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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72화 (371/1,000)

372화. 낙왕의 위력

이틀 후, 목진은 여전히 장령원 문 앞에 조용히 앉아있었고 심창생 등은 각자 다른 방향의 쇠나무 위에 서서 주위를 살폈다.

“목진은 아직도 신백난을 건너지 못했군.”

심창생이 목진을 힐끗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우리는 나흘 정도 걸린 것 같은데 보아하니 목진은 더 오래 걸릴 것 같아.”

이현통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신백난은 삼난 중 지속 시간이 가장 짧지만 제일 위험한 겁난이었다.

“녀석, 제법인걸.”

심창생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학원 대회가 시작한 후, 그도 실력이 부쩍 늘었고 이현통과 함께 곧 신백난 두 번째 단계를 돌파할 예정이었다. 이는 학원 대회에서 최정예급에 속했지만 목진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이에 이현통이 가볍게 한숨을 쉬며 목진을 바라봤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공격을 겨우 받아냈던 소년이 지금은 차마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낙리는 역시 사람 보는 눈이 있어.”

이현통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한때, 그는 소녀의 선택을 반대하고 목진은 절대 낙리의 짝이 될 자격이 없다고 여겼다. 그런데 지금은 더없이 평범해 보였던 소년이 수많은 고난을 겪으며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었다.

심창생은 이현통의 씁쓸한 표정을 보고 어깨를 다독여주며 위로했다.

슉.

그때 갑자기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 속에 영력 파동이 깃들어있었다.

그들 말고 쇠나무숲에서 영력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

이현통과 심창생은 마주 보더니 정색하며 소훤과 서황을 불러 함께 어두운 숲속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점차 급박해지다가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심창생 등은 그 정체를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바로 낙리와 온청선이었다.

두 소녀의 합류로 이제 안전은 완벽히 보장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심창생 등은 이내 한시름 놓았다. 이제 아무리 희현이라도 낙리와 온청선이 있는 상황에서 목진을 다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두 사람의 정체를 확인한 심창생 등은 이내 얼굴이 화색이 되었다. 여태껏 목진의 수련을 방해할까 봐 잔뜩 긴장했던 이들은 큰 짐을 덜어낸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낙리 역시 도착하자마자 눈을 꼭 감고 수련하고 있는 목진을 보고는 한시름 놓았다.

“신백난을 건너고 있어?”

특이한 파동을 읽은 온청선은 흠칫 놀라 목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에 심창생 등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괜찮아요?”

낙리의 질문에 심창생 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씁쓸하게 웃으며 답했다.

“목진이 아니었으면 우리는 절대 무사히 빠져나올 수 없었을 거야. 방운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닌 데다 그가 가진 신기의 위력도 엄청나 목진이 어느 정도 대가를 치러서야 녀석을 물리칠 수 있었어. 그래서 지금 신백난을 건너는 데 시간이 걸리는 거야.”

사람들은 보통 신백난을 건너기 위해 몸을 최상으로 만드는데 목진은 방운과 혈전을 벌여 몸이 쇠약해진 탓에 신백난을 건너는 것이 더 위험해진 것이다.

“방운이라…….”

낙리가 순간 정색하며 중얼거렸다. 제대로 화가 난 것 같았다.

“방운은 아마 희현의 명으로 움직였을 거야. 그는 방운이 목진을 상대할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해 우리 둘을 묶어뒀어.”

온청선도 어느새 안색이 어두워진 채 말했다.

이에 심창생 등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수련 중인 목진을 힐끗 보며 말했다.

“목진이 신백난을 건너는 데 며칠이 걸릴지 모르겠어. 어렵게 좁힌 점수 차이가 또 벌어지게 생겼네.”

지금 3위인 목진 소조는 11만 점 정도였고 희현은 여전히 1위로 점수는 14만 점 가까이 되었다. 목진의 수련이 며칠만 더 계속되면 그 차이는 점차 벌어지다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낙리는 절대 그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목진과 희현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학원 대회에 알려진 이상, 그녀는 사람들이 목진을 하찮게 보는 것이 싫었다.

“청선아, 지금부터 목진이 신백난을 무사히 넘을 때까지 네가 이곳을 지켜줬으면 해.”

잠시 고민하던 낙리가 결정을 마치고 온청선한테 말을 건넸다.

“그럼 넌?”

온청선이 흠칫 놀라며 물었다.

“난 이들과 함께 잠시 이곳을 떠나야겠어. 적어도 등수는 지켜내야지.”

낙리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대신 답례로 얻은 점수를 절반 나눠줄게.”

“사내자식들이야 등수에 연연하겠지만 난 아니야. 그리고 목진이 나를 여러 차례 도와줬는데 내가 모른 척할 수 있나?”

온청선이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고마워, 청선아.”

낙리의 말에 심창생 등은 흠칫하였다. 소녀의 실력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이토록 중요한 시기에 여인에게 무거운 짐을 넘기는 것 같아 괜히 미안했다.

“걱정하지 마, 낙리는 목진 못지않게 잘할 거야.”

이때 이현통이 히쭉 웃으며 말했다. 아직 낙리의 진정한 실력을 모르지만 소녀의 실력이 목진에 뒤지지 않음을 확신했다.

“좋아, 목진이 수련을 마치고 나면 아마 깜짝 놀랄 거야.”

소훤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심창생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쉽지 않을 텐데 괜찮겠어?”

온청선이 다가와 조용히 묻자 낙리는 귓가의 머리를 쓸어넘기며 생긋 웃었다.

“내가 희현의 1위를 빼앗아올 건데, 그 첫 번째 목표가 바로 방운이야.”

낙리의 아름다움에 입꼬리를 씰룩거리던 온청선은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가 희현의 등수를 노리는 것도 모자라 하품 신기를 가진 방운을 첫 번째 목표로 삼은 것이 놀라웠다.

“걱정하지 마.”

낙리는 온청선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조심해.”

온청선은 해줄 말이 그것밖에 없었다.

반나절 동안 동료들과 이야기를 마친 낙리는 심창생 등과 함께 떠났는데 온청선은 소녀의 뒷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조용히 목진의 뒤만 따르던 아름다운 소녀의 실력이 얼마나 놀라운지 다들 알게 되면 학원 대회는 또다시 떠들썩해질 것이 분명했다.

온청선은 느긋하게 기지개를 켜더니 목진한테 다가가 투덜댔다.

“낙리가 너를 위해 저렇게까지 하다니, 넌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이 틀림없어.”

* * *

그 후로 또 사흘이 지났지만 목진은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다. 체내에서 발하는 열 때문에 온몸이 빨개지고 주위 공기가 일그러졌으며 엄청난 고통에 표정 또한 어두웠다.

그는 아직도 신백난을 건너는 중이었다.

하지만 온청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이런 겁난은 스스로 건너야 했기 때문에 타인이 돕는다고 해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 목진은 상당히 고통스러워 보이긴 했으나 체내의 영력 파동이 폭동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이는 그가 아직 정신을 차리고 있다는 뜻이었는데 마지막까지 버틸 수만 있다면 신백난을 건너는 데는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이다.

그때 학원 대회에서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낙리는 목진처럼 9위부터 16위까지 전부 찾아간 것이 아니라 바로 6위인 방운을 찾아갔다.

8위권은 학원 대회의 최정예 소조나 마찬가지였고 실력이 엄청난 고수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게다가 방운한테는 하품 신기까지 있어 더 말할 나위 없었다.

유적 대륙은 낙리가 방운을 찾아갔단 소식에 떠들썩해졌다. 그들의 대결은 목진과 희현의 대결 못지않게 이목을 끌었다.

싸움은 엄청나게 치열했고 다들 멀리 떨어졌는데도 거대한 신정이 하늘 높이 날아올라 신광을 발산하는 것이 보였으며 용 울음소리와 호랑이의 포효에 천지의 영력이 들끓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마지막에 맑은 검음이 들리자 거대한 신정은 바로 무서운 검의에 억제되었다.

그러다 하늘에 모인 검의가 검해를 이뤄 폭우처럼 쏟아져 내렸는데 앞을 가로막는 물건은 그 무엇이든 검기 폭풍에 갈기갈기 찢어졌다. 목진이 전력을 다해도 뚫지 못했던 하품 신기인 용호신정도 검해의 공격에 바로 영광이 어두워졌고 거대한 검광의 회심의 일격에 철저히 망가졌다.

잇따라 검해가 사라지더니 장검이 되어 소녀의 손에 돌아가자 천지마저 견딜 수 없었던 무서운 영력 검의도 완전히 사라졌다.

풉.

방운은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피를 토했고 두 사람의 대결은 결국 낙리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렇게 방운한테서 얻은 4만 점을 더해 목진 소조의 점수는 11만 점에서 바로 15만 점이 되었고 14만 점으로 1위였던 희현을 초월했다.

드디어 1위의 주인이 바뀌었다.

오랜 시간을 거쳐 새로 맞이한 세 번째 1위 주인공의 등장에 학원 대회 전체가 끓어올랐다. 그 일로 낙리는 학원 대회에서 이름을 날렸는데 희현, 목진의 명성을 뛰어넘을 정도였다.

절세의 미모에 남다른 기품과 뛰어난 실력을 갖춘 낙리가 유명해지는 일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낙리가 방운을 찾아간 것이 큰 몫을 했다.

현재 학원 대회에서 감히 8위권 내 소조를 무너뜨린 사람은 낙리 뿐이었다.

이번 대결로 방운은 8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그도 실력이 상당했기 때문에 하루 만에 다시 8위가 되었지만 전처럼 우쭐대지는 않았다.

이에 사람들은 희현의 반응이 궁금했다. 희현은 성격상 1위를 이대로 내줄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때 쇠나무숲 깊숙한 곳에서 수련에 집중하던 목진이 드디어 눈을 떴는데 검은 눈동자에 영롱한 화염이 활활 타올랐다.

소년이 드디어 신백난을 무사히 건넌 것이다.

목진이 눈을 뜨자 어두운 눈동자에 영롱한 화염이 타오르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후우.

목진이 천천히 숨을 내쉬자 엄청난 열기에 앞쪽 공기마저 일그러졌고 순간 탄내가 나는 것 같았다.

“드디어 성공했어.”

소년의 눈동자에서 들끓던 화염은 빠르게 사라졌고 잔뜩 긴장했던 몸도 느슨해졌다. 체내의 신백이 느꼈던 고통이 빠르게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신백난을 건너는 데 성공했다.

“축하해.”

한 소녀의 느긋한 목소리에 목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온청선이 돌계단에 앉아 턱을 괴고 생긋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마워.”

목진은 깜짝 놀랐지만 소녀가 여기 있는 이유를 금세 알아채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가 수련하는 동안, 온청선이 주위를 살펴 자신을 보호해준 것이다.

이에 온청선은 괜찮다며 손을 휘익 젓더니 목진을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

“어떤 것 같아?”

“엄청나게 강한 힘이 느껴져.”

목진이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체내에 요동치는 강력한 영력이 온전히 느껴졌다. 그 힘은 영력난을 건넜을 때보다 훨씬 강했다.

만약 목진이 신백난의 실력으로 일곱 소조를 상대했다면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소년의 전투력이 아무리 엄청나도 영력의 제한을 받아 힘들 수밖에 없었다. 영력난 밖에 안 되었던 목진은 영력만 놓고 비교하면 절대 희현, 방운 등 신백난 세 번째 단계를 건넌 사람을 이길 수가 없다.

“신백도 강해졌어.”

말을 마친 목진이 머리 쪽에 영광을 번쩍이더니 목진과 똑같게 생긴 신백이 나타났다. 신백의 자그마한 몸은 유리로 만든 것처럼 투명하며 영롱했고 결인한 모습이 아주 거룩해 보였다.

잇따라 목진의 신백이 눈을 뜨고 손을 휘익 젓자 주위의 천지 영력이 빠르게 모였다. 신백은 천지의 영력에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했고 그 힘이 강할수록 영력에 대한 감응과 조종력도 강해진다.

또한, 신백난에 이르면 신백은 실체나 마찬가지라 육신이 파괴되어도 신백만 무사하면 언제든지 다시 육신을 만들어 살아날 수가 있었다.

이는 전부 지존경에 이르기 위한 준비나 다름없다. 신백난은 세 단계로 나뉘는데 지존경에 이르기 위해서는 신백이 강해야지만 진정한 지존이 될 수 있다.

목진의 신백은 영광을 번쩍이며 다시 몸속으로 들어갔고 소년은 기지개를 켜며 시원하게 숨을 내뱉었다.

고난을 이겨내고 강해진 느낌이 너무 기분이 좋았다.

“낙리는 어디 갔어? 너와 함께 있는 게 아니었어?”

목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훑더니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축하해, 현재 너희 소조가 학원 대회의 1위가 됐어.”

온청선이 원패를 건네주며 말했다. 이에 목진은 원패 속 1위에 적힌 소조를 보고는 멈칫했다.

학원 대회 1위, 북창령원, 조장 목진, 점수 15만 8천 점.

학원 대회 2위, 성령원, 조장 희현, 점수 14만 9천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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