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5화. 소천검령진의 위력
어느덧 무서운 기세로 내려앉던 산맥은 검광에 닿자 반으로 갈라졌고 절단면은 거울처럼 반듯했다.
크으으으!
용의 기둥도 포효하며 반으로 갈라졌고 끝이 보이지 않는 청목 덩굴마저도 결국 폭발하더니 빛을 반짝이며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다.
왕종, 묵어 등은 순간 사색이 되었고 혈천도는 안색이 조금 어두워진 채 선홍빛 영력을 끌어올려 앞쪽에 혈하 장벽을 만들었다.
퍽!
혈하 장벽에서 갑자기 소리가 나더니 한 줄기 빛이 지나갔는데 이는 혈천도 등과 열 장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완전히 사라졌고 난폭하기 그지없는 영력 파동도 전부 사라졌다.
다들 두 눈이 휘둥그레져 홀로 서 있는 낙리를 바라봤다. 세 사람의 소신술을 낙리가 혼자서 막아냈다는 것이 너무 놀라웠다.
“젠장!”
왕종이 이를 갈며 말했다. 이번 공격은 신백난 첫 단계를 건넌 고수라도 받아내기 어려울 텐데 영력난 밖에 건너지 않은 낙리가 무슨 수로 공격을 막아낸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
“저 소녀를 쓰러뜨리기는 절대 쉽지 않을 거야.”
혈천도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럼 어떡해?”
곧 완성될 목진의 영진에서 엄청난 위압감을 느낀 왕종은 낙리와 온청선을 한시라도 빨리 이기고 목진을 막고 싶었다. 그를 막지 못하면 난처한 상황이 생길 것이다.
“목신위를 폭발시켜.”
혈천도가 살기를 품고 말했다. 그 말에 왕종과 묵어는 깜짝 놀랐고 왠지 마음이 아팠다. 신백난 첫 단계에 이른 고수나 다름없는 목신위를 폭발시키라니, 그들은 차마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러고 싶지 않으면 당장 도망가.”
혈천도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에 왕종과 묵어 등은 눈을 마주치고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 왔는데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목진 일행이 수집한 보물이 엄청났고, 일단 이기면 그 수확도 상당할 것이 분명했다.
“합시다!”
왕종과 묵어는 세 목신위와 함께 앞으로 나아갔는데 방대한 체구 곳곳에 갑자기 빛의 무늬가 나타났다. 난폭한 영력 파동이 휘몰아치는 것이 마치 화산이 폭발할 것 같았다.
관전하는 사람들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미친놈들, 목신위를 폭발시키려 하다니!”
누군가 너무 놀란 나머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신백난 첫 단계에 이른 목신위가 폭발하면 위력은 엄청날 것이다.
낙리와 온청선도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런 상황에서 회피하는 것이 상책이지만 뒤에 목진이 있어 절대 피하면 안 되었다.
이에 낙리는 낙신검을 꽉 쥐고 곧 폭발할 목신위를 상대할 준비를 했다.
“젠장, 더는 못 기다려. 내가 저들을 다 죽여버릴 거야!”
온청선이 이를 갈며 말했다. 그녀도 필살기를 사람들한테 알리고 싶지 않았지만 더는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잠깐만.”
그때 낙리가 갑자기 앞을 막아 나섰다.
눈을 감고 조용히 앉아 있던 목진이 드디어 눈을 뜬 것이다.
세 목신위는 눈부신 빛을 발하는 몸을 이끌고 난폭한 파동을 발산하며 낙리와 온청선을 향해 달려왔고 혈천도는 그 뒤쪽에서 그들을 호시탐탐 노렸다.
그때 목진이 드디어 꼭 감고 있던 눈을 뜨고 한기 어린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봤다.
“목진이 드디어 눈을 떴어. 그럼 필살기도 준비된 건가?”
사람들은 자연스레 목진에게 눈길을 돌렸는데 대부분 승산이 없다고 여겼다. 목진이 친 방대한 영진이 대단한 것은 사실이지만 신백난 첫 단계에 이른 목신위들이 곧 폭발할 몸을 이끌고 이들한테 달려가고 있었기에 소년의 공격이 과연 쓸모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녀석은 역시 영진사였어.”
무영영이 흠칫 놀라며 말했다. 일전에 혈천도와의 싸움을 통해 목진의 실력을 확인했는데 녀석이 영진사일 줄은 몰랐다.
무영영은 목진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영로에서 이름을 날린 것도, 오라버니인 무령이 그를 높이 산 것도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영진만으로 전세를 되돌릴 수 있을까?”
무영영은 곧 폭발할 목신위들한테 고개를 돌리고는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혈천도 등도 안색이 조금 어두워진 채 목진을 쏘아봤다. 그러나 신백난 첫 단계의 실력을 갖춘 목신위를 세 개나 폭발시키면 그 위력을 당해낼 사람은 없을 것이라 믿었다.
“이런 상황에서 네가 뭘 할 수 있을지 두고 보자.”
혈천도가 사악하게 웃으며 목진을 노려봤다.
슉.
낙리와 온청선은 신속하게 목진한테 다가갔다.
“어때? 안 될 것 같으면 도망가자. 언젠가 저들을 혼낼 수 있을 날이 올 거야.”
“그럴 필요 없어.”
목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결연하게 말했다.
“지금부터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흰 내 뒤에 서 있어.”
목진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앞으로 나아가 두 소녀 앞쪽에 섰다.
이에 낙리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지만 온청선은 언짢은 듯 입을 삐쭉 내밀었다. 이까짓 문제는 혼자서도 처리할 수 있었고 누군가의 보호 따위는 필요 없었다.
그러나 온청선은 안정감 넘치는 목진의 뒷모습에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리기만 했다. 일단 목진한테 기회를 주고 안 되면 자기가 나서서 완벽하게 수습하면 된다. 그때가 되면 목진은 분명 자신을 숭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온청선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한편, 목진은 무덤덤하게 목신위들을 바라봤는데 녀석들 체내의 영력 파동이 무서울 정도로 난폭해져 곧 폭발할 것 같았다.
목진은 그 뒤쪽에 서 있는 혈천도 등을 힐끗 보고는 묵묵히 결인해 방대한 영진을 소환했다.
쿵!
방대한 영진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오며 수많은 빛줄기가 얽히고설켰고 천지의 영기가 폭동을 일으키며 몰려들었다.
휘익.
영진 속 영력 돌풍들이 형태를 갖추자 마치 꿈틀거리는 용 같았다.
다들 영진의 위력에 흠칫 놀랐고 온청선마저도 적잖게 놀란 표정이었다. 목진이 친 영진이 절대 평범하지 않을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 조합 진도야?”
이 진도 때문에 온청선이 학원 대회 1위에서 밀려났으니 그녀야말로 이 진도에 대한 공헌이 가장 큰 사람이었다. 그녀는 소천검령진의 진정한 가치를 잘 알고 있기에 주저 없이 진도를 구매한 것이다.
그러나 온청선은 목진을 도와 진도를 구매하기는 했지만 소년이 영진을 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급 조합 진도인 소천검령진의 위력은 육급 영진에 가까워 오급 영진사마저도 치기 어려운 영진이었다.
한편, 영진 속 영력 폭풍들은 신속하게 갈라지더니 빠른 속도로 회전하였다.
어느덧 영력 폭풍들의 고속 회전으로 인해 영진 주위의 공간에 파동이 일었다.
쿵!
목신위들이 들이닥치기 직전, 목진은 길쭉한 손으로 허공을 가볍게 찔렀다.
위잉!
갑자기 검음이 들리더니 빠르게 회전하던 영력 폭풍에서 영검들이 나타났다. 웅장한 영력으로 만들어진 영검들은 파르르 떨며 놀라운 검기를 자랑했다.
혈천도 역시 그 예리한 검기에 화들짝 놀랐다. 그것은 비록 낙신검보다는 못하지만 영진이 만들어낸 영검은 수백 개나 되었다.
이토록 어마어마한 장면에 무영영 등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소천검령진.”
목진의 외침에 수백 개의 영검에서 검음이 들리더니 회오리치는 영력 폭풍을 싣고 폭우처럼 쏟아져 내렸다. 이에 천지의 영기마저 폭동을 일으켰고 아래쪽 지면은 예리한 검기에 깊숙하게 파였다.
슈슉!
영검들은 눈 깜빡할 사이에 눈부신 빛을 발하며 폭발하는 목신위들과 부딪쳤다.
쾅!
천지를 뒤흔들만한 엄청난 소리가 들리더니 눈부신 빛덩이 세 개를 중심으로 무서운 충격파가 형성되었다.
슈슈슉!
그런데 빛덩이들은 결국 큰 작용을 하지 못했다. 영검들이 뚫고 지나가자 빛덩이는 순식간에 만신창이가 되었다.
사람들은 멍하니 빛덩이를 바라봤다. 그 속에 깃든 영력 파동이 빠르게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목신위들이 폭발해 만들어낸 충격파는 주위에 퍼지기도 전에 무산되었다.
그 모습에 혈천도 등의 안색은 한껏 어두워졌고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슉!
특히 빛덩이를 뚫고도 영검이 백 개 정도 남은 것을 봤을 때, 그들은 사색이 되어 영력을 한껏 끌어올리더니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도망갔다.
조합 영진의 위력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났다.
이에 목진이 손가락을 튕기자 나머지 영검들이 무서운 속도로 녀석들을 추격했다.
영검의 속도는 무척 빨라 순식간에 혈천도 등을 쫓아가 공격했고, 잠시 후 애처로운 비명과 함께 피가 사방으로 튀는 것이 보였다.
풉.
영검에 찔려 등에 검흔이 잔뜩 생긴 혈천도는 사색이 된 채 피를 토하더니 재빨리 결인해 한 줄기 혈광이 되어 빠르게 도망갔다.
왕종, 묵어 등도 미친 듯이 피를 토하며 도망갔다. 목진의 살기가 느껴져 빨리 피신하지 않으면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원 대회에서 살인은 금지라고 했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하던 혈천도 무리가 지금은 피를 토하며 도망가는 모습이 자못 가여웠다.
그렇게 도망친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중에는 사방에 피를 뿌리며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었고 손이 부러진 채 추락하는 사람도 있었다. 소천검령진을 피하려고 다들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목진은 한참 지나서야 손을 휘익 저었는데 열 개 남짓한 영검이 영력 폭풍을 싣고 돌아왔다. 그리고 그중 두 개의 영검에는 신목비가 걸려 있었다.
목진은 신목비를 거두더니 안색이 순간 창백해졌다. 영검들은 휘청거리다가 폭발하였고 거대한 조합 영진도 엄청난 소리를 내며 폭발했다.
목진은 입가의 피를 닦고 신목비를 보며 씨익 웃었다. 조합 영진의 위력은 역시 일반 오급 영진보다 대단했다. 심안 상태를 이용했는데도 겨우 영진을 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목진은 목적을 이룬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목진은 소천검영진을 치느라고 기력을 너무 소모해 안색이 창백해졌지만 감히 덤비는 사람은 없었다.
그 무서운 영진의 위력에 다들 겁을 먹은 것이다.
난폭했던 영력이 완전히 사라지고 푸른 하늘은 다시 안정을 되찾았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늘씬한 청년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목진이 친 영진의 위력은 너무 강했다.
이것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육신난 밖에 건너지 못한 목진이 이토록 엄청난 필살기를 숨겼을 줄 몰랐고 단숨에 역전할 수 있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
우쭐대던 혈천도 무리도 영진의 위력에 바로 도망갔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목진 무리와 혈천도 무리가 싸워 기진맥진하면 뭐라도 낚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소용없는 일이었다. 목진이 지금 영력 소모가 심해 안색이 나빠졌다고는 하지만 낙리와 온청선의 실력만으로 현장에 남은 사람들을 해결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러니 이 세 사람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
그때 목진이 창백해진 얼굴을 하고 천천히 내려왔고 낙리와 온청선이 그 뒤를 따랐다.
잇따라 목진은 주위를 쓰윽 훑었는데 다들 감히 그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목진에 대한 두려움은 전보다 더 심해졌다.
“보물은 각자 주인을 찾은 것 같으니 이제 흩어질까?”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묻자 다들 머쓱하게 웃더니 하나, 둘씩 떠나기 시작했다. 제아무리 언짢아도 결과는 더 이상 바뀌지 않아 떠나는 것만이 답이었다.
사람들이 빠져나가자 광장도 점차 조용해졌다.
무영영도 팔짱을 끼고 목진을 힐끗 바라보다 떠나려고 했는데 갑자기 목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만.”
“왜, 내가 얻은 영물까지 빼앗으려고?”
무영영이 입을 삐쭉 내밀며 물었다.
“너와 거래를 할까 해.”
목진이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럴 생각 없어.”
무영영이 단칼에 거절하자 목진은 씁쓸하게 웃기만 했다. 자신에 대한 인상이 좋아져 왕종 등을 돕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목진이 너를 괴롭히려고 그러는 게 아니니까 한 번 들어보는 것이 어때? 들어보고도 생각 없으면 그땐 미련 없이 보내 줄게. 어때?”
옆에 서 있던 낙리가 생긋 웃으며 묻자 무영영은 고개를 돌려 소녀를 쓰윽 훑었고 눈빛이 조금은 복잡해 보였다. 무영영마저 낙리의 미모와 기품에 감탄했는데 이런 여인이 어쩌다 목진 같은 변태를 마음에 두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