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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48화 (347/1,000)

348화. 소황(蕭皇)

허공에 떠 있던 목진은 체내에 요동치는 막강한 영력을 신속하게 거두고 서황 등을 보더니 만족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모두 영력난을 건너는 데 성공해 실력이 부쩍 늘었다.

한편, 서황 등도 이내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그들은 목진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유적 대륙에 들어온 몇 개월 동안, 이들의 실력은 엄청난 속도로 늘었는데 이는 대부분 목진 덕분이었다. 만약 목진과 낙리가 아니었으면 그들 소조는 벌써 학원 대회에서 탈락했을 것이다.

슉.

이때, 폭포 아래쪽에서 소름 끼칠 정도로 예리한 검광이 지나갔는데 이에 폭포가 찢어졌고 앞쪽 방대한 산맥에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깊숙한 흔적이 생겨났다.

그 후, 한 여인이 장발을 휘날리며 목진의 옆에 나타났는데 다름 아닌 낙리였다.

“영력난을 건넌 거야?”

낙리가 화색이 되어 목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에 목진은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는데 이번 수련을 마치고 나니 낙리 체내의 영력 파동이 보다 안정되어 있었다.

그건 낙리의 실력이 또 늘었다는 것인데 영력난 다음 단계는 바로 신백난 첫 단계였다.

“설마 신백난 첫 단계를 건넌 거야?”

목진의 질문에 서황 등도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낙리를 바라봤다. 낙리는 영력난의 실력으로 신백난 첫 단계의 고수를 상대할 수 있었는데 새로운 경지에 이르렀다면 신백난 두 번째 단계에 이른 고수를 상대할 실력을 갖추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낙리는 그저 묵묵히 웃기만 했다.

“상처가 이만저만이 아니군.”

목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도 수련 속도가 늦은 편이 아닌데 늘 낙리보다 조금 뒤처져 답답했다. 꼭 낙리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생각은 없지만 사내로서 좋아하는 여인보다는 실력이 뛰어나고 싶었다.

이때, 낙리가 생긋 웃으며 소년의 손을 잡아주자 목진은 금세 기분이 풀렸다.

“다들 엄청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거야.”

낙리도 유적 대륙의 중심 구역을 바라보며 말했다. 열흘 동안 산속에서 수련에만 집중했지만 어느 정도 예상할 수는 있었다. 학원 대회 마지막 단계가 절대 평화로울 리 없었다.

이에 목진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잠시 사색에 빠졌다. 학원 대회가 끝나가고는 있었지만 지금부터가 진정한 대결이었고 강자들 속에서 살아남아 8위권에 드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만, 어떤 상대를 만나든 목진은 두렵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기대되었다. 치열한 싸움의 세례를 받아야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강자가 되려면 두려움을 뛰어넘어야 한다.

“이제 우리도 갑시다. 학원 대회도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는데 우리가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면 체면이 말이 아니겠죠.”

목진이 기지개를 켜며 말하자 서황 등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떠납시다.”

목진 등은 바로 수련지를 떠나 중심 구역으로 향했다.

* * *

목진 등의 수련지와 아주 멀리 떨어진 골짜기에서 갑자기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

쿠쿵!

바위들만 놓여있어 황량한 곳에 갑자기 균열이 생겨 골짜기 입구까지 퍼져나갔고 균열 아래쪽에는 정연하게 놓인 오래된 돌계단이 보였다.

잠시 후, 발소리가 들리며 눈 깜짝할 사이에 다섯 명의 사람이 나타났다.

앞장선 두 사람은 훤칠하게 생긴 청년으로 튼실한 몸매에 기품이 남달랐고 그 뒤에는 새하얀 피부에 예쁘장한 여인이 미소를 지은 채 걸었다. 그리고 그녀 뒤에 또 두 사람이 그들을 따랐다.

어느덧 돌계단의 끝자락에 선 다섯 사람은 점차 닫히는 균열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마치 지옥에서 빠져나온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들은 바로 심창생이 이끄는 북창령원의 두 번째 소조였다!

“드디어 나왔어.”

심창생이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방긋 웃자 이현통도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원패를 소환했는데 16위권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학원 대회의 경쟁이 엄청 치열한가 봐. 점수가 상당히 높아.”

현재 학원 대회 1위인 희현이 이끄는 성령원 소조의 점수는 무려 13,000점으로 이현통마저도 엄청난 점수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희현의 실력이 상당하다고 들었어.”

심창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목진과의 원한도 꽤 깊은 것 같아.”

“그런 것 같아.”

소훤이 생긋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목진 등은 어떻게 됐을까? 16위권에서 그들을 보지 못한 것 같은데 절대 그럴 실력이 아니지 않나?”

“목진과 낙리가 있는 한 절대 평범하지 않을 거야.”

이현통의 말에 심창생이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 목진이야 상대하기 어렵긴 하지. 머지않아 만날 것 같은데 저들이 정말 운이 안 좋아 16위권에 들지 못했다고 하더라고 우리가 있잖아? 그럼 난 이번 기회에 북창령원 천방 1위를 되찾을 수도 있고 얼마나 좋아.”

“네가 아무리 황종(荒宗)에서 엄청난 기회를 얻었다고 해도 목진한테서 1위를 빼앗기는 쉽지 않을 거야.”

소훤이 피식 웃으며 말했지만 심창생은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그의 실력이 비록 폭등했지만 괴물 같은 목진을 이길 자신은 없었다.

“우리도 얼른 움직이자. 목진 등보다 먼저 16위권에 들어야지!”

말을 마친 심창생이 손을 휘두르더니 바로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가자.”

이현통도 고개를 끄덕이며 강력한 영력을 끌어올렸는데 주위에 있던 바위들이 순식간에 부서졌고 그도 귀신처럼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와 동시에, 소훤 등도 바로 심창생의 뒤를 따랐다. 영력 파동으로 보아 그들은 학원 대회에 참가했을 때보다 훨씬 강해졌다. 그들도 유적 대륙에서 수확이 상당했던 모양이었다.

* * *

수련지를 떠난 목진 등은 바로 유적 대륙의 중심 구역으로 향했는데 가는 길에 마주친 소조 중 대부분은 영력난을 건넌 조원이 적어도 세 명은 되었다. 육신난도 건너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러한 현실에 목진은 적잖게 놀랐다. 학원 대회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육신난을 건넌 사람이 몇 명 없었는데 지금은 반대로 육신난 밖에 건너지 못한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웠다.

목진 등은 수많은 소조를 마주쳤지만 아무도 감히 그들에게 덤비지 못했다. 다들 목진 등이 상대하기 어렵다는 걸 눈치채고 가까이하지 않은 탓이었다.

누군가 먼저 다가오면 기분 좋게 점수를 빼앗으려고 하였던 목진은 괜히 김이 빠졌고 점수를 얻으려면 전력을 다해 중심 구역으로 향하는 수밖에 없었다.

드넓은 유적 대륙의 중심 구역에는 분명 점수가 잔뜩 널려있을 것이다.

그렇게 사흘 정도 지나자 목진 등은 드디어 중심 구역 근처에 도착했는데 새로 들려온 소식에 화들짝 놀랐다.

온청선이 위험한 상황에 빠졌다는 것이었다.

온청선 등의 처지가 위험해졌다는 소식에 목진 등은 자못 놀랐다. 목진은 비록 온청선이 전력을 다해 공격하는 것을 보지는 못했지만, 한동안 협력한 관계로 그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목진이라도 그녀를 상대로 이길 자신이 없었다.

오만한 만봉령원의 봉황은 절세의 미모뿐만 아니라 천부적 재능과 실력도 뛰어났다.

목진의 예상대로라면 학원 대회에서 온청선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적었고 그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에 수소문한 결과 그 이름을 알아냈다.

그는 소황이란 사람이었다.

“소황이 누구야?”

서황 등도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중원맹의 첫 번째 우두머리의 이름이 소황이야.”

낙리가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중원맹이라…….”

서황 등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도 중원맹과 사이가 안 좋았는데 목신전 유적지에서 목진한테 호되게 당한 녀석들의 첫 번째 우두머리가 이렇게 대단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소황이 아무리 대단해도 온청선을 꼼짝 못 하게 할 정도는 아니지 않나? 학원 대회에 참석한 사람 중 그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어.”

목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온청선 뿐만 아니라 빈아, 낙아, 만봉령원의 다른 두 소조도 갇혔대.”

낙리가 목진을 힐끗 보며 말을 이어갔다.

“게다가 소황도 영진사로 영진에 대한 조예가 상당하대.”

“그래?”

목진은 흠칫하며 낙리를 바라봤다.

“그럼 장령원에서 묵어 등이 들고 있던 금령진을 막는 옥반은 소황이 만든 거겠군.”

말을 마친 목진은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옥반에 새겨진 영진이 상당히 교묘해 이를 만든 사람은 절대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온청선은 소황이 친 영진에 갇혀 꼼짝도 못 하는 것 같아.”

“소황이 영진 대가가 아닌 이상 온청선을 가둘 수는 없어. 다른 사람도 있다면 모를까…….”

온청선의 실력으로 영진을 벗어나려면 조금 어렵긴 하겠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다만, 영진에 만봉령원의 다른 조원들도 갇혀있어 움직이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머리 한번 잘 굴렸군.”

목진의 말에 낙리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황은 만봉령원의 다른 조원들을 이용해 온청선의 발목을 잡으려는 작정이었다. 일단 영진에 갇히면 사람이 많을수록 오히려 짐이 되는데 온청선은 절대 조원들을 버릴 수 없기에 영력이 다 할 때까지 버티는 중이었고 이것이 바로 소황이 원하는 바였다.

“온청선 등은 이미 영진에 사흘 동안 갇혔다는데 소황은 왜 여태껏 그녀들을 가두기만 하는지 모르겠어.”

낙리가 어리둥절해서 한 말에 목진은 인상을 찌푸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마 저들의 목표는 온청선 뿐만이 아닐 거야.”

이에 서황 등은 흠칫 놀라 물었다.

“그럼 설마…….”

목신전 유적지에서 목진은 매번 중원맹의 앞길을 가로막았고 그들이 원하는 바를 낚아챘으며 녀석들을 호되게 혼냈다. 소황이 정녕 중원맹의 첫 번째 우두머리라면 이 일을 절대 모르는 척 넘기지 않을 것이다.

중원맹에서 온청선 등을 노리는 것 외에 분명 목진 등한테도 원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소황이 온청선을 가두기만 한 것은 그녀의 실력이 막강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 우리가 구하러 오길 기다리고 있는 게 분명해요. 그것이야말로 일거양득 아닌가요?”

목진이 씨익 웃으며 서황 등을 바라봤다.

“그럼 넌 어떻게 하고 싶어?”

서황은 목진의 생각이 궁금했다.

목진은 한참 생각하더니 태연하게 답했다.

“우리가 나타나 주길 바라면 가야죠. 마침 점수가 필요하던 참이었는데 중원맹을 이용해서 크게 한 건 벌 수 있겠네요.”

목진은 이런 일을 피하고 싶지 않았다. 온청선을 도와 다시 1위로 올려주겠다는 약속과는 별개로 상대편의 치사한 속임수를 피할 생각이 없었다. 온청선과 소황은 학원 대회에서 유명 인사로 이 일은 이미 널리 퍼졌을 것이다.

“그러자!”

서황 등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중원맹에서 온청선 등마저 가뒀다는 것은 분명 위력이 상당한 영진을 쳤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몇 개월 동안 목진과 함께 온갖 고생 하며 소년이 성장하는 모습을 직접 본 서황 등은 그가 절대 중원맹 첫 번째 우두머리한테 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낙리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와 온청선도 꽤 가까운 사이인데 상대방이 위험한 상황에 빠졌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할 수는 없었다.

“그럼 갑시다!”

목진 등은 바로 유적 대륙의 중심 구역으로 향했다. 하루 동안 한시도 쉬지 않고 전력을 다해 달린 결과, 드디어 중심 구역에 들어섰다.

한편, 중심 구역은 아주 혼잡하였고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대부분 실력이 상당했는데 서로 경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러다 누군가 발끈하면 바로 엄청난 대전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하여 조그만 마찰에도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고 앞으로 나가아려면 반드시 상대를 꺾어야 했다. 이곳에서는 승자만 전진할 수 있었다.

목진 등의 앞길을 막는 소조도 있었는데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이들을 노렸지만 결국 목진 등의 사정없는 공격에 점수를 빼앗기고 말았다.

스스로 찾아오는 소조 덕분에 목진 소조는 하루 만에 2,000점도 넘게 얻었지만 16위권에 들려면 턱없이 부족했다. 16위권 사람들의 점수 변동은 하루에 5,000점도 넘었다.

그러다 이튿날이 되자 목진 등한테 덤비는 소조가 더는 없었다. 수많은 실패 끝에 드디어 목진 등은 상대하기 어려운 소조란 것을 깨달은 사람들은 탐욕스러운 눈빛을 거두고 그들 주위에 얼씬거리지 조차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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