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5화. 철저한 제압
목진은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고 눈을 꼭 감은 채 결인했는데 속도가 점차 느려졌고 안색도 조금 창백해졌다.
목신경은 진정한 대신술로 지존급 강자도 얻기 어려운 물건이라 목진의 천부적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를 쉽게 소환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 목진이 조용히 뇌신체를 소환하자 아래쪽 나무들의 움직임이 점차 선명해졌다.
그때 목진은 갑자기 눈을 떴는데 눈동자에 청광이 맴돌았다.
“목신경, 화목위령(化木為靈)!”
목진은 바로 인법을 바꾸고 속으로 외치며 손바닥을 아래쪽으로 있는 힘껏 눌렀다. 이에 무형의 파동이 일며 공기에 은은한 물결이 일었다.
위잉!
우거진 숲에서 갑자기 눈부신 청광이 비쳤고 대지가 격렬하게 진동하더니 커다란 나무들이 놀라운 속도로 메말라갔다.
목진을 중심으로 빠르게 주위로 퍼져나가더니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수만 장 범위의 나무가 꼭 영력을 전부 빼앗긴 것처럼 전부 말라비틀어졌다.
퍽! 퍽!
그러다 삐쩍 마른 나무들은 하나, 둘씩 폭발하여 가루가 되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우거진 숲은 발가벗은 대지가 되었으며 바닥에 나뭇가루가 두껍게 쌓였다.
이러한 광경에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대체 무슨 수법이 이 정도로 무서운지 궁금했다.
어느덧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보니 푸른색 영력은 허공에서 바다처럼 들썩였고 웅장한 영력에 생기가 가득했다.
그것은 폭발한 나무들에서 뽑은 영력으로 그 힘의 위력에 신백난 첫 단계를 건넌 고수마저도 아찔했다.
이때, 목진이 서서히 웅장한 영해에 내려앉더니 앞쪽 산봉우리에 서 있는 막수 등을 바라봤는데 겁에 질린 것 같은 녀석들은 안색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목진이 만들어낸 무서운 광경에 진심으로 놀란 모양이었다.
막수 등은 엄청난 압박감에 몸조차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지금부터는 너희 차례야.”
목진은 막수 등을 바라보며 생긋 웃더니 길쭉한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볍게 찔렀다.
“영해 충격(靈海沖擊).”
말을 마친 목진은 눈빛이 더없이 날카로워졌는데 닿으면 베어 피라도 날 것만 같았다.
쿵!
요동치는 영해는 엄청난 파도를 일으키며 사정없이 막수 등에게 향했다. 영해가 지나간 곳마다 공간이 일그러졌고 드리운 그림자에 주위가 어두워졌다.
사람들은 혹시나 영해의 공격에 닿기라도 할까 봐 바로 뒤로 물러났다. 신백난 첫 단계를 건넨 고수라도 영해의 공격에는 즉사할 것이 분명했다.
막수 등은 안색이 잔뜩 어두워진 채로 체내의 영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그들은 전부 실력을 끌어올려야 했다. 목진이 혼자서 세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희현같은 괴물마저 소년을 두려워하는 이유를 알았다.
“화신대법(火神大法), 염룡분천(炎龍焚天)!”
막수가 먼저 나서 인법을 바꾸자 적홍색 영력이 백 장 정도의 염룡으로 변했는데 녀석의 몸에서 붉은 화염을 내뿜으며 엄청난 고온을 방출했다.
“금강신장(金剛神掌)!”
구녕은 몸에서 금광을 발하며 한껏 부풀어 오르더니 금강 신불처럼 숙연하게 거대한 금강 장인을 발사했다.
“유신지술(柳神之術)!”
삐쩍 마른 유삼도 고래고래 외치더니 청광이 뒤쪽에 거대한 버드나무로 변하였는데 이는 하늘을 가릴 듯 쭉 뻗어 엄청난 힘을 자랑하였다.
세 사람은 바로 필살기를 선보였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러지 않으면 결과는 참담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엄청난 대결에 깜짝 놀랐다.
쿠쿵!
푸른색 영력 바다는 무서운 영력 위압감을 싣고 홍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쿵!
영력 바다가 막수 등의 매서운 공격에 부딪히자 뇌명 같은 소리는 백 리 밖에서도 명확히 들렸고 영력 충격파는 폭풍처럼 주위에 휘몰아쳤다.
퍽! 퍽! 퍽!
영력 바다는 엄청난 파도를 일으키며 염룡, 금강장, 빛의 버드나무를 한순간에 삼켜버렸다.
쿵! 쿵!
영력 바다는 엄청난 파도를 일으키며 파죽지세로 나아갔고 청광은 이곳 천지를 뒤덮었다.
염룡은 포효하고 있었고 금강장은 천지를 가를 것만 같았으며 거대한 버드나무는 놀라운 청광을 번쩍이며 기세등등하여 다가왔다.
그러나 영력 바다는 이토록 강력한 공격마저도 한입에 꿀꺽 삼켜버렸다.
영력 바다에 스며든 염룡은 짙은 안개를 내뿜으며 미친 듯이 포효하였고 몸통은 놀라운 속도로 줄어들었다.
금장장은 영력 바다에 들어가자 빠르게 어두워졌고 버드나무도 엄청난 속도로 죽어갔다.
어느새 영력 바다가 세 사람의 공격을 완전히 삼키자 막수 등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피를 토하였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소름이 쫙 끼쳤다. 막수 등의 전력을 다한 공격이 이렇게 허무하게 무산될 줄은 몰랐다.
그때 목진이 허공에 서서 막수 등에게 손가락을 튕기자 영력 바다는 다시 그들에게 향했다.
슉!
막수 등은 바로 안색이 어두워진 채 뒤로 물러났다. 영력 바다에 깃든 무서운 힘을 직접 확인하였으니 감히 그곳에 몸을 담그고 싶지 않았다.
쿠쿵!
영력 바다가 산맥을 가격하자 웅장한 산맥이 순식간에 무너져 평지가 되었다.
쿵!
목진은 다시 인법을 바꿨는데 영력 바다는 세 갈래로 나뉘어 무서운 속도로 막수 등의 주위에 나타나 길을 막고 몸을 둘러싸 무서운 위압감을 형성했다.
이에 막수 등은 사색이 되어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함부로 움직였다가는 웅장한 영력이 한데 모여 만들어진 영력 바다에 깔려 죽을 수도 있었다. 방금 평지가 된 산맥이 곧 증거였다.
다행히 영력 바다는 그들을 포위했을 뿐이었다.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도 목진은 조용히 서서 세 사람을 노려보기만 했다. 그 모습에 그들은 씁쓸하게 웃으며 손을 들었다.
“우리가 졌어.”
이들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보아하니 목진은 마음이 여린 사람 같지 않은데 조금만 더 고민했다가는 정말 살수를 둘 수도 있었다.
이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가 하늘이 떠나갈 듯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정말 상상조차 못 했던 결과였다.
뒤쪽에서 목진이 패배하기만 기다리던 소황 등은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고 목진이 선보인 수단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럴 리 없어!”
옆에 있던 소왕도 자신의 눈을 믿기 어려워하는 눈치였다. 그의 실력은 막수와 비슷했는데 막수, 구녕, 유삼이 함께 나서도 목진한테는 상대가 되지 않다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 서 있던 묵어 등도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보름도 안 되는 사이에 목진의 실력이 이토록 많이 늘었을 줄은 몰랐다.
“역시 숨겨둔 필살기가 있었어.”
무령은 조금 놀란 듯 하늘을 바라보더니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
무령 옆에 서 있던 무영영의 눈빛도 예사롭지 않았다. 목진의 공격에 아무리 까다로운 그녀라도 차마 단점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잔뜩 긴장했던 낙리도 몰래 숨을 돌리고 미소를 지으며 소년을 바라봤다. 소년은 다시 낙리가 영로에서 알던 위풍당당한 목진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앞으로는 더욱 빛날 것이다.
온청선은 입을 삐쭉 내밀며 목진을 바라봤지만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목진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사람처럼 자꾸 보고 싶어지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자신감 넘치는 그녀라고 해도 목진이 훌륭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목진은 사람들의 생각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고 안색이 어두워진 막수 등만을 바라봤다. 오늘의 대결은 이들한테 엄청난 타격이 되었을 것이다.
16권에 들었다는 것은 이들의 재능이 뛰어나고 유적 대륙에서 기회를 잡아 실력이 부쩍 늘었다는 뜻이었다. 희현, 온청선, 무령 등 괴물급 신인만 제외하면 이들은 문제없이 학원 대회를 누비고 다닐 텐데 지금은 잔혹한 현실과 마주해야만 했다.
그들은 세 사람이 함께 나섰는데도 단숨에 영력난 밖에 건네지 못한 목진한테 졌다.
막수 등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이내 한숨을 쉬었다. 희현같은 사람이 왜 이런 부탁까지 했는지 완벽하게 이해했다.
세 사람은 잇따라 원패를 목진한테 건넸다. 아무리 애써 모은 점수라도 패배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이에 목진은 세 원패를 건네받아 힐끗 보더니 각각 만 점 정도 되는 점수에 흠칫 놀랐다. 이 정도면 엄청난 점수였다.
“너희는 희현 졸개야?”
목진이 원패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우린 누구 졸개 같은 거 안 해. 빚진 게 있어서 갚으러 온 거야.”
막수의 대답에 목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고민하더니 다시 원패를 돌려줬다.
“야.”
막수 등은 화들짝 놀라 목진을 바라봤다.
“이건 나와 희현 사이의 일이니까 앞으로 끼어들지 마. 다시 한번 이런 일이 생기면 오늘처럼 봐주지 않을 거야.”
막수 등과 직접적인 원한이 없는 목진은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녀석들은 실력이 괜찮은 편이라 적으로 두고 싶지 않았다.
목진의 말에 멈칫하던 막수 등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더니 한참 지나서야 원패를 돌려받았다.
“고마워, 목진 조장.”
그들은 체면상 원패를 돌려받고 싶지 않았지만 점수는 소조 전체의 것이므로 이성이 결국 체면을 이겼다.
잇따라 목진이 옷깃을 휘날려 영력 바다를 없애자 막수 등은 인사를 건네고 빠르게 사라졌다.
사람들은 목진의 언행에 감탄하였다. 아무나 수만 점의 유혹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누구든 바로 16위권에 이를 수 있는 엄청난 점수였다.
막수 등이 떠나자 목진은 돌아서서 소황 등을 바라봤다.
“여태껏 모았으면 2만 점을 모았겠지?”
이에 소왕은 흠칫하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
“목진, 너무 하는 거 아니야?”
“점수를 못 주겠다는 건가?”
“우리도 앞으로 너와 희현 일에 더는 끼어들지 않을게. 그리고 우리 사이 원한도 없던 일로 하자.”
소황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목진이 막수 등의 원패를 돌려주고 무사히 돌려보내 준 것으로 보아 자신도 분명 무사히 풀려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적을 많이 둬봐야 좋을 것 없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런데 목진은 고개를 들어 소황을 보더니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점수를 주고 싶지 않으면 각자 한쪽 손을 남겨.”
목진의 말에 사람들은 깜짝 놀라 소년을 쳐다봤는데 전혀 장난 같지 않았다.
“뭐라고?”
소황은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목진이 오늘 사건을 없던 일로 할 줄 알았는데 각자 한쪽 손을 남기라고 하다니!
“네가 우리 손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소왕이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목진을 쏘아보며 외쳤다.
이에 목진은 녀석들을 힐끗 보더니 더는 말을 섞지 않았는데 체내에서 내뿜는 살기는 점차 짙어졌다. 막수 등과는 직접적인 충돌과 원한이 없어 쉽게 풀어줄 수 있었지만 중원맹 사람들과는 달랐다. 더구나 소황은 박천진에서 목진을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났었다.
목진은 이유 없는 관용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막수 등을 쉽게 풀어준 일로만 봐도 귀찮은 일이 적어지긴 하겠지만 누군가는 목진을 괴롭혀도 무서울 것 없다고 여길 것이다. 사람들이 일단 이렇게 생각하면 목진의 남은 인생은 훨씬 피곤해질 것이 분명했다.
하여 일정하게 관용을 베풀고 나면 누군가는 엄하게 다스려야 했다.
그런데 관용은 막수 등한테 베풀었으니 소황 등은 당연히 엄하게 다스리는 게 좋았다.
목진은 낙리와 온청선을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위잉.
그때 낙리가 손에 힘을 줘 낙신검에서 눈부신 검망을 발하자 예리하기 그지없는 검기가 방출돼 주위 공간이 일그러졌다.
낙리는 소황과 소왕을 향해 낙신검을 겨눴다.
온청선도 생긋 웃더니 황금색 장창을 잡고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렸다.
두 소녀가 소황과 소왕을 상대로 형성한 영력 위압감에 주위에 있던 고수들마저 가슴이 답답해졌고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