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화. 엄청난 수확
쿵!
엄청난 뇌명과 함께 눈부신 뇌광이 미친 듯이 요동쳐 어두운 하늘을 밝혔다.
사막에 서 있던 사람들은 무서워서 저절로 뒤로 물러났고, 그중 일부는 뇌명을 견디지 못해 귀에서 피까지 흘렀다.
또한, 그 충격으로 사막에 커다란 균열이 일어 움푹 파이더니 빠르게 주위로 퍼져나갔다. 이에 균열 사이로 모래가 폭포처럼 흘러내렸다.
간신히 뇌명 충격파를 피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있던 공간이 일그러지며 진공 상태가 된 것처럼 공기가 폭발하자 화들짝 놀랐다.
그러나 그 진공 구역에 있는 두 사람은 여전히 주먹이 맞닿은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두 사람 주위를 맴돌던 무서운 힘이 사라졌고 미풍이 불어 옷깃이 하늘거렸다.
주위가 조용해지자 사람들은 잔뜩 긴장한 채 두 사람을 지켜봤다. 그들은 두 사람 중 승자가 누구인지 무척 궁금했다.
그때 목진의 몸이 가볍게 떨리더니 눈동자에서 번쩍이던 벼락도 완전히 사라졌다.
그는 무덤덤하게 여천을 노려보며 손가락으로 옥골을 가볍게 튕겼는데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리더니 옥골에 균열이 일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목진은 서서히 손을 내리다가 손가락에 피가 난 걸 보고도 개의치 않고 쓱 닦아냈다.
퍽!
여천의 몸을 둘러싼 영롱한 옥골이 갑자기 폭발해 사방으로 튕겨 나가자 여천 역시 벼락에 맞은 것처럼 튕겨 나갔다.
퍽! 퍽!
여천은 튕겨 나가며 몸에 혈무가 잔뜩 생겨났고 미친 듯이 피를 토했다.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그의 영력 파동은 무서운 속도로 사그라들었다.
풉.
계속해서 피를 토한 여천은 더는 견디지 못하고 추락해 모래더미에 꽂혔는데 그 모습이 이보다 더 초라할 수는 없었다.
주위는 다시 조용해졌고, 여천 주위에 몰려들었던 소조들도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사람들도 순간 말문이 막혔다.
자신들은 차마 무서워 건드릴 생각조차 못 했던 사람이 눈앞에서 쓰러지자 다들 화들짝 놀란 것이다.
“이겼어.”
서황 등은 긴장을 풀고 이내 화색이 되어 외쳤다.
낙리와 온청선도 생긋 웃었다. 그러나 목진은 여천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것이 크게 놀랍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어느새 목진은 피부 표면에 번쩍이던 뇌문을 전부 거두고 모래 속에 꽂힌 여천에게 다가갔다.
피투성이가 되어 헐떡이는 여천은 중상을 입은 것 같았다.
그는 피를 토하며 두 눈을 부릅뜨고 목진을 노려봤다. 목진이 자기 백골신체를 부순 것이 믿기지 않았다.
이건 희현도 해내지 못한 일이었다.
“백골신체는 네가 생각했던 것처럼 대단하지는 않은가 봐.”
목진이 여천을 노려보며 말했다.
“목진, 이번엔 네가 이겼어. 그런데 나를 이긴다고 뭐가 달라질까? 지금의 희현은 상상 이상으로 강해. 그런 사람이 너를 상대로 생각한다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일까?”
목진을 쏘아보던 여천이 갑자기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말이 나와? 넌 참 훌륭한 졸개구나.”
목진은 히쭉 웃더니 쭈그리고 앉아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난 너를 이긴 것을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리고 언젠가 나와 희현의 대결은 꼭 보게 될 거야.”
목진의 무덤덤한 말에 여천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그는 소년한테서 사냥을 기다리고 있는 무서운 사자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목진이 주먹을 쥐자 여천의 품에서 한 줄기 빛이 솟아올랐는데 그것은 그들의 원패로 점수는 2만 점이나 되었다.
“야!”
여천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전리품일 뿐이야.”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중 절반을 자기 원패에 넘겼는데 점수가 바로 13,000점이 되었다.
목진 소조는 이렇게 많은 점수는 처음 받아보았지만, 아직 16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목진이 원패를 돌려주자 여천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소년을 노려봤다.
슉.
그때 낙리, 온청선, 서황 등이 다가왔다. 온청선은 일전에 목진을 공격했던 사람들을 힐끗 보며 물었다.
“저 녀석들은 어떻게 처리할까?”
원패를 만지작거리던 목진이 이내 정색하며 답했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저들은 여천과 함께 점수를 적잖게 벌었을 텐데 벌을 좀 받아도 되지 않을까?”
이에 흠칫 놀란 서황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상대편에 수백 소조나 있어 전부 쓰러뜨리려면 쉽지 않을 거야.”
목진을 공격했던 소조들은 깜짝 놀라 한데 모였다. 목진이 아무리 대단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지는 않을 것이라 여긴 것이다.
그런데 바로 녀석들의 속내를 꿰뚫은 목진은 씨익 웃으며 임주 등을 바라봤다.
목진의 눈빛에 흠칫 놀란 임주는 바로 소년의 뜻을 알아채고 히쭉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녀석들이 며칠 동안 우리를 참 신나게 괴롭혔지. 그러니까 절대 저들을 가만두면 안 돼!”
임주는 허공에 날아올라 자기와 함께 괴롭힘을 당했던 수십 소조 사람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이에 그들은 금세 싸울 의지가 생겼지만 상대편의 많은 인원수에 감히 나서지는 못했다.
“죄를 지었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 누군가 반항하면 우리도 도울 거야.”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목진, 이 악독한 녀석!”
누군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때 지면에 서 있던 수십 소조가 이를 악물고 하늘 높이 날아올라 상대방의 수백 소조를 포위했다.
“너희가 감히!”
일전에 토벌하려 했던 사람들이 감히 자기들을 공격하려 하자 다들 잔뜩 화가 났다.
그런데 그때 금광 한 줄기가 갑자기 솟아오르더니 온청선이 황금색 장창을 들고 나타나 주위를 쓰윽 훑었다.
“고분고분하게 점수를 내놓으면 내 손맛을 보는 일은 없을 거야.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앞으로 학원 대회에 참석할 생각은 더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온청선의 맑은 목소리에 깃든 살기에 다들 소름이 끼쳤다.
“공격하라!”
임주가 먼저 기합을 넣으며 뛰어나갔다.
“점수를 전부 돌려받자!”
그 뒤에 서 있던 수십 소조들도 함께 공격을 개시했다.
하늘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상대편은 인원수가 많아 처음에는 우세를 차지했지만 금방 싸울 의지를 잃었고 온청선 등이 옆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결국 처참히 패배했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도망가려 했지만 낙리가 나서서 모조리 막았다.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수백 소조가 맥없이 추락해 바닥에 드러누웠고 수중의 원패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임주가 나서서 원패를 전부 거두더니 목진한테 건네며 히쭉 웃었다.
“네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알지만 학원 대회의 규칙이 있으니까, 이 점수의 결정권은 너한테 있어.”
눈앞에 놓인 수백 개의 원패를 본 목진은 순간 넋이 나갔다.
그는 문득 이 점수를 전부 취하면 바로 8위권에 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서 있는 서황 등도 수백 개의 원패에 눈이 이글거렸다. 그러나 낙리는 조용히 서 있었고 온청선도 팔짱을 끼고 목진을 바라보기만 했다.
임주 뒤에 서 있는 수십 소조 사람들도 조금 복잡해진 표정으로 목진을 바라보았다. 오늘 목진이 아니었다면 여천 등에게 처참하게 당했을 거라 그가 점수를 모두 가진다고 해도 딱히 할 말은 없었다.
후우.
사람들의 주시하에 원패를 한참 바라보던 목진이 숨을 고르고 씨익 웃자 임주 뒤쪽에 서 있던 사람들은 이내 시름을 놓았다. 소년의 웃음은 여천처럼 음산한 미소가 아니었다.
“임주 조장, 나한테 엄청난 난제를 넘겼어.”
목진이 히쭉 웃으며 임주를 바라봤다.
“부담 가질 필요는 없어. 학원 대회에서 이런 일은 정상이야. 강자가 약자의 점수를 빼앗지 않으면 어떻게 결승전에 오를 수 있을까?”
임주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이 중에서 나와 온청선이 각각 1할씩 가질 테니 나머지는 너희가 나눠. 이건 너희가 애써 얻은 전리품이기도 해.”
이에 임주 등은 깜짝 놀라며 목진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들은 실력이 뛰어난 소조와 협력한 적이 있었는데 보통 임주 등을 앞세워 고생만 시키고 정작 점수는 절반 이상 그들이 가져가곤 했다.
그런데 목진이 점수의 1할만 가져간다는 것이 다들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날 그렇게 보지 마. 난 점수에 연연하지 않을 정도로 고상한 사람이 아니야. 그저 약자보다는 저들한테서 빼앗는 걸 선호하는 것뿐이야.”
목진이 바닥에 쓰러진 여천을 가리키자 임주 등은 멈칫하더니 감격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그들은 학원 대회에서 실력이 어중간한 탓에 강자들의 목표물이 되어 여태껏 비굴하게 지냈는데 자신을 존중해주고 선택권을 준 사람은 목진이 처음이었다.
“목진 조장, 고마워.”
임주 뒤쪽에 서 있던 한 소조의 조장이 감격스러운 듯 말하자 다른 수십 소조의 조장들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지금껏 강자들한테 점수를 수도 없이 빼앗기며 자존심이 바닥을 쳤고 기분도 안 좋았는데 목진 덕분에 다시 존중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이에 목진은 어색하게 웃으며 온청선한테 고개를 돌렸다.
“점수는 네가 다 가져. 너를 다시 1위에 돌려놓겠다고 약속했잖아?”
“목진 조장이 인심을 얻는데 도가 텄을 줄은 몰랐네?”
온청선이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한 말에 목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답했다.
“난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어. 그냥 이런 방식으로 점수를 얻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누가 뭐래!”
온청선은 생긋 웃더니 보다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네가 정말 저 점수를 꿀꺽했다면 실망했을 거야. 실력으로 모든 걸 정하는 학원 대회에서 네가 어떤 결정을 하든 나무랄 수 없지만 이러한 유혹마저도 견디지 못하면 앞으로 더 발전하긴 글렀다고 생각했어.”
소녀는 낙리를 힐끗 보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더는 발전이 없으면 저렇게 아리따운 소녀도 풀어줘야지.”
“말은 참 그럴싸하다만 뭐 어쨌든 전부 칭찬으로 받아들일게.”
목진이 콧등을 쓰윽 만지며 말했다. 그는 약자의 점수를 빼앗는 방식으로 순위권에 들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는 학원 대회도 이러한 목적으로 개최한 것이 아닐뿐더러 그런 방식으로는 절대 끝까지 가기 어려울 거라고 여겼다.
“잘난 척하기는.”
소녀는 목진을 흘겨보더니 다시 오만한 봉황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온청선은 원패의 점수 중 2할을 취해 바로 2만 점 넘게 올랐고 1위인 희현 소조에 더 가까워졌다.
온청선이 원패를 건네자 임주 등은 점수를 나누느라 정신 없었다. 그들은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조용해졌는데 다들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목진, 고마워.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게.”
임주는 허리를 굽혀 인사하더니 조원들과 함께 떠났고 다른 소조 사람들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연이어 떠났다.
사람들이 떠나가는 모습에 목진은 흐뭇하게 웃었다.
“저 녀석은 어떻게 할래? 보아하니 너한테 전혀 호감이 없어 보여.”
온청선은 다시 여천을 가리켰는데 녀석은 이를 갈며 소년을 노려봤다.
이에 목진은 인상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여천 같은 실력자를 쉽게 풀어주면 언젠가 위협이 될 것이 분명했다.
“목진, 점수까지 빼앗았으면서 또 뭘 원해? 설마 날 죽이려는 거야?”
여천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그는 비록 목진한테 잡히긴 했지만 소년은 절대 자신을 죽이지 못할 것이다.
“죽이지는 않을 거야.”
목진이 무덤덤하게 웃으며 손바닥에 은은한 흑광을 드러냈는데 그 속에는 특이한 힘이 들어있었다.
그건 목진 체내의 신비로운 종이에 깃든 봉인의 힘이었다.
잇따라 소년이 장풍을 쏘자 봉인의 힘이 여천의 몸에 빠르게 스며들더니 녀석 체내의 영력이 놀라운 속도로 사그라들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중상을 입은 여천은 실력이 육신난까지 떨어졌고 체내의 영력 파동은 상당히 쇠약해졌다.
“도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체내의 영력이 억제되어 마음대로 끌어올릴 수 없게 된 여천은 겁이 나 바로 확인해보니 경맥에 흑광이 번쩍이는 것을 발견했다. 괴이한 흑광 때문에 그는 체내의 영력의 조종권을 잃어버렸다.
“잠시 네 체내의 영력을 봉인한 것뿐이야.”
목진은 무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 여천이 지금 상태로 봉인의 힘을 떨쳐내려면 적어도 한 달은 걸릴 텐데 그때는 이미 학원 대회는 끝났을 것이다.
이에 여천은 사색이 되었다.
목진은 더는 여천을 거들떠보지 않고 돌아서서 낙리와 온청선한테 고개를 돌렸다.
“이제 다음 목표를 처리하러 가자.”
말을 마친 목진은 바로 떠났고 낙리 등도 곧 뒤를 따랐다. 홀로 남겨진 여천은 잔뜩 화를 내며 포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