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2화. 추격전
슉!
하늘에 빛줄기가 스쳐 지나갔다.
사람들의 엄청난 열기에도 목진은 무덤덤하게 먼 곳을 쳐다보며 나아가기만 했다. 그러나 그 역시 그와 희현 때문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의 대결은 현재 학원 대회의 최대 관심사였다.
“희현은 우리가 움직인 것을 눈치챘는지 갑자기 속도를 끌어올렸어. 이대로라면 그들이 우리보다 먼저 심창생을 찾아갈 거야.”
낙리가 갑자기 다가와 속삭였다. 그 말에 목진은 수중의 원패를 꺼내 확인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희현 등의 이동 속도가 갑자기 빨라졌다. 그마저도 놀랄 만큼 말이다.
“속도를 더 끌어올리자.”
목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들이 희현보다 먼저 심창생 등을 찾아야 했다. 그러다 그들이 희현 등한테 잡히면 엄청나게 불리해질 것이다. 그건 희현이 가장 잘 Tm는 수법이었다.
말을 마친 목진이 바로 용등술을 소환해 속도를 한껏 끌어올리자 낙리, 온청선 등도 바로 목진의 뒤를 따랐는데 서황 등은 어쩔 수 없이 뒤처졌다. 목진은 더는 이들을 기다려줄 수가 없었다.
그들은 반드시 희현보다 먼저 심창생 등을 찾아야만 했다.
* * *
한편, 산골짜기에 있는 이들의 분위기는 다른 곳과는 달리 아주 여유작작했다.
심창생, 이현통, 소훤 등은 골짜기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방금 실력이 막강한 소조와 대전을 치러 승리했다. 조금 애를 쓰긴 했지만 그 덕분에 16위가 되었다.
“목진은 참 빨리도 치고 올라가네. 벌써 10위가 되었어.”
원패를 힐끗 본 학요가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난 그럴 줄 알았어. 오히려 이제야 10위가 된 것이 조금 놀라운걸?”
이때, 심창생이 눈을 뜨더니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16위권에 우리 북창령원의 두 소조가 들었어.”
이현통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다른 사람들도 이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지?”
원패를 만지작거리던 소훤이 갑자기 안색이 어두워진 채 고개를 번쩍 들었다.
“왜 사람들이 갑자기 우리한테 몰려들고 있지?”
이에 심창생도 깜짝 놀라 원패를 확인하자 16위권에서 이들을 제외하고 전부 이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1위인 희현과 10위인 목진도 포함되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이현통이 뭔가 의심쩍은 얼굴로 말했다.
“얼른 떠나자. 희현이 우리를 노리고 있어. 그는 우리를 이용해 목진한테 반격하려는 거야.”
잠시 고민하던 심창생이 벌떡 일어나 한 말에 이현통 등은 순간 안색이 변했다.
“이미 늦은 것 같아.”
소훤이 원패를 꽉 쥐고 씁쓸하게 말했다.
이에 심창생이 이내 정색하며 고개를 들어보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미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고 1위인 희현과 수천 장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이 정도면 상대편에서 이들의 구체적인 위치를 파악하고도 남을 위치였다.
심창생 등은 안색이 한껏 어두워졌다. 갑자기 들이닥친 희현 등에 어쩔 바를 몰랐다.
그들도 부서진 유적 대륙에서 엄청난 기회를 얻어 실력이 폭등했지만 희현 등의 상대는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 일단 싸움이 나면 패배할 것이 분명했다.
“어떡하지?”
학요는 표정이 잔뜩 일그러진 채 심창생을 바라봤다.
“내가 원패를 들고 떠날 테니 너희는 다른 곳으로 도망가!”
심창생이 이를 악물고 말했고 그 말에 이현통은 이내 정색하였다.
“이 정도 거리면 우리 위치는 이미 드러났고 각자 도망간다고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거야. 그리고 너만 잡히나 우리 전부 잡히나 큰 차이는 없어. 일단 우리 중 한 사람이라도 잡히면 목진을 상대하는 데는 충분해! 목진도 지금 전력을 다해 달려오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우리 함께 움직이자. 희현 등이 아무리 실력이 막강해도 우리라고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거잖아?”
실력이 가장 약한 양린이 이를 악물며 한 말에 심창생은 안색이 한껏 어두워지며 주먹을 꽉 쥐었다. 목진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북창령원 천방 1위였던 그는 자부심이 엄청났었다. 그런데 지금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너무 싫었다.
퍽!
심창생은 옆에 있는 거대한 암석을 주먹으로 부수더니 깊게 숨을 들이켜고 말했다.
“일단 도망가자. 목진 등이 오고 있으니까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보자. 일단 그들과 만나면 희현 등의 계획은 자연스레 무산될 거야.”
이에 이현통, 소훤 등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희현한테 잡혀 목진을 상대하는 데 이용당하고 싶지 않았다.
“가자!”
말을 마친 심창생이 신속하게 반대 방향으로 날아갔고 이현통, 소훤 등도 바로 뒤를 따랐다.
슉!
그들은 속도를 한껏 끌어올려 하늘을 가르며 달렸는데 이러한 도주에 잔뜩 언짢아진 심창생은 주먹을 꽉 쥐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때 뒤쪽에서 갑자기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얼른 떠나!”
심창생이 흠칫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허허, 북창령원 친구들, 우리가 멀리서 찾아왔는데 인사도 안 하고 떠나려 하다니, 너무 무례한 거 아니야?”
누군가의 목소리가 갑자기 주위에 울려 퍼지자 심창생 등은 순간 가슴이 철렁하였다.
“무시하고 가던 길이나 가자!”
그런데 심창생이 말을 마치자마자 고개를 들어보니 앞쪽 산봉우리에 누군가 뒷짐을 쥐고 히쭉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얀색 도포를 입은 청년은 훤칠한 외모에 상냥하게 웃고 있었다. 심창생 등은 그 정체를 확인한 순간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희현이야!”
“여러분, 이제 멈춰서지 그래?”
희현은 심창생 등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꿈 깨!”
심창생이 피식 웃으며 이현통 등과 뿔뿔이 흩어지자 희현은 가볍게 한숨을 쉬고 무덤덤하게 옷깃을 휘날렸다. 그러자 지극히 강력한 영력이 다섯 갈래로 나뉘어 눈 깜짝할 사이에 심창생 등의 위쪽에 나타나 영력 거수로 변해 내려꽂혔다.
퍽!
뇌명 같은 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지자 도주하려 했던 심창생 등은 어쩔 수 없이 다시 돌아왔다. 심창생과 이현통은 조금 휘청거렸을 뿐이지만 소훤 등은 안색이 창백해진 채 튕겨 나갔다.
희현은 단숨에 다섯 사람을 쓰러뜨릴 만큼 실력이 막강했다.
다시 한데 모인 심창생 등은 희현의 실력에 깜짝 놀랐다.
현재 심창생과 이현통은 신백난 첫 단계 정상에 이르렀고 소훤, 학요와 양린은 영력난에 이르렀다. 이 정도면 다른 소조에 비해 실력이 상당했지만 희현한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북창령원 친구들, 내 목표는 너희가 아니란 걸 잘 알 거야. 그러니까 내 손에 잡혀만 주면 괴롭히지는 않을게.”
희현이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지만 심창생 등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슉.
그때 또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네 사람이 나타나 각자 한 방향씩 책임지고 심창생 등의 주위를 완벽하게 막았다. 희현의 조원들이었다.
이에 심창생 등은 더는 도망갈 곳이 없다는 생각에 안색이 잔뜩 어두워졌지만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보기로 했다.
“공격하라!”
심창생과 이현통은 동시에 무기를 소환해 신속하게 희현을 공격했고 소훤, 학요와 양린은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그들은 함께 다른 조원 중 한 사람을 쓰러뜨리기로 했다.
쿠쿵!
창망이 희현이 서 있던 곳을 힘껏 후려치자 산맥은 무너졌지만 어느새 허공에 떠오른 희현은 옷에 먼지 하나 묻지 않았다.
“내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나 봐?”
희현은 심창생과 이현통을 바라보더니 유감스러운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앞으로 나아갔다.
슉!
희현이 귀신같이 면전에 나타나자 심창생과 이현통은 깜짝 놀랐다.
쿵!
다행히 반응이 빠른 두 사람은 동시에 웅장한 영력을 실은 장풍을 쐈고 희현도 이에 맞서 공격을 개시했다.
놀라운 영력 폭풍이 휘몰아치자 심창생과 이현통은 큰 타격을 입은 듯 수십 장 정도 튕겨 나가서야 간신히 멈춰 섰다. 그들은 엄청난 통증에 손을 파르르 떨었는데 희현은 여전히 끄떡없었다.
“너희도 북창령원에서 정예일 텐데 신생인 목진이 머리 위에 타고 올라 언짢았을 거야. 그럴 바에는 나와 손을 잡고 함께 녀석을 처리해버리는 것이 어때? 성령원의 이름을 걸고 너희를 결승전에 들게 해줄게.”
희현은 심창생과 이현통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도 성령원에서 신생이라 노참들의 속내를 잘 알았다. 심창생 등이 그와 비슷한 처지인 목진한테 호감이 없을 거라 여겼지만 오산이었다. 심창생과 이현통은 희현을 비웃듯 피식 웃기만 하였다.
이에 희현은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똑같은 상황에서 성령원 사람들이었다면 분명 희현을 배신했을 텐데 북창령원 녀석들은 자기 머리 위에 기어 올라간 목진을 감싸고 있었다.
그건 목진이 북창령원에서 희현보다 더 잘 해냈다는 것을 의미했다.
“겁도 없이…….”
희현은 씨익 웃더니 다시 눈앞에서 사라졌다.
퍽!
놀라운 영력이 폭발해 심창생과 이현통은 다시 뒤로 물러났고 어느새 피를 머금었는데 몸을 추스르기도 전에 희현이 다시 귀신같이 앞쪽에 나타나 더 무서운 공격을 개시했다.
퍽! 퍽!
심창생과 이현통이 협력해도 전혀 희현의 상대가 되지 않았고 반격할 기회조차 없었다.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그들은 미친 듯이 피를 토했다.
쿵!
다른 쪽에서 소훤 등이 성령원 조원 한 사람을 뚫으려고 애썼지만 역시 전혀 우세를 차지하지 못했다.
“허허, 나를 선택했다니. 내가 네 사람 중에서 실력이 가장 미흡하다고 판단했나 보지?”
소훤 등이 상대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모풍이었고 희현의 다른 세 조원은 조용히 서서 지켜보기만 했다. 모풍의 실력은 희현 다음으로 그들은 절대 그의 상대가 안 되었다.
그런데 소훤 등은 아무것도 모르고 끊임없이 모풍을 공격하기만 했다.
“모풍, 더 이상 시간 끌지 마.”
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희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가 불쌍해서 어쩌면 좋을까?”
모풍은 씨익 웃더니 이내 정색하며 소훤 등을 바라봤다.
모풍의 사악한 웃음에 소훤 등은 서로 마주 보고 체내의 영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슉!
학원 대회에서 오랜 시간 함께해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는 이들은 비록 실력이 영력난 밖에 안 되지만 협력하면 신백난 첫 단계를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데 모풍은 신백난 첫 단계가 아니라 두 번째 단계를 넘은 고수로 목진이 쓰러뜨린 여천보다도 실력이 강했다. 세 사람의 강력한 공격에 모풍이 피식 웃더니 검붉은 장창을 소환했는데 선홍빛 반달무늬가 난 장창에서 무서운 파동이 일었다.
“마월창(魔月戟), 월참(月斬)!”
모풍이 한기 어린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장창을 휘두르자 혈광이 폭발하며 창끝에 나타난 커다란 선홍빛 반달이 엄청난 살기를 싣고 소훤 등에게 향했다. 반달이 지나간 곳은 공간마저 찢어졌다.
소훤 등은 깜짝 놀라 바로 전력을 다해 맞섰다.
“봉익령산(鳳翼靈傘)!”
소훤이 주먹을 꽉 쥐자 봉황의 날개로 만들어진 영산이 나타나더니 봉황의 울음소리와 함께 영광을 번쩍이며 강력한 영력 파동이 퍼졌다. 이 물건은 위력이 상당한 절품 영기였다.
“요룡도(妖龍刀)!”
학요도 용의 머리처럼 생긴 큰 칼을 소환했는데 표면에 용린이 잔뜩 새겨진 장도에서 거대한 용형 도망을 발사했다.
“백수륜(百獸輪)!”
양린의 수중에서도 빛을 발하더니 광륜이 나타났는데 주위에 그윽하던 영광이 백 마리 영수의 형태를 갖춰 포효하였다.
세 사람이 유적 대륙에서 얻은 영기로 협력하자 그 위력도 배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