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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63화 (362/1,000)

363화. 드디어 만난 두 사람

쿵!

네 사람의 공격이 부딪치자 엄청난 소리와 함께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영력 충격파가 생겨났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도 모르고 감히 어딜 덤벼!”

모풍은 히쭉 웃으며 마월창을 휘둘렀다. 그러자 혈광이 요동치며 수많은 선홍빛 반달이 나타나 사정없이 상대방을 공격했다.

퍽! 퍽!

그의 공격에 소훤 등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비록 다들 비범한 영기를 들고 있었지만 모풍과의 실력 차가 너무 크게 났다.

영력난과 신백난 두 번째 단계의 차이는 영기만으로 보완할 수 없었다.

퍽!

세 사람은 결국 피를 토하며 뒤로 물러났다.

슉!

그런데 세 사람이 몸을 추스르기도 전에 모풍이 귀신처럼 소훤 뒤쪽에 나타났다. 최대한 빨리 싸움을 끝내려는 것이었다.

“소훤, 조심!”

학요가 화들짝 놀라 외쳤다. 체내에 무질서해진 영력을 다스리고 있던 소훤도 뒤쪽의 모풍을 발견하고 피하고 싶었지만, 상대방의 장도가 너무 빨라 그 모습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퍽!

그런데 그때, 누군가 소녀를 밀쳐냈다.

학요였다. 소녀 대신 모풍의 매서운 공격에 팔목을 맞은 학요는 손이 잘려나가 피를 철철 흘렸고 엄청난 고통에 고함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얼른 가!”

학요는 가까스로 손목을 잡고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는 소훤한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참 감동적이야.”

모풍은 뚝뚝 떨어지는 피를 보며 씨익 웃더니 다시 소훤에게로 향했다.

“젠장!”

이에 양린이 욕설을 퍼부으며 영력을 한껏 끌어올린 채 소훤의 앞에 나타나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데 모풍은 전혀 봐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함께 주먹을 휘둘러 양린의 공격에 맞섰다.

무서운 힘에 양린의 팔은 순식간에 일그러졌고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미친 듯이 피를 토하며 멀리 튕겨 나갔다.

소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자기를 보호하려다가 중상을 입은 두 사내를 보고 눈가가 촉촉해졌다.

어느새 심창생과 이현통도 피투성이가 되었는데 여전히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희현을 쳐다봤다. 상대방이 철처히 우세를 차지한 상황이었지만 그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체내의 영력을 한껏 끌어올려 희현을 끊임없이 공격했다.

그러나 희현은 두 사람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냈고 그들은 결국 휘청이며 뒤로 물러났는데 그 모습이 너무 가여워 보였다.

주위에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다들 먼 하늘이나 산봉우리에 서서 이를 지켜보았다.

사람들은 이러한 모습에 깊은 한숨을 쉬었다. 심창생이 이끄는 북창령원 소조는 아마 오늘 전멸할 것이다.

아무도 그들을 도와주려 하지 않았다. 학원 대회 최강자에게 감히 도전장을 내밀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풉.”

심창생과 이현통은 다시 피를 토하더니 태연하게 서 있는 희현을 바라보며 혈안이 된 채 이를 악물었다.

그들은 유적 대륙에서 엄청난 기회를 얻어 실력이 폭등했다고 생각했는데 희현에 비하면 한없이 부족했고, 소훤 등을 도와줄 수조차 없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했다.

“엄청 슬픈가 봐?”

희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 이건 목진 탓이야. 그 녀석이 잘난 척만 안 했으면 너희도 이런 굴욕을 당하지 않아도 됐어.”

희현은 심창생 등을 사정없이 짓밟았을 뿐만 아니라 그 굴욕감을 목진에 대한 원망으로 돌리려 했다.

“너는 목진을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어.”

그런데 심창생은 히쭉 웃더니 입에 피를 머금고 말했다.

“뭐?”

희현은 눈빛이 점차 차가워졌다.

“넌 영원히 혼자고 아무도 널 믿지 않아. 지금 너와 한편인 조원들도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 부닥치면 분명 너를 버리겠지만 우리는 절대 목진을 버리지 않아.”

심창생은 희현을 비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네가 목진보다 못하다는 거야!”

“허허.”

희현은 가볍게 웃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누가 약자의 말을 믿을까? 너희들의 믿음은 실력 앞에서는 우스울 만큼 약해.”

희현은 한껏 차가워진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까 너희도 여기까지야.”

슉!

말을 마친 희현이 다시 사라지자 심창생과 이현통은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녀석이 갑자기 두 사람 사이에 나타나 목덜미를 확 쥐었다.

퍽!

산 벽에 내던져진 두 사람은 또다시 피를 토했고 영력 파동이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그런데 그들의 목덜미를 잡은 희현은 여전히 무덤덤하게 서 있기만 했다.

한편, 모풍은 히쭉 웃으며 소훤한테 물었다.

“이제 너를 도와줄 사람이 또 있을까?”

슉!

말을 마친 모풍이 공격을 개시하자 소훤은 체내의 영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지금 상황에서는 최선을 다해 싸워보는 수밖에 없었다.

쿵!

날카로운 마월참이 영산에 닿자 무서운 힘이 불어와 소훤은 온몸을 파르르 떨었고 수중의 영산은 멀리 튕겨 나갔다.

슉!

어느새 소훤 곁에 다가간 모풍은 예쁘장한 소녀의 얼굴을 보며 씨익 웃더니 영력을 가득 담은 장풍을 쏘려고 했다.

“이제 끝났어!”

모풍의 말에 소훤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꽈르릉!

그런데 그때, 갑자기 난폭한 뇌명이 들려왔고 모풍은 흠칫 놀랐는데 검은색 뇌광이 하늘을 가르며 엄청난 속도로 날아와 녀석을 가격했다.

퍽!

멀리 튕겨 나간 모풍은 바닥에 떨어져 순식간에 움푹 파였고 균열이 주위에 빠르게 퍼졌다.

그런데 검은색 뇌광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방향을 틀어 모풍한테 다가가더니 뇌광이 번쩍이는 주먹을 휘둘러 녀석의 가슴팍을 후려쳤다.

풉.

피를 토하며 땅에 더 깊게 꽂힌 모풍은 포효하며 발버둥 쳐봤지만 뇌광이 번쩍이는 손에 목덜미가 잡혀 꿈쩍할 수 없었다.

검은색 뇌광이 사라지고 늘씬한 청년이 사람들 눈앞에 나타났는데 얼굴에 살기가 가득 찼다.

“목진이다.”

누군가의 외침에 그곳은 순식간에 떠들썩해졌다.

이에 멀지 않은 곳에서 심창생과 이현통의 목덜미를 잡고 있던 희현도 서서히 고개를 돌리더니 낯익은 얼굴에 씨익 웃었다.

“목진, 드디어 왔구나.”

드넓은 구역에는 사람들이 가득 모였고 계속해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구역은 자연스레 학원 대회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곳이 되었다.

사람들은 허공에 멈춰서서 앞쪽에 검은색 뇌광을 온몸에 휘감은 늘씬한 청년을 바라봤는데 그와 희현이 내뿜는 살기에 주위가 순간 싸늘해졌다.

“드디어 왔군.”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북창령원 소조가 전멸할 뻔했어.”

“오늘 일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아.”

“희현을 상대하기가 절대 쉽지 않을 거야. 목진이 조금 유명해졌다고는 하지만 과연 희현을 상대할 수 있을까? 실력이 영력난 밖에 안 되는 것 같은데…….”

* * *

사람들은 수군대며 두 주인공을 쳐다봤다. 오늘 이곳에서 엄청난 전쟁이 벌어질 것 같았다.

한편, 움푹 파인 대지에 서 있는 목진은 살기 가득한 얼굴로 모풍의 목덜미를 잡고 있었다. 손만 가볍게 움직이면 모풍은 바로 죽을 것이다.

이에 모풍도 안색이 어두워진 채 입가에 피를 머금고 목진을 쏘아봤다. 소년의 엄청나게 빠른 공격에 차마 반응할 시간도 없이 한순간에 제압당했지만, 정면 승부를 펼치면 분명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소훤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목진을 바라보며 입가의 피를 닦았다. 소년의 존재만으로도 시름이 놓였고 왠지 싸움에서 이길 것만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그녀는 반년 만에 목진을 다시 만났는데 소년의 부드러웠던 인상은 사라지고 살기 가득한 모습이 꼭 절세의 신창처럼 예리했다.

목진은 고개를 돌려 한껏 부드러워진 눈빛으로 소훤을 바라봤다.

“소훤 선배, 괜찮아요?”

이에 소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학요와 양린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난 괜찮은데 저들이 많이 다쳤어.”

모풍한테 손이 잘린 학요는 계속 피를 흘렸고 양린도 어느새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는데 목진을 보더니 한시름 놓은 듯 숨을 골랐다.

목진이 미안한 듯 고개를 끄덕이자 학요는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애써 웃으며 물었다.

“자신 있어?”

“제가 있는 한 저들은 절대 선배들 가까이 갈 수 없을 거예요.”

“그럼 너한테 맡길게.”

목진의 말에 학요는 서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은 다시 고개를 돌려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청년을 노려봤고 상대방도 살기 가득한 얼굴로 소년을 바라봤다.

“목진, 드디어 나타났군.”

희현은 심창생과 이현통의 목덜미를 꽉 잡으며 말했다.

“네가 뭘 준비했는지 보러 왔어. 지난번보다야 정성스럽게 준비했겠지?”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묻자 희현도 히쭉 웃으며 답했다.

“절대 실망하지 않을 거야.”

“엄청 기대되는데.”

“모풍을 풀어줘!”

그때 성령원 조원 세 명이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렸다.

그들은 신백난 첫 단계에 이르러 모풍보다는 못해도 절대 무시할만한 실력은 아니었는데 목진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흥!”

이에 세 조원이 동시에 웅장한 영력을 실은 장인을 쐈지만 소년은 끄떡도 없었다.

슉!

그때 하늘에서 갑자기 검음이 들리더니 거대한 검광 세 갈래가 나타나 영력 장인을 반으로 갈라 산산이 부숴버렸다.

슉.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보니 소녀 둘이 빠르게 달려와 목진의 옆에 멈춰 섰다.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뽐내며 나타난 절세 미녀의 등장에 다들 저도 모르게 눈길이 갔다.

“온청선이야!”

“다른 한 사람은 낙리지? 나 저 소녀를 알아. 영로에서 낙왕으로 불렸고 영로 종점에서 희현에게 중상을 입힌 사람이야.”

“저들은 목진과 한 편인가 봐. 그들이 정말 싸운다면 희현이라고 해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을 거야. 목진이 모습을 드러낸 데에는 역시 믿는 구석이 있었어.”

* * *

두 소녀가 나타나자 주위가 순간 떠들썩해졌다.

한편, 낙리와 온청선은 목진을 힐끗 보더니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희현한테 눈길을 돌렸다.

희현과 크게 접촉이 없었던 온청선은 흥미진진하게 상대방을 훑었다. 그녀는 목진을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나있고 학원 대회 1위의 자리까지 빼앗은 사람이 궁금했던 참이었다.

반면, 낙리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희현을 힐끗 쳐다보기만 했다.

낙리가 나타나면서부터 소녀한테서 눈길을 떼지 못한 희현은 소녀의 무덤덤한 표정에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낙리, 오랜만이야.”

희현은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입을 열었다.

“영로 종점에서 내가 했던 말 기억해?”

낙리는 다시 희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에 희현은 흠칫하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날, 소녀는 희현과 물불 가리지 않고 싸워 크게 다쳤음에도 그의 목숨은 목진이 가져갈 거라 살려두는 거라고 말하고 떠났었다.

“저 녀석이 네가 했던 말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어.”

희현은 목진을 노려보며 심창생과 이현통의 목덜미를 더 꽉 잡았다.

“네가 틀렸어. 목진은 너보다 더 강한 사람이야.”

낙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희현은 온몸을 파르르 떨더니 안색이 잔뜩 어두워졌다.

절대 속내를 드러내지 않던 희현의 놀라운 변화에 그의 조원들은 화들짝 놀랐고 주위에 몰려든 사람들은 어느새 목진과 낙리, 희현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류를 눈치챘다.

“그래? 엄청 기대되는 걸.”

“영력난 밖에 안 되면서 무슨 수로 나를 이기겠단 거야?”

희현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분노를 가까스로 가라앉히고 목진을 쏘아보았다. 그 말에 소년은 피식 웃더니 모풍을 번쩍 들었다.

“사람들부터 풀어주자. 유치하게 인질 놀이나 하려고 나를 부른 건 아니잖아?”

이에 희현은 씨익 웃더니 심창생과 이현통을 대충 내던졌고 목진도 모풍을 암석 쪽에 던졌는데 부딪친 암석은 곧바로 부서졌다.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난 모풍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으나 감히 목진한테 덤비지 못했다.

소훤 등은 바로 달려가 심창생과 이현통을 부축했는데 피투성이가 된 두 사람의 모습이 엄청 안쓰러웠다.

목진은 두 사람한테 너무 미안했다.

“이제부터는 너한테 맡길게. 저 녀석의 실력은 엄청나니까 안 될 것 같으면 바로 도망가자. 살아있어야 복수라도 할 것 아니야?”

심창생이 히쭉 웃으며 목진의 어깨를 다독였다. 그 말에 소년도 이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슈슉!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목진과 희현의 대결 때문에 학원 대회의 강자들이 주위에 잔뜩 모여든 것이다.

희현은 무덤덤한 얼굴로 손에 묻은 피를 닦더니 주위를 쓰윽 훑으며 손을 휘익 저었다.

“지금부터 멸진 작전(滅塵作戰)을 시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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