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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46화 (345/1,000)

346화. 이별

“어디 말해 봐.”

무영영은 목진과 낙리를 한참 번갈아 보더니 그제야 다시 입을 열었다.

“목신전 유적지에 대한 탐색은 마쳤으니 신목비는 이제 쓸모없겠지? 그래서 혹시 나한테 넘길 수 있을까 해서 물어본 거야.”

목진은 신목비를 이미 네 개나 수집했고 앞으로 두 개만 더 수집하면 되었다.

“신목비라…….”

무영영은 멈칫하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목진을 바라봤다.

“넌 혈천도 무리의 신목비도 빼앗았잖아. 그런데 왜 내 것도 얻으려 하는 거야?”

무영영은 역시 영리한 소녀였다. 목진이 갑자기 신목비를 수집하는 것이 수상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영보산에서 계승자란 신분을 얻었는데 신목비 여섯 개를 모으면 엄청난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고 했어.”

잠시 머뭇거리던 목진은 무영영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그래?”

무영영은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목진을 바라봤다.

“내가 사실을 알고 되려 안 줄까 봐 겁나지 않아?”

“넌 날 여러 번 도와줬고 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난 널 친구라고 생각해. 그래서 속이고 싶지 않아.”

목진이 어깨를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

“엄청난 무언가가 뭔지 아쉽기는 하지만 그게 아니면 안 될 정도는 아니야.”

“친구라고? 난 너랑 친구 못 해.”

무영영은 말은 이렇게 했지만 표정은 훨씬 부드러워졌다.

“너만 원한다면 난 지존영액 열 방울로 신목비와 바꿀 수도 있어.”

목진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존영액 열 방울이면 엄청난 대가였다. 더구나 무영영한테 신목비는 무용지물이 되어 남겨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그러나 무영영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지존영액 열 방울이라, 글쎄…….”

“어떡하면 줄 거야?”

목진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난 지존영액은 싫어.”

무영영은 신목비를 소환하더니 목진을 힐끗 보며 말했다.

“난 이걸 너한테 선물로 줄 수도 있어. 대신 넌 나한테 큰 빚을 지게 되겠지.”

목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여인은 역시 상대하기 어려운 동물이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갚기 어려운 것이 바로 인정이었다.

“나한테 뭘 원해?”

“아직 떠오른 건 없어.”

무영영이 생긋 웃으며 답했다.

“네가 나를 홀라당 벗기지만 않을 거면 빚 한 번 졌다고 생각할게.”

그 말에 무영영은 순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목진을 노려보고는 이를 갈며 신목비를 던졌다.

“이 변태야, 언젠가 복수할 거야!”

무영영은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떠났고 목진은 그제야 피식 웃었다.

“여인을 조롱하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어?”

낙리가 목진을 노려보며 물었다.

“목진 조장이 연애 고수인 것을 내가 미처 몰라봤어.”

온청선도 씨익 웃으며 말했다.

두 소녀의 말에 목진은 괜히 헛기침하고는 사해령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저기 친구들, 잠시만.”

목진은 다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달려가 바로 지존영액 다섯 방울을 내밀고 신목비와 바꾸려 했다. 이에 사해령원에서도 잠시 머뭇거렸지만 결국 목진과 거래했다. 목진 무리를 상대로 반항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인 데다 지존영액의 가치를 잘 알고 있기에 솔깃한 것이다.

목진은 결국 순조롭게 신목비를 전부 모았고 사해령원에서는 기분 좋게 지존영액 다섯 방울을 가지고 그곳을 떠났다.

어느덧 광장에는 목진 무리밖에 남지 않았다.

신목비를 전부 수집하는 데 성공한 목진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는 당장 신목비를 한 데 융합하고 싶었지만,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적당한 곳이 아니었다.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낙리와 온청선한테 말을 건넸다.

“우리도 이만 떠날까? 목신전 유적지도 이만하면 된 것 같아.”

이에 낙리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야?”

“잠시 수련에 집중해야 할 것 같아.”

갑작스러운 온청선의 질문에 목진은 잠시 고민하고는 답했다. 곧 영력난에 이를 것 같았다. 이번 기회에 서황 등과 함께 영력난을 건너면 소조의 실력을 한껏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우린 갈라서야겠네?”

온청선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학원 대회가 끝나가는데 유적 대륙의 나머지 유적들도 찾으러 가야지. 그리고 숨어만 다니던 강적들이 하나, 둘씩 나타날 테니 지금부터 진정한 싸움이 시작될 거야.”

이에 목진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점수를 빼앗아 결승전에 들어갈 준비를 할 때가 되었다.

결승전은 여덟 소조밖에 들어갈 수 없어 다들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 분명했다.

누군가 여태껏 실력을 키우기 위해 점수를 포기하고 무언가를 취했다면 지금부터는 점수를 얻기 위해 싸울 것이고 점수를 얻은 사람들은 이를 지키려고 고군분투할 것이다.

“최대한 빨리 수련을 마쳐. 그러다 결승전에도 들어가지 못하면 안 되잖아. 그럼 조장으로서 너무 부끄럽지 않겠어?”

온청선이 주먹을 쥐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도 지금부터 노력할 거야. 현재 1위는 희현이 차지하고 있지만 난 다시 그 자리를 되찾고야 말 거야.”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온청선 소조가 1위에서 떨어진 뒤로 희현이 이끄는 소조가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때 목진은 고개를 들어 먼 곳 하늘을 바라봤는데 머지않아 희현과 마주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그 순간이 자못 기대되었다.

* * *

목신산 유적지에 대한 탐색이 끝나가자 떠들썩했던 곳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사람으로 북적이었던 곳이 지금은 지나가는 사람이 가끔 보일 정도로 한적한 곳이 되었다.

한편, 목신산 밖으로 나와 외진 산봉우리에 선 온청선은 생긋 웃으며 뒤쪽에 서 있는 낙리와 목진을 바라봤다.

“목신전 유적지에서 나왔으니까 우리 협력도 여기서 그만두자.”

이에 목진은 괜히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온청선 무리가 떠나면 소조의 실력이 순식간에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참 아쉬워, 싸움꾼으로 사용하면 참 좋은데 말이야.”

목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뭐라고?”

온청선은 바로 인상을 찌푸리며 다가와 목진의 목덜미를 잡고 이를 갈며 물었다.

“죽고 싶어?”

“아니, 말을 잘못했어. 참 좋은 벗이었어.”

목진의 말에 온청선은 두 눈을 부릅뜨고 소년을 바라봤다. 협력은 했지만 사람 성질 긁는 데는 도가 튼 것 같았다.

“낙리만 아니었으면 너 같은 변태와는 협력하지도 않았어.”

온청선이 목진을 찾아왔던 건 낙리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고 목진은 영로의 혈화자란 명성 때문에 한 번쯤 보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딱 거기까지였다.

그런데 함께하고 보니 온청선은 낙리가 목진을 좋아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절대 이를 입 밖에 내지 않을 것이다. 목진이 알면 분명 기고만장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런 건 제발 따라 하지 마.”

변태란 말에 목진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무영영한테는 불순한 마음을 품었을지 몰라도 온청선한테는 전혀 그런 마음이 없었다. 함부로 온청선한테 그랬다가는 무슨 꼴을 당할지 아무도 몰랐다.

“낙리야, 언젠가 목진이 마음에 안 들면 바로 차버리고 나한테 와.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해결해줄게.”

온청선이 낙리한테 고개를 돌리자 낙리는 목진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좋아. 언젠가 목진이 나한테 미안한 짓을 하면 바로 뻥 차버릴 거야.”

목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렇게 착했던 낙리가 온청선 때문에 저렇게 변하더니 빨리 두 사람을 갈라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온청선은 낙리와 한참 담소를 나누다가 목진에게 말을 건넸다.

“어서 수련을 시작해. 최대한 빨리 수련을 마치고 점수를 벌어. 앞으로는 더 치열해질 텐데 결승전에 들어가지 못하는 건 아니겠지?”

“걱정하지 마. 너를 도와 1위도 따내야 하는데 빨리 수련을 마치고 나와야지.”

목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누가 네 도움이 필요하대?”

온청선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어, 이만 헤어지자. 너희가 수련을 마칠 때쯤, 우린 다시 1위가 되어 있을 거야.”

말을 마친 온청선은 바로 장발을 휘날리며 떠났다.

“목진 오라버니, 안녕.”

빈아, 낙아 등도 생긋 웃으며 인사하고는 곧바로 온청선의 뒤를 따랐다.

목진은 산 정상에 서서 온청선 등이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학원 대회도 어느덧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군.”

학원 대회가 시작된 이후, 대부분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시작할 때 평범했던 소조들도 특별한 기회를 얻어 실력이 막강해졌고 처음부터 실력이 막강했던 소조들은 열심히 실력을 키워 더 강해졌다.

그들은 조용히 유적지를 찾아다니며 실력을 키우다가 마지막 단계가 되면 점차 모습을 드러낸다. 그때부터가 진정한 싸움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수천 소조를 꺾고 8위권에 들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도 얼른 수련할 준비나 합시다. 이건 학원 대회에서의 마지막 수련이 될 거예요.”

목진의 말에 서황 등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수련을 마지막으로 이들은 결승전에 들기 위해 점수를 따는 데만 집중해야 했다.

“심창생 등은 어떻게 됐을까?”

학원 대회가 시작되고 나서 그들은 심창생 등에 관한 정보를 전혀 듣지 못했다. 그들은 마치 유적 대륙에서 사라진 것만 같았다.

“심창생과 이현통도 절대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고 천부적 재능이 엄청나니까 운이 나쁘지만 않으면 큰일은 없을 거야.”

낙리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심창생과 이현통은 확실히 훌륭한 학생이었다. 적어도 목진한테 그들은 왕종 못지않게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목진은 낙리 등과 함께 산속 깊숙한 곳으로 향했는데 서황 등은 각자 한 산봉우리를 차지하였고 목진과 낙리는 같은 산맥에 내려앉았다. 그곳은 은하수 같은 폭포가 쏟아져 내려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시원했다.

목진은 폭포 옆에 있는 푸른 바위에 앉아 촉촉한 공기를 힘껏 들이켰고 낙리는 푸른 바위의 먼지를 털고 나서야 조심스럽게 내려앉았다. 이에 목진은 바로 히쭉거리며 소녀를 덮쳤다.

“뭐 하는 거야?”

낙리는 부끄러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두 팔로 앞을 가리며 물었다.

“얼마 만에 너와 단둘이 있는 건지 몰라. 왜들 이렇게 눈치가 없을까? 특히 온청선은 너와 나를 갈라놓지 못해 안달이었어.”

목진이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그런데 우리 낙리가 남자도 모자라 여자까지 홀리는 재주가 있는지 몰랐네.”

목진의 말에 낙리는 부끄러워 어쩔 바를 몰라 당황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청선도 여자인데 그럴 리가…….”

“만봉령원은 여인밖에 없어. 그런 일이 있을 법도 하지 않을까?”

목진은 오히려 이상할 것 없다고 생각했다.

“대신 절대 온청선한테 끌려가면 안 돼.”

낙리는 소년을 노려보더니 화를 내며 목을 살짝 깨물었는데 목진은 흠칫하여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는 소녀가 자신을 유혹하는 거라고 여기고는 미소를 지었다.

낙리는 분위기가 이상해졌음을 느끼고 목진을 뿌리치려 애를 썼다.

“이거 놔.”

목진은 소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손으로 턱을 가볍게 들어 올려 진하게 입맞춤을 하였다.

* * *

폭포가 쏟아져 내려 물안개가 자욱한 곳에서 잠시 행복한 시간을 보낸 낙리는 점차 도가 지나쳐가는 목진을 밀어내고 두 눈을 부릅뜨고 소년을 노려보며 옆에 있는 낙신검을 소환했다.

목진은 바로 움직임을 멈추고 만족한듯 입맛을 다셨다. 낙리는 그런 목진을 어이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흘겨보았다.

그때 목진이 소녀의 손을 잡고 조용히 물었다.

“낙리야, 학원 대회가 끝나면 바로 낙신족으로 돌아갈 거지?”

낙리는 감히 목진과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떠나면 또 언제 만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내가 했던 말 기억해?”

목진이 숨을 깊게 들이켜며 묻는 말에 낙리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은 다시 만날 때, 절세의 강자가 되어 소녀를 힘들게 하는 모든 걸 막아줄 거라고 약속했었다.

“그게 언제가 되든 부디 날 기다려 줘.”

목진은 소녀를 꼭 끌어안고 말했다.

절세의 강자가 되는 것은 정말 힘들겠지만 낙리를 위해서라면 목진은 기꺼이 해낼 것이다. 이에 낙리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는데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녀는 목진이 절세의 강자가 아니더라도 끝까지 그를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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