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8화. 여천
퍽!
공기가 폭발하며 웅장한 영력이 사정없이 임주의 가슴팍으로 향했다.
임주도 바로 정색하며 체내의 모든 영력을 끌어올려 주먹을 휘둘렀다.
쿵!
두 사람의 공격이 부딪쳐 강력한 충격파를 형성했는데 황사마저 멀리 흩어졌다.
안색이 창백해진 임주는 피를 토하며 뒤로 튕겨 나갔다.
“조장!”
황령원 조원들은 화들짝 놀라 임주를 보고 동시에 주애를 공격했다.
“감히 어딜 덤벼!”
주애는 무덤덤하게 웃더니 신속하게 네 사람 사이를 오갔다.
퍼퍽!
네 사람의 가슴팍에서 갑자기 혈무를 내뿜더니 맥없이 뒤로 튕겨 나갔고 가슴쪽 옷이 찢어져 피에 젖은 손자국이 짙게 남았다.
안색이 한껏 어두워진 채 이를 바라보던 임주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두 눈을 부릅뜨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주애를 노려봤다.
“점수를 줄래, 주지 않을래?”
주애는 곧 쓰러질 것 같은 임주를 보며 물었다.
“우리를 사흘이나 쫓아다닐 필요까지 있었어?”
임주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유치하기는.”
주애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이곳에서 실력만 충분하면 뭔들 못할까? 대신 너희 뒷배가 상당하거나 실력이 엄청난 사람과 협력 관계였다면 잠시 고민은 했을 거야. 그런데 너희 같은 소조를 곁에 둘 사람이 있을까?”
임주 등의 실력은 썩 좋은 편이 아니라 주애는 이들이 실력이 뛰어난 소조와 협력 관계가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관계가 좋아 봐야 여천은 현재 1위인 희현과 협력 관계인데 뭔들 무서울까?
이에 임주 등은 고개를 푹 숙였다. 이들과 손을 잡은 소조 중에는 천령원 소조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소조는 없었다. 주애 등은 얼마 전에 16위권에 들었는데 이토록 엄청난 소조와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여천 같은 고수가 임주 등을 눈여겨볼 리도 없었다.
“잡담은 여기까지.”
주애가 히쭉 웃으며 임주를 보더니 손이 빠르게 상대방의 가슴팍에 닿았다. 주애의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영력에 임주는 감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쉽게도 넌 방금 마지막 기회를 잃었어.”
주애는 사악하게 웃으며 강력한 영력을 방출하려고 했다.
이에 임주가 절망하며 눈을 감았는데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허, 영력을 거두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여천 조장만으로 너를 구할 수는 없을 테니까.”
눈을 번쩍 뜬 임주는 멀지 않은 곳에 나타난 낯익은 소년을 발견했다.
그는 바로 목진이었다.
임주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 * *
황사가 휘몰아치는 곳에 한 무리가 나타나더니 전장에서 수십 장 정도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먼지가 사라지자 모습을 드러낸 이는 다름 아닌 목진이었다.
소년은 미소를 지은 채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전장을 보더니 두 눈이 휘둥그레져 자신을 바라보는 임주 등한테 눈길을 돌렸다.
“임주 조장, 오랜만이야. 여기서 또 보네?”
“목진아!”
임주는 화들짝 놀라 바로 목진을 떠나보내려 했다.
“여긴 왜 온 거야? 얼른 떠나!”
여천 등은 자기 구역에 들어온 사람을 절대 놓치지 않을 텐데 목진이 제 발로 걸어 들어왔으니 그야말로 큰일이었다.
임주는 목신전에서 목진의 실력을 확인했지만 여천 같은 고수의 상대는 아닐 거라고 여겼다.
“어딜 가려고?”
주애가 씨익 웃더니 음침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방금 그 말은 네가 한 거야?”
그런데 목진은 녀석의 말을 듣는 척도 안 하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여천 등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가 제대로 찾아왔나 봐.”
“겁도 없이!”
주애가 입가를 파르르 떨며 임주의 가슴팍을 힘껏 후려치자 임주는 피를 토하며 뒤로 십수 보 물러났다.
퍽!
주애는 잇따라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려 신속하게 목진에게로 향했다.
“조심!”
임주가 가슴을 부여잡으며 외쳤지만 목진은 자신을 향하고 있는 주애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여전히 여천 등만 바라봤다.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자신을 무시하는 목진 때문에 화가 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주애는 간사하게 웃으며 영력을 끌어 모았는데 손바닥의 백광이 점차 짙어지고 백골이 보이며 놀라운 힘이 모였다.
임주 등은 순간 사색이 되었다.
슉!
그런데 그때, 목진의 뒤편에서 한 줄기 금광이 나타나더니 황금색 장창이 쏜살같이 튀어나와 주애의 가슴팍을 찔렀다.
쿵!
주애는 얼굴이 한껏 일그러진 채 경련을 일으키며 튕겨 나가 바닥에 수십 장의 흔적을 남기고서야 겨우 멈춰 섰는데 자리에서 일어나보니 몸의 절반 이상이 황사에 파묻혀 있었다.
주애가 여러 번 피를 토하자 앞쪽 황사가 빨갛게 물들었다.
순간 주위에 정적이 흘렀고 임주 등은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했던 주애가 한순간에 무너질 줄이야!
임주 등이 다시 목진한테 눈길을 돌리자 소년의 전우들이 어느새 그의 옆에 서 있었고 황금색 장창의 주인은 황금색 갑옷을 입은 절세의 미녀였다.
황금색 장창을 들고 무덤덤하게 주애를 보는 소녀의 모습에 패기가 흘러넘쳤고, 미녀의 늘씬한 모습에 사내들은 피가 끓어올랐다.
“온…… 온청선이야!”
주애는 입가에 피를 머금고 자신을 공격한 사람을 보고는 깜짝 놀라 외쳤다.
온청선?
임주 등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학원 대회에서 유명한 온청선은 현재 2위로 그들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올라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린 임주 등은 멍하니 목진을 바라봤다. 온청선과 목진이 왜 이곳에 나타났고 그를 위해 나서줬는지 궁금했다.
한편, 목진은 주애는 거들떠보지 않고 멀지 않은 곳에서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무리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들은 온청선의 존재를 확인하더니 잔뜩 경계하는 눈치였다.
“온청선은 왜 여기에 나타난 거지? 갑자기 왜 우리를 공격하는 거야?”
여천을 제외한 다른 조장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온청선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위협적인 인물이었다.
“온청선, 서로 간섭하지 않고 여태껏 잘 지냈는데 갑자기 여기는 왜 찾아온 거야?”
여천이 온청선을 쏘아보며 묻는 말에 소녀는 조용히 장창을 거두고 목진을 앞세웠다.
“네가 여천 조장이겠구나.”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난 북창령원의 목진이야. 네 도움이 필요해서 이렇게 찾아왔어.”
“목진이라…….”
목진에 관한 소문을 들은 여천은 그와 희현 사이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래? 넌 너랑 별다른 사이도 아닌데 어떻게 도움을 준단 말이야?”
여천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소년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한텐 아주 간단한 일이야.”
목진이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그럼 일단 들어나 보자.”
“네가 희현과의 협력 관계를 끊었으면 해. 그리고 그 사실을 최대한 빨리 사람들한테 알렸으면 좋겠어.”
목진이 상냥하게 웃으며 조곤조곤 말했다. 그 말에 여천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이런 농담은 안 하는 게 좋은데…….”
“그러기 싫어?”
목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목진, 너랑 희현의 관계가 안 좋다는 건 알고 있어.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넌 희현과 비교도 안 돼.”
여천은 피식 웃으며 목진을 노려봤다.
“희현과 네 실력은 천지 차이야.”
“말로는 안 될 것 같군.”
목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네가 온청선과 한 편이 되었다고 이곳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말을 마친 여천이 손을 휘익 젓자 신백난 첫 단계에 이른 조장 십수 명이 나서서 호시탐탐 목진을 노렸다.
여천과 한배를 탄 이상 그한테 무슨 일이라도 나면 큰일이었다. 그들은 비록 온청선이 두렵긴 했지만 여천의 뒷배인 희현이 더 두려웠다.
희현은 현재 학원 대회의 최강자였고 여천과 계속 있으면 아무도 그들을 괴롭히지 못할 것이다.
슉!
아래쪽에서 임주 등을 괴롭히던 사람들도 황급히 돌아가 목진 등을 상대할 준비를 했다.
여천이 팔짱을 끼고 목진을 쳐다봤다. 비록 온청선 등이 소년과 한 편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천이 거느린 소조만 해도 수백이었고, 그중 신백난 첫 단계에 이른 고수는 10명도 넘어 목진을 쓰러뜨리기에 충분했다.
“목진, 희현은 때가 되면 너를 찾아갈 거야. 그리고 너희 두 사람 일에 내가 끼어드는 건 아닌 것 같으니까,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면 주애를 때린 일은 덮어줄게.”
여천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아쉽군.”
목진이 씨익 웃더니 순간 정색하며 뇌신체를 소환했다.
슉!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자 목진은 한 줄기 뇌광으로 변해 바로 여천의 앞쪽에 나타나 공격을 개시했다.
쿵!
뇌광을 실은 장풍에 공기가 폭발했고 공간마저 일그러질 것 같았다.
그러나 목진을 경계하고 있었던 여천은 갑작스러운 공격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여태껏 너에 관한 소문만 들었는데 오늘, 진짜 실력을 확인해보자!”
여천도 함께 손을 내밀었는데 손바닥에서 백광이 비치더니 백골 장갑이 나타났다. 백골 장갑에 음산한 빛을 발하는 뼈 가시가 잔뜩 나 있는 것으로 보아 위력이 상당한 영기인 것 같았다.
교활한 여천은 일부러 목진이 손을 거두지 못하도록 조금 늦게 백골 장갑을 소환했다. 목진이 일단 손을 거두면 엄청난 공격으로 그를 완전히 제압해버리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목진은 입꼬리를 씰룩거리더니 수수한 석인을 소환하였다.
암청색 석인에는 오래된 무늬가 새겨져 있었고 그 위에는 돌거북이가 누워있었다. 석인이 나타나자 엄청난 중력의 힘에 공간마저 일그러졌고 주위의 영력은 어느새 흩어졌다.
이에 여천은 금세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영력 파동으로 보아 석인은 신기였다.
쿵!
암청색 석인은 눈 깜짝할 사이에 형태를 갖추더니 무거운 힘을 방출했다.
석인은 목진이 목신전 유적지에서 얻은 현귀인으로 그동안 일정 시간 제련을 거쳐 드디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쿵!
목진이 장풍을 쏘자 손바닥에서 맴돌던 석인은 사정없이 여천의 백골 장갑을 공격했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강력하기 그지없는 충격파가 휘몰아쳐 주위 수백 장의 공기가 폭발했고 가까이에 있던 사람들은 피를 토하며 튕겨 나갔다.
여천도 온몸을 파르르 떨며 뒤로 십수 보 물러났는데 안색이 어두웠다.
이에 다른 조장들도 흠칫 놀랐다. 목진이 여천을 상대로 바로 우세를 차지한 것이 믿기지 않은 것이다.
가까스로 몸을 가눈 여천은 백골 장갑부터 확인했는데 뼈 가시가 일부 부러졌고 눈부셨던 하얀빛도 조금 어두워졌다.
방금 목진과의 대결로 생겨난 상처였다.
“준 신기를 갖고 있어 감히 희현과 싸울 생각을 한 거구나. 그런데 준 신기 하나로 희현을 상대할 생각이었다면 지금 당장 그만두는 것이 좋을 거야.”
여천의 말에 목진은 손바닥에서 천천히 회전하는 현귀인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넌 참 훌륭한 졸개야. 그런데 난 희현의 졸개를 없애려고 이곳에 왔어.”
그 말에 여천은 얼굴이 부들부들 떨리더니 어느새 살기를 품고 목진을 바라봤다.
“그렇게 죽고 싶으면 내가 오늘 너를 잡아서 희현한테 보내주마.”
말을 마친 여천이 손을 휘익 젓자 수백 소조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영력을 끌어올려 공격을 개시했다.
쿵!
사람들은 벌떼처럼 목진한테 우르르 달려들었고 무서운 공격이 폭우처럼 쏟아져 내렸다.
이들은 비록 신백난에 이르지 못했지만 이 정도 인원이라면 신백난 첫 단계를 건넌 고수를 물리치고도 남을 것이었다.
그러나 목진은 물러서지 않았고 낙리, 온청선 등도 뒤쪽에서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이때, 목진이 미세한 진동 소리가 나는 현귀인을 하늘 높이 던지자 수백 장 정도로 커졌다.
목진의 머리 위에 떠 있는 현귀인은 산처럼 단단하고 묵직해 보였는데 거북이의 울부짖는 소리가 조금씩 들리는 것 같았다.
“현귀력장!”
오래된 거북이의 포효가 주위에 퍼지자 석인에서 암청색 광막이 내려왔는데 수백 장 정도 되는 광막은 목진을 포함한 주위 백 장을 뒤덮었다.
쿠쿵!
상대방의 강력한 공격들은 전부 암청색 광막에 닿더니 순식간에 폭발하여 사라졌다. 괴이한 장면에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것이 준신기의 위력이란 말인가…….”
현귀인을 얻은 뒤, 처음으로 소환했는데 그 위력이 상당해 목진도 조금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