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1화. 4강 진출
쿠쿵!
난폭한 영력이 휘몰아치자 분위기가 순식간에 삭막해졌다.
태양은 어느새 수백 장 정도로 커져 그 앞쪽에 있는 희현이 한없이 작아 보였고 진짜 태양이 내려온 것처럼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태양이 한껏 커지자 희현은 아래쪽에 있는 온불승을 보며 결인하였다.
“대일신술(大日神術), 성일정세(聖日凈世)!”
위잉!
이에 커다란 태양은 파르르 떨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슉!
그러다 태양은 파멸의 힘을 싣고 사정없이 내리꽂혔는데 그 무서운 기세에 석대는 움푹 파였고 빠르게 균열이 일었다.
무서운 힘의 압박감에 온불승도 고개를 들어 자신을 향한 태양을 바라보며 오른손을 서서히 들어 올렸다. 황금으로 만든 것 같은 손바닥에서 어두운 황금색 액체가 흐르는 것 같았다.
“지존의 손!”
온불승은 오른손을 아래로 휘두르며 나지막하게 외쳤다.
위잉!
그때 공간이 격렬하게 진동하며 파문이 일었고 온불승의 손에서 황금빛을 발하는 장인이 하늘 높이 날아올라 눈 깜짝할 사이에 백 장 정도로 커졌다.
황금 거수는 태양과 힘껏 부딪쳤다.
쿵!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고 하늘에서 눈부신 빛을 발하며 폭발했다.
그 모습이 마치 운석이 부딪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사람들은 무서운 영력 충격이 미친 듯이 휘몰아치는 전장을 확인했는데 태양과 황금 거수가 부단히 공격을 개시하여 서로를 없애려고 애를 썼다.
두 힘이 너무 강력해 대치 상태를 이루었다.
이에 온불승은 황금 거수에 영력을 불어넣었고 안색은 더 창백해졌다.
위잉!
황금 거수의 금광이 더 짙어지더니 태양을 부수려는 듯 갑자기 주먹을 쥐었다.
사람들은 온불승이 이렇게까지 강할 줄 몰라 소름이 끼쳤다.
희현의 엄청난 공격을 부수려 하다니, 지존의 손은 역시 엄청났다.
슉!
그러다 마침내 태양을 부순 황금 거수는 난폭한 영력 폭발을 틈타 하늘 높이 떠 있는 희현에게로 향했다.
그곳은 영력 충격으로 일그러져 희현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는데 녀석은 피하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슉!
황금 거수는 순식간에 희현의 앞쪽에 나타나 그를 후려쳤다. 그러나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끼익!
그때 오래된 매의 울음소리가 들려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보니 갑자기 매의 날개가 허공을 뚫고 황금 거수를 지나갔다.
너무 순식간에 사라져 다들 잘못 본 게 아닌지 눈을 의심했다.
이에 황금 거수는 희현과 반 장도 안 남은 거리에서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는데 녀석이 손을 내밀자 튼튼한 황금 거수가 와르르 무너졌다.
풉.
온불승은 왈칵 피를 토했고 영력 파동이 순간 사그라들었다. 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제자리에 맥없이 앉아 입가의 피를 닦으며 고개를 들었는데 희현이 천천히 다가왔다.
“내가 졌어.”
온불승이 씁쓸하게 웃으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청년의 말에 분위기가 다시 들끓었다. 열세에 처했던 희현이 한순간에 역전하자 다들 환호했다.
그는 역시 막강한 상대였다.
사람들의 환호에 온불승은 엄청난 영력 파동이 느껴지는 석대로 고개를 돌렸다.
“희현은 역시 듣던 대로야. 이제 그를 쓰러뜨릴 무거운 짐은 목진, 너한테 넘겨졌어.”
온불승이 패배한 동시에 목진과 유청운의 싸움은 가장 중요한 단계에 이르렀다.
거대한 흑탑 안에서 활활 타오르는 황금색 화염은 이 세상의 모든 물체를 태워버릴 것만 같았고, 그 엄청난 화력이 청색 영의 그림자를 덮쳤다.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가 부단히 들렸는데 꼭 영력을 태우는 것 같았다.
금룡 네 마리에서 비롯된 부도지염의 위력은 엄청났다. 청색 영의 그림자는 빠르게 일그러졌고 짙었던 청광도 어두워졌으며 흐릿한 얼굴은 고통을 호소하는 것만 같았다.
이에 석대에 서 있는 유청운의 안색이 잔뜩 어두워졌다.
“부숴버려!”
그런데 유청운이 반항하기도 전에 목진의 목소리가 이곳 천지에 울려 퍼졌다.
활활!
목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황금색 화염은 더욱 난폭해졌고 청색 영의 그림자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몸 표면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결국 청색 영의 그림자는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완전히 폭발해 우수수 떨어졌는데 황금색 화염이 이를 바로 삼켜 버렸다.
이렇게 청색 영의 그림자는 완전히 사라졌다.
풉!
유청운은 피를 토하더니 안색이 창백해졌고 주위에 맴도는 영력도 거의 사라졌다. 영의 그림자에 그의 정혈이 깃들어서 그도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사람들은 유청운이 패배한 사실이 믿기 어려운 듯 전장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유청운이 풍령족의 조상님까지 소환했는데 패배했다니…….”
“역시 탈락전 1위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 * *
실력이 신백난 첫 번째 단계에 이른 목진에 비해 유청운은 신백난 세 번째 단계에 이르렀는데도 이기지 못했으니 목진의 전투력은 역시 어마어마했다.
“목진 오라버니가 이겼어요!”
우희가 잔뜩 흥분해서 외쳤고 엽경령, 소령아, 순아 등도 이내 화색이 되었다. 그의 승리에 북창령원 학생들은 하늘이 떠나갈 듯 환호하였다. 북창령원이 학원 대회에서 이런 성적을 따낸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전 학원 대회 때, 사대원 사람들은 북창령원을 바라보며 비웃었는데 지금은 잔뜩 놀란 눈치였다.
“대부도탑이 제법 자리를 찾아가네.”
영계는 석대 위에 서 있는 소년을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도 대부도결을 수련한 적이 있어 부도탑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 이는 목진의 어머니 종족에서 수련할 수 있는 극강의 신술로 완벽하게 익히면 지존급 강자를 없애는 것도 식은 죽 먹기였다.
아직 완전한 대부도결을 익힌 지 얼마 안 됐지만, 그의 천부적 재능이라면 대성하기까지 분명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만봉령원 학생들도 목진이 있는 쪽을 힐끗거렸다. 그와 유청운의 대결이 이목을 끌었기 때문이다.
“유청운도 그의 상대가 아니라니, 목진이 대단하긴 해.”
“유청운은 풍령족의 천재라고 들었어. 종족 출신의 천재는 범상치 않은데 결국 목진한테는 별수 없네.”
“목진은 보면 볼수록 멋진 것 같지 않아?”
“그럼 네가 가서 우리 만봉령원으로 데려와 봐. 저렇게 훌륭한 남학생은 우리도 대환영이야.”
* * *
소녀들의 담대한 대화에 주위의 다른 학원 학생들마저 힐끗거렸다.
“천아야, 너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랐다던 소년이 정말 북령경 출신이야? 실력이 너무 좋은 것 아니야? 유청운은 무려 풍령족의 천재였어!”
당천아 옆에 서 있던 한 소녀가 혀를 끌끌 차며 물었다.
“목진은 북령경에 있을 때부터 훌륭했어.”
당천아가 미소를 지으며 답하더니 늘씬한 소년의 모습을 바라봤다. 안 본 사이에 목진의 실력은 부쩍 늘었고 그녀와의 거리도 점차 멀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당천아는 잠시 슬퍼했지만 금세 정신을 차렸다. 아무도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었다. 한때, 그녀의 뒤만 따라다니던 코흘리개 소년 목진이 지금처럼 눈부신 존재가 될 줄 몰랐던 것이다.
한편, 목진은 텅 빈 부도탑을 거두고 안색이 한껏 창백해진 유청운한테 고개를 돌렸다.
“계속할래?”
이미 중상을 입은 유청운은 체내의 영력이 거의 없어 계속 싸워봐야 아무런 승산도 없었다.
“약속했던 대로야. 이번 대결은 네가 이겼어.”
유청운이 입가의 피를 닦아내더니 목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목진은 그의 최강수마저 뚫었으니 계속 싸워봐야 비참해질 일만 남았다. 먼저 물러나는 편이 나았다.
“고마워.”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그에게 인사했다. 그는 유청운과 큰 원한이 없었기에 녀석을 죽일 필요까지는 없었다.
그때 유청운이 자리에서 일어나 목진을 힐끗 보며 말했다.
“네가 나를 이기긴 했지만 네 진짜 상대는 희현이야. 그는 절대 나처럼 상대하기 쉽지 않을 거야.”
“나도 알아. 그런데 나도 상대하기 쉬운 사람이 아니야.”
목진의 무덤덤한 말투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는 유청운도 인정하는 바였다. 희현의 실력이 뛰어나긴 했지만 목진도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두 사람이 싸우게 되면 엄청난 대결이 펼쳐질 것이다.
그들의 승패에 허공의 광좌에 앉아있는 원장들의 안색이 제각기 달랐다.
태창 원장은 흐뭇한 얼굴로 목진을 바라봤다. 그는 목진이 유청운마저 쓰러뜨릴 줄은 몰랐다. 이리되면 북창령원의 4강 진출은 문제없을 텐데 이것만으로도 그는 만족했다.
“허허, 태창 원장, 북창령원이 이번에 엄청난 신인을 배출했군. 축하하네.”
청천령원의 천송 원장이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태창 원장한테 말을 건넸다.
“운이 좋았네. 당원의 유청운도 아주 훌륭했다네.”
태창 원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현재, 이미 세 소조가 확정되었군.”
성령원의 천성 원장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목진이 유청운과의 대결에서 승리했고 낙리도 상대를 손쉽게 이겼으며 심창생과 이현통마저 승리를 거뒀다. 비록 소훤은 무승부로 대결을 마쳤으나 결론적으로 목진이 이끈 소조는 절대적인 우세로 4강에 진출했다.
희현이 이끄는 소조는 완벽한 승리를 거뒀고 온청선이 이끈 소조도 손쉽게 승리를 거뒀다. 방운은 네 조장 중에서 실력이 가장 약한 편이라 수중의 용호신정만 없었으면 절대 온청선의 상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비록 온청선의 조원들 중에 패배한 사람이 있었지만 총점으로 보면 역시나 구정령원보다 높았다.
이렇게 4강 진출전에서 이미 세 소조가 확정되었다.
그때 싸움을 마친 낙리, 심창생, 이현통, 소훤 등이 목진한테 다가왔다.
“수고했어요.”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다.
“너보다야 더할까?”
심창생과 이현통이 머쓱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결은 아무리 치열했다고 해도 유청운과 싸운 목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난 이기지도 못했어.”
소훤은 다섯 사람 중에서 자기만 무승부로 대결을 마친 것이 괜히 미안했다.
“괜찮아요. 4강에 들 수만 있으면 돼요.”
목진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청천령원도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고 소훤은 이들 중에서 최약체라 무승부로 끝낸 것도 괜찮은 결과였다.
“낙리가 가장 빨리 대결을 끝낼 줄은 몰랐어.”
심창생이 히쭉 웃으며 말했다. 낙리는 4강 진출전에 참가한 모든 대결 중에서도 첫 번째로 대결을 끝냈다.
이에 목진도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낙리의 실력은 사실 조장 8명과 비교해도 최상급에 속하는데 일개 조원과 싸웠으니 수월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한 소조가 남았어.”
낙리가 나지막하게 말하며 멀리 떨어진 석대를 바라봤다.
그곳에서는 혈천하와 무령이 싸우고 있었다.
4강 진출에 세 소조가 확정된 가운데 가장 오른쪽에 있는 석대에서는 아직도 무서운 영력 충격파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혈천하와 무령이 여전히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현재 상황으로 보면 두 소조에서 각각 2점을 확보해 4강 진출의 관건은 아직 끝나지 않은 조장의 대결에 달려 있었다.
“무령과 저 정도까지 싸우다니, 혈천하도 참 대단해.”
심창생 등이 흠칫 놀라 말했다. 무령은 무령원의 유명한 천재로 탈락전에서 진정한 실력을 감췄는데도 혈천하를 쉽게 쓰러뜨리지 못하고 있었다.
“혈신족의 황자인 혈천하도 결코 무령보다 약하지 않아.”
낙리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녀는 혈신족에 대해 잘 알았다. 무령은 비록 무령원 원장의 손자이긴 하지만 혈신족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두 사람 중 승자는 과연 누굴까…….”
목진도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비록 직접 혈천하를 손봐주고 싶지만 그는 무령이 4강에 진출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이 싸움은 유난히 치열한 것 같아요.”
이에 다들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고 거대한 석대 위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무령원 학생들도 잔뜩 긴장하며 지켜보았다. 북창령원, 성령원, 만봉령원이 4강에 진출한 상황에서 무령원이 패배하면 큰 타격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