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3화. 숨겨둔 필살기
목진은 힘을 한껏 끌어올린 채 영진의 특정된 곳으로 향했는데 이는 그가 의심했던 세 곳 중 하나였다.
영진사인 목진은 강제로 영진을 뚫는 것은 가장 멍청한 방법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중추를 찾아야지만 영진을 쉽게 뚫을 수 있었다.
“내 영진 중추를 파괴하려 하다니, 꿈 깨!”
소황이 피식 웃으며 옷깃을 휘날리자 백 장 정도 되는 영력 이무기 십수 마리가 공기를 가르며 사정없이 목진을 공격했다.
쿵!
목진이 주먹을 휘두르자 웅장한 영력을 실은 검은색 뇌광이 공기를 가르며 영력 이무기의 몸을 때렸다.
퍽! 퍽!
뇌광이 스쳐 지나가자 영력 이무기들은 금세 부서졌지만 곧바로 새로운 형태를 갖춰 다시 공격을 개시했다.
쿵!
뇌광과 이무기가 끊임없이 부딪쳐 형성한 무서운 충격파에 산 전체가 격렬하게 떨렸다.
이러한 광경에 온청선은 미간을 찌푸렸다. 소황은 박천진의 영력을 움직일 수 있어 소모전이 전혀 두렵지 않지만 목진은 왜 이렇게 무턱대고 공격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건 목진한테 좋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소황도 태연한 자태로 목진이 영력 이무기들을 부수는 것을 보고 씨익 웃었다. 계속 이러고만 있으면 목진은 반드시 패할 것이다.
“슬슬 난이도를 올려 볼까?”
소황이 손가락을 튕기자 다른 방향에서 영력 이무기 수십 마리가 더 나타나 목진에게 향했다.
쿵!
그런데 목진은 전혀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는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둘렀는데 수십 마리의 영력 이무기와 부딪쳐 생긴 영력 충격파에 뒤로 멀리 튕겨 나갔고 체내의 영력 파동마저 무질서해졌다.
이에 서황 등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주제도 모르는 녀석!”
소황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슉!
그런데 뒤로 튕겨 나갔던 목진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영진의 서쪽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그쪽에 영광이 그윽하였고 눈부신 영광 속에 무언가 숨겨져 있었다.
소황은 그곳에 진짜 영진 중추가 있다는 것을 목진이 알 줄 몰랐다. 일전에 목진은 일부러 다른 곳을 공격한 것이다.
슉!
소황은 황급히 영진의 힘을 움직여 목진의 뒤를 쫓았다. 그러나 먼저 도착한 목진은 대서미마주를 소환해 있는 힘껏 휘둘렀다.
소황은 순간 사색이 되었다.
“같은 이유로 두 번씩이나 당하다니, 너도 어지간히 멍청한 게 아니구나.”
목진이 마주를 휘두르며 말을 전했다.
“2만 점은 내가 가져야 할 것 같네?”
쿵!
거대한 대서미마주는 엄청난 살기를 싣고 눈부신 영진 무늬를 내리쳤는데 주위에 순간 놀라운 영력 파동이 퍼졌다.
퍼퍽!
공기가 폭발하며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영진은 미친 듯이 영력을 끌어모아 마주의 공격을 막아보려 했지만 일전에 대부분 목진을 공격하는 데 사용해 힘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가 힘들었다.
목진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소황이 잔뜩 화가 나 영진의 모든 힘을 동원해 뒤쪽에서 공격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지만 피할 수가 없었다. 일단 피하면 영진은 다시 소황한테 넘어갈 것이고 그리되면 녀석은 분명 엄청난 힘으로 영진 중추를 보호할 텐데 그때 가서 다시 영진을 뚫으려면 더 어려워질 것이다.
하여 목진은 절대 물러날 수가 없었다.
“부숴버려!”
목진이 살기를 가득 품고 외치자 대서미마주가 한껏 커지더니 구유의 수라가 포효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목진이 뇌신체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체내의 영력을 전부 소환한 데다가 대서미마주 같은 흉기까지 선보였으니 아무리 박천진이라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그때 마주가 닿은 곳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영진은 곧 부서질 것 같았다.
“젠장!”
소황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인법을 바꾸더니 정혈을 토했다. 그러자 목진을 향하던 거대한 영력 이무기들이 정혈을 삼키고 온몸에 혈광이 폭발하며 한 데 모여 수천 장 크기의 거대한 이무기로 변했다.
녀석의 그림자에 주위 수백 장이 어두워졌고 산 전체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소황은 이렇게 해서라도 영진을 지키고 싶었다.
슉!
이무기는 커다란 꼬리를 흔들며 공간을 넘어 쏜살같이 목진의 등을 공격했는데 그 속도가 너무 빨라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영진 밖에서 이를 지켜보던 낙리는 깜짝 놀라 나서려 했는데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소왕이 불이 활활 타오르는 우각궁을 당겨 주위 공간이 일그러졌다.
낙리가 일단 이상한 낌새를 보이면 소왕은 바로 화살을 쏠 것이 분명했다.
그는 비록 낙리의 실력을 잘 알고 있지만 그녀의 앞길을 막는 것쯤은 충분히 가능했다. 이에 낙리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소왕을 보더니 다시 영진으로 눈길을 돌렸다.
쿵!
목진은 뒤쪽에서 전해지는 위압감에 당황하지 않고 앞쪽 균열이 점차 빨리 퍼지는 영진에만 집중했다.
슉!
목진 뒤쪽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고 등이 찌릿했다.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쥐고 영진 속의 목진을 지켜봤다.
“폭발하라!”
그때 목진이 다시 나서 마주를 휘두르자 한계치에 이른 영진은 더는 견디지 못하고 균열이 생긴 곳을 중심으로 폭발하였고 놀라운 속도로 주위로 퍼져나갔다.
퍽!
영광이 쏟아지며 영진이 순식간에 폭발하였다.
강력하기 그지없는 영력 충격파가 폭풍처럼 휘몰아쳐 목진은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슉!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가까워지다가 목진의 등 쪽 옷이 찢어졌는데 목진의 등에 닿을락 말락하던 이무기의 꼬리가 갑자기 공격을 멈추더니 폭발해 수많은 영력이 빛이 되어 쏟아져 내렸다.
이렇게 거대한 이무기가 폭발하자 목진을 억눌렀던 압박감은 사라졌고 영롱한 영력의 빛은 더없이 아름다워 보였다.
관전하던 사람들은 이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비록 영진에 갇혔던 것은 목진이었지만 긴장감만으로도 그들도 충분히 괴로웠다.
허공에 홀로 떠 있는 소년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온청선 같은 사람마저 쉽게 뚫지 못한 영진을 목진이 혼자 뚫었다는 것이 쉽게 믿기지 않았다.
“역시 혈화자야.”
먼 곳 산봉우리에 서 있던 무령은 미소를 지으며 소년을 바라봤다.
그해, 영로에서 쫓겨난 것은 목진한테 큰 타격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무령은 목진이 낙심해 더는 수련에 매진하지 않을까 봐 걱정했다. 그러면 그의 소중한 경쟁 상대가 한 명 줄어들게 되는데 보아하니 목진은 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번 학원 대회는 유난히 흥미롭겠어.”
무령이 중얼거렸다. 희현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목진도 절대 상대하기 쉬운 사람은 아니었다. 원한 관계를 맺은 두 사람이 만나면 분명 엄청난 전쟁이 벌어질 것이고, 그는 그들의 대결이 정말 기대가 되었다.
“그런데 오늘 일은 쉽게 끝날 것 같지가 않아. 저들을 함께 나서게 하다니, 이런 짓을 할 사람은 그 녀석밖에 없어.”
무령이 주위를 쓰윽 훑다가 한 곳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풉.
부서진 영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소황은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피를 토하며 뒤로 물러났다. 체내의 영력도 상당히 무질서해졌다.
목진이 영진을 뚫어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이럴 수는 없어.”
소황은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박천진은 신백난 첫 단계의 고수를 죽을 때까지 가둘 수 있는 강대한 영진인데 영력난 밖에 건너지 못한 목진이 뚫었다는 것이 거짓말 같았다.
“박천진은 네가 생각했던 것처럼 강하지 않았나 봐.”
목진이 돌아서서 안색이 창백해진 소황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웃었다.
이에 소황은 두 눈을 부릅뜨고 노려봤는데 목진은 상대방의 눈빛에서 자신을 엄청나게 경계하는 것이 느껴졌다. 소황은 이제 심혈을 기울여 친 영진을 뚫은 목진을 진정한 상대로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내기에서 졌으니 약속대로 2만 점을 내놔.”
목진이 히쭉 웃으며 말했고 그 말에 소황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주고 싶지 않나 보네?”
소황의 표정에 목진은 어깨를 들썩이더니 온청선한테 눈길을 돌렸다.
“지금부터는 너한테 맡길게.”
온청선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황금색 장창을 들고 살기 어린 눈빛으로 소황을 노려봤다.
흠칫 놀란 소황은 황급히 뒤로 물러나며 경계 태세를 취했다.
“소황, 되지도 않는 연기는 그만하지 그래? 준비한 건 다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 우리가 네 연기를 보러 온 줄 알아?”
목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하자 소황은 소년을 한참 노려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떻게 안 거야?”
“너희가 실력만 믿고 이런 일을 벌였다는 걸 누가 믿을까?”
목진이 태연하게 말했다.
“역시 영로의 혈화자 목진이군.”
소황이 피식 웃더니 소년을 노려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걸 알면서 온 거야?”
그때 소황이 씨익 웃더니 손을 휘두르며 말했다.
“여러분, 눈치챘다는데 더는 숨어있을 필요가 있을까?”
사람들은 순간 흠칫하였다.
“허허, 우리가 나설 기회가 없을 거라고 여겼는데 역시 혈화자는 남다르군.”
어디선가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슉!
한 산봉우리에 갑자기 영광이 나타나더니 한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 정체를 확인한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
한 산봉우리에 갑자기 영광이 나타나더니 한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 정체를 확인한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
“저 사람은 학원 대회 14위인 막수(莫修)잖아?”
“15위인 구녕(丘獰), 16위인 유삼(柳三)도 있어. 저들이 왜 함께 이곳에 나타난 걸까?”
“목진 때문에 온 거란 말이야? 세상에…….”
* * *
산봉우리에 나타난 세 소조는 현재 학원 대회 순위권 16위권에 든 강자들이었다.
그들은 비록 14, 15, 16위로 순위권의 마지막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수많은 싸움을 거쳐 자리를 지켜낸 것만으로도 대단해 보통 사람들은 피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그런 이들이 한 사람을 상대하기 위해 한꺼번에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사람들은 그제야 오늘의 진정한 목표는 목진이란 것을 알아챘는데 목진은 도대체 언제 이토록 많은 사람과 원한을 맺었는지 궁금했다.
한편, 목진도 산봉우리에 나타난 사람들을 쓰윽 훑더니 비범한 실력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저들의 진짜 목표는 너였어.”
온청선도 주위를 쓰윽 훑더니 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목진은 여전히 태연하게 서서 기세등등하게 찾아온 사람들을 노려보다가 뭔가를 알아챘다.
“허허, 나는 화령원의 막수라고 해. 목진 조장에 대해서는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이제야 만나는군.”
“난 금강령원의 구녕이야.”
조금 무섭게 생긴 사내가 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난 만류령원(萬柳靈院)의 유삼(柳三)이야.”
유삼이란 청년은 삐쩍 마른 체형에 녹색 도포를 입고 있었는데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았지만 아무도 감히 그를 무시하지 못했다.
세 사람의 영력 파동으로만 보면 보통 신백난 첫 단계를 건넌 고수보다 강했다.
“소황 등까지 더하면 나를 상대하기 위해 16위권 중 네 소조나 나섰네?”
“허허, 우리는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 온 것뿐이야.”
막수가 가볍게 웃으며 말하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도대체 누가 이들을 설득해 목진을 상대하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그 사람도 절대 보통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목진은 그리 놀란 것 같지 않았다. 그는 길쭉한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며 말했다.
“희현이 영로에서도 이렇게 겁이 많았었나? 어렵게 만나게 됐는데 꼭 사람을 보내야 했나?”
희현이란 말에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지금껏 오랜 시간 1위를 유지했던 온청선보다 더 유명했다. 학원 대회의 경쟁은 시작했을 때보다 더 치열해 현재 1위야말로 진짜 실력자였다.
특히 희현은 일전에 혼자 16위권에 든 세 개의 소조를 쓰러뜨리고 학원 대회에서 이름을 날려 1위의 자리를 확고히 했다.
하여 사람들은 목진한테서 희현이란 이름을 듣고는 어리둥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