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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76화 (375/1,000)

376화. 황금 계단

“원장님, 전계를 열어 봅시다.”

맥유 전주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지금 와서 걱정해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었고 일단 전계를 열고 목진 등의 상황을 살피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에 태창 원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인법을 바꿨는데 영광 한 줄기가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 커다란 종을 때렸다.

뎅!

오래된 종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자 종에서 황금빛을 발하며 주위를 물들였다.

그러다 금광이 한데 모이더니 공간이 일그러지며 황금색 통로를 만들었다.

“이것은 전계를 향한 통로로 이 통로가 이어진 곳은 학원 대회 결승전의 소형 공간이다. 신생을 제외하고 전부 들어갈 수 있지만 절대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원내의 법으로 다스릴 것이다!”

태창 원장이 주위를 훑으며 말했다.

“네!”

이에 학생들은 이내 화색이 되었는데 신생들은 표정이 안 좋았다. 학원에 영막을 띄워 대결을 볼 수는 있으나 현장에 가서 보는 것과는 천지 차이였다.

하지만 태창 원장은 신생들의 애원을 무시하고 가장 먼저 황금색 통로에 들어갔고 맥유 전주 등이 바로 그 뒤를 따랐다.

슈슉!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북창령원 학생들은 벌레떼처럼 황금색 통로를 향했다.

“영계 언니, 우리도 얼른 가요. 난 목진 오라버니를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어요.”

순아는 머뭇거리는 영계를 보더니 다그치며 말했다.

“네가 보고 싶다면 가 봐야지.”

영계는 아무 일 없는 척 무덤덤하게 말했는데 순아가 피식 웃는 것을 발견하고 금세 얼굴이 빨개졌다.

영계는 곧바로 순아의 손을 잡고 함께 전계로 향했다.

“우리도 얼른 가자!”

낙신회 본부에 있던 엽경령이 잔뜩 흥분한 채 말했다.

“난 신생이라 못 가요.”

우희가 입을 삐쭉 내밀며 곧 울 것처럼 말했다.

“몰래 들어가면 되지. 형전에서 검사할 테지만 낙신회 회원은 봐줄 거야. 목진이 형전 삼대장까지 쓰러뜨린 사람인데 감히 우리를 건드릴 수 있을까?”

소령아가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말했다.

“좋아요!”

잠시 고민하던 우희는 결국 엽경령 등과 함께 떠나기로 했다.

“그럼 얼른 가자!”

엽경령, 우희, 소령아도 황금색 통로로 향했는데 들어가자마자 난폭한 공간 파동과 눈부신 황금빛에 잠시 어지러웠다. 그러나 이런 느낌은 바로 사라졌고 눈앞에 나타난 광경에 입이 떡 벌어졌다.

소녀들 앞에는 금광이 번쩍이는 드넓은 땅이 펼쳐졌고 사람으로 가득 차 있어 상당이 떠들썩했다. 그리고 하늘에는 황금 통로를 통해 이곳에 오고 있는 다른 학원 학생들이 보였다.

거의 모든 대형 령원들이 전계를 열어 학생들이 결승전을 보게끔 했는데 각자 구역이 정해져 있어 사람은 많았지만 혼잡하지는 않았다.

엽경령 등은 이 엄청난 전장에 한참 동안 정신을 놓고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앞쪽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커다란 황금색 석대가 떠 있었고 주위에는 금광이 드리워져 내부와 외부를 철저히 분리하였다.

슉! 슉!

그때 황금색 석대 밖에 수많은 금광이 내리꽂히더니 각자 다른 옷차림을 한 소조가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그들은 전부 학원 대회에 참전한 소조들 이었다.

다들 경외의 눈빛으로 이들을 쳐다봤다. 같은 학원 출신이 아니더라도 한 학원을 대표해 학원 대회에 참석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했다.

뎅!

오래된 종소리가 다시 울리자 거대한 황금색 석대의 중심 구역에서 금광을 발했다. 사람들은 순간 조용해졌다.

곧 중심 구역에서 모습을 드러낼 사람들은 최종 결승전에 든 최정예 소조들 이었다.

하늘에 뜬 커다란 황금색 석대는 함부로 가까이 갈 수 없을 정도로 고결해 보였고, 그 위쪽에서 쏟아져 내리는 금광은 황금빛 바다처럼 웅장해 보였다.

넓은 석대 주위는 각 학원 학생들이 차지했는데 각자 일정한 구역을 차지하고 있어 혼잡하지 않고 질서정연했다.

학생들은 각자 자기 구역에만 있을 수 있었고 광막으로 각 학원을 갈라놓았다. 결승전을 보다가 흥분해서 싸움이라도 나면 걷잡을 수 없게 될까 봐 미리 조치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석대의 중심 구역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금광이 조금씩 모여 황금 계단을 형성했다.

계단은 8개의 층으로 정상은 백 장 정도 높이로 금련의 형태를 갖춘 금광을 발산했다.

이것이 바로 결승의 계단으로 8위권 내에 든 소조만 여기 설 자격이 있었다.

슉!

그때 황금색 석대의 위쪽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다섯 명이 나타나 아래쪽의 드넓은 황금색 석대를 바라봤고 이들 뒤쪽에 금광이 모여 커다란 광좌를 형성했다.

그들은 오대원의 원장들로 다들 경외의 눈빛을 보냈다. 태창 원장은 가장 왼쪽에 무덤덤하게 서 있었지만 그윽한 눈에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

태창 원장의 오른쪽에 서 있는 푸른색 도포를 입은 노인은 눈썹과 수염이 희끗했지만 피부는 갓난아이처럼 부드러워 보였고 손바닥에 자란 청송에서 비취 같은 청광을 번쩍이자 공간마저 흔들렸다.

그는 바로 청천령원의 천송(天松) 원장이었다.

그리고 가장 오른쪽에 서 있는 조금 야위고 왜소해 보이는 노인은 메마른 손으로 수염을 쓸어내렸는데 보잘것없는 외모에 비해 그의 이름은 패기 넘쳤으니, 이름은 무천왕(武天王)으로 무령원의 원장이었다.

또한, 무천왕 원장의 옆에는 화려한 치마를 입고 머리를 깔끔하게 묶은 아름다운 여인이 서 있었다. 매끈한 피부로 보아 나이가 다섯 명 중 가장 젊었지만, 경력으로 놓고 보면 성령원의 원장만 그녀를 초월할 수 있었다.

그녀는 바로 만봉령원의 당추(唐秋) 원장이었다.

다섯 사람 중 가장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 가장 이목을 끌었다. 진짜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사내는 새하얀 머리에 훤칠하게 생긴 것이 조용히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경천의 산맥이 천지에 우뚝 솟아오른 것 같은 기운을 풍겼다.

그가 바로 성령원의 천성(天聖) 원장으로 오대원에서 가장 유명하고 실력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사람이었다.

이들이야말로 수많은 학원을 대표한 정예들로 학원계에서는 거장급 존재들 이었다.

그들은 사람들 앞에 나타나더니 서로 마주 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나눴다.

“원장님들, 이만 자리에 앉읍시다.”

천성 원장의 말이 곳곳에 울려 퍼지자 하늘의 공간이 다시 일그러지더니 사람들이 몇 명 나타났다. 강력한 영력 파동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각 학원의 대표로 나온 것으로 보아 실력이 상당한 것이 분명했다.

원장들은 잇따라 각자 학원 학생들을 향해 인사하더니 허공에 생긴 광좌에 착석했는데 자연스레 주도권을 차지한 천성 원장을 보자 태창 원장은 조금 언짢아졌다.

천성 원장은 진심으로 성령원을 오대원의 최고학원이라고 여기는 것 같았다. 다른 세 원장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조금 언짢은 것 같았다.

그런데 천성 원장은 이들의 불만을 느끼지 못한 듯 갑자기 태창 원장에게 눈길을 돌렸다.

“태창 원장, 이번 학원 대회가 북창령원에게 엄청 중요하다지?”

이에 태창 원장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천성 원장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 북창령원에서는 최선을 다할 것이네.”

“그럼 그럼.”

천성 원장도 이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북창령원이 잘 해줬으면 좋겠네. 그러다 오대원에서 제명되면 나머지 사대원에도 큰 손해이지 않나?”

이에 태창 원장이 무덤덤하게 웃기만 했다. 나머지 원장들은 두 사람 사이의 불꽃 튀기는 대화에 흠칫 놀랐다. 성령원과 북창령원의 관계가 워낙 좋지 않은 탓이다.

과거 성령원은 다른 학원을 오대원에 들여 자신의 명망을 높이고 최고의 자리를 확보하려고 했는데 북창령원이 갑자기 나타나 마지막 오대원의 자리를 차지해 계획이 무산되었다.

“지금 와서 무슨 말을 하든 아무런 소용이 없으니 얼른 황금 계단이나 열게. 난 올해의 8강이 각각 어느 학원 출신인지 궁금하네.”

만봉령원의 당추 원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허허, 당추 원장의 말대로 학생들의 실력이 안 되면 우리가 여기서 아무리 이야기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 성령원에 희현이 있지만 우리 학원 아이들도 무시하지 말게.”

왜소한 무령원 원장이 히쭉 웃으며 말했다.

원장 다섯 명이 동시에 손가락을 튕기자 영광 다섯 갈래가 황금 계단을 감싸며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숨죽이며 손에 땀을 쥐고 황금 계단을 뚫어지라 쳐다봤는데 여덟 번째 계단의 금광이 사라지며 한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방운이 이끈 소조로 전부 출신 학원의 휘장을 달고 있어 알아내기 쉬웠다.

“8위는 구정령원이다!”

“역시 한때의 오대원이어서 그런지 대단해!”

방운 등이 나타나자 주위는 순간 떠들썩해졌는데 바로 위쪽 계단의 금광도 사라지며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7위는 어디지?”

“불패령원인 것 같아. 평범한 학원인 것 같은데 8위권에 들었네? 이게 가능해?”

“6위는 혈신원이라는데 처음 듣는 학원이야.”

“역시 학원 대회는 남달라. 어느 학원 출신이든 8위권에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저들의 실력은 충분히 증명되었어.”

“5위는 청천령원인 것 같은데 조장은 유청운이지? 하하, 드디어 오대원 출신인 소조가 나왔군.”

“4위는 무령원이야? 무령은 무령원의 둘도 없는 천재라고 들었는데 4위밖에 못했어? 그럼 3위권에 든 소조의 실력은 도대체 얼마나 무섭단 말이야?”

4위까지 발표한 것만으로도 분위기는 들끓었고 사람들은 잔뜩 흥분하였다. 올해의 학원 대회는 역시 듣던 대로 역대급이었다.

한편, 원장들은 이러한 결과에 표정이 제각각이었다. 무령원의 무 원장은 수염을 휘익 날렸는데 무령이 따낸 4위에 만족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태창 원장은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8위권 중에서 다섯 소조를 발표하였고 3위권이 남은 상황이었는데 북창령원은 아직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북창령원이 한 소조도 8위권에 들지 못했거나 예상외로 좋은 성적을 따냈다는 말이었다. 아무리 태창 원장이라도 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마음을 가라앉히기가 무척 어려웠다.

태창 원장마저 이런데 북창령원 학생들은 오죽할까?

그들은 손에 땀을 쥐고 물끄러미 황금 계단만 바라봤고 너무 긴장해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였다.

앞쪽에 있는 엽경령, 소령아, 우희도 잔뜩 긴장하였고 영계마저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자 순아의 손을 꽉 잡았는데 그 힘이 과해 순아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위잉.

그때 황금 계단의 가장 위쪽에 있는 세 계단에서 다시 금광이 비치더니 세 소조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금광이 점차 사라지고 학원 대회의 최정예 소조들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은 그 출신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고 순간 정적이 흘렀다.

황금색 석대 위에 놓인 눈부신 황금 계단의 정상에 세 소조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은 그 정체를 확인하고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 번째 계단에는 예쁘장한 소녀 다섯 명이 서 있었다.

그들 앞에 앞장선 여인은 유독 이목을 끌었는데 장발을 드리운 채 황금색 장창을 들고 찰싹 들러붙는 황금색 갑옷을 입고 있었다. 새하얀 피부와 아름다운 몸매를 가졌고 고귀한 기품이 흘러넘쳤다.

다른 네 소녀도 충분히 예뻤지만 그녀의 옆에 서 있어서 그런지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이에 사람들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소녀를 바라봤다.

“우와!”

그들이 나타나자 만봉령원은 순식간에 들끓었고 소녀들은 환호하느라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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