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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65화 (364/1,000)

365화. 놀라운 대결

“그럼 무령 조장은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아?”

희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묻더니 목진을 힐끗 쳐다봤다.

“다들 돌아갔다가 결승전에서 만나게 되면 제대로 싸워보는 게 어때?”

무령이 히쭉 웃으며 한 말에 사람들은 멈칫하였다. 판을 이렇게까지 키웠는데 갑자기 돌아가라니, 다들 얼굴이나 비추고 몸매나 자랑하러 나왔단 말인가?

이에 목진은 무덤덤하게 웃기만 했고 희현은 주위를 쓰윽 훑더니 목진한테 눈길을 멈췄다.

“나도 오늘 당장 결승전을 치르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해. 그런데 이렇게 왔는데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목진, 오늘 일은 우리 두 사람 때문에 벌어진 거니까 우리 둘이 해결하자.”

희현은 낙리와 온청선 때문에 목진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 소녀가 기어코 소년을 돕겠다고 나선다면 그가 데려온 고수들도 절대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희현은 처음부터 목진과 단둘이 싸우려고 판을 키웠던 것이었다.

희현에 비해 목진은 아직 신백난에도 이르지 못했기에 낙리는 소년이 걱정되었다. 두 사람이 언젠가 반드시 싸우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으면 했다. 지금 싸우면 목진이 엄청 불리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희현도 그런 사실을 알고 일부러 목진을 몰아세운 것이다. 잘만 하면 희현은 오늘부로 가장 꺼려왔던 상대를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낙리가 낙신검을 꽉 쥔 채 나서려 하자 목진이 막아섰다. 소년은 가볍게 고개를 흔들더니 피식 웃으며 희현을 바라봤다.

“그러든지.”

목진의 말에 사람들은 깜짝 놀라 소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가 이토록 통쾌하게 응전할 줄은 몰랐다.

희현은 목진이 영력난 밖에 안 되는 실력이 약점이라고 생각해 일부러 단둘이서 싸우려고 한 것이다. 목진한테 이 치명적인 약점을 보완할 방법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 상대가 보통 고수도 아니고 희현 같은 요물이라면 그 실력 차이를 무시하기란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희현이 분명 숨겨둔 필살기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목진아.”

서황 등은 목진이 조금 걱정되었고 심창생과 이현통도 인상을 찌푸리며 서로를 바라봤다.

특히 희현과 힘을 겨뤘던 심창생과 이현통은 녀석의 무서운 실력을 맛봤기에 목진에게 승산이 거의 없다고 여겼다.

온청선도 목진을 힐끗 보며 뭐라 말하려고 했지만 결국 말을 아꼈다. 그녀마저도 희현은 목진이 여태껏 만났던 상대와 전혀 다르다는 걸 알았다.

“멍청한 녀석.”

무영영이 더는 참지 못하고 이를 갈며 말했다.

“목진이 멍청하면 여기 똑똑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거야.”

무령은 전혀 걱정되지 않는지 히쭉 웃으며 옆에 서 있는 온불승을 바라봤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온불승은 불패령원(不敗靈院) 출신으로 그곳은 이름만 으리으리할 뿐,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실력도 형편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보잘것없는 학원에서 나온 청년이 소조 사람들을 이끌고 8위의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었다.

그 자리는 결승전을 향한 마지막 자리로 수많은 소조가 도전했지만 결국 온불승을 꺾지 못했다.

이에 사람들은 보잘것없는 학원 출신인 이 소조야말로 올해, 학원 대회의 숨은 실력자란 걸 알아챘다.

“희현의 실력이 상당해.”

무령의 질문에 온불승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목진도 상대하기 쉬운 사람은 아니야. 소년의 실력은 비록 영력난 밖에 안 되지만 희현 못지않게 위험한 인물임이 느껴져. 이번 대결은 아주 흥미로울 것 같아. 그리고 결과는 목진이 하기에 달렸어.”

온불승의 평가에 무령도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주 흥미로울 거야.”

수많은 사람의 주시하에 목진은 천천히 나섰고 희현은 소년을 한참 노려보더니 피식 웃었다.

“영력난 밖에 안 되는 실력으로 여기까지 온 것도 대단해.”

그러나 목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하늘로 날아올라 뇌신체를 소환했다.

“어디 한 번 해봐. 그동안 네가 얼마나 진보했는지 보자.”

목진이 천천히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 말에 희현은 씨익 웃더니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렸다.

쿠쿵!

웅장하기 그지없는 영력은 바다처럼 휘몰아치며 영력 위압감을 형성해 그들이 있는 구역을 감쌌다.

사람들은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고, 희현이 형성한 영력 위압감에 몸이 무거워진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희현은 신백난 두 번째 단계에 이른 영력을 선보였으나 실제 실력은 곧 세 번째 단계에 이를 것으로 보통 신백난 두 번째 단계의 고수도 그의 상대가 아니었다.

“영력이 엄청나군.”

누군가 참지 못하고 말을 내뱉었다. 신백난 두 번째 단계도 학원 대회에서 최정예에 속하는데 희현은 이미 그 단계를 넘어 곧 신백난 세 번째를 코앞에 남겨두고 있었다.

신백난 세 번째 단계 다음은 바로 사람들이 꿈에도 그리는 지존경이었다.

그런데 목진은 희현의 영력 파동에도 크게 놀라지 않은 눈치였다. 녀석의 천부적 재능이라면 이런 실력을 갖춘 것이 정상이라 생각했다.

꽈르릉.

이때, 목진의 피부 표면에서 요동치던 뇌광이 점차 그윽해지더니 가슴팍에 뇌광 여섯 개가 나타났다. 이에 하늘이 어두워지며 벼락이 꿈틀거렸다.

검은색 뇌광은 목진의 몸을 누비며 산 한 채를 부술 만큼 무서운 힘을 선보였다.

목진의 영력 파동은 희현처럼 강하지는 않았지만 육신에서 전해지는 힘의 파동에 주위 공기마저 폭발했다.

“육신을 저 정도까지 수련했다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던 유청운은 목진 주위의 힘의 파동에 흠칫 놀랐다.

지존경에 이르기 전에 육신을 수련하는 것은 엄청 어려운 일이었다. 경지를 돌파하는 것은 영력을 수련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워 대부분은 지존경에 이르기 전에 육신을 수련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지 않았다.

일단 지존경에 이르면 지존 법신을 수련할 수 있고, 천지를 가르고도 남을 힘이 깃든 지존 법신 앞에서 육신 수련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깟 육신으로 내 영력 충격을 버틸 수 있을까?”

희현이 목진을 노려보며 물었다.

“그거야 해봐야 알지.”

“용기는 가상하군.”

희현은 씨익 웃더니 수백 장 정도 되는 기의 회오리 십수 갈래를 발사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목진 위쪽에 나타났다.

“성광륜(聖光輪)!”

희현이 주먹을 꽉 쥐자 기의 회오리들이 한데 모이더니 목진의 머리 위에서 백 장 정도 되는 방대한 성광륜을 이뤘고 빠르게 회전하며 목진을 공격했다.

희현은 처음부터 살수를 뒀다.

이에 목진은 검은색 뇌문이 잔뜩 새겨진 팔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꽈르릉.

엄청난 뇌명과 함께 목진의 주먹에서 커다란 검은색 뇌광이 흑룡처럼 날아올라 포효하며 성광륜으로 향했다.

퍽!

흑뢰와 백광이 하늘에서 미친 듯이 요동치며 돌풍을 만들었고 목진은 갑자기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슉!

목진은 어느새 희현의 뒤쪽에 나타나 결인하더니 그 뒤쪽에 별빛 공간을 형성했다.

“사신봉천인!”

“뇌신의 주먹(雷神之拳)!”

목진은 왼쪽 주먹으로 영수의 빛을 발사했고, 오른쪽 손에서는 뇌광이 번쩍였다. 난폭한 두 개의 공격이 희현에게로 향했다.

“성광순(聖光盾)!”

눈부신 백광이 한데 모여 거대한 빛의 방패를 형성했는데 그 표면에도 신성한 부적이 적혀 있었다.

쿵!

목진의 공격에 맞은 방패는 심하게 떨렸지만 부서지지는 않았다.

희현은 목진이 전에 상대했던 사람들과 달리 영력이 강할 뿐만 아니라 수련한 신결도 보통 물건이 아니라 전투력이 상당했다.

“성광지수(聖光之手)!”

목진의 공격을 막아낸 희현은 바로 공격을 개시했는데 거대한 성광의 손바닥이 목진의 위쪽에서 형태를 갖추더니 공기를 폭발시키며 내리쳤다.

쿵!

또 한 갈래의 커다란 흑뢰가 하늘 높이 날아올라 성광지수를 막았다.

퍽! 퍽! 퍽!

두 사람은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열 번도 넘게 공격이 오갔고 흑뢰가 폭발하며 성광이 흐릿해졌다.

사람들은 멍하니 두 사람의 대결을 바라봤는데 그중 신백난 두 번째 단계에 이른 이들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들의 공격은 너무 강했다.

희현과의 대결에서 목진이 더 많이 맞긴 했지만 강력한 육신으로 끝까지 버텨 결국 아무도 우세를 차지하지 못했다.

낙리와 온청선 등은 조용히 목진과 희현의 대결을 지켜봤다. 그들은 목진이 뇌신체를 끝까지 끌어올리고도 우세를 차지하지 못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이러다 무승부로 끝나겠어.”

먼 곳에 서 있는 무령의 말에 온불승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슬슬 필살기를 선보일 때가 되었어.”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늘에 갑자기 눈부신 백광이 떠올랐고 무서운 영력 파동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위잉.

눈부신 백광이 떠오르자 사람들은 자연스레 고개를 돌렸다.

쿵.

흠칫 놀란 목진이 눈부신 빛을 발하는 희현을 향해 웅장한 영력을 실어 검은색 벼락이 깃든 주먹을 휘둘렀다.

눈부신 빛덩이의 중심에 서 있는 희현 주위에 웅장한 영력이 요동쳤는데 그는 장발을 휘날리며 한기 어린 눈빛으로 검은색 벼락이 깃든 공격을 보며 피식 웃었다.

슉!

흑뢰의 공격 앞쪽에 나타난 희현이 가볍게 장풍을 쏘자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눈부신 하얀색 영력이 폭발하였고 백광이 닿은 곳마다 난폭했던 흑뢰는 바로 사라졌다.

“목진, 내 실력이 신백난 두 번째 단계밖에 안 될 거라고 생각해?”

뇌광을 부숴버린 희현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한 말에 사람들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이미 신백난 세 번째 단계에 이르렀단 말인가!

낙리, 온청선 등도 흠칫 놀라 안색이 어두워졌다. 희현은 역시 진정한 실력을 감추고 있었다.

그때 희현이 주먹을 꽉 쥐자 무서운 영력 위압감을 형성했는데 이는 전보다 훨씬 더 거셌고 난폭한 힘을 자랑하며 끊임없이 솟구쳤다.

그의 영력은 전보다 훨씬 강력해졌다.

“희현이 신백난 세 번째 단계를 넘었다니, 역시 보통이 아니야. 여태껏 학원 대회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어. 이제 목진은 어떡하지?”

희현이 갑자기 영력을 끌어올려 두 사람의 대결을 종결시키려고 하자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희현이 정말 신백난 세 번째 단계에 이르렀다면 목진은 절대 녀석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따위 실력으로 나를 어떻게 막을 거야?”

목진을 쏘아보던 희현은 인법을 바꾸더니 목진의 위쪽에 거대한 광인을 형성했다.

눈부신 빛을 발하는 광인에 깃든 무서운 힘은 목진 주위 수백 장 범위를 감싸 절대 도망칠 수 없게 만들었다.

희현의 공격은 전보다 훨씬 강력했기에 목진이 원래의 수법으로 막으려 한다면 분명 크게 다칠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누군가 일단 부상을 당하면 결과는 상대편의 승리나 마찬가지였다.

한편, 거대한 광인의 위압감에 주위의 공기는 흐름을 멈췄고 목진의 피부 표면에 번쩍이던 뇌광마저도 억제되었다.

신백난 세 번째 단계는 역시 엄청났다.

그건 육문 뇌체로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희현을 상대하려면 목진 역시 전력을 다해야 했다.

후우.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더니 서서히 눈을 감았다.

“포기한 건가?”

멀리 떨어진 혈천하가 무덤덤하게 목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낙리가 좋아하는 사내가 저렇게 약하단 말인가?”

“영로에서 쫓겨난 것이 목진한테 큰 타격이었나 봐.”

구정령원의 방운도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만약 영로에서 무사히 수련을 마쳤다면 목진의 실력도 희현 못지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만약이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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