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2화. 구출
사람들은 빛이 어두워진 영력 광문을 보더니 그제야 목진의 의도를 파악했다. 그는 소황이 영진의 모든 힘을 자기한테 사용하게 하려고 여태껏 애썼던 것이었다.
영진에 갇힌 것은 목진 뿐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소황은 목진을 상대하느라 그녀들을 가두려면 영진의 힘을 전부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잠시 깜빡한 것이다.
한때 학원 대회 1위였고 현재 3위인 온청선의 실력은 현재 1위인 희현이라도 감히 무시하지 못했다. 이번에 그녀가 박천진에 갇힌 이유는 조원들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소황 따위는 절대 온청선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때문에 온청선이 일단 구속에서 풀려나면 소황은 불리해질 것이고 목진이 노린 것도 바로 이것이었다.
“젠장!”
목진의 속셈을 알아챈 소황은 잔뜩 화가 났다. 소년 때문에 모든 계획이 순식간에 뒤틀렸다.
그는 온청선의 눈빛에서 살기를 느꼈다.
이에 소황은 두 눈을 부릅뜨고 목진을 노려보더니 인법을 바꿔 다시 박천진의 힘으로 온청선을 묶어두려고 하였다. 그녀에 비하면 목진은 상대하기 훨씬 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진의 영력은 대부분 목진의 소형 영진 안에 구속되어 바로 사용할 수 없었다.
그때 온청선의 몸에서 눈부신 금광이 비치더니 체내에서 봉황의 맑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와 동시에, 온청선의 몸을 감싸고 있던 광문도 빠르게 사라졌다.
소황은 안색이 한껏 어두워진 채 인법을 바꿔 소형 영진에 갇힌 영력을 끌어내려고 애를 썼다. 온청선이 완전히 영진의 구속에서 풀려나기 전에 다시 영진의 영력으로 구속해야만 했다.
쿠쿵!
하지만 어렵게 가둔 박천진의 힘을 쉽게 풀어줄 목진이 아니었으니, 소년은 피식 웃으며 소형 영진에 영력을 불어넣어 최대한 시간을 끌었다. 일단 온청선 등이 풀려나면 목진은 더는 소황한테 위협받을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렇게 두 사람은 각자 영력을 끌어올려 대치했는데 소황의 상태가 점차 나빠졌다.
“소왕!”
온청선을 묶어둔 영력 광문이 거의 사라지자 소황은 드디어 참지 못하고 동생을 불렀다.
이에 소왕은 바로 빨간색 우각궁(牛角弓)을 꺼내 불이 활활 타오르는 화살로 목진을 겨눴다. 그 속에서 뜨겁고 예사롭지 않은 영력 파동이 퍼져 공간을 가를 것만 같았다.
슉!
그런데 그때, 예리하기 그지없는 검광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니 한데 모여 검영을 형성해 소왕을 공격했다.
검영은 공기마저 반으로 가르며 파죽지세로 내리꽂혔다.
소왕도 깜짝 놀라 바로 뒤로 물러나 검영을 향해 활을 당겼는데 난폭한 영력을 실은 빨간색 화살이 포효하며 날아가 검영과 부딪쳐 무서운 충격파를 형성했다. 이에 주위의 산맥이 휘청였고 바닥에는 커다란 균열이 생겼다.
어느새 다시 잠잠해지자 소왕은 조금 어두워진 얼굴로 고개를 들어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아름다운 소녀를 바라봤다. 파문이 인 장검을 쥔 소녀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규칙상 너는 나서면 안 돼.”
낙리가 소왕을 노려보며 말했다.
“내가 나서든 말든 네가 상관할 바는 아니야.”
소왕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낙리의 절세의 미모에 대부분의 사내는 설레겠지만 소왕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는 여전히 불이 활활 타오르는 빨간색 우각궁을 꽉 잡고 낙리를 쏘아봤다. 우각궁도 위력이 상당한 영기인 것 같았다.
그런데 낙리는 더는 상대방과 말을 섞지 않고 낙신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러자 강력한 영력 파동이 주위에 퍼졌고 낙신검에 물결 같은 무늬가 나타나 검의 끝에 검기가 모이기 시작했다.
낙리가 내뿜는 엄청난 영력 파동에 사람들은 흠칫 놀랐다.
소왕도 눈가가 파르르 떨리더니 감히 나서지 못했다. 그 역시 낙리한테서 위험한 파동을 느꼈기에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소녀는 절세의 미모 외에도 대단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역시 낙왕이야.”
멀리 떨어진 산봉우리에 서 있는 무령이 감탄하였다. 그마저도 피부가 찌릿찌릿했고 주위에 날카롭기 그지없는 검기가 맴돌았다.
“대단하군.”
무영영이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그녀는 비록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지만 낙리처럼 출중한 사람을 상대로 억지를 부리지는 않았다.
“허허, 영로 종점에서 낙리가 기어코 희현을 상대하지만 않았더라면 영관자는 온청선이 아니었을 수도 있었어.”
무령이 히쭉 웃으며 말했다.
“낙리는 비범한 여인이야. 그는 분명 대천세계에서 대성할 거야. 목진은 정말 사람 보는 눈이 있어.”
아무리 무령이라도 목진이 부러운 눈치였다. 낙리나 온청선 정도면 상당히 훌륭한 여인이었다.
“누군가는 꼭 분수를 모르고 저렇게 훌륭한 여인과 잘해보려고 애를 쓰죠.”
무영영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목진은 네가 그런 말을 할 정도로 형편없는 사람이 아니야.”
무령은 담담하게 웃으며 영진에 갇힌 소년을 바라봤다.
“희현마저 경계하게 만드는 사람이 평범할 리 있을까? 그런데 누구 하나 죽지 않으면 안 되는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이번 싸움에서는 과연 누가 승리할까? 희현을 상대하려면 쉽지 않을 텐데 말이야.”
무령은 보기 드물 정도로 진지하고 엄숙하게 말했다.
쿠쿵!
난폭하기 그지없는 영력이 소형 영진에서 폭풍처럼 휘몰아치자 그 충격에 균열이 점차 많아졌다. 소형 영진은 등급이 워낙 낮아 난폭한 영력 충격에 오래 견디기 힘들었다.
목진도 이 점을 알아 온청선 등이 빠져나올 때까지 시간을 최대한 오래 끌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파괴하라!”
소황이 한껏 일그러진 얼굴로 인법을 바꾸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소형 영진들이 부서졌고 웅장한 영력이 다시 한데 모였다.
꽈르릉.
무서운 양의 영력이 모이자 목진도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오급 조합 영진은 역시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목진은 목표를 달성했다.
영진의 깊숙한 곳에 갇혔던 온청선이 황금색 장창을 들고 힘껏 발을 구르자 몸을 감쌌던 영력 광문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녀의 영력 파동은 다시 폭등했고 신속하게 빈아, 낙아 등을 구하러 갔다.
퍽! 퍽!
금광이 번쩍이자 소녀들은 아예 영진 밖으로 튕겨 나갔다.
“젠장!”
소황은 붉으락푸르락해진 얼굴로 목진을 노려보더니 옷깃을 휘날렸다. 이에 온청선을 다시 가두려던 난폭한 영력이 거대한 영력 이무기 십수 마리로 변해 빠르게 목진에게 향했다.
온청선이 영진의 구속에서 벗어났으니 목진을 인질로 삼으면 그만이었다!
소황이 목표를 바꾼 것을 발견하자 목진은 바로 서룡마창을 소환해 힘껏 내던졌는데 한 마리의 마룡이 되어 영력 이무기와 맞섰다.
퍽! 퍽!
놀라운 영력 파동이 퍼지며 서룡마창을 다시 돌려받은 목진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뒤로 물러났다. 이번 공격은 박천진의 모든 힘을 끌어모은 거라 아무리 목진이라도 휘청일 수밖에 없었다.
그때 뒤쪽에서 익숙한 향기가 나더니 누군가의 손이 등에 닿아 충격을 막아주는 것이 느껴졌다.
목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온청선의 아름다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내가 너를 구하러 왔는데 왜 이렇게 됐지?”
온청선은 그제야 피식 웃으며 소년을 노려봤지만 눈빛은 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
“이번엔 고마웠어.”
한참 고민하던 온청선은 조금 상기된 얼굴로 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온청선이 이토록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다니 목진은 멍하니 소녀를 바라봤다. 언제나 고귀한 봉황처럼 오만한 자태를 뽐내는 그녀는 특히 이성과 있을 때는 더욱 그 기세에 밀리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이에 지금 같은 온청선의 모습은 무척 어색했다. 그런데 소녀는 곧바로 목진이 알고 있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 정도 실력밖에 안 되면서 왜 영진에 뛰어든 거야? 그러다 죽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이에 목진은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구하러 와도 말을 이따위로 하는 온청선을 다시 영진에 가두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그런 목진의 표정에 온청선은 더욱 활짝 웃었고 바로 소황한테 고개를 돌렸다.
소황은 온청선의 한기 어린 눈빛에 순간 소름이 끼쳤다.
영진 밖에 있는 사람들은 소황 등이 가여워졌다. 온청선이 간신히 화를 참고 있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목진아, 지금부터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온청선이 조용히 말을 건넸다.
목진은 소녀의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졌지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이 영진을 뚫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야. 그리고 네가 뚫는다고 해도 영력소모가 엄청날 거야. 그러니까 넌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상대할 준비를 하고, 이 일은 나한테 맡겨.”
소황 등의 실력은 상당했지만 감히 온청선을 가둘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랬다는 것은 숨겨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었다.
목진의 말에 온청선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생각했다. 목진도 영진사이긴 하나 소황의 박천진은 그녀라도 일정한 대가를 치러야만 뚫을 수 있었다. 목진이 영진을 해결하기는 절대 쉽지 않을 것이고, 그러다 영진을 뚫지 못하면 수많은 사람 앞에서 망신을 당할 것이다. 온청선은 목진이 그러길 원치 않았다.
“네가 내 체면까지 걱정해줄 줄은 몰랐네?”
온청선의 생각을 꿰뚫은 목진은 웃으며 먼 곳에 있는 소황을 바라봤다.
“걱정하지 마. 내가 이렇게 말한 데는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거야. 박천진의 위력이 상당하긴 하지만 나를 가둘 정도까지는 아니야.”
“네가 죽든 말든 내가 알 게 뭐야!”
목진의 미소에 살짝 설렌 온청선은 바로 눈길을 피하며 말했다.
“남자들이란 잘난 척이 너무 심해. 여기까지 와서 나를 도와주겠다는데 너한테 맡겨야지 별수 있을까? 대신 빨리 해결해줘, 한시라도 빨리 소황을 때려주고 싶으니까.”
온청선이 손을 휙 저으며 말하자 목진은 피식 웃더니 앞으로 나아가 소황을 바라봤다.
“온청선을 곁에 둬서 든든해졌나 봐?”
목진의 의도를 파악한 소황이 씨익 웃으며 물었다.
“2만 점이 탐났을 뿐이야.”
목진이 무덤덤하게 웃으며 답했다.
“네가 그 점수를 취할 자격이 있을지 모르겠네?”
소황은 목진 뒤에 서 있는 온청선을 잔뜩 경계하며 말했다.
“그냥 둘이 함께 나서. 너 혼자서 영진을 뚫는 건 불가능해.”
“무서우면 그렇다고 해. 왜 말을 그렇게 어렵게 할까? 그리고 네가 친 영진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 걱정하지 마.”
“큰소리는 잘 치지. 네가 과연 그 정도로 능력이 있는지 지켜보겠어.”
만약 목진이 온청선과 함께 나서면 아무리 박천진이라도 두 사람을 가두지는 못할 텐데 소년은 멍청하게 혼자 나서겠다고 했다. 이보다 더 다행일 수는 없었다.
그러다 소황이 목진을 잡기라도 하면 전세는 다시 그한테 기울 것이다.
이에 목진은 피식 웃었다. 그는 소황의 생각이 훤히 보였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뇌신체를 소환하였다.
강력하기 그지없는 힘의 파동이 목진의 체내에서 솟구쳤다.
검은색 뇌광은 점차 그윽해져 뇌장처럼 목진의 피부 표면에 흘렀는데 소년은 벼락의 신처럼 용맹해 보였다.
목진한테서 느껴지는 강력한 파동에 소황은 바로 인법을 바꿔 박천진의 웅장한 영력을 거대한 영력 이무기로 만들어 공격을 개시했다.
그때 목진은 고개를 들고 발을 힘껏 굴렀는데 지면에 빠르게 균열이 생겨났고 묵직한 힘에 산 전체가 휘청거렸다.
쿵!
목진은 귀신같이 하늘로 날아올랐고 검은색 뇌광은 피부 표면에서 미친 듯이 번쩍였으며 흑, 백이 섞인 영력이 주위를 감쌌다.
목진이 영력난을 건너자 체내의 영력이 배로 폭등하였고 영력과 육체가 서로 작용하며 폭발한 힘은 신백난 첫 단계를 건넌 고수라도 상대하기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