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주재-383화 (382/1,000)

383화. 심판의 바다(審判海)

커다란 동경이 나타나자 주위 공간은 한껏 일그러지며 곧 버티지 못하고 부서질 것만 같았다. 역시 신기의 기운은 엄청났다.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동경을 쳐다봤다. 대부분 이런 신기는 처음 볼 것이다.

“두 번째 대결은 심판지경과 관련이 있을까?”

“천성 원장님의 말을 들어보면 그런 것 같아.”

“흥미롭군.”

* * *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제비뽑기로 상대를 결정했던 예전과 달리, 올해는 다른 방식으로 대결을 진행해 사람들의 기대가 높아졌다.

쉽게 심판지경을 소환하지 않는 오대원에서 이런 엄청난 신기를 선보였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한편, 석대 위에 서 있는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심판지경을 쳐다봤다. 그들은 두 번째 대결을 어떻게 진행할지 무척 궁금했다.

그때, 천성 원장이 뒷짐을 쥐고 무덤덤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너희는 지금 바로 심판지경에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오는 것이 바로 목표다! 한 소조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나오면 통과고 전부 그 속에 갇히면 실패다.”

이에 목진 등은 깜짝 놀랐다. 심판지경의 시험은 탈락의 위험까지 부담해야 하는 대결이었다. 비록 원장들이 신기를 다뤄 생명의 위협은 없겠지만 일단 실패하면 우승할 자격을 잃는다.

“알겠느냐?”

천성 원장이 4강에 오른 학생들을 바라보며 묻자 그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천성 원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나머지 원장들을 보고 말했다.

“그럼 심판지경을 엽시다.”

나머지 원장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동시에 주먹을 쥐자 네 갈래의 오래된 청동인이 수중에 나타났다. 그것은 눈부신 빛을 발하며 다섯 갈래의 빛줄기를 발사해 심판지경을 비췄다.

위잉.

독특한 소리를 내며 거대한 청동거울이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주위의 공간이 조금씩 부서지며 공간 균열이 일었다.

이와 동시에, 흐릿했던 거울 면은 조금씩 밝아졌고 은은한 빛을 발했다.

4강에 오른 학생들은 굳은 얼굴로 밝아지는 거울 면을 쳐다봤다.

“들어갑시다!”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더니 손을 휘익 저으며 말했다.

슉!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한 줄기 빛이 되어 심판지경으로 향했고 낙리 등은 바로 그 뒤를 따랐다.

이와 동시에, 나머지 세 소조도 목진처럼 빠르게 청동지경으로 뛰어들었다.

4강에 오른 학생들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심판지경의 거울 면은 점차 밝아지며 그들의 모습을 비추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심판지경의 시험을 지켜봤다.

* * *

목진 등이 심판지경에 들어가자 순간 눈부신 빛이 발했다. 이에 다들 바로 영력으로 온몸을 휘감고 잔뜩 긴장한 채 주위를 살폈는데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모두 깜짝 놀랐다.

그들은 흐릿한 영력 바다에 깊숙이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그 바다는 너무 커서 끝이 보이지 않았고 무서운 압박감에 숨쉬기조차 힘겨웠다.

다행히 그들 주위를 감싼 투명한 빛이 덮개가 되어 영력 바다를 차단해주었다. 그러나 엄청난 압박감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이건 영력이 뭉쳐 이룬 바다인 것 같군.”

광권 밖의 영력 바다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목진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이에 심창생 등은 조금 놀란 표정으로 광권 밖의 영력 바다를 바라봤다. 저것이 정녕 순수한 영력으로 이루어진 바다란 말인가? 바다를 이룰 만큼의 영력이라면 얼마나 그윽하단 말인가?

그런데 이보다 더 소름 끼치는 것은 이들이 바로 영력의 바닷속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러한 생각이 들자 심창생 등은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누군가 일부러 무서운 영력 바다를 조종해 이들을 공격하는 일은 없겠지만 영력 위압감만으로도 충분히 두려웠다.

그때 목진이 주위를 훑다가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빛의 덮개 세 개를 발견했다. 그건 다른 세 소조로 그들 역시 조심스럽게 주위를 훑어보고 있었다.

“곧 빛의 덮개가 깨질 것이고 영력의 바다의 끝은 너희 위쪽에 있다. 그곳에 도착하면 심판지경에서 벗어날 수 있단다. 무슨 수단이나 방법을 사용하든 상관없으니 최선을 다하거라. 한 소조에서 단 한 명이라도 심판지경에서 벗어나면 통과라는 걸 잊지 말아라.”

갑자기 들려온 천성 원장의 말에 목진 등은 잔뜩 긴장했다.

잠시 후, 주위가 어두워지더니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빛의 덮개가 깨졌다. 이어 무서운 영력의 바다가 순식간에 다섯 사람을 삼켰고 무서운 영력 위압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목진은 바로 뇌신체를 소환해 검은색 뇌광으로 온몸을 휘감았는데도 아래로 조금 내려앉았다. 주위를 감싼 무서운 영력 위압감이 그를 으깨어버릴 것만 같았다.

옆에 있던 심창생, 이현통, 소훤도 바로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려 몸 표면에 보호막을 형성했는데도 순식간에 아래로 십수 장 정도 내려앉았다. 목진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사람은 낙리 뿐이었다.

“영력 위압감이 엄청나.”

낙리가 이내 정색하며 말했다. 영력 바다가 이들을 공격했다면 그들은 바로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

이에 목진도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른 소조가 있는 쪽을 바라봤다. 그들도 전력을 다해 영력 바다의 압박감을 견디고 있었다.

“이만 올라갑시다!”

목진은 고개를 들어 영력 바다를 쳐다봤는데 앞이 흐릿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쉽게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그러나 어렵게 여기까지 왔으니 어떻게든 심판지경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그러자.”

낙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뇌신체를 육문 뇌체까지 끌어올리고 발을 힘껏 굴러 주위의 영력 바다를 물리치고 번개같이 날아올랐다.

목진은 온몸에 휘감은 검은색 뇌광으로 영력 바다의 무서운 압박과 억제를 견뎠고 낙리도 바로 목진의 뒤를 따랐다. 그들은 영력을 몸 표면에 빠르게 회전시키며 교묘하게 압박감을 떨쳐내고 속도를 유지했다.

그 뒤로 두 사람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심창생 등이 따라갔다. 그들은 진흙 구덩이에 빠진 것처럼 체내의 영력이 무서운 속도로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다른 세 소조도 영력의 바다를 누비며 전력을 다해 나아갔다.

한편, 구경꾼들은 4강에 속한 이들이 빠르게 영력 바다를 가르며 지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들은 밖에 있는데도 그 속의 무서운 영력 위압감이 느껴져서 깜짝 놀랐다. 자신들이었다면 아마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허공의 광좌에 앉아있는 원장들도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심판지경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허허, 이번에 심판지경에서 몇 명이나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군.”

청천령원의 천송 원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심판의 바다는 쉽게 건넬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천성 원장이 가볍게 웃으며 말하더니 심판지경을 유심히 쳐다봤다.

“그 수는 아마 다섯 손가락을 넘지 않을 것 같네.”

슉!

수십 갈래의 빛줄기가 웅장한 영력을 온몸에 휘감고 주위의 무서운 영력 위압감을 견디며 흐릿한 영력 바다를 건넜다.

그러나 심판지경 외부에서의 속도와 비교하면 이들은 조금 느려 보였다.

영력 바다의 영력 위압감은 무서울 정도라 이런 곳에서 조금이라도 나아가려면 영력 소모가 엄청나 심판지경에 들어간 사람 모두가 최정예 고수라 해도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기란 불가능했다.

영력 위압감 때문인지 1각도 안 되어 조원들은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목진이 이끄는 소조에서는 목진과 낙리가 가장 빨랐고 열 장 정도 떨어진 곳에서 심창생과 이현통이 달렸으며 소훤은 그 뒤에서 겨우 따라갔다.

심창생은 영력을 한껏 끌어올렸는데도 목진과 낙리를 따라잡지 못했다. 그건 다른 세 소조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에 있던 소훤은 얼굴이 잔뜩 상기되었고 영력도 점차 무질서해졌다.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도움이 필요해요?”

그때 목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안 될 것 같으니까 먼저 가. 나 때문에 멈출 필요는 없어.”

소훤이 가볍게 이를 악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은 목진 등의 짐이 되지 않는 것이 최선이었다. 이들 중 한 명이라도 영력 바다에 끝에 도착해 심판지경에서 벗어나면 끝나는 일이었다.

이에 목진 등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남아서 조원을 기다리거나 도와줄 때가 아니었다.

“그럼 우린 먼저 갈 테니 조심해요.”

말을 마친 목진이 깊게 숨을 들이켜자 피부 표면의 검은색 뇌광이 더 밝게 빛났다. 그는 발을 힘껏 디뎌 영력 바다를 가르며 속도를 끌어올렸고 낙리도 조용히 결인해 주위에 투명한 영력 광막을 형성하였다.

그녀는 목진처럼 육신으로 견디는 것이 아니라 아주 교묘한 방법으로 영력 위압감을 떨쳐내고 속도를 유지했다.

이에 뒤쪽에 있던 심창생과 이현통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들은 소훤보다 상황이 조금 나은 것뿐이라 여전히 목진, 낙리를 따라가기가 어려웠다.

슉!

이렇게 네 사람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앞으로 나아갔다. 다른 세 소조도 차이가 현저했는데 앞장선 사람은 각 소조의 조장뿐이었다.

쏴아아.

영력 바다가 흐르는 청량한 소리가 쉼 없이 들렸지만 다들 잔뜩 긴장한 채 앞으로 나아갔다.

심판의 바다는 보기보다 훨씬 위험했다.

아마 보이는 것처럼 간단한 곳은 아닐 것이다.

잠시 후, 심판의 바다를 살펴보던 목진이 갑자기 깜짝 놀라 외쳤다.

“다들 조심!”

주위의 영력 바다가 폭동을 일으킬 것만 같았다.

“아래쪽을 조심!”

목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낙리가 연이어 외쳤다.

이에 목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아래쪽 영력 바다에 커다란 영력 소용돌이가 나타나 서서히 회전하며 이들을 삼키려 하였다.

영력 소용돌이의 강력한 흡인력에 목진 등의 속도가 점차 줄어들었다.

아래쪽에 있던 심창생과 이현통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이미 소용돌이 안에 있어서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조금씩 후진하고 있었다.

“젠장!”

심창생과 이현통은 영력을 한껏 끌어올렸지만 영력 소용돌이가 점차 빨리 회전하며 그들에게 다가왔다.

“먼저 가.”

이현통이 갑자기 심창생의 팔을 잡고 멀리 내던지며 말했다.

그 덕분에 심창생은 잠시 영력 소용돌이의 구속에서 벗어났지만 이현통은 결국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슉! 슉!

이와 동시에, 다른 세 소조도 똑같은 상황에 부딪혔는데 커다란 영력 소용돌이가 미친 듯이 회전하며 뒤떨어진 조원들을 모조리 삼켜버렸다.

심판의 바다가 드디어 진정한 실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생각에 다들 소름이 쫙 돋았다.

슉!

남은 사람들은 속도를 한껏 끌어올려 영력 소용돌이를 벗어나려 애썼다.

심창생은 영력을 끝까지 끌어올려 영력 위압감을 떨쳐내느라 애썼고 그 덕분에 무사히 구속에서 벗어났다.

“빌어먹을, 겨우 빠져나왔네!”

“조심!”

그런데 그때, 목진의 말에 심창생이 고개를 돌려보니 오른쪽에 갑자기 영력 파동이 일며 소용돌이가 나타나 한순간에 그를 꿀꺽 삼켜버렸다.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목진의 소조는 낙리와 목진 두 명만 남았다. 다행히 다른 소조는 조장들만 남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심판의 바다의 영력 바다는 점점 더 난폭해졌고 미친 듯이 휘몰아치며 영력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그들은 지금 다른 소조와 겨루는 것보다 영력 위압감을 떨쳐내고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영력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지 않게 최선을 다해야 했다.

그들을 지켜보던 구경꾼들은 불쑥 튀어나온 영력 소용돌이에 깜짝 놀랐다. 심판의 바다는 역시 쉽게 넘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이런, 목진도 영력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갔어.”

순간, 엽경령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심판지경에서 전력을 다해 나아가던 목진이 갑자기 영력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간 것이다.

“저 정도로 목진을 가둘 수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영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엽경령 등은 목진의 몸에서 눈부신 검은색 뇌광이 번쩍이는 것을 보았다. 그는 속도를 한껏 끌어올려 영력 소용돌이에서 벗어났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