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4화. 엄청난 소용돌이
“영력 소용돌이의 위력이 점차 강해져서 앞으로는 더 벗어나기가 어려울 거야.”
영계가 심판지경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 말에 엽경령 등은 바로 긴장했다.
“괜찮아?”
낙리는 영력 소용돌이에서 벗어난 목진이 걱정되었다.
이에 목진은 고개를 끄덕였고 영력 소용돌이의 구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뇌신체를 끝까지 끌어올렸다.
“영력 소용돌이의 위력이 점차 강해지는 것 같으니까 조심하자.”
영력 소용돌이는 점점 더 규모를 키웠고 그 속에 깃든 영력은 무서울 정도로 난폭했다. 일단 빨려 들어가면 다시 나오기 위해 영력 소모가 엄청날 것이다.
이런 상황을 몇 번 반복하면 아무리 목진과 낙리라도 끝까지 버티기는 힘들 것이다.
“저들도 상황이 좋지 않을 거야.”
낙리가 멀리 떨어진 세 사람을 보며 말했다.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속도를 더 끌어올렸고 낙리도 바로 그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며 위험한 상황을 피했고, 다른 조장들을 앞설 기미가 보였다.
그때 멀리 떨어진 곳에서 희현이 교묘하게 영력 소용돌이를 피하더니 음침한 눈빛으로 목진과 낙리를 흘겨봤다.
현재 북창령원에서만 두 사람이 남았고 나머지 세 소조는 조장들만 남았다. 그들이 무사히 심판지경을 벗어나면 상황은 더 불리해질 것이다.
이에 희현이 다른 쪽을 힐끗 바라봤다. 그곳에는 혈천아가 있었는데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슉!
목진과 낙리는 어느새 흐릿한 심판의 바다에 익숙해졌고 계속 나타나는 영력 소용돌이를 교묘하게 피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그들도 심판의 바다의 영력 위압감 때문에 외부보다 훨씬 많은 영력을 소묘해야 했기에 처음보다는 꽤 느려졌다.
두 사람은 이마에 땀이 잔뜩 맺혔지만,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영력 소용돌이가 점차 많아지고 자주 나타나 잠시라도 정신줄을 놓으면 큰일이었다.
일단 영력 소용돌이에 빠지면 애써 빠져나온다고 해도 영력 소모가 엄청나 심판의 바다를 빠져나갈 기회가 줄어들 것이다.
그때 또 수백 장 크기의 영력 소용돌이가 오른쪽에서 나타나 미친 듯이 회전하며 목진과 낙리에게로 향했다.
이에 목진은 뇌신체를 한껏 끌어올려 신속하게 피했고 낙리는 낙신검을 밟고 예리한 검기로 영력 바다를 가르며 그곳을 지났다.
반 시진 만에 심판의 바다의 영력 위압감에 적응한 목진은 가볍게 숨을 돌렸지만 아무리 그라도 피부가 찌릿한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목진을 제외하고 다른 이들은 모두 영력으로 버티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력 위압감은 더 강해졌고 목진 등은 이를 격하게 밀어내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난폭한 영력이 또 하나의 거대한 영력 소용돌이를 만들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목진과 낙리는 조심스럽게 전진했다.
“영력 위압감이 점차 강해지는 걸 보니 곧 바다 끝에 도착할 것 같아.”
낙리가 다가와 속삭였다.
이곳의 영력 위압감은 그들마저도 견디기 어려웠는데 원장들은 절대 학생들의 한계치를 훨씬 넘은 단계를 심판의 바다의 끝으로 설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이곳을 벗어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이에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둘러봤다. 좌, 우 양쪽에서 희현, 온청선, 혈천하가 전력을 다해 전진하는 것이 보였다.
영력 소용돌이가 점차 밀집되어 나타나 그들과의 거리도 점차 가까워졌다.
그때 온청선이 두 사람을 발견하고 생긋 웃으며 손을 흔들자 낙리와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인사했다.
이렇게 다섯 사람은 전력을 다해 영력 바다의 끝을 향해 달렸는데 그 속도가 비슷했다.
한편, 뇌신체를 끌어올린 목진의 피부 표면에 검은색 뇌광이 부단히 번쩍였는데 강력한 압력이 체내에 꽂혀 피부가 계속 찌릿했다.
목진은 갑자기 나타난 영력 소용돌이에 집중할 수 없어 기분이 언짢았다. 그는 찌릿한 느낌 때문에 영력 소용돌이가 나타난 것을 제대로 피하지 못해 여러 번 빨려 들어갔다가 빠져나왔다.
그런데 찌릿한 느낌이 꼭 벼락으로 육신을 단련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런 느낌이 들 때마다 체내의 힘이 늘어나는 게 느껴졌다.
그의 피부 표면에 번쩍이던 뇌광이 강력한 영력 위압감 때문에 다시 체내로 스며들면서 근육 사이를 누비며 육신을 단련하는 효과를 준 것이다.
“그런 거였어.”
목진은 심판의 바다의 영력 압박에 이런 좋은 점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곳에서 육신을 단련해 힘을 키우면 딱 좋겠군.”
생각을 마친 목진은 점차 긴장을 풀고 영력 압박에 몸을 맡겼다. 이에 희현과 혈천하가 영력 소용돌이를 피하며 그와 낙리에게 다가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건 낙리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영력 소용돌이를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낙리가 두 사람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그들과의 거리가 겨우 백 장 정도밖에 안 되었다.
이에 낙리는 재빨리 경계 태세를 취했다. 그녀는 낙신족의 차기 황으로 목진 못지않게 조심스럽고 눈치가 빨랐다. 그런데 이미 서로 의논을 끝낸 희현과 혈천하는 그런 낙리의 태도를 보고 피식 웃었다.
쿵!
두 사람이 체내에서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리자 주위 천 장 범위의 심판의 바다가 폭동을 일으켰다.
그 구역의 영력 바다는 매우 난폭했는데 희현과 혈천하 때문에 더 미친 듯이 날뛰었다.
위잉.
영력 물결이 일더니 커다란 영력 소용돌이가 빠르게 나타났는데 그 규모가 그 구역 전체를 감쌀 정도였다.
낙리는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슉!
그런데 그녀가 손을 쓰기도 전에 희현과 혈천하가 엄청난 영력이 깃든 기의 회호리를 목진과 낙리 주위에 쏘아 보냈다.
쿠쿵!
영력이 폭발하자 목진과 낙리의 주위에 영력 소용돌이가 열 개도 넘게 생겨 그들을 둘러쌌는데 거리가 너무 가까워 한데 모이면서 더 큰 소용돌이가 만들어졌다.
“이런!”
온청선도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영력 소용돌이가 너무 커서 그들 모두를 둘러싸기 시작한 것이다.
슉!
이에 희현과 혈천하는 뒤로 물러나며 끊임없이 기의 회오리를 쐈고 난폭한 공간은 점차 공포스럽게 변했다.
심판의 바다는 영력에 유난히 민감한 데다가 희현과 혈천하는 목진과 낙리가 최적의 위치에 있을 때 전력을 다해 공격했기에 영력 소용돌이의 범위가 주위를 전부 감싼 것이다
다섯 사람 모두 소용돌이의 범위에 있었지만 목진과 낙리만 소용돌이 중심에 서 있었다.
“가자!”
소용돌이가 형태를 갖추자 희현과 혈천하는 오래된 옥패를 꺼내 부숴버렸다.
그러자 두 사람 주위의 공간이 일그러지며 빛이 번쩍이더니 금세 천 장 밖에 나타나 소용돌이에서 벗어났다.
두 사람은 역시 철저히 준비하고 일을 벌인 것이다.
온청선은 두 눈을 부릅뜨고 녀석들을 노려보았다. 그녀가 두 손을 모아 결인하자 금광을 발하며 뒤쪽에 커다란 황금색 날개가 나타났다.
쿵!
온청선 역시 날개를 휘저으며 손쉽게 엄청난 영력 소용돌이의 구속에서 벗어났다.
그녀는 변두리에 있어 빠져나가는데 그렇게 힘이 들지 않았다. 온청선은 곧바로 소용돌이 중심 구역을 쳐다봤는데 그곳에 있던 두 사람의 모습이 점차 흐릿해졌다.
체내의 힘을 키우던 목진도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살피더니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녀석들은 참 포기할 줄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떡하지?”
낙리가 엄청난 영력 소용돌이에 저항하며 물었다.
“이러다 둘 다 빨려 들어갈 거야.”
이에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더니 정색하며 말했다.
“지금 상태로는 둘 다 빠져나가기 힘드니까. 내가 널 보내줄게!”
목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낙리는 소년의 손목을 잡았는데 손에 힘을 주기도 전에 소년은 바로 소녀를 떨쳐내며 미소를 지었다.
“저들은 나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인 거야. 걱정 마, 난 절대 이대로 포기하지 않아. 내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말을 마친 목진은 영력을 한껏 끌어올려 낙리를 내보냈다. 소녀는 소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결국 이를 악물고 낙신검 검기로 온몸을 감싸고 영력 바다를 가르며 소용돌이에서 벗어났다.
낙리가 빠져나가자마자 엄청난 영력 소용돌이가 목진을 꿀꺽 삼켜버렸다.
* * *
심판의 바다에서 벌어진 일에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희현과 혈천하는 참 독해!”
“악랄한 인간들, 그럼 목진은 바로 탈락이잖아. 그는 무려 탈락전 1위였어…….”
“악랄할 것까지는 없지. 천성 원장님께서 수단과 방법은 가리지 않고 심판지경을 벗어나기만 하면 된다고 하셨잖아? 그러니까 목진은 부주의로 당한 것뿐이야.”
“이겨도 떳떳하지 않을 거야.”
“그래도 아쉽긴 하네…….”
관중석은 떠들썩해졌다. 누군가는 희현과 혈천하가 한 행동을 못마땅해했고, 누군가는 괜찮다며 그들을 옹호해 그곳은 순간 떠들썩해졌다.
“희현은 정말 파렴치하군!”
가장 열 받은 이들은 역시 북창령원의 학생들이었다. 다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북창령원은 다른 령원과 다르게 두 명이나 살아남아 절대적인 우세로 심판지경을 벗어날 줄 알았다. 그런데 목진이 영력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고 낙리 혼자 남아 이제 우세라고 할 것도 없었다.
“나쁜 놈!”
우희도 씩씩거리며 말했다.
엽경령 등도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희현이 목진과 낙리를 공격할 줄 몰랐지만 그렇다고 반칙은 아니었다.
“괜찮아요. 아직 낙리 언니가 있잖아요? 언니는 분명 희현을 쓰러뜨릴 수 있을 거예요.”
순아는 그들을 위로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영계마저도 인상을 찌푸린 채 심판지경을 쳐다봤다. 엄청난 영력 소용돌이가 내뿜는 영력 위압감으로 보면 신백난 세 번째 단계에 이른 고수라도 절대 그곳에서 벗어날 수 없어 보였다.
그런데 신백난 첫 번째 단계밖에 안 된 목진은 더 말할 나위 없었다.
“희현이 문제군.”
영계는 어느새 살기를 품고 말했다.
그 외, 태창 원장이 안색이 조금 어두워진 채 천성 원장을 봤는데 그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태창 원장은 주먹을 꽉 쥐며 애써 화를 잠재웠다. 희현의 수법이 아무리 비열해도 규칙에 어긋난 것이 아니라 지금 화를 내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이제 낙리한테 모든 걸 걸어야겠군.”
북창령원이 전멸한 것이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태창 원장은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목진은 영력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갔지만 낙리는 무사히 벗어났다. 그녀가 있는 한 북창령원에 기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 * *
온청선은 손에 땀을 쥔 채 소용돌이 내부를 지켜봤고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희현과 혈천하는 히쭉 웃었다. 두 사람의 협력은 그야말로 완벽했다.
슉.
그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낙리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희현과 혈천하는 그녀가 나타난 것이 조금 의외였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목진만 탈락하면 목적은 달성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낙리야!”
온청선은 이내 화색이 되어 외쳤다.
슉!
그런데 낙리는 온청선의 말을 무시한 채 한기 어린 눈빛으로 희현과 혈천하를 바라보며 결인하였다. 그러자 낙신검의 예리하기 그지없는 검기가 영력 바다를 가르며 녀석들에게 향했다.
이에 두 청년은 바로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려 기의 회오리를 쐈다.
퍽!
영력 파동이 퍼지자 주위의 영력 액체가 흩어졌다.
낙리는 엄청난 영력을 끌어올리며 낙신검을 쥔 채 녀석들을 노려봤다.
“낙리, 여기에서 혼자 우리 두 사람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낙리의 공격에 희현이 결국 먼저 입을 열었다.
“낙신족의 차기 황이라 그런지 패기가 넘치네.”
혈천하 역시 히쭉 웃으며 낙리를 쳐다봤다. 아무리 그녀한테 낙신검이 있어도 이런 상황에서 여인 혼자서 두 사내를 상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