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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78화 (377/1,000)

378화. 8강 대결

눈부신 빛의 기둥 여덟 갈래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고, 그 모습은 백 리 밖에서도 선명하게 보였다.

각각 빨강, 초록, 검정, 노랑 등 네 가지 색상으로 사람들은 잔뜩 기대하며 여덟 소조를 쳐다봤다.

목진은 고개를 들어 다른 한 갈래의 빨간색 빛의 기둥을 찾았는데 결국 푸른색 도포를 입은 소조에 눈길을 멈췄다.

이 소조의 조장은 유청운으로 목진 등을 노려보고 있었다.

목진 등이 결승전에서 싸울 첫 번째 상대는 바로 청천령원이었다.

후우.

심창생 등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처음부터 온청선, 무령 등을 상대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들과는 조금씩 친분이 있어 그들을 상대해 탈락시키는 게 썩 내키지 않았다.

반면, 청천령원은 희현의 동맹이라 적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혼내주기로 마음먹었다.

심창생 등은 탈락전 때, 유청운이 희현을 도와 목진을 협박했던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목진이 대처할만한 수단이 없었으면 그들은 엄청 비참했을 것이다.

상대를 확인한 목진은 주위를 쓰윽 훑었는데 희현의 상대를 보더니 깜짝 놀랐다. 희현의 상대는 온불승이 이끄는 불패령원 소조였다.

8강에서 불패령원의 실력이 가장 약했다. 보통 이런 실력의 학원은 절대 8위권에 들 수 없는데 온불승은 그 어려운 걸 해냈으니 결과가 어떻든 그는 불패령원의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이에 목진은 온불승을 힐끗 쳐다봤는데 그는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과 싸워야 한다고 해서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목진이 마음속으로 응원해주는 것 외에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외, 온청선의 상대는 낙리한테 패배한 방운이 이끄는 구정령원 소조였고 마지막 한 조는 무령원의 무령과 혈신원의 혈천하였다.

목진은 혈천하 소조를 보고 비호감을 넘어 그들을 죽이고 싶었다. 녀석이 낙리를 노리는 것이 괘씸했다.

그런데 혈천하는 탈락전에서 진정한 실력을 선보이지 않고도 8위권에 들었다. 그건 그 상대인 무령도 마찬가지라 이들이 싸우면 과연 누가 이길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 * *

“젠장, 처음부터 희현과 싸우다니!”

온불승 뒤에 서 있던 조원이 죽상이 되어 말했다.

“8위권에 든 것만으로도 우리는 엄청난 일을 해낸 거야.”

온불승이 히쭉 웃으며 말했는데 희현을 전혀 두려워하는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싸울 의지를 활활 불태웠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우리는 최선을 다하면 돼.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불패령원의 체면은 세워줘야지?”

태연한 온불승의 태도에 조원들도 점차 마음을 가라앉히더니 히쭉 웃었다. 이들이 8위권에 든 것 자체가 기적이라 결과가 어떻든 사실 상관없었고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었다.

“좋아. 그럼 성령원 사람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볼까?”

* * *

“낙리한테 잡혔던 녀석들이군.”

온청선은 느긋하게 방운 등을 보더니 뒤에 서 있는 소녀들한테 말했다.

“정신 똑바로 차려. 저들과 싸워 패배하면 만봉령원에 돌아가 호되게 혼날 줄 알아!”

온청선의 미모 때문에 그녀가 아무리 이를 갈며 말해도 전혀 무서워 보이지 않았다.

“히히, 알겠어요.”

낙아 등이 생긋 웃으며 말했다.

반면, 방운이 이끄는 소조는 온청선처럼 마음이 가볍지 않았다. 방운은 온청선을 상대할 생각에 엄청나게 부담스러웠다.

* * *

“혈신원이라…….”

무령은 선홍색 도포를 입은 사람들을 쳐다보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혈천하한테서 왠지 모르게 위험한 파동을 느꼈다.

“저들은 생각보다 상대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무령의 뒤에 서 있던 무영영이 한껏 정색하며 말했다. 무령원 소조도 재구성을 거쳐 무영영이 무령과 한 조가 되었다.

“혈천하는 나한테 맡기고 너희는 다른 조원들을 해결해.”

무령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그 말에 무영영 등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 * *

황금색 석대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수군대기 시작했으나 아무도 쉽게 네 조의 승자를 확정 지을 수가 없었다.

비록 탈락전으로 8강의 순위를 나열했지만 탈락전은 시작일 뿐이었다. 대부분 마지막이 아니고서야 진정한 실력을 선보이지 않을 것이 분명했기에 탈락전 1위가 최종 우승을 한다는 보장이 없었고 탈락전 8위가 역전해 1위를 따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아무튼 이번 결승전은 유난히 흥미로울 것이다. 과연 누가 4강에 진출할지 궁금했다.

광좌에 앉아있는 원장들은 이러한 대전 구도에 표정이 달랐지만 아무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비치지는 않았다.

“각자 상대를 확인했으면 석대에 오르거라.”

천성 원장이 말을 마치고 손을 휘익 젓자 아래쪽의 커다란 황금색 석대가 만 장 정도의 석대 네 개로 갈라졌고, 또 한 석대는 다섯 조각으로 갈라졌다. 금광이 번쩍이는 석대는 황금으로 만든 것처럼 무척 견고해 보였다.

“이번 4강 진출전은 이하 규칙을 따른다. 총점은 7점으로 한 사람씩 싸워 승리하면 1점을 얻고 패배하면 상대편에서 1점을 얻는다. 대신 조장의 점수는 3점이라 패배하면 상대편에서 3점을 얻는다. 그러다 싸움이 끝나면 점수를 더 많이 획득한 소조가 4강 진출하게 될 것이다.”

“조장이 무려 3점이라니…….”

목진은 그 규칙에 조금 놀랐다. 조장 한 사람이 총점의 절반을 차지하다니, 다른 네 조원이 전부 패배하지 않은 이상 상대편의 조장만 꺾으면 4강 진출은 확보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다들 이해되었느냐?”

천성 원장이 학생들을 쓰윽 훑으며 묻자 여덟 소조의 학생들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얼른 석대에 오르거라.”

천성 원장이 손을 휘익 젓자 모든 이들이 거의 동시에 거대한 황금색 석대에 뛰어올랐다. 목진 등은 가장 왼쪽에 있는 석대에 자리를 잡았다.

“유청운은 내가 상대할게.”

목진이 낙리 등을 바라보며 말했다.

목진이 이끄는 소조는 재구성을 거쳐 다른 소조 못지않게 강력해졌고 낙리까지 있어 더 든든했다. 하지만 이번 대결은 조장의 점수 비중이 가장 높아 일단 목진이 패배하면 거의 승산이 없다고 봐야 했다.

그렇기에 상대편의 최강자인 유청운은 반드시 목진이 상대해야만 했다. 녀석이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란 걸 잘 알지만 소년은 그 어떤 상대든 두려워하지 않았다.

“조심해.”

낙리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말했다. 역사가 유구한 풍령족의 천재인 유청운은 상대하기 쉬운 사람이 아니었다.

이에 목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낙리와 다른 조원들은 나머지 석대로 달려갔다.

이렇게 목진은 홀로 방대한 황금색 석대에 서 있었고, 외부에 서 있는 사람들은 하늘이 떠나가라 환호했다.

목진은 분위기에 휩쓸려 피가 더 빨리 흐르는 것 같았고 싸울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슉!

그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유청운이 귀신같이 나타나 한 손을 뒤로한 채 무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

“목진, 넌 여기서 끝이야.”

사람들은 유청운의 말이 과언이 아니라고 여겼다. 목진은 비록 탈락전에서 1위를 했지만 결승전은 탈락전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여덟 소조의 실력이 상당하고 그 조장들도 하나같이 고수인지라 누가 이길지는 장담할 수가 없었다. 조금만 잘못해도 바로 실패였다.

목진은 담담하게 웃더니 바로 살기를 내뿜는 서룡마창을 소환해 창끝으로 상대방을 가리켰다.

“그거야 유 조장이 하기 나름이지.”

자신의 도발에 아무렇지도 않은 목진의 모습에 유청운은 흠칫 놀랐다. 유청운은 목진과 희현의 대결을 본 뒤로 소년을 경계하게 되었다. 목진의 실력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났다.

하여 유청운은 목진의 마음을 흩트리기 위해 저리 말했는데 이따위 낮은 수법에 넘어갈 목진이 아니었다. 상대방의 자그마한 실수를 노려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려는 유청운의 계획은 틀어졌다.

“역시 상대하기 쉬운 사람이 아니야.”

유청운은 가볍게 웃더니 마음을 가라앉히고 주먹을 꽉 쥐었는데 갑자기 광풍이 일며 손바닥에 청광이 빠르게 모였다.

슉!

청광은 장창으로 변해 유청운의 손에 나타났고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돌풍이 그 주위에 형성되었다.

창끝은 부단히 광풍을 흡수하는 것처럼 주위의 바람이 모여들었고 공간마저 미세한 파동을 일으켰다.

청광 장창의 위력은 목진의 서룡마창보다 뛰어났고 지극히 놀라운 파동을 발산했는데 이는 영기의 범위를 벗어났다.

이에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더니 바로 정색했다.

이와 동시에, 다른 석대에서도 엄청난 영력 파동이 일며 상당한 영력 위압감을 형성했다.

석대 밖의 각 학원 학생들은 흥분한 마음을 가까스로 가라앉히며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다.

8강전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하지만 과연 누가 최종 4강에 들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쿵!

그때 맑은 종소리가 울리자 목진과 유청운은 동시에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렸다.

슉!

두 사람은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니 방대한 황금색 석대의 중심에서 힘껏 부딪쳤다.

살기 가득한 서룡마창은 흉수가 사냥감을 덮치듯 기세등등하였고 창풍은 웅장한 영력을 싣고 공기를 가르며 상대방에게 향했다. 창끝에 광풍을 실은 청광 장창의 창끝에는 오래된 부적이 번쩍였는데 그 모습이 아주 신기하였다.

탕!

두 사람의 창끝이 완벽하게 부딪치자 불꽃을 튀기며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영력 파동이 퍼졌고 주위의 공기가 모조리 폭발하였다.

“창이 제법 쓸만하군.”

유청운은 살기를 내뿜는 목진의 서룡마창을 보더니 히쭉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나와 정면 승부를 겨루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었어.”

“풍신창(風神戟), 풍소(風嘯)!”

유청운의 말과 함께 청광 장창의 창끝에 새겨진 부적이 번쩍이며 돌풍을 일으켜 목진은 순식간에 뒤로 십수 보 물러났다.

“풍척(風刺)!”

잇따라 유청운이 장창을 휘둘러 급소를 찌르려 하자 목진은 매서우면서도 깔끔한 상대방의 공격에 안색이 조금 어두워진 채 팔을 미세하게 떨었는데 서룡마창이 떨리며 수많은 창영을 발사했다.

창영은 유청운의 공격에 부딪힐 때마다 엄청난 소리를 내며 아름다운 불꽃이 튀었는데 그 아름다움은 너무 치명적이었다.

목진과 유청운이 전력을 다한 공격은 신백난 첫 단계에 이른 고수가 맞아도 즉사할 정도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의 공격은 수천 번이나 오갔고, 엄청난 속도에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런데 눈썰미가 좋은 일부 사람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목진이 밀리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건 목진의 실력 탓이라기보다는 살기를 내뿜는 서룡마창이 유청운의 청광 장검의 억제를 받기 때문인 듯 보였다.

탕!

그때 갑자기 눈부신 청광을 발하더니 십수 장 정도의 방대한 청광 돌풍이 목진에게 향했고 목진의 서룡마창도 살기를 한껏 뽐내며 혈광이 폭발해 혈하를 이루었다.

쿵!

두 갈래의 공격이 부딪치며 엄청난 소리가 들렸다. 그 여파로 혈하는 순식간에 무너졌고 목진은 뒤로 수십 장 정도 물러났다.

사람들은 탈락전 1위인 목진이 첫 번째 공격에서 유청운한테 밀리자 깜짝 놀랐다.

“유청운이 저렇게 강해?”

북창령원 학생들은 안색이 어두워졌고 엽경령, 소령아, 우희 등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목진의 무기가 너무 약해.”

영계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녀는 돌풍을 소환할 수 있는 유청운의 장창이 준신기란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 이에 비해 목진의 서룡마창은 절품 영기일 뿐이라 차이가 엄청났다.

“그럼 어떡해요?”

순아가 걱정되어 물었다.

“아직 급할 건 없어. 이제 막 시작이야.”

영계는 미소를 지으며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다시 목진한테 눈길을 돌렸다.

한편, 목진은 고개를 숙여 서룡마창을 확인했는데 전보다 훨씬 암담해지고 살기가 사라진 것이 유청운과의 대결 때문에 손상을 입은 것 같았다.

“이번엔 내가 우세를 차지한 것 같군.”

유청운은 장창으로 목진을 가리키며 히쭉 웃더니 체내의 영력을 장창에 부단히 불어넣었다.

휘익.

백 장 정도의 돌풍들이 갑자기 유청운 주위에 나타났는데 곧 천지를 찢어버릴 것만 같았다.

“풍신창, 풍룡탄천(風龍吞天)!”

유청운이 정색하며 수중의 장창을 내던지자 장창은 청광을 발하며 주위의 돌풍들을 전부 흡수해 수백 장 크기의 풍룡으로 변했다.

온몸에 푸른색 비늘을 뒤집어쓴 풍룡은 진짜나 다름없어 보였는데 그 무서운 모습에 다들 화들짝 놀랐다.

풍룡은 진정한 용의 위엄을 내뿜었는데 이는 용족의 정혈을 첨가해 만든 청광 장창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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