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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51화 (350/1,000)

351화. 실수

“영진의 중추를 찾아 파괴하려나 보지?”

말을 마친 소황이 피식 웃더니 갑자기 인법을 바꿨다.

위잉.

이에 영진이 갑자기 눈부신 영광을 비추더니 그 속에 깃든 영력이 진득해져 미친 듯이 목진 주위를 맴돌았다.

진득한 영력이 빠르게 회전하자 목진이 심안으로 중추를 찾는 데에 적잖게 방해가 되었다. 게다가 체내의 영력마저 육신을 뚫고 나갈 기미가 보였다. 소황이 박천진을 완전히 소환한 것이다.

“나와 제대로 싸워보고 싶은 것 같은데 끝까지 상대해주지.”

소황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쏘아보며 말했다.

쿠쿵!

방대한 영진에서 눈부신 빛이 발했고 복잡하기 그지없는 영진 무늬가 오묘한 궤적을 그리며 형성한 무서운 파동에 사람들은 안색이 한껏 어두워졌다. 이 정도 영진이라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더니 체내의 영력이 새어나가는 것을 무시하고 더 맑고 그윽해진 눈으로 영진 무늬를 관찰했다.

진득한 영력의 강력한 흡착력으로 목진 체내의 영력은 부단히 밖으로 빠져나왔고 영진은 이를 바로 흡수해 더 눈부신 빛을 발했다. 영력 파동도 점차 강해졌다.

서황 등은 목진 체내의 영력이 너무 빨리 유실되는 것이 걱정되었다. 이러다가는 얼마 못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것이다.

낙리는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이었지만 낙신검을 쥔 손을 보면 서황 등과 같은 마음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소황은 전에 상대했던 사람들과 전혀 다른 등급이었다.

한편, 목진은 제자리에 서서 맑고 투명한 두 눈으로 영진을 살피는 데만 집중했다.

영진에 영력 파동이 가장 짙은 곳이 두 군데 있는데 그중 한 곳은 목진이 서 있는 곳이고 다른 곳은 더 깊숙한 곳으로 그곳 영무는 더 진득해 영진 밖에 있는 사람들마저 볼 수 없었다. 아마 온청선 등은 그곳에 갇혀있을 것이다.

“영진의 중추를 일부러 감췄단 말인가…….”

목진은 심안을 열었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소황이 특수한 수법으로 영진 중추를 숨긴 것에 놀랐을 뿐이다. 이리되면 아무리 목진이라도 바로 중추를 찾아낼 수는 없었다.

이때, 목진이 손가락을 튕기자 영인들이 갑자기 나타나 주위 공기에 스며들더니 수십 장 정도의 광진이 나타났고 목진 주위가 흐릿해지더니 완벽하게 가려졌다.

“뭐지?”

소황은 흠칫하며 목진이 박천진 속에 따로 영진을 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영진의 등급은 높지 않아 위력이 평범했는데 일정한 방어 효과가 있어 주위를 감싸 체내의 영력이 유실되는 속도를 늦출 수 있었다.

“그런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아? 꿈도 야무지지. 박천진은 무려 오급 조합 진도라고.”

소황이 씨익 웃으며 옷깃을 휘날리자 방대한 영진에 맴돌던 웅장한 영력이 미친 듯이 모여 거대한 영력 이무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입을 쩍 벌려 목진이 친 영진 속 영력을 흡수했다.

이에 목진의 호신 영진은 빠르게 와해되었다.

목진이 황급히 친 영진으로는 절대 소황의 박천진을 막을 수 없었다.

서황 등은 잔뜩 긴장하며 목진을 바라봤고 무영영도 주먹을 꽉 쥔 채 지켜보았다.

퍽! 퍽!

목진 주위를 감쌌던 영진이 어느덧 한계치에 이르자 소황의 얼굴에 걸린 미소가 점차 사악해졌다.

“넌 여기까지야.”

말을 마친 소황이 주먹을 꽉 쥐자 영력 이무기가 영진의 영력을 전부 흡수하였다. 영력을 잃은 영진은 맥없이 부서졌고 목진은 다시 사람들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소년은 여전히 태연하게 제자리에 서 있었는데 맑고 투명한 눈동자가 더없이 신비롭고 그윽해 보였다.

“더 버틸 수 있겠어?”

소황이 피식 웃으며 묻자 목진은 고개를 들어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소년의 표정에 소황은 왠지 불안해졌다.

“그렇게 궁금하다면 나도 영진으로 너의 영진을 뚫어줄게.”

말을 마친 목진이 옷깃을 휘날리자 웅장한 영광이 솟구쳤는데 수많은 영인이 나비처럼 날아올랐다.

엄청난 양의 영인에 다들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잇따라 영인들은 무서운 속도로 목진 주위의 공기에 스며들더니 놀라운 영력 파동이 일어 거대한 영력 이무기마저 뒤로 물러났다.

어느덧 목진 주위 수백 장이 영광으로 넘쳤고 그 앞쪽에 거대한 영진이 나타났다. 그 속에는 거대한 흑련 두 송이가 서서히 회전하며 무서운 파동을 내뿜고 있었다.

요련도영진이었다.

“오급 영진도 아닌 것으로 내 영진을 뚫겠단 말이야?”

소황은 흑련 영진이 못마땅한 듯 쳐다보며 말했다.

“하나로 안 되면 더 치면 되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똑같은 흑련 영진이 목진의 오른쪽에 나타났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영진을 두 개나 치다니!”

영진사가 영진을 치려면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데 목진은 짧은 시간 안에 바로 요련도영진을 두 개나 쳤으니, 그 속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소황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목진이 소황을 바라보며 미소 지으며 다시 허공에 손을 튕기자 뒤쪽에 세 번째 요련도영진이 나타났다.

세 개의 요련도영진은 눈부신 빛을 발하며 목진 주위에서 무서운 영력 파동을 내뿜었고 이에 진득한 영무마저 물러났다. 목진은 박천진 속에 그만의 땅을 개척한 것이다.

사람들은 엄청난 속도로 위력이 상당한 영진을 세 개나 친 목진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소황도 음침한 눈빛으로 요련도영진의 보호를 받는 목진을 노려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영진을 친다고 박천진을 뚫을 수 있을 것 같아? 설마 영진의 등급 차이를 양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소황은 목진의 능력에 조금 놀랐지만 당황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세 개의 요련도영진의 위력이 상당하긴 하나 박천진을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시도해 보지도 않고 단정 지으면 안 되지.”

“과연 가능할까?”

말을 마친 소황이 인법을 바꾸자 방대한 영진은 영광을 내뿜더니 거대한 영력 이무기들을 잔뜩 몰고 나타나 입을 쩍 벌리고 요련도영진의 영력을 미친 듯이 흡입했다.

전처럼 영력을 전부 흡수하면 아무리 강한 영진이라도 부서질 거라 여겼다.

이때, 목진이 허공에 손가락을 튕기자 “위잉”하는 소리와 함께 요련도영진들이 회전하며 난폭하고 무서운 영력 파동을 일으켰다.

“공격하라!”

이에 흑련은 흑광으로 변해 세 방향으로 향했는데 눈부신 영광을 발하는 세 곳은 사실 허상이라 분명 소황이 무언가를 감추려고 만든 거라 여겼다. 목진의 추측대로라면 이 세 점 중에 바로 박천진의 중추가 있을 텐데 소황이 일부러 혼선을 주려고 한 짓이 분명했다.

목진은 세 곳 중에서 진정한 중추를 찾을 수 없었기에 한꺼번에 공격한 것이다.

소황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애써 감춘 영력 중추를 목진이 찾아낸 것이다. 그는 역시 상대하기 까다로운 존재였고 심안 상태 역시 무서웠다.

“그래도 내 중추를 파괴하기란 쉽지만 않을 거야!”

소황이 이내 정색하여 옷깃을 휘날리자 거대한 영력 이무기들이 포효하며 날아가 흑광을 막았다.

쿠쿵!

영력 이무기들과 흑광이 부딪치자 난폭한 영력 충격파가 휘몰아쳤고 흑광에 깃든 영력이 빠르게 사라졌다. 쌍련 형태의 요련도영진의 위력이 상당하긴 하지만 오급 조합 영진인 박천진과 비교하면 차이가 꽤 나는 편이었다.

“폭발하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흑련을 바라보던 목진이 주먹을 꽉 쥐자 흑련 여섯 송이에 빛의 균열이 생기더니 점차 퍼져나가 눈부신 빛을 발하며 폭발하였다.

퍽! 퍽!

영력 돌풍이 휘몰아치자 거대한 영력 이무기들이 바로 부서졌다.

소황은 점차 화가 치밀어올랐다. 목진이 박천진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 않았고 밀어붙이는 공격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 목진이 진짜 중추를 파괴하기라도 하면 영진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고 자칫 잘못하면 이대로 부서질 수도 있었다.

이에 더는 지켜보고 있을 수 없던 소황이 황급히 인법을 바꾸자 거대한 영력 이무기들이 한데 모여 꼬리에 꼬리를 물고 커다란 원을 그리며 영광을 발산하였다.

쿵!

폭발한 흑련은 무서운 충격파를 싣고 영력 이무기들이 만든 거대한 원과 부딪쳤다.

그 영력 폭풍에 산 전체가 흔들렸다.

그때 목진은 흑, 백이 섞인 영력을 끌어올려 거대한 원을 부수려 하였다.

“흥.”

소황도 자리에서 일어나 기합을 넣었는데 박천진에서 엄청난 소리가 나더니 그윽했던 영무가 전부 목진에게로 향했다.

소황은 박천진의 모든 힘을 동원해 목진을 잡으려 하였다!

퍽! 퍽!

이에 흑련의 공격은 더는 효과를 보지 못했고 미친 듯이 몰려오는 영무에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누군가 안타까워하며 한숨을 쉬었다. 목진이 아무리 위력이 상당한 영진을 쳤다고 해도 소황의 박천진을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서황 등도 손에 땀을 쥐며 지켜보았고 낙리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목진이 곧 무너질 것 같아요.”

무영영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무령은 영진 속을 한참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만 했다.

쿵!

웅장한 영력이 휘몰아치자 요련도영진은 결국 폭발하였고 목진은 몸을 격렬하게 떨며 뒤로 십수 보 물러났다. 이어 체내의 영력이 무질서해졌다.

“그따위 실력으로 내 박천진을 뚫으려고 했어? 너무 멍청한 거 아니야?”

소황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과연 그럴까?”

그런데 목진은 고개를 들더니 괴이하게 웃었다.

위잉!

그때 목진 주위에서 갑자기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십수 장 정도의 영진이 나타났다. 영진의 등급은 높지 않았지만, 그 양이 어마어마했다. 빠르게 퍼져나간 영진은 자그마한 감옥처럼 박천진의 웅장한 영력들을 가뒀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영진의 영무는 전부 소형 영진이 만든 감옥에 갇혔다.

“제법이군!”

관전하던 사람들의 눈이 번쩍 뜨였다.

세 개의 요련도영진은 소황이 박천진의 모든 영력을 끌어오게 하려는 미끼였고 목진은 몰래 소형 영진을 쳐 영력을 구속하려 한 것이다. 소형 영진은 공격형 영진이 아니라 큰 피해를 줄 수는 없지만 이를 이용해 영력을 가두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두 눈이 휘둥그레져 이를 지켜보던 소황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 이를 갈며 말했다.

“그런다고 박천진의 영력을 소모할 수 있을 것 같아? 꿈 깨!”

말을 마친 소황이 옷깃을 휘날리자 감옥에 갇힌 영력이 난폭해져 미친 듯이 소형 영진을 공격했다. 상태를 보니 소형 영진은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허허허.”

그런데 목진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오히려 웃으며 소황을 노려봤다.

“난 처음부터 박천진을 뚫으려고 소형 영진을 친 게 아니었어. 그런데 너야말로 나한테만 집중하는 거 아니야?”

목진은 영진의 깊숙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에 안색이 확 어두워진 소황은 식은땀이 쫙 흘렀다. 박천진의 영력은 지금 대부분 소형 영진이 만든 감옥에 갇혔고 영진 깊숙한 곳의 영무도 희미해져 있었다. 그 사이로 황금색 갑옷을 입고 황금색 장창을 쥔 절세의 미녀가 점차 사람들 눈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에는 살기가 가득했는데 그녀는 다름 아닌 온청선이었다!

온청선이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은 흠칫 놀랐다. 영력 광문이 뱀처럼 그녀의 온몸을 휘감고 있어 꼼짝 못 했던 것이었는데, 밝게 비추던 광문이 지금은 꽤 어두워져 있었다.

온청선 뒤로 예쁘장하게 생긴 소녀가 열 명 남짓하게 있었는데 모두 함께 영진에 갇힌 만봉령원의 소조 조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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