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9화. 풍신영(風神影)
“공격하라!”
유청운이 허공에 서서 손을 휙 젓자 청색 풍룡은 포효하며 엄청난 속도로 목진에게 향했다. 이로 인해 생성된 난폭한 돌풍은 천지를 찢어버릴 것만 같았고 석대의 위쪽 공간마저 일그러졌다.
사람들은 유청운의 공격에 자못 놀랐다. 역시 실력을 어느 정도 갖추지 않으면 학원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목진이 과연 이 무서운 공격을 받아낼 수 있을까?
다들 긴장된 얼굴로 풍룡에 비해 한없이 작아 보이는 소년한테 눈길을 돌렸다.
그때 목진은 고개를 들어 풍룡을 보며 깊게 숨을 들이켜더니 이내 정색하였다.
“준신기라…….”
중얼거리던 목진이 갑자기 결인하자 눈이 점차 빨개졌다.
위잉!
원고의 악마가 포효하는 소리와 함께 목진의 머리에서 검은빛이 솟아올랐다.
잇따라 검은빛은 거대한 마주의 형태를 갖췄는데 목진이 앞으로 나아가 자신을 껴안자 두 팔에 뇌광이 번쩍였다.
“마창이 안되면 마주로 해보면 되지!”
무궁무진한 살기를 내뿜는 마주는 서룡마창에 비해 훨씬 강력했다. 사람들은 바로 내리꽂히는 목진의 공격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렇게 검은색 마주는 포효하며 날아온 풍룡과 부딪쳤다!
검은색 마주는 천지마저 감당할 수 없는 무서운 힘을 싣고 기세등등하게 방대한 풍룡을 내리쳤다.
쿵!
엄청난 소리와 함께 돌풍이 미친 듯이 휘몰아쳐 황금색 석대에 미세한 균열이 일었다.
황금색 석대는 특수한 재료로 만들어져 신백난을 건넌 고수의 전력을 다한 공격에도 끄떡없을 정도로 견고했다. 그런데 목진과 유청운의 대결에 균열이 생기다니 그 파괴력은 실로 엄청났다.
크으으으.
무서운 돌풍이 휘몰아치자 청색 풍룡은 애처롭게 울며 흑망에 완전히 제압되었고 유청운의 안색은 조금 어두워졌다.
퍽!
그때 목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다시 대서미마주를 휘두르자 공기가 폭발하며 풍룡은 드디어 그 무서운 힘을 견디지 못하고 뒤로 튕겨 나가 청광을 번쩍이며 폭발해 다시 청광 장검이 되어 되돌아갔다. 그 여파에 유청운은 뒤로 여러 보 물러나서야 간신히 멈춰 섰다.
청광 장검에 어느새 난폭한 살기가 깃들었는데 곧 신기에 파고들 것만 같았다.
흥!
유청운이 기합을 넣으며 체내의 영력을 장창에 불어넣자 주위에 깃들었던 살기가 전부 사라졌다.
그는 잇따라 고개를 들어 허공에 떠 있는 목진을 바라봤는데 머리 위쪽에 있는 방대한 마주에서 무궁무진한 살기를 발산하는 것이 꼭 마신의 기둥 같았다.
“엄청난 흉기야.”
대서미마주를 본 학원 원장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마주의 놀라운 살기와 원고의 느낌으로 절대 일반 신기가 아님을 알아챘다.
대서미마주가 지금 봉인된 상태라 다행이었지 그렇지 않으면 유청운의 준신기급 청색 장창은 이미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관전하는 학생들도 잔뜩 놀란 눈치였다. 역시 수많은 소조와의 대결에서 승리하고 8강에 진출한 소조라 그런지 실력이 엄청났다. 이 정도면 아마 동년배 중에서도 최정예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희현마저 널 꺼리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군.”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던 유청운이 청색 장창을 꽉 쥐며 말했다. 목진을 이기려면 정말 전력을 다해야 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후우.
유청운은 깊게 숨을 들이켜더니 두 눈이 점차 파래졌고 청색 영력을 내뿜어 주위를 물들였다.
청색 영력은 하늘에 가만히 떠 있었지만, 눈치 빠른 학생들은 그 속에서 소름 끼칠 정도로 무서운 파동을 읽고 깜짝 놀랐다.
청색 영력은 수많은 칼날이 모여 만들어진 것처럼 날카로워 공간마저 조금 일그러졌다.
구경꾼들은 그 영력의 위압감에 혀를 내둘렀다. 이는 신백난 세 번째 단계를 넘어야 가능한 정도였는데 유청운은 역시 강력한 상대였다.
“목진, 넌 확실히 괜찮은 상대야.”
유청운은 하늘에 서서히 떠오르더니 푸른 눈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말했다.
“너를 소중히 여기는 의미에서 우리 풍령족의 힘으로 널 쓰러뜨려 주지.”
유청운을 지켜보던 목진도 녀석의 매서운 영력이 느꼈는데 곧바로 주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유청운이 수련한 영력은 보통 영력과 달리 공격성이 더 강했는데 그의 수련법도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풍령족의 풍령력이겠지? 풍령족 사람만 수련할 수 있다던데 공격력이 상당해서 보통 영력은 절대 막아낼 수 없다네.”
광좌에 앉아있는 원장들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존경에 이르러야만 영력에 질적인 변화가 생기고 특수한 수련법을 수련하지 않은 이상 그전까지는 대부분 비슷하였다. 그런데 이런 수련법은 각 종족의 비밀이라 외부인은 절대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일반인이 해당 종족의 사람과 싸우면 영력의 다툼에서 큰 손해를 보는 것이다.
특수한 영력을 억제하려면 일반인은 상대가 사용한 영력의 몇 배는 더 소모해야만 했다.
“풍령족만의 영력이라…….”
목진은 중얼거리며 갑자기 특이한 인법을 그렸다. 대부도결이었다.
대부도결은 목진의 어머니께서 남기신 신비로운 수련법으로 아직 완전히 깨우친 것은 아니지만 이를 빌려 수련한 영력도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하여 유청운이 영력으로 승부를 가리려 한다면 목진은 대부도력으로 풍령족의 풍령력과 싸우려는 것이다.
쿵!
목진이 결인을 마치자 체내에서 흑, 백이 섞인 영력이 휘몰아쳤는데 꼭 음과 양이 아우러진 것 같았다.
유청운의 매서운 풍령력에 비하면 목진의 대부도력은 공격성이 상당하지는 않지만 오묘한 느낌이 물씬 묻어났다.
“대부도결을 소환하려는 건가?”
장외의 영계가 흠칫 놀라며 말했다. 그녀가 대부도결 음권을 목진한테 가르쳐준 뒤로 소년이 완전한 대부도결을 선보인 적은 없었다.
풍령족은 대천세계에서 유명한 종족이지만 목진 어머니가 있는 오래된 종족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한편, 유청운도 목진의 뒤쪽에 나타난 웅장한 영력에 깜짝 놀랐다. 특수한 것 하나 없을 것 같은 목진의 영력에서 왠지 모르게 이상한 파동이 느껴졌고 그의 풍령력도 불안한 듯 요동쳤다.
“목진이 수련한 영력도 범상치 않은 것 같아.”
이러한 생각을 하던 유청운은 바로 마음을 바로잡았다. 제아무리 비범한 영력을 수련했어도 절대 풍령족의 풍령력을 상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네가 무슨 수를 쓰든 이번 대결의 승자는 무조건 나야!”
유청운이 결연하게 말했다. 청산령원과 북창령원의 대결에서 그와 목진의 승패가 가장 중요했다. 낙리는 무조건 승리할 것이고 심창생과 이현통도 실력이 막강해 그가 목진을 이기지 않고서는 청산령원이 4강에 들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하여 그는 반드시 목진을 이겨야만 했다!
유청운은 갑자기 백기를 내뱉더니 결인하였다!
“목진, 내 공격을 한 번만 더 받아봐!”
유청운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의 뒤쪽에 떠 있던 푸른 영력이 수많은 빛줄기가 되어 앞쪽 하늘에 수천 장 정도의 복잡한 빛의 무늬를 형성했다. 영진처럼 생긴 광진에서 영진의 파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풉.
유청운이 방대한 광진에 정혈을 뱉었다.
“풍신술, 풍조지영(風祖之影)을 모신다!”
말을 마친 유청운은 갑자기 방대한 광진에 절을 하였다.
위잉.
그러자 갑자기 광풍이 일며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형성돼 무서운 파괴력을 선보였다.
목진은 거대한 광진을 뚫어지라 쳐다봤는데 갑자기 청광 한 갈래가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니 커다란 청색 그림자가 나타나며 엄청난 위압감을 형성했다.
원장들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고 그중 일부는 청색 그림자를 보며 중얼거렸다.
“풍령족의 조상인 풍조의 영의 그림자를 소환해내다니! 북창령원의 어린 녀석이 꽤나 고생하겠어.”
광활한 공간에 놓인 거대한 석대에서 무서운 영력 충격파가 휘몰아쳤고 그 위에 사람들이 오갔는데 한 번씩 마주칠 때마다 놀라운 파동을 일으켰다.
곳곳에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고 다들 4강에 진출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그중, 다들 조장들의 대결에 관심을 기울였다. 조장이 일단 패배하면 승패는 갈리는 거나 마찬가지라 가장 중요했다.
이에 원장들을 포함한 구경꾼들은 네 개의 황금색 석대를 유심히 관찰했다.
난폭한 영력이 부단히 휘몰아치는 석대에서 목진과 유청운의 대결뿐만 아니라 희현과 온불승, 무령과 혈천하의 대결도 상당히 흥미롭게 진행되었다.
그 외, 온청선과 방운의 대결이 가장 수월했다. 방운은 조장 중에서 최약체이지만 하품 신기가 있어 전투력이 부쩍 올랐다. 그러나 그 상대인 온청선은 낙리 못지않게 강력한 상대라 용호신정의 위력을 완벽히 제압하고 무신처럼 하늘에 날아올라 무서운 공격을 개시했다.
이대로라면 방운의 패배는 시간문제였다.
무령과 혈천하 역시 전력을 다하여 싸우고 있었는데 막상막하로 쉽게 승패가 가려지지 않았다.
두 사람의 영력 파동으로 보면 둘 다 신백난 세 번째 단계에 이르러 조금만 더 노력하면 곧 지존경이었다.
혈천하는 선홍빛 영력을 끌어올려 혈하를 이루더니 사정없이 공격을 개시했고, 무령은 검은색 곤장을 쥔 채 온몸에서 어두운 빛을 발했다. 수려한 그의 얼굴은 무쇠로 빚은 것처럼 단단해 보였고 그의 육신도 엄청 단단했다.
무령이 곤장을 가볍게 휘두르자 휘몰아치던 혈하는 그 무서운 힘에 바로 부서졌다.
두 사람은 방어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 미친 듯이 상대방을 공격해 보는 사람이 다 움찔할 정도였는데 누구 하나 뒤처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내 희현과 온불승의 대결로 눈길을 돌렸다.
학원 대회에서 이름을 알린 희현과 달리 무명인사인 온불승의 출신 불패령원은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이에 다들 희현이 바로 온불승을 쓰러뜨릴 거라고 여겼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온불승은 육신으로 희현의 모든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제야 불패령원의 온불승이 이끈 소조가 8강에 진출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더없이 평범해 보이는 청년은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작은 학원이지만 그곳에서도 천재가 나타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다.
다만, 광좌에 앉아있는 원장들은 희현이 온불승의 공격을 점차 제압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슉!
그러다 창망이 공간을 가르며 나타났는데 창끝에 생겨난 난폭한 영력은 공간을 찢어버릴 것만 같았다.
자신을 향한 창망에 온불승은 이내 정색하며 옥석 같은 백광을 발하는 오른손을 내밀었다.
팅!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육안으로도 보이는 충격파가 휘몰아쳐 두 사람의 아래쪽 지면이 부서졌다.
희현은 온몸을 파르르 떨었고 온불승은 바닥에 깊은 자국을 남기며 뒤로 몇 보 물러났다.
희현은 수중의 장창을 꽉 잡고 온불승을 보며 말했다.
“이 정도밖에 안 된다면 넌 여기까지야.”
말을 마친 희현이 장창을 바닥에 내리꽂고 합장하자 눈부신 성광이 체내에서 솟아올라 뒤쪽에 거대한 태양을 만들었다.
이와 동시에, 희현은 지극히 놀라운 영력을 선보였는데 신백난 세 번째 단계의 정상에 이른 것 같았다.
지금의 희현은 목진과 싸웠을 때보다 더 강해졌다.
희현한테서 위험한 파동을 읽은 온불승은 깊게 숨을 들이켜더니 서서히 오른손을 들었다.
그의 오른손은 옥석으로 만든 것처럼 하얘 유난히 예뻤는데 갑자기 어두운 황금색 무늬가 퍼지기 시작했다.
이는 혈액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손 전체로 퍼져 오른손이 어두운 황금빛을 발하며 특수한 위압감을 형성했다.
“이 파동은…….”
원장들도 깜짝 놀라며 온불승의 손을 보더니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불패령원의 녀석은 지존급 강자의 손을 이식했어! 그래서 오른손이 그렇게 강한 거였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