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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71화 (370/1,000)

371화. 신백난

음산한 빛을 발하는 어두운 영력이 하늘 높이 솟아오르며 웅장한 위압감을 형성해 곧 돌풍이 휘몰아칠 것만 같았다.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광경을 바라봤다. 그들은 어두운 영력의 강력함을 차마 믿을 수가 없었다. 영력 소모가 엄청난 상태에서도 목진이 이렇게 막강한 영력을 소환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놀라웠다.

방운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젠장!”

그는 목진의 상태가 안 좋은 틈을 타서 원패를 빼앗으려고 했는데 그는 실력이 상당한 소조와 혈전을 일곱 차례나 겪고도 힘이 남아돌았다.

그러나 지금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다.

쿵!

방운이 한기 어린 눈빛으로 상대방을 노려보며 인법을 바꾸자 청동 거수가 힘껏 내리꽂혔다.

이에 목진이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웅장한 어두운 영력이 밀물처럼 몰려와 청동 거수와 부딪쳤다.

쿵!

무서운 영력 충격파가 휘몰아치자 주위에 폭풍이 일며 천지를 찢어버릴 것만 같았다. 어두운 영력으로 인해 청동 거수는 완전히 부서져 사라졌다.

첫 번째 공격을 마친 목진이 쇠나무 숲을 힐끗 보니 대부분의 나무가 영력이 전부 흡수된 것처럼 시들어 있었다. 이는 소년이 목신경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는데 이번 목신경의 위력은 희현을 상대했을 때보다 더 강력했다.

지난번에 목진은 보통 나무에 깃든 힘을 흡수했다면 이번에는 쇠나무 숲의 영력을 흡수했기 때문이었다. 쇠나무는 보기 드문 영수로 천지의 영기를 흡수하며 자라 일정한 공격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중, 쇠나무 숲의 가시는 무기로 사용할 수 있어 영력까지 불어넣으면 산을 뚫고 바위를 부수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래서 쇠나무에 깃든 영력이 보통 나무보다 더 그윽했던 것이고 목진이 오늘 부린 목신경의 위력이 더 강력했던 것이다.

“천목신륜!”

청동 거수를 부순 목진은 인법을 바꾸며 속으로 외쳤다.

위잉!

어두운 영력이 신속하게 한데 모이더니 수백 장 정도의 방대한 검은색 광륜으로 변했는데 변두리에서 음산한 빛을 발했고 공간을 찢을 만큼 날카로워 보였다.

천목신륜의 위력도 당연히 희현을 상대했을 때보다 더 강했다.

방운도 신륜의 무서운 위력에 안색이 어두워졌다.

슉!

이와 동시에, 목진이 손을 허공에 가볍게 찍자 검은색 신륜은 미친 듯이 회전하더니 한 줄기 흑광이 되어 상대방에게로 향했다.

퍽! 퍽!

흑광이 쏜살같이 하늘을 가르며 지나갔는데 공간마저 찢어져 은은한 검은색 흔적이 생겨났다.

“신정결(神鼎訣), 신정벽(神鼎壁)!”

방운은 이내 정색하며 인법을 바꿨다.

쿵!

방운의 앞쪽에 순간 웅장한 영력이 휘몰아치더니 수백 장 정도의 방대한 신정 광벽이 나타났다. 청동색을 띤 광벽은 엄청 단단해 보였다.

탕!

검은색 신륜은 마침 신정벽과 부딪쳐 귀청이 찢어질 것 같은 소리를 냈다.

치칙!

검은색 신륜이 미친 듯이 회전하며 무서운 영력을 내뿜자 단단했던 신정벽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방운은 빠르게 퍼지는 균열을 보더니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부숴버려!”

목진이 길쭉한 손가락으로 다시 허공을 찍자 검은색 신륜은 더 무섭게 회전하며 결국 신정벽을 완전히 뚫어버렸다.

퍽!

신정벽이 부서져 수많은 파편이 되어 우수수 떨어졌다.

그런데 검은색 신륜은 신정벽을 뚫고도 멈출 생각이 없는 듯 계속해서 방운에게 향했다.

“젠장!”

방운은 목진의 공격의 위력이 강해진 것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다. 그가 희현과 싸웠을 때, 똑같은 방법을 사용했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말이다.

설마 희현을 상대했을 때, 일부러 실력을 감췄단 말인가? 그러지 않고서야 똑같은 공격의 위력 차이가 이렇게 많이 날 수는 없었다.

슉!

방운은 이리 생각하며 검은색 신륜을 피하려고 애썼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떼어낼 수가 없었다.

“나를 상대하려고 나섰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목진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계속해서 신륜의 공격을 피하기만 하는 방운을 노려보더니 갑자기 인법을 바꿨는데 신륜의 속도가 갑자기 폭등해 눈 깜짝할 사이에 녀석의 앞쪽에 나타나 공간을 가르며 내리찍었다.

“젠장!”

방운은 화들짝 놀라 현귀인을 상대하던 용호신정을 거뒀다.

크으으으으!

용 울음소리와 호랑이의 포효가 들리더니 용호신정은 영광을 발하는 청동 액체로 녹아내리며 방운을 완벽히 감쌌다. 녀석은 순식간에 청동 조각상이 된 것 같았다.

그때 검은색 신륜이 있는 힘껏 청동 조각상을 가격했다.

탕!

엄청난 소리와 함께 방운은 멀리 튕겨 나가 한 산맥에 꽂혔는데 산맥마저도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였고 녀석의 몸은 산체에 깊숙이 박혔다.

관전하던 사람들은 순간 소름이 끼쳤고, 영력 소모가 상당한 상황에서 목진이 선보인 전투력에 다들 깜짝 놀랐다. 그는 역시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한편, 목진은 산체에 박힌 방운을 보고 뒤쪽에 서 있는 심창생 등을 쇠나무 숲으로 들어가게 했는데 구정령원의 조원들이 나서서 막으려 했다.

쿵!

녀석들이 움직이려는 순간, 목진이 귀신처럼 그들 앞에 나타나자 다들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조장마저 막지 못한 목진이라 조원들은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 심창생 등은 재빨리 쇠나무 숲으로 들어갔고, 어두운 그림자 속에 종적을 감췄다.

목진은 그제야 한시름을 놓았다. 심창생 등한테는 목진이 준 진판이 있어 금령진을 막고 영력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일단 쇠나무 숲에 들어가면 영력을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이보다 안전한 곳은 없었다.

퍽!

산체의 바위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방운이 다시 휘청이며 나타났다.

몸에 청동을 휘감은 그의 가슴팍에 미세하게 균열이 난 것을 본 목진은 깜짝 놀랐다. 방금 그의 공격은 신백난 세 번째 단계의 고수라도 중상을 입을만한 위력이었는데 방운은 꼴이 조금 우스울 뿐, 큰 상처는 나지 않은 듯했다.

“용호정은 신기라 그런지 역시 대단하네.”

목진이 중얼거렸다. 방운은 용호정 덕분에 무사했던 것이었다. 신기가 있어 신백난 세 번째 단계의 고수라도 방운한테는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다.

“목진!”

방운은 용호신정을 거두더니 소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외쳤다. 손쉽게 목진을 쓰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이에 목진은 방운을 힐끗 보더니 현귀인을 거두고 쇠나무 숲 바로 앞으로 다가갔다.

어느새 숲에 발을 들인 목진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방운을 보며 히쭉 웃었다.

“계속 싸우고 싶으면 날 따라와. 끝까지 상대해줄게.”

방운은 주먹을 꽉 쥐고 잠시 생각하더니 결국 멈춰 섰다. 그도 쇠나무 숲에 들어가면 영력을 사용할 없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기회만 되면 오늘 일은 제대로 갚아줄게.”

목진은 피식 웃으며 말하더니 숲속으로 들어가 어둠 속에 파묻혔다.

“젠장!”

방운은 이를 갈며 발을 동동 굴렀지만 결국 포기해야만 했다. 이에 먼 곳에서 목진 등을 호시탐탐 노렸던 사람들도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목진은 역시 막강한 상대였다.

그러나 아무도 목진이 어둠 속에 몸을 맡기자마자 사색이 된 것을 알지 못했다. 그의 손은 파르르 떨렸고 체내의 영력은 격렬하게 움직였다.

목진은 눈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는 것 같아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이는 신백난을 건너도 된다는 의미였다.

* * *

어두운 숲속, 오래된 대전 앞에 여러 차례 전쟁을 치른 탓에 영력 파동이 쇠약해진 심창생, 이현통, 소훤, 서황 등이 안색이 창백해진 채 조용히 앉아있었다.

그리고 목진은 장령원 앞에 서서 꼭 닫힌 대문을 바라봤다. 지난번에 나타났던 원령은 더는 보이지 않았고 장령원도 다시는 들어갈 수 없었다.

목진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장령원을 바라보며 가슴을 부여잡았다. 현재 그의 몸은 고온으로 뜨거웠고 이에 영력마저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곧 신백난이 닥칠 거란 징조였다.

“목진, 괜찮아?”

그때 소훤이 몸을 미세하게 떨고 있는 목진을 발견하고 다가가 그를 부축하다 소년의 뜨거운 피부에 깜짝 놀랐다.

“괜찮아요. 곧 신백난이라 그래요.”

말을 마친 목진은 장령원 대문 앞에 앉더니 심창생 등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곳에서는 원래 영력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정상이지만 내가 준 옥반만 잘 지니고 있으면 괜찮을 거예요. 지금 잠시 안전해졌다고는 하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두 조로 나눠 번갈아 휴식합니다. 누가 몰래 들어와 기습했을 때, 대응할 수 있어야죠.”

이에 심창생 등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여기 지존 영액 네 방울이 있는데 상태가 어느 정도 돌아오면 한 방울씩 나눠서 흡수하세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목진이 손가락을 튕기자 영롱한 액체 네 방울이 심창생 등에게로 날아갔다.

심창생 등은 영롱한 액체를 건네받고는 지존 영액에 깃든 순수하고 웅장한 영력에 이내 화색이 되었다.

수련의 한계에 봉착한 심창생 등은 지존 영액의 도움을 받으면 실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목진은 심창생 등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고는 한시름 놓았다. 그리고 너무 피곤해 서서히 눈을 감았다.

바로 신백난을 건널 준비를 해야 했다.

목진이 마음을 움직여 기해에 들어가 보니 신백이 조용히 앉아있었고 웅장한 영력 광륜이 그 아래쪽을 천천히 맴돌았다.

평소와 달리 신백 표면은 무서울 정도로 뜨거워 곧 불타 없어질 것만 같았다. 이는 신백화가 곧 응결될 거란 의미였다.

신백화는 신백에서 생성한 화염으로 육신에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지만 신백한테는 치명적이었다. 일단 견디지 못하면 신백은 잿더미가 되어 사라질 수도 있었다.

신백은 인체의 정기가 모인 곳으로 정말 중요해 일단 망가지면 수련을 더는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지능까지 잃어 살아있는 시체처럼 살아야 한다.

하여 삼난 중에서 신백난은 가장 위험한 겁난으로 조금만 잘못돼도 되돌릴 수 없는 후과를 초래할 수 있어 아무리 목진이라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후우.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더니 기해에 앉아있는 신백에 집중했다. 그러자 그 주위를 감싼 열감에 파르르 떨렸고 엄청난 고통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잇따라 목진은 신백을 움직여 수련 인법을 그리며 천지의 영력을 흡수했는데 신백이 영맥을 지나며 제련된 영력을 기해로 빨아들였다.

신백이 영력을 많이 흡수할수록 주위의 온도는 높아졌고 통증은 더해졌는데 그러다 신백 표면이 갑자기 투명해지더니 아주 미세한 불꽃이 생겼다.

영롱한 색을 띤 미세한 불꽃은 아주 아름다웠지만 신백은 이로 인한 엄청난 고통으로 온몸을 격렬하게 떨었다.

신백은 한껏 일그러진 얼굴로 수련 인법을 그리며 엄청난 고통을 견디느라 애를 썼다.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드디어 영롱한 화염이 신백 표면을 완전히 감쌌다.

신백을 감싼 채 활활 타오르는 영롱한 화염은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을 것 같았지만 목진은 지금 아주 위험한 상태에 처해있었다.

이는 희현이나 방운과 싸웠을 때보다 훨씬 위험했고 자칫 잘못하면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러나 목진은 이를 악물고 견뎌내기로 했다. 이는 지존경에 이르기 위해 반드시 겪어야 할 고난이었다.

고통을 견뎌야 비로소 새로 태어나 지존의 길을 걸을 수 있고 대천세계에서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진정한 강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목진은 밀려드는 고통에 조금씩 정신이 흐려졌는데 애써 정신을 차리고 신백으로 수련 인법을 그렸다.

이제 와서 절대 포기해서도 안 되고 그럴 수도 없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 심창생, 이현통, 소훤, 서황은 휴식을 취해 몸이 한결 가벼워졌는데 아직 수련 중인 목진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에 그들은 그가 지금쯤 신백난을 건너는 중요한 시기에 이르렀음을 짐작했다.

하여 네 사람은 잠시 수련을 멈추고 목진을 보호하며 몰래 쇠나무숲에 들어와 습격하려는 사람들을 모조리 쫓아냈다.

목진의 옥반 덕분에 심창생 등은 이곳에서도 영력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었기에 다른 이들은 영력을 사용할 수 없어 상대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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