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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54화 (353/1,000)

354화. 혼자서 세 명을 상대

“우리는 희현의 부탁으로 온 것이 맞아. 네가 그 상대가 될 자격이 있는지 확인하러 왔을 뿐이야.”

막수가 무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

“만약 자신이 없으면 여기서 멈춰. 그는 약해진 너를 만나고 싶지 않대.”

“감히!”

청량한 목소리가 울려 퍼져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보니 낙리가 한기 어린 눈빛으로 막수 등을 노려보고 있었다.

낙리는 엄청나게 화가 났다. 희현이 목진을 상대하려고 사람을 보낸 것은 모른 척 할 수 있지만 목진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참을 수가 없었다.

희현과 목진은 영로에서 수도 없이 싸웠지만 목진이 승리한 횟수가 더 많았다. 만약 희현이 비열한 수법으로 목진을 들쑤시지만 않았다면 소년은 영로에서 쫓겨나지 않았을 것이고 그럼 영로의 결말은 달라졌을 것이다.

이때, 낙리가 낙신검을 꽉 쥐자 지극히 예리한 검의가 퍼져 공간을 찢어버릴 것만 같았다.

막수 등은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고 낙리를 대하는 태도도 확 달라졌다. 이들은 눈부신 장발 소녀한테서 위험한 파동을 느꼈다.

“히히, 내가 알기로 영로에서 희현은 목진과의 싸움에서 대부분 졌다고 들었어.”

온청선도 생긋 웃으며 말했다.

“지금은 목진을 이길 자신이 생겼나 보지? 영로에서 난 그와 싸워보지도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힘을 겨뤄봐야겠어.”

사람들은 목진이 정말 부러웠다. 절세의 미인 두 명이 한 사내를 위해 나선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미모뿐만 아니라 실력도 뛰어난 두 여인에게는 어떤 사내라도 마음이 움직일 것이다.

특히 온청선의 오만함과 이성을 싫어하는 성격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녀가 목진 편에 서서 희현을 하찮게 농락한 것이 놀라웠다.

“여자 복도 참 많지.”

소황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여인 뒤에 숨는 것이 무슨 대수라고…….”

묵어 등도 히쭉 웃으며 말했는데 눈빛에 목진에 대한 질투가 가득 찼다.

온청선의 말에 막수 등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들은 희현 못지않게 온청선도 두려워했다. 한때의 1위나 현재 1위나 실력이 뛰어난 건 매한가지였다.

그들은 온청선이 희현 때문에라도 감히 목진의 편에 서지 못할 거라고 여겼는데 희현처럼 강한 상대를 적으로 두면서까지 목진한테 갈 줄은 몰랐다.

그때 막수가 목진한테 고개를 돌렸는데 소년은 끄떡없이 자리에 서 있었고 소황 등이 비꼬는 말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막수는 그런 목진이 더 무서웠다. 그가 비록 영로의 종점까지 가지 못하고 쫓겨났지만 희현마저 꺼리고 중시하는 상대라면 절대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목진 혼자서 소황의 박천진을 뚫은 것만으로도 그 실력은 충분히 증명하였다.

“목진, 다른 사람이 이 일에 끼어들지 않게 할 수는 없을까? 특히 여인을 앞세우는 건 아니지.”

막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목진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막수를 한참 바라보더니 조용히 물었다.

“너흰 희현의 부탁으로 온 거지?”

목진은 상대방의 답을 듣지도 않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뒤에 서 있는 낙리와 온청선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저 두 녀석을 잘 감시해줘. 절대 도망가게 해서는 안 돼.”

목진이 말한 두 녀석은 소황과 소왕이었다. 말을 마친 목진은 잠시 침묵을 지켰는데 주위에 무서운 압박감이 흘렀다.

소년은 앞으로 나아가며 막수 등을 바라봤다.

“사실 나를 여기서 멈추게 하려면 엄청 쉬워.”

“그래?”

목진이 길쭉한 손을 내밀며 무덤덤하게 한 말에 다들 화들짝 놀랐다.

“너희가 내 공격을 한 번이라도 받아낼 수 있으면 돼.”

목진의 말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목진은 혼자서 신백난 고수 세 명을 상대하려는 것뿐만 아니라 단숨에 녀석들을 쓰러뜨리려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목진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때 누군가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엄숙한 상황만 아니었으면 아마 목놓아 웃었을 것이다. 그는 목진이 너무 건방지다고 생각했다.

막수 등은 보통 사람도 아니고 16위권에 든 강자였고 신백난 첫 단계를 건넌 고수라도 감히 무시할 수 없었다.

그들은 아직 신백난 두 번째 단계를 건너지는 않았지만 실력은 분명 그 정도 되었을 것이다.

박천진을 뚫은 목진의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가 혼자서 순위권에 들어간 고수 세 명을 상대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녀석…….”

무영영도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목진을 노려봤다.

“도대체 뭘 하려는 거죠?”

“희현의 기를 죽이려는 거야.”

무령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희현이 목진의 실력을 확인하고자 사람을 보냈으니 그 힘을 빌려 희현의 뺨을 때리겠다는 거지. 일전에 희현도 혼자서 순위권 고수 세 명을 쓰러뜨리고 학원 대회에 이름을 날렸잖아? 목진도 똑같이 하려는 거야. 대신 희현보다 더 강력한 수를 두려는 거지.”

“목진이 정녕 단숨에 저들을 이길 수 있을까요? 위험 부담이 너무 커요.”

무영영은 목진이 건방지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목진은 이성을 잃고 막무가내로 나갈 사람이 아니었다.

“너도 목진에 대해 어느 정도 알 것 아니야? 녀석은 절대 승산 없는 싸움을 하지 않아.”

무령은 미소를 지으며 소년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목진은 필승의 자신이 있다는 건데 도대체 영력난의 실력으로 어떻게 할 건지 궁금하네? 영진을 치려는 걸까? 그런데 신백난 두 번째 단계와 비슷한 고수들을 상대하려면 적어도 박천진 같은 오급 조합 영진을 쳐야 하는데 막수 등이 그럴 시간을 줄까?”

이에 무영영은 인상을 찌푸리며 목진을 바라봤다.

한편, 막수 등은 어이없다는 듯 서로 눈을 마주쳤다.

목진의 실제 실력이 아무리 보이는 것보다 강하다고 해도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목진이 희현도 아닌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목진 조장은 참으로 자신감이 넘치는군.”

막수가 피식 웃더니 목진을 쏘아보며 말했다.

“희현에 대해 들은 것 같은데 똑같은 방법으로 자격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으면 우리를 상대로 하면 안 될 것 같아.”

이에 목진도 씨익 웃었다.

“희현이 언제부터 나보다 월등했다고 그래? 그는 늘 내 손에 잡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영로에서 있었던 일은 일종의 수련이었을 뿐이야. 계속 과거에 얻은 성과를 실제 실력이라고 착각하면 큰코다칠 거야.”

막수의 말에 목진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 그대로 희현한테 전해줘.”

이에 막수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고 이내 정색하며 다른 두 조장과 함께 앞으로 나섰다.

쿠쿵!

웅장한 영력이 세 사람의 체내에서 돌풍처럼 휘몰아치며 강력한 영력 위압감을 형성했다.

심지어 신백난 첫 단계를 건넌 사람들도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다. 16위권에 든 사람은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목진 뒤쪽에 서 있는 서황 등도 한껏 정색하며 관전하였다. 목진 혼자서 세 명의 고수를 상대하겠다고 해서 조금 걱정되었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낙리 역시 목진의 뒷모습을 묵묵히 바라보기만 했다. 목진을 굳게 믿고 있는 그녀는 소년이 절대 무모한 짓을 하지 않을 거라 여겼다.

“야, 진짜 가능해?”

온청선은 참다못해 물었다. 목신전 유적지에서 목진이 쳤던 조합 영진의 위력을 본 적은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상대방은 절대 목진한테 영진을 칠 시간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때도 말했잖아, 이런 건 함부로 묻는 게 아니야.”

목진이 생긋 웃으며 말하자 부끄러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온청선은 괜히 소년을 노려봤다. 이런 상황에서도 농담이 나오는 소년이 대단했다.

“걱정 마.”

목진은 숨을 가볍게 들이켜더니 이내 정색하며 말했다.

“지금의 내가 그한테 위협이 되는지 알고 싶다는 데 최선을 다해 보여줘야지.”

이에 온청선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과 희현 사이 일을 잘 아는 온청선은 절대 조율이 불가능하단 것을 알았다. 목진에 대해 알기 전에는 중립에 섰던 온청선은 지금은 진심으로 소년을 친구로 생각했고 그의 편이었다.

“그럼 너만 믿는다. 중원맹 사람들은 나와 낙리한테 맡겨.”

온청선이 소황, 소왕 등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그런데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소황과 소왕은 좋은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소황과 소왕이 함께 나서도 단숨에 저들을 쓰러뜨린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온청선의 말에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잇따라 목진은 고개를 들어 막수 등을 바라봤는데 상대 쪽에서도 안색이 조금 어두워진 채 소년을 바라봤다.

“목진 조장은 뜻을 굽힐 생각이 없나 보군.”

막수의 웅장한 영력을 실은 목소리가 뇌명처럼 주위에 퍼졌다.

“실력이 대단한지는 직접 확인할게.”

막수 등은 점차 영력을 끌어올렸는데 난폭해진 영력이 공기를 억눌러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주위가 웅장한 영력 압박감으로 휩싸이자 사람들은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곧 벌어질 싸움은 엄청날 것이다.

“목진 조장, 우리 셋은 여기서 꿈쩍 않고 기다릴 테니 얼마든지 공격해. 네가 영진사라는 것도 아는데 우린 절대 바보같이 네가 영진을 다 칠 때까지 기다려주지는 않을 거야.”

세 사람 주위에 맴도는 영력 파동에 목진은 흠칫 놀랐다. 보통 신백난 첫 단계를 건넌 고수보다 훨씬 강력한 것으로 보아 저들은 곧 두 번째 단계에 이를 것이다. 조금만 시간을 주면 경지를 돌파하는 데 성공할 것이 분명했다.

세 사람의 실력은 목진이 목신전 유적지에서 상대했던 혈천도에 못지않았고 심지어 그보다 더 강했다.

하여 사람들은 목진의 말에 이상한 표정을 지은 것이다.

그러나 목진도 목신전 유적지에 들어갔을 때보다 실력이 훨씬 강해졌다.

목진은 서서히 눈을 감으며 난해하고 오묘한 인법을 그렸는데 손바닥에서 푸른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위잉.

수천 장 정도의 푸른색 광권이 주위에 퍼졌고 주위 산맥에 난 나무들에서 푸른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목신경이었다!

방대하기 그지없는 푸른색 물결이 목진을 중심으로 퍼져나가 나무가 우거진 산맥을 전부 감싸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막수 등은 아무렇지 않은 척 서 있었지만 잔뜩 긴장하며 목진을 바라봤다. 16위권에 든 사람들 중 아무도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지켜보던 사람들 역시 목진이 뭘 하려는지 몰랐다.

한편, 두 눈을 감고 허공에 서 있는 목진은 푸른빛을 비추는 손으로 천천히 오묘한 인법을 바꿨는데 바꿀 때마다 푸른빛이 더 밝아졌다.

위잉.

그때 누군가 갑자기 산맥이 미세하게 진동하는 것을 발견했다.

멀리 떨어진 산봉우리에 서 있던 무령은 흠칫 놀라더니 나무가 우거진 아래쪽 산맥을 쳐다봤다.

“이 파동은…….”

쿠쿵!

소리는 점차 급박해지더니 산맥을 가득 채웠던 나무들이 갑자기 푸른빛을 발했는데 그 속에서 지극히 강력한 영력 파동이 느껴졌다.

생기가 가득한 푸른색 영력은 보통 영력보다 더 그윽했다.

“이 영력들은 도대체 어떻게 나타난 거란 말인가?”

누군가 주위를 둘러보며 외쳤다. 천지의 영력 파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는데 갑자기 웅장한 영력이 나타난 것이 이상했다.

“이 영력은 나무에서 비롯된 거야!”

드디어 누군가 눈치채고 소리치자 사람들은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천지 만물은 영성이 있어 장수한 나무에도 영력이 깃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영력의 사용은 거의 불가능했다. 다른 개체의 영력을 뽑아내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라 지존경에 이르러야만 비로소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영력난 밖에 건너지 못한 목진이 이를 해냈으니 다들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낙리와 온청선도 잔뜩 놀란 얼굴을 했다. 그들도 목진이 이런 수법을 선보이는 것을 처음 보았다. 낙리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온청선은 목진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소년은 마주칠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태연하게 서 있던 막수 등의 안색도 점차 어두워졌고 눈가도 파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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