왜 꺼낸 거지?”

온청선이 전우를 보고도 전혀 개의치 않자 득의양양했던 묵어 등은 순간 화가 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렇게까지 자신만만하면 어디 싸워보자.”

혈천도는 앞으로 나아가 혈하 같은 영력을 끌어올렸다. 순간 피비린내가 진동하였고, 왕종도 바로 영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혈천도보다는 못해도 그도 신백난 첫 단계에 이르러 실력이 상당했다.

그 외, 묵어 등이 옷깃을 휘날리자 전우들과 목신위들이 부채 모양으로 자리 잡고 낙리와 온청선을 둘러쌌다.

나머지 사람들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간신히 가라앉히고 이를 지켜보았다.

그들은 연약해 보이는 두 소녀가 과연 이 엄청난 상대를 막아낼 수 있을지 무척 궁금했다.

웅장한 영력이 폭풍처럼 휘몰아치자 강력한 영력 위압감에 다들 뒤로 물러났다. 곧 폭발할 대전의 불씨에 닿으면 큰일이었다.

한편, 혈천도와 왕종은 신백난 첫 단계의 실력을 선보였고 묵어 등은 전우들과 목신위들을 조종하여 낙리와 온청선을 포위했다.

“흥.”

온청선은 상대방의 엄청난 위압감에도 콧방귀를 뀌고는 장창을 꼭 쥐었다. 그러자 체내에서 눈부신 금광이 뿜어져 나왔고 봉황의 맑은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낙리는 여전히 조용히 서 있기만 했는데 수중의 낙신검에서 파문이 일며 예리한 검의를 내뿜어 공간마저 일그러졌다.

“공격하라!”

두 소녀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혈천도가 나지막하게 외쳤다.

쿵!

웅장한 영력이 순간 폭발하자 세 목신위가 먼저 상대편 목신위의 어깨에 서 있는 두 소녀를 향해 그윽한 청광이 번쩍이는 주먹을 휘둘렀다.

위잉.

이때 맑은 검음과 함께 눈부신 검광이 폭발했는데 그 속에 깃든 예리한 검의는 천지마저 꿰뚫을 것만 같았다.

슉!

검광이 모여 백 장 크기의 검영 세 개를 형성하자 두 손을 모아 검인을 그렸다.

낙신검결, 화검영(化劍影)!

낙리가 허공에 길쭉한 손가락을 튕기자 백 장 크기의 검영 세 갈래가 공간을 가르며 눈 깜짝할 사이에 세 목신위 앞에 나타나 녀석들의 공격에 맞섰다.

퍽!

예리한 검기에 주위 공간마저 일그러졌다.

잠시 후, 검기가 사라지자 목신위들은 공격을 멈췄고 금속으로 제련한 듯 보이는 주먹에 깊은 상처가 생겼다. 목신위가 진짜 사람이었으면 이미 피투성이가 되었을 것이다.

사람들을 흠칫 놀라며 낙리를 보고 감탄했다.

신백난 첫 단계를 건넌 목신위 셋을 단칼에 멈추게 하다니 낙리는 정말 대단한 소녀였다.

사람들은 목진 옆에 조용히 서 있기만 하던 절세의 미녀가 무서운 실력의 소유자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방금 낙리가 날린 공격은 목진보다도 강했기 때문이다.

이에 뒤쪽에 서 있던 혈천도, 왕종, 묵어 등은 흠칫했지만 묵어는 바로 전우들을 조종해 낙리를 공격했다.

“이런 쓰레기는 버리라고 했잖아!”

그때 황금색 장창은 눈부신 황금빛을 발하며 날아와 전우의 몸을 뚫고 지나갔는데 그 여파에 나머지 전우들까지 멀리 튕겨 나갔다.

퍽!

몸이 뚫린 전우는 영력을 다해 맥없이 추락하더니 산산조각이 났다.

슉!

다시 황금색 장창을 수중에 넣은 온청선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뒤쪽에 서 있는 혈천도 등을 노려봤다.

어느덧 영력을 한껏 끌어올려 완벽한 혈안을 이룬 혈천도는 선홍빛 장창을 소환했는데 창끝에서 부단히 피가 떨어지며 음산한 기운을 풍겼다.

쿵!

혈천도는 발을 힘껏 구르며 무서운 속도로 온청선 앞으로 다가가 선홍빛 장창으로 소녀의 목을 찔렀다.

“흥!”

온청선은 기합을 넣으며 황금색 장창을 휘둘렀는데 황금색 봉황이 나타난 것처럼 난폭하기 그지없었다.

탕!

두 사람의 창끝이 부딪치자 주위의 공기가 폭발하며 파문이 일었다.

혈천도는 안색이 잔뜩 어두워졌다. 그가 한껏 힘을 끌어올려도 황금색 장창에 깃든 영력 파동은 꺾을 수가 없었다.

온청선의 실력은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났다.

그때 혈천도 주위에 혈광이 나타나면서 그가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졌다.

슉!

잠시 후, 그는 귀신처럼 온청선 뒤에 나타나 장창으로 그녀의 등을 찔렀다. 그런데 소녀는 피가 나기는커녕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잔영이란 말인가?”

혈천도는 흠칫 놀랐다. 온청선이 자신의 혈신영보다 빠르다는 것이 당최 믿기지 않았다.

쿵!

그때 뒤쪽에서 난폭하기 그지없는 돌풍이 휘몰아치자 혈천도는 황급히 돌아서서 장창으로 앞쪽을 가렸다.

탕!

불꽃이 튀기며 장창을 통해 지극히 강력한 힘이 솟구쳤는데 혈천도는 손에서 전해지는 엄청난 고통을 견디며 뒤로 수백 장을 물러나서야 간신히 몸을 추스를 수 있었다.

주위에 정적이 흘렀다.

목진과 혈천도가 싸웠을 때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우세를 차지했는데 온청선은 바로 녀석을 물리쳤다. 학원 대회 1위를 차지했던 사람은 역시 뭔가 달랐다.

혈천도를 물리친 온청선은 여전히 허공에 서 있었다. 눈부신 황금빛을 발하는 갑옷을 입고 허공에 오만하게 서 있는 모습은 전쟁의 신이나 다름없었다. 사람들은 그런 온청선의 모습이 아름다우면서도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온청선도 혈천도의 실력에 조금 놀란 눈치였다. 목진이 바로 녀석을 해결하지 못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녀석의 실력은 보통 신백난 첫 단계에 이른 이보다 뛰어났다.

이때, 혈천도가 무뚝뚝한 얼굴로 손을 털며 다시 선홍빛 장창을 쥐고 말했다.

“더는 봐주면 안 돼. 저들은 목진을 위해 시간을 끌고 있는 거야!”

이에 왕종 등이 목진을 바라봤는데 목진 주위에 어느새 무서운 영력 파동이 나타났고 빛줄기가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위력이 상당한 영진을 치고 있었다.

“소천검령진이야!”

묵어가 이를 악물고 외쳤다.

목진은 목신전 유적지에 들어오기 전, 위력이 상당한 영진 진도를 얻었는데 이를 치는 데 성공하면 그 위력은 엄청날 것이다.

“전력을 다해 공격하라!”

목신위들은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낙리와 온청선을 향해 미친 듯이 공격을 했고 남은 전우들도 난폭한 공격을 개시했다.

두려움과 아픔이 무엇인지 모르는 목신위의 공격에 낙리와 온청선은 잠시 발목이 잡혔다.

이에 혈천도 등은 갑자기 두 손을 모아 결인했는데 그 인법이 현란하기 그지없었다. 그들은 잇따라 손바닥에서 그윽한 청광을 내뿜었고 주위에 놀라운 파동이 퍼졌다.

“저건……,”

그들 주위의 퍼진 강대한 파동에 무영영이 정색하였다.

“녀석들이 전부 신술을 소환하고 있어. 그리고 다들 비슷…… 그런 거였군…….”

세 사람의 의도를 알아챈 무영영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관전했다.

쿠쿵!

그들의 체내에서 난폭한 영력이 폭발하더니 동시에 공격을 개시했는데 눈부신 청광이 두 여인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소신술, 쇄룡신장(鎖龍神樁)!”

“소신술, 천목산(天木山)!”

“소신술, 곤목신등(捆神木藤)!”

놀라운 영력 파동이 폭발하며 생겨난 영력의 위압감에 주위 공기마저 흐름을 멈춘 듯했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들이 소신술을 무려 세 개나 소환했어!”

누군가 화들짝 놀라 외쳤다. 신술은 지존경에 이르러야 비로소 부릴 수 있는 것으로 위력이 상당해 상품 신결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또한, 신술을 얻는 것 자체가 어려워 누구든 얻으면 역전할 때 사용할 필살기로 숨겨두곤 했다.

그런데 혈천도 등이 동시에 소신술을 소환하자 모두 깜짝 놀란 것이다. 그들은 낙리와 온청선을 서둘러 물리치려고 작정한 듯했다.

“그런데 저들의 소신술의 파동이 왜 비슷한 것 같지…….”

관전하는 사람 중 눈치가 빠른 누군가가 어리둥절하여 말했다.

그러나 무영영과 사해령원 사람들은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혈천도 등도 이들처럼 신목비에서 소신술을 얻은 것이다. 그들은 지존급 강자만 다루는 소신술의 진정한 위력을 선보일 수는 없지만 신술을 부릴 줄 아는 것만으로도 적을 손쉽게 물리칠 수 있다.

한편, 세 목신위와 전우들의 엄청난 공격에 발목을 잡힌 낙리와 온청선은 혈천도 등의 강력한 공격에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일대일로 싸우면 아무리 혈천도라도 낙리와 온청선의 상대가 되지 않을 텐데 그가 그렇게 할 리 없었고, 목진이 준 목신위의 도움이 있다고 해도 둘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저 녀석은 도대체 영진을 언제까지 칠 작정이야? 이러다 내가 화가 나 보물을 전부 가지고 도망갈까 봐 겁나지도 않나 보지?”

온청선은 인상을 찌푸리며 뒤를 힐끗 봤다. 목진은 여전히 허공에 앉아 있었고 주위에 거대한 영진이 형태를 갖춰갔지만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듯했다.

쿵!

엄청난 소리가 퍼지며 혈천도 등의 수인에서 갑자기 눈부신 청광이 발하더니 하늘 높이 날아올라 주위에 퍼졌다.

그들 위로 생기 가득한 푸른색 영력이 몰려왔는데 그 속에 깃든 날카로움은 예사롭지 않았다.

하늘거리는 나뭇잎은 더없이 아름답지만 빠른 속도로 지나가면 칼날처럼 예리한 것처럼 말이다.

퍽!

영력이 요동치며 수백 장 크기의 청산이 나타났는데 오래된 나무 무늬가 잔뜩 새겨져 있는 산맥은 눈 깜짝할 사이에 낙리와 온청선 위쪽에 나타나 사정없이 내려앉았다.

퍽퍽퍽!

공기는 계속 폭발했고 아래쪽 대지는 그 여파에 깊숙하게 파였다.

크으으으.

청광은 거대한 용의 기둥으로 변했는데 용의 머리를 한 기둥의 정상에서 만물을 부술 것 같은 포효가 들려왔다.

슉!

천 장 정도 되는 청목 덩굴은 길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이무기처럼 하늘을 날아다녔는데 일단 녀석한테 잡히면 제아무리 신백난 첫 단계를 건넌 고수라도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렇게 세 사람은 상, 중, 하로 나눠 낙리와 온청선을 공격해 절대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에 사람들은 숨죽여 지켜봤고 낙리와 온청선도 이내 정색하였다.

“내가 수비할 테니 넌 공격해!”

온청선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녀는 낙리의 실력과 신기인 낙신검의 공격력이 보기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낙신검이 봉인 상태라고 해도 말이다.

“좋아.”

낙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온청선은 장창을 거두고 황금빛 영력을 끌어올려 신속하게 인법을 그렸다. 곧바로 봉황의 맑은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온청선의 체내에서 수백 장 정도의 황금 날개가 펼쳐졌다가 한데 모여 황금 방패를 형성했다.

쿠쿵!

목신위들과 전우들의 엄청난 공격 세례에 황금 방패는 부단히 떨렸지만 끄떡없었다.

그때 낙리는 목진의 목신위의 머리 위로 올라가 두 손으로 낙신검을 꽉 잡고 들어 올렸는데 검에서 지극히 눈부신 검광이 발했다.

“일검참낙수(一劍斬洛水)!”

낙리는 이내 정색하며 낙신검을 휘두르며 외쳤다.

슉!

눈부신 검광은 놀라운 속도로 수축해 검 끝에 모이더니 빠르게 상대방에게 향했는데 앞쪽 공간이 찢어지며 어두운 흔적이 나타났다.

그런데 자그마한 검기의 속도가 너무 빨라 혈천도 등 신백난 첫 단계를 건넌 고수라도 빛이 반짝이는 것밖에 보지 못했다. 그 모습에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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