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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69화 (368/1,000)

369화. 작전

희현과의 대결을 마친 뒤로 목진은 점수를 얻으면 거의 다 온청선한테 넘겼고 정작 자신은 8위를 유지할 만큼의 점수만 확보하였다.

“지금 1위를 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목진의 아무렇지 않은 반응에 온청선은 조금 화가 났다.

“희현과 제대로 싸워보겠다면서 이렇게 축 늘어지면 되겠어. 현재의 순위가 아무런 의미가 없어도 너를 훨씬 뛰어넘은 걸 보고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아? 진짜 네가 괜찮다고 해도 우리가 안 괜찮아.”

목진은 온청선을 멍하니 바라봤다. 자기는 소녀를 1위로 되돌려 놓으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정작 본인은 불만 가득한 모습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

“온청선 조장의 말이 맞아. 네가 희현과 싸우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점수가 얼마가 차이 나든 우리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일단 마음을 먹었으면 모든 면에서 이겨야지.”

심창생과 이현통도 마주 보더니 입을 열었다.

“넌 현재의 점수가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희현 등은 8위 밖에 못 한 네 이름을 가리키며 비웃고 있을지도 몰라.”

한껏 진지해진 사람들의 모습에 목진은 잠시 고민하더니 낙리한테 물었다.

“넌 어떻게 생각해?”

“난 네 결정을 따를 거야.”

낙리는 가볍게 웃으며 소년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런데 목진아, 난 늘 네가 희현보다 훌륭하다고 생각해. 참, 영로에서 나한테 했던 말 기억해?”

낙리는 유리알처럼 맑은 눈동자로 소년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때 넌 나를 데리고 영로에서 가장 눈부신 곳에 설 거라고 했었어.”

소녀의 말에 목진은 가슴이 철렁하더니 오래전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의 소년은 많이 어렸고 두려울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어두운 밤, 따뜻한 모닥불 앞에서 어렵게 찾아낸 술에 취해 소녀의 손을 잡고 언젠가 함께 영로에서 가장 눈부신 곳에 서겠다고 말했었는데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쫓겨났다.

소년이 떠나고 소녀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이에 목진은 낙리의 손을 꼭 잡더니 벅차오르는 마음을 간신히 가라앉히며 말했다.

“미안해, 지난번에는 너와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

목진의 나지막한 말에 낙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소년은 원패의 1위를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이내 결심했다.

“이번에는 약속을 어기지 않을게. 난 반드시 1위를 따낼 거야!”

목진이 1위에 오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점수로만 봐도 희현과 5만 점이나 차이 났다.

이는 보통 수법으로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 점수였고 목진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반드시 특별한 방법을 생각해내야만 했다.

현재, 학원 대회에서 점수가 가장 많은 소조는 당연히 16위권에 든 소조들이었다. 그들은 학원 대회에서 최고 전력을 대표했기에 보통 소조들은 이들을 제외한 다른 소조한테서 점수를 빼앗아 16위권에 들기 위해 노력했지 16위권에 든 소조들을 직접 찾아가지는 않았다.

다들 엄청난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점수를 따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희현을 따라잡으려면 목진은 어쩔 수 없어 심창생이 이끈 소조를 제외한 다른 16위권 소조들을 공략해야 했다. 그래서 더는 온청선과 함께 움직이지 않았다.

목진은 낙리와 온청선을 희현을 괴롭히라고 보내고 그는 심창생, 서황 등과 함께 점수를 따러 떠났다.

온청선과 낙리가 희현을 쓰러뜨릴 필요까지는 없고 점수를 따는 속도를 줄여주기만 하면 되었다.

그건 학원 대회에서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그러다 누군가 사람을 모아 토벌이라도 하면 목진 등은 바로 무너질 텐데도 그는 정작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았다. 그는 온청선과 낙리를 굳게 믿었고 두 여인의 힘으로 희현을 충분히 휘어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목진은 자신보다 두 여인을 더 믿는 눈치였다.

이제 점수를 따는 일은 목진한테 달렸다.

* * *

한 황원에 난폭한 영력이 휘몰아쳤다. 그 중심에는 수십 명의 사람이 있었는데 스무 명도 넘는 사람들이 한 소조를 괴롭히고 있었다.

다만, 홀로 있는 소조의 실력이 상당해 상대편의 십수 명을 한꺼번에 쓰러뜨렸다.

이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검은색 장창을 들고 귀신처럼 나타났는데 예리한 창끝에 공기마저 갈라졌다.

지극히 강력한 영력 파동을 내뿜는 그는 바로 전장에 뛰어들더니 장창을 휘둘러 상대편을 향해 휘저었는데 그들 조장이 아무리 애를 써봐도 다시 공격하기란 어려웠다.

그는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스무 명도 넘는 상대를 전부 쓰러뜨리고 애처로운 비명을 들으며 원패를 빼앗았다.

“사람을 조금 모았다고 마취령원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멍청하긴!”

드디어 멈춰선 검은색 장창의 주인은 삐쩍 마른 몸매에 검은색 도포를 입은 청년이었다. 그가 발로 누군가를 힘껏 차자 상대방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하하, 조장, 우리가 또 2천 점을 얻었어.”

검은색 도포를 입은 청년의 뒤쪽에서 네 사람이 다가오더니 원패를 보며 히쭉 웃었다.

“이대로라면 바로 8위인 목진을 따라잡을 수 있을 거야.”

“목진이라…… 하긴 녀석이 요즘 기세등등한 꼴이 얄밉긴 해.”

청년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보아하니 목진을 질투하는 것 같았다.

“조장의 실력이 엄청나니까 목진과 싸운다고 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을 거야. 목진이 대단해 봐야 영력난 밖에 넘지 못했잖아?”

조원들은 바로 아부를 떨며 말했다.

이에 금세 기분이 좋아진 청년이 입을 열려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고개를 번쩍 들어보니 머지않은 산봉우리에 한 무리가 나타났다.

“허허, 그냥 오늘 싸워보는 게 어때? 나는 꿈쩍 않고 여기서 기다릴게.”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소년은 마취령원 사람들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목진?”

마취령원 조원들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고 검은색 도포를 입은 청년도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목진, 우리는 너를 건드린 적이 없는데 갑자기 여긴 왜 찾아온 거야? 도대체 무슨 속셈이야?”

청년이 잔뜩 경계하며 물었다. 목진의 의도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허요(許耀) 조장의 원패를 잠시 빌릴까 해서 왔어.”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검은색 도포를 입은 청년을 바라봤다. 그는 학원 대회 9위인 마취령원의 조장 허요로 4만 8천 점이나 확보하고 있었다.

그들은 한때, 6위까지 올라갔었지만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면서 9위로 떨어졌다.

심창생 등도 그들과 마주친 적이 있었지만 이들의 실력이 막강해 피했었다. 그런 사람들이 이제 목진의 첫 번째 사냥감이 되었다.

“허허, 우리 점수를 얻기 위해 왔어? 목진 조장, 담도 참 크셔!”

허요가 이를 갈며 말했다. 보통 순위권에 든 사람들끼리는 서로를 건드리지 않았다. 일정한 대가를 치르며 상대방한테 도전장을 내미는 것은 똑똑한 선택이 아니었다. 허요는 목진이 점수를 벌지 위해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목진은 피식 웃더니 바로 뇌신체를 칠문 뇌체까지 끌어올렸고 선홍색 빛의 기둥이 머리에서 솟아올라 거대한 마주로 변했다.

목진은 싸움을 최대한 빨리 끝낼 작정이라 대서미마주까지 소환하였다. 가장 강력한 공격으로 싸움을 끝내려는 것이다.

“공격하라!”

목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발을 굴러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니 대서미마주로 허요가 이끈 소조를 공격했고 뒤에 서 있던 심창생 등도 영력을 한껏 끌어올려 공격을 개시했다.

허요 등은 살기 가득한 모습으로 달려드는 목진 등에 안색이 한껏 어두워졌고 서둘러 난폭한 영력을 끌어올렸다.

잠시 후, 싸움이 끝나자 황원에는 커다란 균열이 잔뜩 일었다. 뇌광을 거둔 목진이 허공에 서서 손을 휘익 젓자 균열 속에 몸이 꽂힌 허요의 옷깃에서 빛줄기 한 갈래가 솟아올랐다.

잇따라 목진이 점수를 거두자 그들은 6만 점에서 8만 점이 되었고 순위는 8위에서 6위로 올라갔다.

“고마워.”

목진은 원패를 휙 던지더니 가볍게 인사하고 바로 떠났고 심창생 등도 신속하게 그 뒤를 따랐다.

바로 두 번째 사냥감을 찾으러 떠난 것이다.

목진 등이 떠나고 나서야 허요는 잔뜩 화를 내며 포효했는데 그 모습이 꼭 짐승이 울부짖는 것 같았다.

* * *

목진이 허요를 쓰러뜨리자 드넓은 중심 구역에 있던 무리 중 한 명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조장, 목진 소조의 점수가 갑자기 폭등해서 6위가 됐어.”

모풍의 말에 희현도 미간을 찌푸리며 원패를 한참 쳐다봤다.

“9위였던 허요가 갑자기 16위권에서 사라졌군…….”

“목진이 감히 16위권에 든 소조를 내치다니!”

모풍은 조금 놀란 눈치였다.

“목진은 1위를 하려고 저러는 거야. 녀석, 단순하기는…….”

“그럼 우린 어떡해?”

“우리도 똑같이 해야지. 9위부터 차례로 찾아가자!”

한기가 가득 담긴 희현의 말에 모풍이 히쭉 웃으며 답했다.

“그래!”

희현이 조원들과 함께 떠나려고 할 때 멀리 떨어진 산봉우리에서 영광이 나타난 것을 발견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두 여인이 이끄는 소조가 모습을 드러냈다.

“온청선! 낙리!”

낯익은 두 소녀의 모습에 모풍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다른 소조를 괴롭힐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온청선은 배시시 웃으며 희현을 보더니 장창을 꽉 쥐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 점수가 탐나면 얼마든지 공격해. 그런데 누가 누구의 점수를 딸지는 싸워봐야 알 수 있을 거야.”

그 말에 희현은 안색이 조금씩 어두워졌다.

목진의 수단은 그마저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루 사이에 일어난 16위권의 엄청난 변동에 부서진 유적 대륙의 중심 구역은 순식간에 떠들썩해졌다.

9위부터 북창령원 출신을 제외하고 전부 16위권에서 방출되었고 이를 대체한 것은 새로운 소조들이었다.

16위권에서 두 소조쯤 바뀌었다면 다들 그러려니 했을텐데 한꺼번에 확 바뀌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8위였던 소조가 하루 만에 3위였던 무령을 초월해 현재의 3위가 되었을 때는 다들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멍청한 사람이라도 누가 16위권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점수를 취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는 전부 학원 대회에 이름을 날린 유명인사 목진의 작품이었다.

“변태 같은 녀석, 하루 만에 이렇게 많은 소조를 쓰러뜨리다니. 그러다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되지도 않나 봐?”

사람들은 목진이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가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16위권 소조들을 사냥감으로 생각할 줄 전혀 몰랐고 그 위험한 도전에 성공할 줄은 더욱더 몰랐다.

목진은 하루 만에 신백난 두 번째 단계의 고수가 있는 정예 소조를 무려 일곱 조나 쓰러뜨렸다.

사람들은 목진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상대방이 목숨을 걸고 달려들어 싸움에서 패배하기라도 하면 어쩐단 말인가?

목진이 일단 중상이라도 입으면 더 많은 사람이 달려들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8위권에 든 다른 소조들은 여태껏 순위권의 다른 소조들을 건드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도 목진의 방법이야말로 점수를 따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란 것을 알고 있었지만 쉽게 시도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아무도 감히 시도하지 못한 일을 목진이 해냈고 무사히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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