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7화. 목신경(木神經)
목진은 청석 위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고 수련을 시작한 낙리를 힐끗 보고는 잇따라 수련을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 없어 최대한 빨리 실력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학원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따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학원 대회에는 숨은 실력자가 많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목진은 숨을 고르고 신목비를 전부 소환했는데 청광이 번쩍이며 생기가 흘러넘쳤다.
목진은 그중 하나를 취해 눈을 감고 느껴보더니 실망한 듯 입을 삐쭉 내밀었다. 신목비에 소신술의 수련 방법은 물론이고 다른 정보도 거의 남지 않았다. 신목비에 적힌 정보는 한 사람한테만 제공되어 일단 누군가가 소신술을 수련하는 데 성공하면 정보는 바로 사라지게 되어있었다.
목진이 무영영과 사해령원 사람들한테서 신목비를 순조롭게 취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속에 깃든 정보가 이미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또한 목진이 예상했단 바였고 신목비를 전부 수집한 것은 소신술 때문이 아니었다.
그때 목진의 미간에 오래된 나무 무늬가 서서히 나타나며 미약한 푸른빛을 발하더니 신목비를 비췄는데 “위잉”하는 소리와 함께 신목비들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위를 감싼 청광이 점차 그윽해지며 조금씩 녹아내렸다.
청색 액체가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다가 신목비 6개가 결국 청색 액체 한 덩이가 되었는데 그 표면은 오래된 나무껍질처럼 까칠했다.
목진의 미간에 있는 나무 무늬의 빛은 점차 밝아지다가 갑자기 청색 액체를 향해 푸른빛을 발사했는데 액체는 점차 응고되면서 손바닥만큼 작은 청색 나무껍질로 변했다. 나무껍질은 지극히 오래된 파동을 내뿜었고 생기가 가득했다.
이와 동시에, 목진의 미간에 나타났던 나무 무늬도 점차 사라졌다.
잠시 후, 목진이 손을 내밀자 청색 나무껍질이 목진의 손에 내려앉았다. 나무껍질에는 오래된 글이 빼곡히 적혀 있었는데 유난히 신비롭고 오묘해 보였다.
“이것이 바로 신목비에 숨겨진 물건이란 말인가?”
목진이 중얼거리며 주먹을 꽉 쥐자 청색 나무껍질이 청광을 비추며 빠르게 목진의 손바닥으로 스며들어 엄청난 속도로 소년의 머리에 정보를 전해주었다.
난해하고 웅장한 정보가 밀물처럼 밀려오자 목진의 눈에서도 청광이 번쩍였는데 한참 지나서야 조금씩 사라졌고 소년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목신경이라…….”
목진이 접수한 오래된 정보에는 두 가지 수련법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목신경으로 무려 대신술이었다.
신술은 보통 소신술, 대신술, 대원만신술로 나뉘고 소신술과 대신술은 한 글자밖에 차이 나지 않지만 실제로 그 차이는 엄청났다.
만약 소신술이 지존급 강자의 마음을 움직일 정도라면 대신술에 그들은 혈안이 되어 달려들 것이다. 그런데 목신경이 바로 말로만 듣던 대신술이었다.
그것은 목신전을 세운 근본으로 장로가 되어야 비로소 수련할 자격이 주어지고, 목신경 수련에 성공하면 주위 만 리 나무의 힘을 흡수할 수 있었다. 또한 그 힘의 세기는 목신경에 대한 수련자의 조예와 주위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수련자가 나무가 무성한 숲에서 싸우면 목신경의 위력은 엄청날 것이고 주위에 영기가 예사롭지 않은 나무가 많을수록 그 위력은 더할 것이다. 반면, 사막이나 바다 위에서 싸운다면 그 위력은 아마 소신술보다도 못할 것이다.
원고 시기, 목신전에도 목신경을 수련한 장로가 있었는데 당시 그의 실력은 오급 지존경에 이르렀고 임무 수행 시, 칠급 지존경에 이른 상대를 만났는데 광활한 원시림에서 싸웠다.
마침, 원시림에 오동 영수란 나무가 자라고 있었는데 그것은 일종의 영수로 아주 순수한 영력을 머금고 있었다. 이에 오급 지존인 장로는 목신경으로 칠급 지존을 한 방에 쓰러뜨렸고 상대방은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하여 대전 환경은 목신경에 아주 중요한 요소였다.
“대단하군.”
목진은 이내 감탄하다가 바로 신중해졌다. 목신경이 대단하긴 하지만 주위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주위에 영수까지 있어야 한다니……. 이런 건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환경의 제약만 받지 않으면 목신경은 분명 대신술 중에서도 최고로 손꼽힐 것이다.
목진은 안타까운 마음을 안고 두 번째 수련법을 보다 멈칫하였다.
그 두 번째는 종수결(種樹訣)로 아무런 공격력도 없는 신결이었는데 나무를 심고 놀라운 속도로 이를 성장시키는 방법이 적혀 있었다.
목진은 순간 넋이 나갔다. 갑자기 왜 나무를 심는 신결을 수련하라고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목신경처럼 중요한 대신술과 함께 있는 것을 보면 분명 유용한 신결일 것이다.
혼자 사색에 잠겼던 목진은 갑자기 뭔가가 떠올랐다. 목신경의 위력은 주위 환경과 큰 연관이 있어 종수결로 주위에 광활한 숲을 만들면 바로 해결될 문제였다.
누군가와 싸우기 전, 먼저 종수결로 나무를 심으면 완벽한 대전 환경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목신전의 기발한 생각에 목진은 눈이 번쩍 뜨였다. 종수결만 장악하면 목신경의 위력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고 미리 영수 종자까지 확보하면 그 위력은 더 무서울 것이다.
그런데 싸울 때마다 나무를 심는 것이 꼭 바보짓 같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목진은 씁쓸하게 웃으며 바로 이런 생각을 털어버렸다. 신술의 위력만 보장할 수 있다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기회에 목신경도 잘 연구해야겠어.”
대신술을 수련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신목비에 적힌 정보에 목신전 선배들이 수련한 경험이 적혀 있어 전보다 수월했다. 종수결은 기껏해야 중품 신결에 속해 목진이 수련하기에 전혀 어렵지 않았다.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서서히 눈을 감고 수련을 시작했다.
지금부터 목진은 영력난을 건너야 할 뿐만 아니라 목신경 수련에도 성공해야 했다.
* * *
어느덧 학원 대회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는데 이는 가장 치열한 단계였다. 여태껏 숨어 지내며 실력을 키웠던 사람들이 드디어 나타나 눈부신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더는 숨어있을 필요가 없었고 최대한 점수를 많이 얻어 8위권에 들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했다. 8위권에 들어야 결승전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주 치열하고 잔혹한 점수 쟁탈전이 예상되었는데 고수가 가득한 학원 대회에서 살아남는 것뿐만 아니라 끝까지 8위권 안에 든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하여 목진 등이 수련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유적 대륙 중심 구역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실력이 보통인 소조는 감히 중심 구역에 접근하지도 못했고 그 속에 들어갔다는 것은 실력에 대해 자신감이 넘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곳은 어느덧 학원 대회의 중심이 되었고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소조가 들어가면 자연스레 싸움이 벌어졌다.
이렇게 사람들은 중심 구역에서 며칠 동안 여러 가지 방식으로 치열한 싸움을 벌였고 웅장하고 난폭한 영력이 주위에 퍼졌다.
한편, 숨어만 지내던 실력파 소조들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는데 대전이 시작된 지 하루 만에 실력이 막강한 소조가 나타나 빠르게 순위권에 든 유명한 소조들을 쓰러뜨리고 그들이 오랫동안 모은 점수를 빼앗았다.
학원 대회 초반에 정예 소조라고 불렸던 사람들은 결국 패배하였고 그제야 처음부터 점수를 취하는 데만 집중했던 것을 후회하였다. 그들을 이긴 소조는 분명 실력이 이들과 비슷했는데 유적 대륙 곳곳에 숨은 유적을 찾아 실력을 키워 큰 차이를 벌린 것이다.
하여 사흘도 안 되는 사이, 16권 안에 들어있는 소조들은 소수만 빼고 대부분 바뀌었다. 다들 새롭게 나타난 강적의 손에 패배했는데 전부 낯선 사람들이었고 좋은 학원 출신이 아닌 이들도 상당했다. 심지어 중형 령원 출신도 있었다.
중형 령원의 실력은 학원 대회에서 놓고 보면 평범하기 그지없었는데 지금은 정예 학원 출신인 소조들을 꺾고 순위권 8위를 차지했다. 그러자 아무도 이들을 그 자리에서 쫓아내지 못했다.
학원 대회는 하루가 다르게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고 이름 모를 소조가 나타나 순위권에 든 이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수많은 소조의 도전을 버티고 끝까지 살아남는 소조만 결승전에 들 수 있었다.
시간은 소리 없이 흘러갔고 16위권은 계속해서 바뀌었다. 순위권의 변경은 더 강한 소조가 나타났음을 알려 주는 것이나 다름없었고 앞으로의 도전이 더 어려워졌음을 일깨워주었다.
현재 16위권은 어제보다 더 막강했다.
그러나 1위는 여전히 희현이 이끈 성령원 소조였고 2위는 무령이 이끈 무령원 소조, 3위는 다름 아닌 온청선 소조였다.
온청선은 짧은 시간에 다시 놀라운 속도로 수많은 소조를 꺾고 3위에 등극했는데 그녀는 역시 우아한 봉황처럼 아름답고 고귀해 보였다.
4위부터도 학원 대회에서 꽤 유명한 소조들로 실력이 상당하였다.
실력이 막강한 소조가 계속 나타나 학원 대회의 물갈이는 아주 빠르게 진행되었는데 한때 명성이 자자했던 소조들은 금세 잊혔고 누군가 가끔 입에 올려도 대부분 신경조차 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중 목진이 이끄는 소조도 마찬가지였다. 한때, 16위권에 들었던 목진 소조는 어느새 순위권에서 사라져 대부분 기억도 하지 못했다. 다들 목진 등을 순위권에서 탈락한 다른 소조들과 같은 취급을 했다.
* * *
다들 16위권에 들려고 혈투를 벌이고 있을 때, 외진 산속 깊숙한 곳에서 갑자기 웅장한 영력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세 개의 산봉우리에서 웅장한 영력이 하늘 높이 솟아오르더니 사람 셋이 강력한 영력을 주위에 휘감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들은 영력난을 건너려고 수련 중이었던 서황, 조청삼과 모풍양이었는데 수련하기 전보다 영력이 몇 배는 강력해진 것이 영력난을 건너는 데 성공한 모양이었다.
이렇게 세 사람은 허공에 멈춰서서 마주 보며 활짝 웃었다.
쿵!
그때 뒤쪽에서 엄청난 소리가 들려 세 사람이 고개를 돌리자 거대한 폭포가 반으로 갈라지며 아래쪽 청석에 앉아 있던 소년의 체내에서 흑, 백이 섞인 영력이 솟구쳐 수백 장 정도의 영력 덮개를 형성했다. 영력 덮개의 위력으로 폭포가 잘린 것이다.
슉.
그러다 흑, 백이 섞인 영력 덮개가 갑자기 폭발하자 난폭한 영력이 순간 돌풍을 형성해 주위에 휘몰아쳤다.
돌풍은 폭포수를 싣고 폭우처럼 쏟아져 내렸는데 청석에 앉아 있던 소년이 드디어 서서히 눈을 떴다.
목진이 별빛 하늘을 담은 것 같은 두 눈으로 쏟아져 내리는 폭우를 보며 옷깃을 휘날리자 폭우는 바로 소년의 머리 위에 모여 거대한 물방울로 변하더니 한꺼번에 아래쪽 호수에 떨어져 백 장 정도의 파도가 일었다.
잇따라 목진은 하늘로 날아올라 체내의 웅장한 영력을 만끽하며 미소를 지었다. 영력난을 건너고 나니 체내의 영력이 확실히 전보다 훨씬 짙어졌다.
“영력난은 역시 다르군.”
말을 마친 목진은 아래쪽에 있는 숲을 보며 특이한 인법을 그렸는데 손바닥에서 푸른 빛의 덮개를 발사하더니 주위 수십 리 범위의 나무를 감쌌다.
잇따라 나무들은 파르르 떨며 뿌리째 뽑혔고 한 줄기 빛이 되어 목진 수중의 빛의 덮개로 향했다.
슈슉!
푸른빛은 전부 빛의 덮개로 들어갔고 그 속에 어렴풋이 푸른 숲이 보였다.
“종수결은 참 신기한 것 같아.”
목진은 푸른빛이 도는 빛의 덮개와 텅 빈 아래쪽 대지를 보더니 흠칫 놀랐다. 종수결은 공격성은 전혀 없었지만 목신경 못지않게 신비로웠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서황 등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에 목진은 그들을 보며 히쭉 웃더니 유적 대륙 중심 구역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들끓는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학원 대회의 마지막 단계가 드디어 시작되었군.”
목진이 주먹을 꽉 쥐며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