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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85화 (384/1,000)

385화. 진정한 4강의 대결

“낙리야, 다시 한번 생각하고 결정해.”

온청선이 바로 다가와 소녀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여기는 싸우기 적합한 곳이 아니야.”

그런데 낙리는 엄청난 살기를 내뿜으며 녀석들을 노려보기만 했다.

“낙리, 심판의 바다에서는 무슨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든 반칙이 아니라고 했어. 그러니까 목진은 상대를 얕잡아봐서 저렇게 된 거야.”

낙리의 표정에 조금 화가 난 희현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이건 다 그를 위한 일이야. 이 정도도 이겨낼 수 없으면 절대 대성할 수 없어. 강자가 될 재목이 아니란 뜻이지.”

“내가 이곳에서 너희와 싸우지 못할 거라 여기고 그런 망언을 하는 거야?”

낙리의 차가운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섞이지 않았는데 이에 주위의 영력에 파문이 일었다.

“희현, 여기서 싸우고 싶으면 어디 싸워봐!”

온청선도 황금색 장창을 소환하며 말했다.

희현과 혈천하의 수단이 역겨웠던 온청선은 녀석들이 소녀를 괴롭히는 꼴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이에 희현은 인상을 찌푸렸다. 난폭한 심판의 바다에서 싸우다 더 무서운 영력 소용돌이가 일면 이들 중 아무도 이곳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았다.

“허허, 목진은 여자 복도 참 많아.”

혈천하가 피식 웃으며 말했는데 왠지 목진을 질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온청선과 낙리 둘 다 외모, 성품, 실력을 모두 갖춘 여인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여인들이 전부 나서서 목진의 편을 드는 것이 못마땅한 것이다.

“목진이 정녕 실력을 갖췄다면 스스로 영력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라고 해. 안 그러면 이번에는 나와 싸울 기회조차 없을 거야.”

희현은 무덤덤하게 웃으며 말하더니 낙리를 힐끗 쳐다봤다.

“그를 대신해 나와 싸우고 싶다면 이곳에서 싸워도 돼. 난 다 괜찮으니까 네가 결정해.”

희현은 말을 마치더니 빠르게 심판의 바다의 끝을 향해 달렸고 혈천하도 바로 뒤를 따랐다.

온청선은 그제야 황금색 장창을 거두고 낙리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도 목진이 여기서 학원 대회를 끝마칠 줄은 몰랐다.

“녀석…….”

온청선은 방대하기 그지없는 엄청난 소용돌이를 보고는 그 힘에 안색이 잔뜩 어두워졌다. 그녀라도 그곳에 갇히면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진은 반드시 나올 거야.”

낙리의 말에 온청선은 씁쓸하게 웃었다. 이 정도라면 누가 빠지든 다시 나오긴 어려울 것이다.

“목진이 나올 수 있든 없든 우리는 당장 떠나야 해. 희현이 1위를 따내는 꼴은 볼 수 없잖아?”

온청선의 말에 소용돌이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낙리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이 심판의 바다를 벗어날 거라고 약속은 했지만,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그녀라도 나가서 희현을 막아야 했다.

낙리는 결국 낙신검을 거두고 영력 바다의 끝자락으로 향했고 온청선도 엄청난 소용돌이를 힐끗 보고는 곧바로 뒤를 따랐다.

다행히 심판의 바다에 더는 소용돌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비록 영력 위압감이 점차 강해지긴 했지만 다들 실력이 상당해 버티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1각 정도가 지나자 흐릿한 영력 바다에 이상한 파동이 일더니 눈부신 광문이 나타났다.

이에 다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곳에 조금만 더 있었다가는 아무리 그들이라도 영력이 닳아 점점 줄어들었을 것이다.

슉!

네 사람은 바로 광문을 향해 돌진했다.

잠시 후, 황금색 석대 위쪽에 조용히 떠 있던 심판지경이 갑자기 눈부신 빛을 발하더니 네 사람을 토해냈다. 그 모습에 다들 하늘이 떠나갈 듯 환호했다.

총 20명이 심판지경에 들어갔는데 나온 건 결국 네 명뿐이었다! 그 잔혹한 경쟁률에 다들 심장이 철렁였다.

“역시나 목진은 없어…….”

학생들은 심판지경을 나온 사람 중에 목진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아쉬워했다. 여태껏 거침없이 달려온 소년이 심판지경에서 행보를 멈출 줄 몰랐다.

“이제부터는 저기 있는 네 사람이 대결을 벌이겠지?”

사람들은 심판지경의 앞쪽에 나타난 네 사람을 쳐다봤다. 그들은 거의 고갈되었던 영력이 한순간에 회복되었을 뿐만 아니라 전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 심판지경이 이들한테 고난만 가져다준 것은 아니었다.

낙리는 검 위에 서서 커다란 심판지경을 쳐다보며 가볍게 숨을 들이켰다.

“목진, 부디 나와. 오늘의 대결을 위해 3년이나 기다렸는데 이렇게 빠지면 안 되지!”

쏴아아아.

엄청난 소용돌이의 가장 깊숙한 곳에 영력 액체가 미친 듯이 회전하며 무서운 힘을 방출했는데 이는 신백난 세 번째 단계에 이른 고수를 갈기갈기 찢고도 남을 정도의 힘이었다.

그때 어두운 소용돌이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영광을 발했다. 누군가 피부 표면에 검은색 뇌광을 번쩍이며 앉아있었고 주위에는 가끔 뇌명이 들렸다.

그는 바로 엄청난 소용돌이에 빠진 목진이었다.

현재, 목진의 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 그는 뇌신체를 한껏 끌어올렸지만 몰려오는 무서운 힘에 엄청나게 고통스러웠다.

그의 피부에서는 계속해서 피가 흘러내렸다. 이는 육신이 압력을 견디지 못해 생긴 현상이었다. 목진의 육신이 아무리 칠문 뇌체에 이르렀다고 해도 엄청난 소용돌이의 힘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강력했다.

풉.

목진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피를 토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입가의 피를 닦았다. 하지만 두려워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역시 어렵군.”

목소리마저 무서운 압력에 격렬하게 떨렸다. 꼭 성대에 상처가 난 것 같았다.

그러다 그가 고개를 조금 들었는데 액체가 빠르게 회전하며 무서운 압력의 힘을 흡수해 통증이 더 심해졌다.

그는 곧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하지만 일단 정신을 잃으면 목진은 바로 심판지경을 벗어나게 될 것이고 최종 결승전에 참가할 자격을 잃게 된다. 그러나 절대 그럴 수는 없었다.

“내 실력이 부족하다면…….”

소년의 앳된 얼굴에 결연함이 가득 담겼다.

그는 주먹을 꽉 쥐며 이내 정색하며 말했다.

“더 강해지면 되지!”

목진이 낙리를 먼저 떠나보낸 것은 그녀가 위험한 곳에 머무르는 것이 걱정됐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심판의 바다 내부의 영력 위압감이 엄청나긴 하지만 이는 수련에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대신 심판의 바다의 엄청난 영력 위압감이 가져다준 고통과 위험을 견뎌내야 했지만 말이다.

목진이 갇힌 소용돌이 내부는 위험한 대신 수련 효과가 좋았다. 사람은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더 좋은 실력을 발휘할 수 있고, 그때야말로 경지를 돌파하는 최적의 시기였다.

이 세상에 공짜로 얻는 힘은 없는 법. 목진은 이를 진리로 삼고 수련해 영로, 북령경, 북창령원에서 점차 이목을 드러낼 수 있었다. 이는 절대 천부적인 재능 덕분이 아니라 소년이 생사를 오가는 위험한 길을 걸으며 실력을 키웠기 때문이었다.

“낙리, 이번엔 절대 이대로 물러나지 않을 거야.”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서서히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결인했는데 피부 표면에 번쩍이던 검은색 뇌광이 놀라운 속도로 사라졌다.

동시에 막아뒀던 난폭한 영력 홍수가 무서운 힘을 싣고 쏘아져 목진은 그 충격에 온몸이 부서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그는 애써 정신을 차리고 검은색 뇌광을 근육과 뼈 사이에 계속 맴돌게 했다.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목진의 육신과 골격 그리고 경맥은 검은색 뇌광에 조금씩 강해졌다.

어느새 어둠 속에 앉아있는 소년의 몸은 피부에서 스며져 나온 피로 둘러싸였다. 이는 결국 두꺼운 딱지가 되어 층층이 쌓였고 모든 파동을 막아 외부에서는 딱지 안쪽의 파동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 * *

한편, 심판지경 외부는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사람들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황금색 석대 위쪽에 나타난 네 사람을 쳐다봤다. 수많은 고난을 겪고 이 자리에 선 사람은 결국 이들 넷뿐으로 이번 학원 대회의 대표가 되었다.

희현과 혈천하의 수단과 방법은 때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 실력과 천부적인 재능은 부정할 수 없었다.

“목진이 패했다니…….”

안색이 조금 창백해진 채 황금색 석대 밖에서 이를 지켜보던 무령이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에 뒤에 서 있던 무영영이 이를 악물고 심판지경 쪽을 힐끗거렸다. 꼭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만 봐…….”

무령이 쓸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목진이 이 정도 한 것도 대단한 거야. 이번에는 희현과 혈천하의 꼼수에 넘어갔을 뿐이야. 그리고 북창령원에는 아직 낙리가 남았잖아? 그녀는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야. 아마 나도 그녀의 상대가 안 될걸. 그러니까 희현과 혈천하가 1위를 따내는 게 생각만큼 쉽지만은 않을 거야.”

이에 무영영이 시무룩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무령은 괜히 동생을 흘겨봤다. 자기가 혈천하한테 졌을 때도 이렇게까지 슬퍼하지는 않았었다.

* * *

“목진아…….”

만봉령원의 당천아도 안색이 조금 창백해졌다. 그녀는 자기보다 나이가 더 어리지만 든든하고 영원히 포기를 모르는 소년이 심판지경에서 나오지 못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목진은 늘 쾌활하고 든든했는데 그건 그에게 어떤 고난이 닥쳐와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아마 이번에도 목진은 결국 웃으며 떨치고 일어나겠지만 당천아는 그 과정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팠다.

“목진, 부디 힘내.”

소녀는 합장하며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 * *

광좌에 앉아있는 원장들도 심판지경을 벗어난 사람들을 주의 깊게 쳐다봤다.

태창 원장은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목진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변고가 생겨 너무 아쉬웠다. 다행히 낙리의 생존으로 북창령원에는 아직 기회가 있었다.

“허허, 원장님들, 이제 다음 대결을 시작하는 게 어떻겠나?”

천성 원장이 미소 지으며 묻자 태창 원장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너무 급한 건 아닌가?”

“결과가 이렇게 뻔한데 급하고 말고 할 것도 없지 않나? 설마 또 다른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건가?”

천성 원장이 히쭉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규칙에 따르면 심판지경에서 1위가 나타나기 전에만 나오면 누구든 1위에 도전할 자격이 주어지네.”

이에 태창 원장은 더는 할 말이 없어졌다. 그럴 확률이 거의 없었지만 그는 괜히 목진한테 기대를 걸고 싶었다.

이번 학원 대회가 북창령원에게는 너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일단 성령원에서 올해의 1위를 따내면 원수의 자리에 오를 것이고 그리되면 북창령원은 성적이 안 좋단 이유로 오대원에서 제명될 것이 분명했다.

“그럼 시작하게.”

태창 원장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더는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역시 태창 원장은 대범하군.”

천성 원장은 피식 웃더니 석대에 서 있는 네 사람한테 고개를 돌렸다.

“일단 심판지경을 벗어난 걸 축하한다. 너흰 최종 4강에 진출해 이번 학원 대회 1위를 겨룰 자격이 주어졌단다. 지금부터의 대결은 아무런 규칙도 없다. 너희가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싸우든 석대에 남아있는 최종 1인이 곧 승자다!”

이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고 석대 위에 서 있던 네 사람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명은 여기까지다. 그럼 최종 결승전을 지금부터 시작한다!”

천성 원장의 말이 끝나자 갑자기 긴장감이 감돌았다.

다들 네 사람이 어떻게 싸울지 궁금했다.

이때, 희현이 혈천하와 눈을 마주치더니 씨익 웃으며 각자 다른 석대로 향했다.

혈천하는 은발을 휘날리는 소녀를 보며 씨익 웃었다.

“혈신원의 혈천하는 북창령원과의 대결을 청한다!”

잇따라 다른 편에 있던 희현도 무덤덤하게 웃으며 외쳤다.

“성령원의 희현은 만봉령원과의 대결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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