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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50화 (349/1,000)

350화. 투진

“목진 조장, 결정했어?”

소황은 태연하게 목진을 바라보며 물었는데 예사롭지 않은 살기가 느껴졌다. 그는 지금 보여준 모습처럼 절대 상냥한 사람이 아니었다.

소황이 중원맹을 설립하고 묵어 등을 통솔할 수 있다는 것은 절대 상대가 쉬운 사람이 아니란 뜻이었다. 그런데 목진도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목진은 소황의 말에 무덤덤하게 웃으며 답했다.

“그건 소황 조장 뜻대로 안 될 것 같아. 그리고 빨리 영진을 거둬. 그러다 안에 갇힌 사람이 진짜 화라도 내면 넌 절대 감당 못 할 거야.”

목진의 말에 사람들은 흠칫하였다. 일단 목진이 영진을 뚫으면 온청선은 바로 소황에게 복수하러 달려들 것이다.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일을 해결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군.”

소황은 아쉬운 듯 한숨을 쉬고는 차가워진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목진도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들썩였는데 얼굴에 한기가 가득 서렸다.

“그럼 우리가 너를 이기고 직접 물건을 취해야겠네.”

그때 또 다른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려보니 소황 옆에 그와 비슷하게 생긴 단발 청년이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녀석도 절대 상대하기 쉬운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저 녀석은 소황의 남동생 소왕(蕭王)으로 영진은 전혀 모르지만 실력이 막강해서 신백난 첫 단계에 오른 사람을 쓰러뜨린 적도 있어. 절대 무시 못 할 상대야.”

사람들이 수군대는 말에 목진은 소왕을 힐끗 쳐다봤다.

“네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군.”

그때 낙리가 나서며 낙신검을 꽉 잡았는데 천지를 가를 듯 예리하기 그지없는 검의에 다들 깜짝 놀랐다.

소황과 소왕도 흠칫 놀랐다. 이들마저도 검의에서 위험한 파동을 느꼈는데 소녀는 목진보다 상대하기 더 어려워 보였다.

“목진 조장, 너도 영진사라고 들었는데 너와 내가 한 판 할래?”

소황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무슨 내기?”

“그냥 싸우는 건 천박하니까 온청선 등이 갇힌 박천진(縛天陣)을 뚫으면 너의 승리로 하고 난 저들을 전부 풀어줄 뿐만 아니라 너한테 2만 점을 선물로 줄게.”

소황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목진을 노려봤다.

“대신 네가 영진을 뚫지 못하면 그 물건을 나한테 넘겨. 어때, 내기할래?”

이에 사람들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온청선마저 갇힌 영진에 목진이 들어가 봐야 결과는 뻔했다. 일단 그가 영진 안으로 들어가면 그다음부터는 소황이 원하는 대로 될 것이다.

다만, 소황이 2만 점을 미끼로 내건 것은 놀라웠다. 그것만으로도 6위권에 들 수 있는 점수였다. 아마 그것은 중원맹의 전부일 수도 있었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목진한테 눈길을 돌렸다. 소년이 과연 소황과 내기를 할지 궁금했다.

“좋아, 내기하자!”

잠시 고민하는 척하던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서황을 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의 결정에 다들 적잖게 놀라 소년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들 좋은 구경이 난 듯 더 가까이 모여들었다.

간난신고를 겪고 간신히 이곳에 선 사람들은 소황이 엄청난 함정을 치고 목진이 뛰어들도록 협박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고 목진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를 잘 알 거라 여겼다. 그런데 목진은 결국 내기에 응했으니, 소년은 자기 실력에 대한 맹신이 엄청난 사람이거나 사람들이 모르는 엄청난 필살기를 숨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목진이 북창령원 소조의 조장이란 것만으로도 첫 번째 이유는 불가능했다. 북창령원에서는 절대 오만하기 그지없는 사람을 조장 자리에 앉히지 않는다.

실력이 영력난 밖에 안 되는 소년은 보기보다 무서운 사람인 듯했다.

“멍청한 녀석.”

멀리 떨어진 산봉우리에서 상황을 살피던 무영영이 이를 갈며 말했다. 그녀도 목진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가 일단 영진에 발을 들이면 소황의 손에 잡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온청선마저 갇힌 그곳에서 목진은 절대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벌써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반면, 무령은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소년을 바라봤다.

“목진과 몇 번 싸워봐서 잘 아는데 그가 뭘 하든 일단 나섰다는 것은 필승의 자신이 있다는 거야. 소황이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해도 목진을 쓰러뜨리기는 쉽지 않을 거야.”

“목진이 그렇게 대단해요?”

무영영이 입을 삐쭉 내밀며 물었다. 동년배 중에서 무령의 눈에 들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는 무령원 장로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는 천재들마저도 별로 개의치 않았다.

“허허, 목진이 어떤 사람인지는 너도 잘 알잖아? 넌 그저 인정하기 싫을 뿐이야.”

무령이 미소를 지으며 무영영을 바라봤다.

“그런데 난 왜 네가 목진을 일부러 비꼬는 것 같지? 혹시 녀석이 너한테 몹쓸 짓이라도 했어?”

이에 무영영은 순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럴 리가요, 함부로 넘겨짚지 말아요.”

“내가 목진을 높이 사긴 하지만 감히 내 동생을 괴롭힌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오라버니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어요.”

무령령은 무령을 노려보더니 이를 갈며 목진을 바라봤다. 이와 동시에, 목진의 답변을 들은 소황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목진 조장은 역시 패기가 넘치는군. 대단한 사람이야.”

이에 목진은 상대방을 힐끗 보더니 가볍게 웃었다.

“소황 조장이 엄청난 선물까지 준비했다는데 받지 않을 수 없지.”

“그거야 목진 조장한테 달렸지.”

소황은 씨익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말만 잘한다고 영진을 뚫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뒤돌아 낙리를 바라봤다. 소녀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조심해.”

목진은 결국 한 줄기 빛이 되어 산 정상에 있는 방대한 영진으로 향했다.

정상에 가까워져서야 영진의 웅장한 영력 파동을 느낀 목진은 저도 몰래 인상을 찌푸렸다. 영진은 소천검령진보다 위력이 더 강했는데 소황이 무슨 수로 이런 영진의 진도를 얻었는지 궁금했다.

슉.

목진은 바로 방대한 영진 안으로 뛰어들었는데 눈앞에 갑자기 안개가 자욱해졌다. 이는 영력이 한데 모여 형성한 영무로 절대 사라지지 않았고 방향 판단에 큰 영향을 끼쳤다.

목진은 영진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바로 멈춰 섰다. 영진사인 그는 영진 안에 들어가서 섣불리 행동하는 것이 오히려 해가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주위를 살폈다. 해당 영진은 공격형 영진이 아니라 구속형 영진인 것 같았다.

구속형 영진은 무언가를 가두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영진으로 공격력은 공격형 영진보다 못하지만 이를 뚫는 것은 더 어려웠다. 일단 구속형 영진에 갇히면 빠져나가기 위해 엄청난 힘을 쏟아부어야 하는데 일단 영력이 고갈되면 그대로 패배를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한편, 사람들은 방대한 영진에 들어간 목진이 꿈쩍도 안 하자 어리둥절했지만 소황은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목진은 역시 영진에 관한 조예가 남달랐다. 다만, 그도 자신만만했기에 목진이 자신을 이길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허허, 목진 조장, 이 영진은 박천진으로 공격형 영진은 아니지만 일단 갇히면 영력이 닳기 전에 빠져나오기는 거의 불가능해. 그러니까 영진을 뚫지 못할 것 같으면 바로 물건을 넘겨. 그럼 바로 너희를 풀어줄게.”

소황의 소리는 주위에 퍼졌고 영진에도 전해졌으나 목진은 이를 무시하고 고개를 들어 영진을 관찰했다. 이곳에 들어온 뒤로 몸이 무거워진 것이 꼭 산 한 채를 등에 업은 것 같았고 체내의 영력이 신속하게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박천진이라…… 이름 한번 거창하군.”

목진은 중얼거리며 조금씩 전진했다.

사람들은 잔뜩 긴장하여 목진을 지켜봤고 소황은 미소를 지었다. 영진 깊숙이 들어갈수록 몸은 더 무거워질 것이고 영력은 더 빨리 소실될 것이다. 그가 친 영진은 절대 목진이 생각한 것처럼 단순하지 않았다.

“내 영진을 뚫으려 하다니, 꿈도 야무지지.”

소황은 중얼거리며 목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어느덧 수백 보 정도 걸은 목진은 다시 멈춰 서서 빛의 무늬가 가득 새겨진 복잡한 영진을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해당 영진의 무늬는 뭔가 달랐다.

목진은 갑자기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외부와 자신을 차단하자 마음 깊숙한 곳의 신비로운 눈이 서서히 열렸다.

심안이었다.

심안을 연 목진은 눈을 감고도 주변 환경이 훤히 보였는데 오히려 전보다 더 잘 보였다. 심안 상태에서는 그윽한 영무도 전부 사라졌기에 목진은 복잡한 영진 무늬를 조금씩 분해하고 분석하였다.

그 결과, 목진 앞쪽에 공격 영진 두 개가 숨어있었고 박천진보다는 위력이 못했지만 자칫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었다.

교활한 녀석, 영진 속에 또 다른 영진을 숨기다니!

“영진 속에 또 다른 영진이 있단 말인가…….”

목진은 피식 웃더니 천천히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

목진이 갑자기 멈춰서자 흠칫했던 소황은 다시 화색이 되었다.

쿵!

그때 영진에 갑자기 영광이 번쩍이더니 그윽한 영무 속에 두 영진이 조용히 형태를 드러냈다.

두 개의 영진은 영무에 숨어있어 목진에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지켜보는 사람들은 똑똑히 보였다. 소황이 목진을 잡기 위해 참 교활하고 지독한 방법을 사용했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영진 속에 또 다른 영진을 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 영진에 관한 조예에 다들 놀랐다.

쿵!

영무 속에 숨어있던 영진은 준비를 마치고 목진한테 무서운 공격을 하려고 했다.

슉!

그런데 그때, 기의 회오리 두 갈래가 쏜살같이 날아가 두 영진을 공격했는데 공격한 위치가 마침 영진의 가장 취약한 곳이었다.

쿵!

두 개의 영진은 바로 움직임을 멈췄고 빠르게 균열이 일더니 완전히 폭발하였다. 영력 폭풍이 일어 그윽한 영무를 조금이나마 물리쳤다.

화색이 되었던 소황은 표정이 바로 일그러졌다.

사람들이 영진 속을 바라보니 목진은 아직 두 손을 벌린 자세를 취하고 있었고 손끝에 영력의 빛이 번쩍였다. 두 개의 공격형 영진을 공격한 기의 회오리는 바로 목진이 쏜 것이었다.

“소황의 숨긴 수까지 알아냈다니, 대단하군.”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 영진에 갇혔다면 분명 숨겨진 영진에 공격당해 중상을 입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목진은 적당한 시기에 나서서 영무 속에 숨어있는 두 공격형 영진을 부쉈다. 다들 소년의 능력과 수법에 감탄했다.

목진과 소황의 대결에서 현재까지는 목진이 우세를 차지했다.

그때 목진이 서서히 고개를 들더니 영진 밖에 있는 소황을 보며 담담하게 웃었다.

“네 영진이 대성하려면 아직은 많이 노력해야겠어.”

이에 소황은 바로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목진을 쏘아보며 씨익 웃었다.

“그런 말을 하기에는 너무 이른 것 같지 않아? 일단 박천진부터 뚫지 그래.”

목진도 무덤덤하게 웃더니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방금 부순 영진은 소황이 숨겨둔 살수로 진정한 골칫덩어리는 다름아닌 박천진이었다.

만약 이 영진을 뚫지 못하면 목진도 여기서 나가지 못할 것이고 체내의 영력이 전부 사라지면 소황이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그때 목진이 고개를 들어 방대한 영진을 살폈는데 눈부신 빛을 발하는 무늬가 너무 복잡해 그마저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박천진은 아주 오묘하였다. 영진의 가장 중요한 곳은 곧 중추인데 목진이 심안으로 살펴봐도 그 위치를 알아내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이런 등급의 영진은 중추를 파괴하지 못하면 아무리 온청선이라도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뚫고 나갈 수 있었다.

그러다 목진은 눈을 깜빡였는데 두 눈에 갑자기 밝은 빛이 모이더니 검은 눈동자가 투명해졌다. 그것은 세상의 어떠한 영무도 꿰뚫어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심안이란 말인가?”

목진의 투명해진 눈에 소황도 흠칫 놀랐다. 그는 그제야 소년이 영무 속에 숨은 공격형 영진을 발견한 이유를 알았다.

영진사인 소황은 심안 상태의 위력을 잘 알았다. 그도 잠시 심안을 연 적 있었지만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는데 자기보다 어린 목진은 자유자재로 심안을 열 수 있다니 질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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