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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70화 (369/1,000)

370화. 용호정(龍虎鼎)

무령은 한 산봉우리에 서서 새로운 3위를 보더니 입을 삐쭉 내밀었다.

“목진은 왜 갑자기 이렇게 미친 듯이 점수를 따려고 애를 쓰는 걸까요? 희현과 1위를 다투기라도 하려는 걸까요?”

뒤에 서 있던 무영영이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그런가 봐.”

무령이 웃으면서 말했다.

“희현의 점수가 아주 느리게 오르는 것이 안 보여? 온청선과 낙리가 동시에 나서서 녀석의 앞길을 막아 아주 골치 아파졌다고 들었어. 두 소녀의 실력으로 희현을 쓰러뜨리는 것은 어렵겠지만 점수를 따지 못하게 하는 것쯤은 수월하지. 허허, 그녀들은 목진을 위해 시간을 벌어주는 거야. 이렇게 목진과 희현 사이의 원한은 걷잡을 수 없게 되었군. 목진은 영로에서 희현한테 당했던 걸 이번에 전부 돌려받으려는 거야.”

“그런데 목진이 하루 만에 이렇게나 많은 강적을 물리치다니. 영력 소모가 엄청 날 텐데 앞으로의 대결에서 다치기라도 하면 다른 정예 소조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지 않을까요?”

무영영이 걱정되어 물었다.

목진이 아무리 강해도 이 많은 소조를 물리치려면 일정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게다가 낙리와 온청선까지 곁에 없으니 그를 노리는 소조가 적잖게 존재할 것이다.

실력이 뛰어난 소조들은 목진에게 기력을 회복할 틈을 주지 않을 것이고 그럼 그들은 위험해 처할 것이다.

“지금 목진과 희현은 2만 점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아요.”

무영영이 바로 원패를 확인했는데 1위는 여전히 희현으로 13만 점이나 되었고, 목진은 11만 점으로 3위였다. 그리고 온청선은 2위로 목진보다 점수가 조금 높았다.

목진은 하루 만에 8위에서 3위가 되었고 희현과의 엄청난 점수 차이도 확 줄어들었다.

“목진의 계획은 반은 성공했지만 영력 소모가 엄청난 상황에서 지금부터는 점수를 지킬 방법을 생각해야겠군.”

무령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온청선과 낙리 등도 지금쯤 돌아가 목진을 지켜주고 싶은데 희현이 발목을 잡고 있어 못 돌아가고 있을 거야.”

이에 무영영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수많은 대전을 겪은 목진의 상태는 아마 최악일 것이다.

“뭐지?”

무령은 흠칫하더니 원패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왜 그래요?”

무영영이 황급히 물었다.

“누군가가 더는 참지 못하고 나서려 하는군.”

무령이 원패를 가리키며 말했는데 한 소조가 빠르게 목진에게 향하고 있었다. 그들은 학원 대회 6위를 차지한 구정령원 소조로 조장은 희현의 동맹인 방운이었다.

“방운이 목진을 사냥감으로 찍었군요!”

무영영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 * *

슉!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부단히 들렸다.

목진이 제일 앞쪽에서 달렸고 심창생 등은 바로 뒤를 따랐는데 몇 차례 대전을 거쳐서 그런지 영력 파동이 무질서해졌다.

하루 만에 실력이 막강한 소조를 일곱 조나 쓰러뜨려 이들은 영력 소모가 엄청났다. 비록 일곱 소조 중 최강자는 목진이 해결했지만 나머지는 심창생 등이 나섰는지라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시간이 급박해 휴식할 시간이 없어 이들 체내의 영력은 원래대로 돌아갈 틈이 없었다.

또한, 이들을 노리는 사람이 많다는 걸 잘 알기에 한곳에서 오래 머무를 수도 없었다.

심창생은 앞에서 달리고 있는 목진을 조용히 바라봤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목진이야말로 지금 가장 힘들 것이다. 최대한 빨리 대결을 끝내기 위해 목진의 영력 소모는 평소보다 더 많아졌다.

“목진, 낙리와 온청선 등도 발목이 잡혔을 거야.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느릴 리 없어.”

심창생이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원패를 보며 말했다.

이에 목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희현의 성격상 절대 낙리 등을 쉽게 풀어주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적당한 곳을 찾아 영력을 회복해야 해. 안 그러면 얼마 버티지 못할 거야.”

이현통이 한껏 정색하며 말했다.

“정예 소조들이 우리 뒤를 밟고 있는 것이 느껴져.”

“나를 따라와요. 목적지에 도착만 하면 우리는 일단 성공이에요.”

목진은 다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속도를 더 끌어올렸고 심창생 등도 정신을 차리고 그 뒤를 따랐다.

이렇게 다섯 사람은 신속하게 어딘가로 향했는데 가는 길에 마주친 사람들은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이들을 바라봤지만 아무도 감히 나서지는 못했다.

2각 정도가 지나자 목진은 드디어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고 앞쪽에는 까만 숲이 나타났다.

그곳은 특이한 파동으로 휩싸인 목신산의 쇠나무 숲으로 뾰족한 가시 때문에 커다란 고슴도치처럼 보였다.

이곳이 바로 목진의 목적지였다. 쇠나무 숲에는 장령원도 있었고 영력 사용이 금지되어 일단 들어가면 목진 등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었다. 건드리는 사람만 없으면 그들은 한시름 놓고 체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얼른 들어가요!”

목진의 말에 심창생 등은 이내 화색이 되어 속도를 끌어올렸다.

“조심!”

그런데 그때 목진이 갑자기 앞쪽에 나타나 검은색 뇌광을 쐈다.

쿠쿵!

한 산봉우리에서 놀라운 기의 회오리가 날아와 소년의 몸을 때렸는데 뇌광이 번쩍이며 이를 막아냈지만 목진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잇따라 산봉우리에 한 무리가 나타났는데 우두머리는 바로 구정령원의 방운으로 영광이 번쩍이는 신정을 들고 히쭉 웃으며 소년을 바라봤다.

“목진 조장, 우리가 여기서 한참 기다렸어.”

목진 등은 쇠나무 숲 밖 허공에 서서 인상을 찌푸리고 상대방을 바라봤고 방운 역시 미소를 지은 채 소년을 쳐다봤다. 뒤쪽에 서 있는 조원 네 명이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리며 목진 등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그들이 숲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방운 등을 지나야 했다. 보아하니 방운 등은 훨씬 전부터 와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허허, 목진 조장, 이번 일은 내 탓을 하지 마. 네가 너무 욕심을 부려서 초래한 결과야.”

방운이 피식 웃으며 한 말에 목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길을 비켜주지 않을 작정이야?”

이에 방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기 어린 눈빛으로 소년을 노려봤다.

“목진 조장, 네 실력이 뛰어나다는 걸 잘 알아. 그런데 엄청난 대전을 일곱 차례나 겪었으니 기진맥진했겠지? 그럼 힘이 전성기의 절반쯤 남아있으려나? 그리고 네가 괜찮다고 해도 조원들은 쓰러지기 직전이라 우리와 싸우면 승산이 얼마 없을 거야.”

방운의 말에도 목진은 무덤덤하게 서 있기만 했고 심창생 등은 무기를 꽉 쥐며 싸울 준비를 했다.

“그러니까 바로 원패를 내놔.”

방운은 목진을 향해 손을 내밀며 배시시 웃었다.

“반항할 생각은 하지 마. 너희를 노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너희는 지금 휴식이 최우선이야.”

분위기는 어느새 싸늘해졌고 방운도 표정이 굳었다. 비록 목진은 희현과의 대결을 통해 학원 대회에서 이름을 날렸지만 방운은 소년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유적 대륙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 제안이 별로인가 봐?”

잠시 목진과 눈치 싸움을 하던 방운은 소년이 원패를 줄 의향이 없어 보이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그럼 내가 직접 나설 수밖에.”

말을 마친 방운은 천천히 손을 들었는데 주먹만 한 신정에서 눈부신 영광이 발했다. 차가운 청동기에는 오래된 무늬가 새겨져 있었고 용과 호랑이를 수놓은 신정에서 용음과 호랑이의 포효가 들리는 것 같았다.

방운이 들고 있는 신정에서 무서운 파동이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목진은 엄청난 위압감을 느꼈다.

“신기라…….”

목진은 청동 신정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그한테도 준신기인 현귀인이 있었지만 방운의 청동 신정이 더 위력이 센 것 같았다. 현귀인이 준신기이니까 청동 신정은 하품 신기 정도 될 것이다.

하품 신기는 그야말로 진정한 신기라 위력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허허, 이건 우리 구정령원의 진원 신기, 하품 신기 용호신정이야.”

이에 심창생 등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하품 신기의 위력을 느낀 것은 아니지만 신기란 말만으로도 두려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대천세계에서 신기는 강대함 그 자체였고 신기를 지닌 강자는 그보다 실력이 훨씬 강한 사람과 마주쳐도 두렵지 않을 정도였다.

슈슉!

그때 먼 곳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부단히 들렸다. 그들은 목진 등을 호시탐탐 노리는 사람들로 쇠나무 숲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멈춰서서 목진 등이 방운 등과 대치 중인 상황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목진은 지금 상태가 안 좋은데 방운 같은 고수와 싸우기까지면 하면 분명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이고, 그러면 그들한테도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방운이 용호신정까지 내세우다니, 목진을 엄청 경계하나 봐.”

사람들은 방운이 들고 있는 청동 신정의 정체를 바로 알아봤다.

“목진은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야. 몸이 최고의 상태가 아니라고 무시하는 것보다 더 멍청한 사람은 없어. 다행히 방운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지만.”

“허허, 마음껏 싸우라고 해. 치열하게 싸울수록 좋아. 그래야 우리한테 기회가 오지.”

* * *

멀리 떨어진 사람들은 수군대기 시작했는데 좋은 마음을 품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목진 등도 녀석들을 발견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때 방운이 히쭉 웃더니 갑자기 인법을 바꿨는데 청동 신정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며 순간 수백 장 정도로 커졌다.

청동 신정이 영광을 발사하자 이루 말할 수 없는 무거운 파동이 일어나 공간마저 일그러졌다. 청동 신정은 눈 깜짝할 사이에 목진 등의 위쪽에 나타나 무서운 힘을 싣고 내려앉았다. 이에 공기가 폭발하였고 엄청난 그림자가 드리우며 형성한 무서운 위압감에 심창생 등은 안색이 훨씬 어두워졌다.

신정이 아직 닿지도 않았는데도 이렇게 무섭다니, 신기는 역시 대단했다.

슉!

이에 목진이 옷깃을 휘날리자 눈부신 영광이 솟아올라 빠르게 신정을 때렸다.

쾅!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힘의 파문이 일어 주위 천장까지 퍼져나갔다.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보니 거대한 암청색 석인과 방대한 청동 신정이 대치하고 있었는데, 무서운 영력 파동을 내뿜으며 부딪쳐 난폭한 영력 폭풍을 일으켰다.

석인은 목진의 준신기인 현귀인이었다.

위력이 상당한 현귀인은 엄청난 상대를 만나 아무리 영광을 발산해도 청동 신정을 물리칠 수 없었고 오히려 억제되는 느낌이었다.

“허허, 역시 준신기는 진정한 신기와의 차이가 이만저만이 아닌가 봐?”

방운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슉!

목진은 무덤덤하게 방운을 보더니 힘껏 발을 굴러 녀석을 향해 돌진했다.

“네가 전성기였다면 난 함부로 덤비지 못했을 거야. 그런데 지금 상태에서 이러는 것은 너무 위험한 짓 아니야?”

방운은 자신을 향하는 목진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신정지장(神鼎之掌)!”

방운이 인법을 바꾸자 웅장한 영력이 체내에서 미친 듯이 솟아올라 청동 거수로 변했고 거수에는 용과 호랑이가 새겨져 있었다.

“물러나!”

방운의 기합과 함께 청동 거수가 무서운 힘을 싣고 목진에게 향했다. 그는 영력 소모가 큰 목진의 상태를 알고 있기에 그가 무턱대고 달려들어 봤자 지금은 자신의 상대가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뒤쪽에 서 있던 서황 등은 방운의 공격에 손에 땀을 쥐었다. 녀석은 곧 신백난 세 번째 단계에 이를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만약 목진의 상태가 최상이었다면 방운을 상대하는 데 아무런 문제도 없었겠지만, 지금은 영력 소모가 엄청나 끌어모을 수 있는 영력 자체가 얼마 없었다.

쿠쿵!

그런데 목진은 자신을 향하는 청동 거수를 보고도 개의치 않았다.

“아직도 센 척을 하는 거야?”

말을 마친 방운은 청동 거수에 영력을 더 불어넣었다.

“오늘 내 상태가 안 좋아도 너 따위한테는 안 져!”

목진은 씨익 웃더니 한 손으로 아주 특이한 인법을 그렸다.

쿵!

그때 천지가 미친 듯이 진동하더니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슉!

멀리 떨어진 사람들은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고개를 들고 지켜보았다.

한편, 쇠나무 숲에서 어두운 빛을 발하던 쇠나무들이 빠르게 시들며 어두운 영력이 검은 물결처럼 하늘 높이 날아올랐는데 꼭 세계가 멸망할 것처럼 무서웠다.

이에 방운의 안색이 한껏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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