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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75화 (374/1,000)

375화. 반년이 지난 북창령원

“목진과 희현은 진짜 요물이야. 이런 두 사람이 결승전에서 만나면 어떤 불꽃이 튈지 정말 궁금하군.”

한편, 목진은 이내 정색한 채 산봉우리에 서서 심창생 등을 바라보며 말했다.

“곧 결승전을 시작할 텐데 북창령원의 두 소조를 재구성해서 최강 소조를 만들까 해요.”

“네 생각대로 하자.”

심창생, 이현통, 서황, 학요 등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난 심창생, 이현통, 소훤 선배를 우리 소조에 영입할 생각이에요.”

목진이 학요와 조청삼을 등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세 사람은 목진과 낙리를 제외하고 북창령원에서 파견한 학생 중 실력 최강자로 소조를 재구성하려면 이들 셋이 최적의 선택이었다.

“우린 괜찮은데. 바라는 게 있어.”

학요, 조청삼, 모풍양 등은 서로 마주 보더니 피식 웃었다.

“뭔데요?”

“우리의 몫까지 다하여 희현을 혼내줘!”

학요 등이 목진에게 손을 내밀며 히쭉 웃었다.

“그건 나한테 맡겨요.”

이에 낙리도 손을 내밀어 목진의 손 위에 얹었고 그 위에 소훤, 심창생, 이현통 등도 각각 손을 얹었다.

그들은 싸울 의지에 활활 타올랐다.

“북창령원의 선후배들은 우리만 눈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테니 절대 실망시키지 맙시다.”

목진은 다른 한 손으로 원패를 잡고 온청선을 바라보며 물었다.

“청선아, 준비됐어?”

이에 온청선도 원패를 꼭 잡더니 생긋 웃었다.

“결승전에서 만나면 절대 봐주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우리의 협력 관계는 여기까지야.”

“그러자, 나도 더는 안 봐줄 거야.”

목진은 쾌활하게 웃으며 말을 마치더니 원패를 태웠고 온청선도 동시에 원패를 태웠다.

이렇게 불태워진 원패의 개수가 드디어 8개가 되어 반년 동안 계속되었던 학원 대회의 탈락전이 끝났다. 드디어 지금부터 기다리고 기다렸던 결승전이 시작될 것이다.

슉!

목진과 온청선의 원패가 불타오르자 학원 대회의 모든 이들의 원패가 스스로 불타오르더니 빛으로 사람들을 감쌌다.

부서진 유적 대륙 곳곳에 수많은 빛기둥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 * *

잔혹한 전쟁의 분위기로 휩싸인 학원 대회에 비해 북창령원은 더없이 평화로웠다. 천지의 영기마저 느긋하게 흘렀고 바람은 산들산들 불어 학원에 생기를 부여하였다.

어느덧 학원 대회가 시작한 지도 반년이 지났다.

목진 등이 학원 대회에 갔을 때까지만 해도 다들 대회에 관심을 가졌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자 다들 서서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수련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끔 습관처럼 고개를 들어 북창령원의 중심 구역에 있는 거대한 종을 쳐다보곤 하였다.

학원 대회에 관한 소식이 전해지면 종이 울리게 되어있었는데 종은 반년 내내 끄떡없었다.

북창령원은 목진 등이 유적 대륙에 간 뒤, 우수한 신인들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러나 제아무리 뛰어나도 반년 동안 북창령원을 비운 천방 1위를 뛰어넘지 못했다.

그는 북창령원의 천재들에게 절대 넘을 수 없는 벽 같은 존재가 되었다.

천방 1위의 존재가 오히려 수련하는 동력이 되어 학생들은 거듭되는 실패에도 다시 씩씩하게 일어나 도전했다. 학생들은 천방 1위와 거리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고 스스로 위로하며 수련에 임했고, 뇌역과 취영진에 수련하는 사람이 점차 더 많아졌다.

수련에 대한 학생들의 열정과 집착에 북창령원의 스승들과 장로들은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 * *

낙신회 본부는 북창령원의 중심 구역에 자리를 잡았는데 이곳 영력은 외부보다 짙었다. 이런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세력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낙신회 본부 밖에는 여전히 드넓은 수련대가 펼쳐져 있었고, 수련대의 양쪽에는 맑고 큰 호수가 있었다. 짙은 영력이 모여 영무를 형성한 호수는 마치 선경 같았다.

수천 명도 넘는 낙신회 회원들은 수련대에서 수련하거나 종종 서로 힘을 겨뤘기 때문에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반년 사이, 낙신회는 더 커졌고 앳된 신생들은 서서히 천부적 재능을 드러내며 북창령원에서 자기만의 빛깔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제 낙신회는 북창령원에서 명실상부한 최강의 학생 세력이 되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수련대 사람들은 수련하며 중심 구역을 힐끗거리곤 했다. 이는 그곳에 두 미녀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중 한 명은 소훤의 여동생 소령아로 반년 사이에 많이 성숙해졌는데 한결같이 빨간색 치마를 입고 다녀 바로 눈에 띄었다. 게다가 아름다운 몸매가 큰 몫을 하여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소령아는 목진 등이 학원 대회에 간 사이 얼마 안 되어 바로 낙신회에 가입했는데 낙신회에서는 흔쾌히 그녀를 받아들였다. 소령아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 낙신회의 인기도 나날이 치솟았다.

다른 한 명은 목진이 학원 대회에 가기 전에 만났던 북령원 출신 우희로 순아와 나이가 비슷했고 낙신회에서 명성이 자자했다. 그녀는 북창령원에 들어온 뒤로 놀라운 재능을 발휘하며 반년 사이에 신백방 2위에 올랐고 1위는 그해, 목진이 남긴 기록이었다.

이러한 성장 속도는 목진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 차이는 있지만 놀라운 것이었다. 만약 목진이 지난 기수 학생 대표라면 이번 기수 신인 대표는 우희였다.

앞으로 2년이 더 지나면 우희는 목진의 자리를 빼앗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때, 소년은 이미 북창령원을 떠났을 테지만 말이다.

우희는 현재 수련대의 한 암석 위에 턱을 괴고 앉아있었는데 예쁜 얼굴과 푸른색 치마를 입어 적당하게 드러낸 몸매에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사람들은 낙신회에서 세 명의 미녀를 꼽았는데 바로 소령아, 우희, 순아였다.

그런데 순아는 대부분 영계한테 가서 영진을 수련하느라 자주 마주치지는 못했다. 영력 수련에 큰 재능이 없는 순아는 반대로 영진에 관해서는 천부적 재능을 지니고 있어 실력이 부쩍 늘었다.

얼마 전에는 우연히 10위인 선배와 싸워 이기기까지 해서 북창령원 전체가 떠들썩했다.

이제 낙신회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낙리나 목진이 아니라 이 세 미녀였다.

한편, 금방 수련을 마친 우희는 주위의 시선은 모조리 무시한 채, 차가운 암석 위에 앉아 조심스럽게 다리를 꼬더니 턱을 괴고 북창령원 중심 산봉우리에 놓인 커다란 종을 바라봤다.

그 옆에 앉아있는 소령아도 고개를 들고 조용히 종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또 목진을 생각하는 거야?”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 우희와 소령아가 고개를 돌려보니 엽경령이 생긋 웃으며 두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가 그딴 녀석을 생각한다고 그래!”

소령아는 괜히 투덜댔다.

“난 언니와 다른 선배들의 상황이 궁금했을 뿐이야.”

“아, 아니에요…….”

우희는 부끄러운 듯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손사래를 치며 엽경령의 눈을 피했다. 목진과 한 번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북령원에서부터 소년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 들었고, 북창령원에 와서는 소년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설렜다.

우희가 처음 북창령원에 들어왔을 때, 목진과 심창생이 천방 패주의 자리를 놓고 싸우는 장면을 봤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여전했다. 의기양양했던 소년의 멋진 모습은 우희의 마음에 콕 박혔다. 아마 그날, 목진한테 반한 소녀는 한, 두 명이 아니었을 것이다.

“엽 언니…… 목진 오라버니가 결승전에 들 수 있을까요?”

우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이에 엽경령은 두 소녀의 옆에 앉아 커다란 종을 쳐다보며 답했다.

“이번 학원 대회는 최근 십수 년간 가장 치열한 대회라고 들었어.”

엽경령의 말에 우희와 소령아는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비록 목진과 선배들이 출중하다는 걸 잘 알지만 이들의 상대는 다른 학원의 천재들이었다.

“목진 오라버니는 분명 결승전에 들 거예요!”

우희는 자그마한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그녀는 자기 마음속 불패의 상징이 무너지는 것을 절대 믿고 싶지 않았다.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어.”

엽경령이 소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며칠 전, 그녀는 순아한테서 성령원에 희현이라 불리는 괴물급 신인이 나타났다고 들었는데 목진과는 천적으로 장로들마저도 걱정하는 눈치였다고 했다. 그런 사람을 상대하려면 아마 꽤 어려울 것이다.

목진이 아무리 대단해도 북창령원의 장로들마저 꺼리는 엄청난 녀석을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엽경령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엽경령의 불안한 마음을 읽어서인지, 우희와 소령아도 이내 조용해졌다.

뎅!

그런데 그때 갑자기 오래된 종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졌다. 떠들썩했던 학원은 순간 조용해지더니 다들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깜짝 놀랐다. 학생들은 이 종소리가 뭘 의미하는지 알았다.

암석 위에 앉아있던 세 소녀도 흠칫하더니 고개를 번쩍 들어 커다란 종을 바라봤는데 얼굴에는 흥분과 긴장감이 섞여 있었다.

슉! 슉!

그러다 위쪽 하늘에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부단히 들리며 학원 전체가 들끓었다.

이 종소리는 학원 대회의 결승전을 알리는 소리였다!

뎅!

오래된 종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지자 방대한 북창령원은 순간 조용해졌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이 떠나갈 듯한 환호가 터져 나왔다.

반년 동안 기다렸던 학원 대회 결승전이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북창령원은 오랜만에 떠들썩해졌고 학생들은 잔뜩 기대하며 종을 바라봤는데 한편으로 조금 긴장되기도 했다.

북창령원을 대표해 출전한 소조의 상황이 너무 궁금했다.

슉!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은 커다란 종 주위에 빠르게 모여들었고, 수련하러 뇌역에 들어가려던 학생들도 바로 뒤돌아섰다. 이미 뇌역이나 취영진에 들어가 수련하던 학생들도 잠시 수련을 중단하고 흥분된 마음을 간신히 가라앉히며 북창령원의 중심 구역으로 향했다.

그때 멀리 떨어진 조용한 산봉우리에 닫혀 있던 문이 열리며 한 여인이 부랴부랴 걸어 나왔다.

장발을 드리운 채 하얀색 치마를 입은 여인은 만사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 표정이 늘 무뚝뚝했는데 오늘은 집 밖으로 나와 커다란 종을 바라보며 생긋 웃었다.

“영계 언니, 목진 오라버니께서 결승전에 들었을까요?”

그녀의 뒤에는 머리를 한데 묶은 순아가 두 눈을 깜빡이며 서 있었다. 순아도 반년 만에 전해진 학원 대회의 소식에 들떠 있었다.

“당연하지.”

영계는 전혀 고민하지 않고 답했다. 정 이모의 아들이 학원 대회의 결승전에 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영계는 학원 대회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잘 알지만 정 이모를 경외하는 마음에 저도 모르게 목진한테 전이되어 동년배 중 소년보다 뛰어난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목진 오라버니를 가장 굳게 믿는 사람은 영계 언니일 거예요. 원장님과 장로들마저 목진 오라버니의 상대가 실력이 엄청나다며 걱정된다고 하셨거든요.”

순아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목진 오라버니께서 북창령원을 떠난 뒤로 단 한 번도 웃은 적 없는 언니가 오늘 학원 대회에 관한 소식을 듣자마자 이렇게 좋아하다니.”

그 말에 영계는 부끄러워 얼굴이 불긋해진 채 순아를 노려봤다.

“지난번에 영진의 방에 너무 짧게 있었구나. 다음번에는 시간을 늘려야겠어.”

“네? 잘못했어요, 영계 언니!”

순아가 금방 사색이 되어 두 손을 모아 빌자 영계는 소녀의 이마를 가볍게 튕기더니 금세 진지해졌다. 영계는 목진이 학원 대회에서 순조롭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현은 확실히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그 실력은 아마 북창령원의 장로와 비슷할 것이다.

목진이 결승전에서 희현과 대결하게 되면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것은 분명했지만 소년에 대한 영계의 믿음은 굳건했다.

슉.

그때 북창령원의 대전에 한 무리가 나타났는데 제일 앞에 선 사람은 태창 원장이었다.

그 또한 조금 긴장한 듯 보였다. 북창령원에서 파견한 두 소조의 실력이 약하지는 않았지만, 올해 열린 학원 대회는 십수 년 사이 가장 치열하고 참가자들의 실력이 제일 강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들 사이에서 괜찮은 성적을 따내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북창령원은 최선을 다해 싸워야만 한다. 이번 학원 대회의 성적은 북창령원이 오대원에서 제명당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만약 북창령원이 오대원에서 제명되면 북창령원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뿐만 아니라 학생들 또한 큰 충격을 받을 것이고 앞으로의 수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태창 원장, 맥유 전주와 기타 장로들의 안색은 한껏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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