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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87화 (386/1,000)

387화. 낙신검의 진정한 모습

쿵! 쿵!

잠시 후, 세 개의 태양이 힘껏 내려앉아 눈부신 성광을 발했는데 너무 눈이 부셔 다들 눈을 뜰 수조차 없었다.

난폭한 성광은 한참 지나서야 서서히 사라졌다.

사람들은 온청선이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이토록 무서운 희현의 공격을 피하지 않았는지 궁금했는데, 눈앞에 드러난 광경에 다들 화들짝 놀랐다.

하늘에서 금광이 비추며 그 속에 커다란 황금 봉황이 서서히 날개를 펼쳤는데 온몸이 황금으로 빚은 것처럼 눈이 부셨고,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생명의 고귀함마저 느껴졌다.

“저건…….”

광좌에 앉아있던 원장들마저 깜짝 놀라 중얼거렸다.

“저건 황금성황(黃金聖凰)인 것 같은데…….”

황금성황은 영수방 지방 6위인 영수로 진정한 봉황의 혈맥을 이어받았을 뿐만 아니라 수련의 끝을 맺어 천지존과 비슷한 실력을 갖췄다.

아무도 온청선이 황금성황의 정백을 제련했을 줄 몰랐다!

서서히 날개를 퍼덕이는 황금성황의 방대한 몸 위에 여리여리한 소녀가 장창을 들고 서 있었는데 아름다운 두 눈에도 금광이 일렁였다. 잇따라 그녀가 머리를 풀어헤치자 머리카락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녀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이에 희현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황금성황 위에 서 있는 온청선을 노려봤다. 그녀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 상대였다.

그때 온청선이 수중의 장창으로 상대방을 가리키며 외쳤다.

“희현, 당장 원고천룡매를 소환해. 안 그러면 더는 기회가 없을 거야.”

* * *

“혈마비…….”

낙리는 차가운 눈빛으로 혈천하를 쳐다봤는데 녀석의 두 팔에 혈기가 그윽했고 핏줄은 이글거렸으며 칼날 같은 손끝은 대지를 찢어버릴 것처럼 날카로웠다.

혈신족에는 혈신비(血神臂)라 불리는 신기가 있는데 이는 등급이 상품을 훨씬 뛰어넘는 신기로 천지를 부수는 힘을 지녀 모든 봉인을 제거한 낙신검과 겨뤄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그해, 지금의 혈신족 족장은 혈신비로 낙리의 아버지의 지존해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혈마비는 혈신족에서 혈신비를 바탕으로 만든 비슷한 물건으로 가짜인데도 불구하고 하품 신기의 위력을 지녔다.

낙리는 살기를 품고 상대방을 바라봤다.

“허허, 혈마비를 엄청 싫어하나 봐?”

혈천하는 낙리의 한기 어린 눈빛에 무덤덤하게 웃으며 물었다.

“혹시 너희 아버지께서 혈신족의 혈신비 때문에 돌아가셔서 그런가? 그럼 내가 그 딸을 혈마비로 쓰러뜨리면 딱 좋겠네.”

혈천하의 표정이 점차 사악해졌다.

쿵!

말을 마친 그는 발을 힘껏 굴러 지면을 가르며 신속하게 낙리의 앞에 나타나 주먹을 휘둘렀다.

퍽!

혈광이 들끓으며 앞쪽의 공기가 순간 폭발하였고 공간마저 일그러졌다. 녀석의 힘은 난폭하기 그지없었다.

이에 낙리는 이내 장검으로 앞을 가렸다.

탕!

혈권과 낙신검이 부딪치자 두 사람이 서 있던 지면은 순간 무너졌고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놀라운 기랑이 일었다.

슉!

낙리가 뒤로 물러나며 검을 휘두르자 검끝에서 검기로 만들어진 검련이 발사되었다.

“흥.”

그러나 혈천하는 코웃음을 치고 다시 기합을 넣으며 주먹을 휘둘렀다. 혈마비를 소환한 그의 두 팔은 신기나 다름없어 칠문뇌체인 목진이 와도 상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쿵!

혈광이 폭발하며 혈권이 검련을 부숴버렸다.

잇따라 검기가 휘몰아쳤는데 혈천하는 웅장한 영력으로 몸을 감싼 채 낙리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쿵! 쿵!

살기 가득한 선홍빛 권인에는 지극히 난폭한 영력 파동이 깃들었다. 신백난 세 번째 단계에 이른 혈천하는 혈마비의 힘까지 빌려 무령 같은 고수마저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 만약 혈천하가 바로 혈마비를 소환했다면 무령은 바로 패했을 것이다.

슉!

이에 낙리는 부단히 뒤로 물러나며 검기의 회오리를 쐈는데 이는 공간마저 자를 것처럼 날카로웠다.

다만, 봉인한 낙신검을 사용한 낙리와 달리 두 팔과 혈마비를 융합한 혈천하가 우세를 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북창령원 학생들은 손에 땀을 쥐고 이를 지켜보았다. 혈천하의 실력이 확실히 놀랍긴 했다.

혈천하는 어느덧 완전히 혈안이 되었고 표정도 한껏 일그러졌다. 살기 가득한 혈마비를 두 팔과 융합한 그는 일단 신기를 소환하면 성격에도 영향을 받아 극도로 흉악해지고 살육을 즐겼다.

“하하, 낙리야, 이것밖에 안 돼? 낙신족에 사람이 없긴 한가 봐. 그러니까 우리 혈신족에 의지하면 얼마나 좋아? 그럼 앞으로 우리가 너희 종족을 전부 죽일 일은 없을 거잖아!”

혈천하는 광기 어린 눈빛으로 낙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점차 난폭해졌고 낙리는 더는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슉!

그때 낙리는 다시 낙신검으로 선홍빛 권인을 자르고 무덤덤하게 혈천하를 보더니 씨익 웃었다.

“내 진짜 실력을 보고 싶다면 보여줘야지. 곧 죽을 사람인데 그것쯤은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어.”

말을 마친 낙리는 빠르게 낙신검으로 손을 그었는데 소녀의 피에 물든 검에 지극히 난해하고 오래된 부적이 나타났다.

쇠사슬처럼 낙신검을 묶어뒀던 부적들은 낙리의 피에 조금씩 사라졌고 파란빛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이와 동시에, 무서운 검의가 그 구역을 감쌌다.

그러자 낙리를 향했던 선홍빛 권인들은 그녀와 십수 장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반듯하게 잘리더니 와르르 무너졌다.

광좌에 앉아있던 원장들마저 흠칫하여 낙리한테 고개를 돌렸다. 그들마저도 엄청난 검의에 심장이 파르르 떨렸다.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던 혈천하도 잠시 멈칫했는데 파란빛을 보자 왠지 모를 불안감이 스쳐 지나갔다.

잠시 후, 파란빛이 드디어 사라지자 사람들은 무서운 검의로 가득 찬 공간에 나타난 소녀와 낙신검의 모습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허공에 뜬 낙리 앞쪽에 커다란 파란색 장검이 놓여 있었는데 차가운 얼음으로 만든 것 같은 장검은 투명한 파란색을 띠었다. 검의 가장 깊숙한 곳에는 하늘색 빙골이 들어있는 것만 같았다.

낙리의 키와 비슷한 장검은 엄청 넓어 소녀는 더욱 가냘프게 보였고, 무서운 검의를 퍼트리며 주위를 감쌌다.

그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낙신검의 모습이었다.

“너…….”

혈천하는 겁에 질린 듯 파란색 장검을 쳐다보고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낙신검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다니, 네 실력으로 그걸 완벽히 조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낙신검은 혈신족의 수많은 지존급 강자의 목을 벤 무기라 혈신족 중에서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낙신검의 위력이 엄청난 만큼 아무나 조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녀석의 허락이 없으면 아무리 지존급 강자라고 해도 가까이할 수조차 없었다.

혈천하는 낙리가 낙신검의 진정한 형태를 드러내지 못할 거라고 여겨 그녀를 두려워하지 않았는데 그건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었다.

낙리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더니 파란색 장검을 쥐었다.

위잉.

이에 낙신검은 격렬하게 떨며 맑은 검음을 내었다.

낙리는 태연하게 낙신검을 쥐었지만 손바닥은 검에서 스며져 나온 검의로 피투성이가 되었고 그 피는 다시 흘러내려 검을 적셨다.

예리하기 그지없는 검의에 낙리는 팔이 끊어질 것 같았지만 절대 검을 놓지 않았다.

이렇게 한참이 지나 낙리의 피가 낙신검 전체를 물들이자 검음이 드디어 멈췄다. 소녀는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안색이 조금 창백했지만,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일그러진 표정으로 혈천하를 쳐다봤다.

“지금부터 진정한 낙신검의 위력을 맞보게 해줄게.”

말을 마치자마자 혈천하의 위쪽에 나타난 낙리가 낙신검을 힘껏 휘두르자 수천 장 정도의 검광이 하늘을 가르며 사정없이 내리꽂혔다.

혈천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쿵!

천 장 정도 되는 검광이 내리꽂히자 공간에 은은한 흔적이 생겼고 천지는 예리하기 그지없는 검의에 휩싸였다. 단단한 황금색 석대는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

완전한 형태의 낙신검을 소환한 낙리의 전투력은 이제 무서운 지경에 이르러 각 학원의 장로도 감히 덤비지 못할 정도였다.

혈천하도 상대방의 공격을 절대 피할 수 없다는 걸 알아 안색이 한껏 어두워졌다. 엄청난 검의의 영향으로 그가 있는 바닥 역시 조금씩 파여 들어갔다.

검광의 목표물이 된 혈천하 주위의 공기마저 검의에 봉쇄되었다. 낙리는 한방에 녀석을 쓰러뜨릴 계획이었다.

“너 따위 실력으로는 낙신검을 완벽히 조종할 수는 없어!”

혈천하가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외쳤다. 낙리가 완전한 낙신검을 소환하기는 했지만 그 힘을 완전히 선보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랬다면 혈천하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

크으으으!

괴물의 포효가 들리더니 혈천하의 선홍색 팔에 혈기가 들끓었다. 빨갛게 변한 핏줄에서는 피가 흘러나와 포악한 악마의 얼굴을 그렸고 괴이한 파동도 함께 느껴졌다.

“혈마비, 마탄천(魔吞天)!”

혈천하는 포효하며 웅장한 영력을 실은 주먹을 휘둘렀다.

쿵! 쿵!

그 순간, 앞쪽 공기가 모조리 폭발해 혈천하의 두 팔에 꿈틀거리던 선홍색 물체들이 엄청난 혈광을 이뤄 권풍과 함께 상대방에게 향했다.

두 팔이 발사한 혈광은 빠르게 수백 장 크기의 거대한 악마의 입으로 변해 천지의 영력을 흡수했는데 마치 세상 만물을 모조리 삼킬 것만 같았다.

슉!

그때 검광도 사정없이 혈광을 내리쳤다.

아무도 검광의 정확한 궤적을 보진 못했다. 하지만 빛이 번쩍이더니 무서운 악마의 입들이 폭발하였고, 널찍한 황금색 석대는 격렬하게 흔들리며 수천 장의 균열이 생겨났다.

순간 연기가 그윽해져 석대의 상황이 잘 보이지 않아 사람들은 자연스레 고개를 들었는데 허공에 낙리가 떠 있었다. 그녀는 커다란 낙신검에 비해 한없이 왜소해 보였지만 그 실력만큼은 엄청났다.

잠시 후, 바람이 일자 연기가 사라지고 균열의 끝에 혈천하가 나타났다.

윗옷이 찢어진 채 서 있는 혈천하의 괴이한 혈마비에 주먹부터 어깨까지 깊은 검흔이 생겨났다. 살은 뼈가 보일 정도로 찢어졌으며 피가 철철 흘러 그가 서 있는 곳을 빨갛게 물들였다.

그는 팔에 난 상처를 보더니 입가를 파르르 떨었다. 하품 신기나 다름없는 혈마비는 천하무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깊숙한 검흔은 그의 두 팔을 자르기 직전이었고, 상처 속에는 아직도 예리하기 그지없는 검의가 남아있어 치유력이 있다 해도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낙신검은 역시 무서운 물건이었다.

이에 혈천하는 이를 악물며 낙리를 노려봤다. 아직 숨겨둔 필살기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소녀의 상대는 안 될 것 같았다.

역시 낙리를 쓰러뜨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혈천하는 다른 쪽 석대를 힐끗 보더니 신속하게 인법을 바꿨다.

크으으으!

그때 포악한 짐승의 포효가 들리더니 혈광이 솟구치며 혈천하의 뒤쪽에 수천 장 정도의 선홍색 영수가 나타났다. 선홍색 비늘을 온몸에 뒤집어쓴 영수의 빨갛게 상기된 두 눈에는 잔혹함과 포악한 기운이 흘러넘쳤다.

이와 동시에, 엄청난 살기가 주위를 휩쓸었다.

“혈천하가 체내의 혈마수를 소환하다니. 낙리를 상대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나 보군.”

학생들은 혈마수의 등장에 흠칫 놀랐다.

그러나 낙리는 살기 가득한 눈으로 조용히 커다란 혈마수를 쳐다봤다.

“혈신지술(血神之術), 곤천지해(困天之海)!”

말을 마친 혈천하가 입을 쩍 벌려 피를 토하자 혈마수도 동시에 입을 벌려 엄청난 양의 피를 토했다.

녀석들의 피는 한데 모여 하늘에서 피바다를 이루며 주위에 퍼졌고 낙리는 바로 그 혈해의 중심에 서 있었다.

쿵!

미친 듯이 요동치던 혈해는 결국 수천 장 크기의 방대한 선홍색 돌풍으로 변해 낙리를 휘감아 무서운 힘으로 그녀를 죽이려 하였다.

쿠쿵!

혈해의 무서운 움직임에 천지마저 흔들렸다.

다들 혈천하가 지금부터 사정없이 공격을 개시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그는 혈마수에 올라타 거대한 석대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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