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1화. 목진의 지존해
희현은 목진이 나타나면서부터 그한테서 눈을 떼지 않았는데 살기를 잔뜩 품은 채 익살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정말 심판지경에서 나올 줄은 몰랐어.”
“아직 놀라기엔 일러.”
목진은 히쭉 웃더니 역시나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녀석을 쳐다봤다. 낙리의 영력이 무질서해진 것을 느낀 소년은 분명 녀석과 싸우다 그리된 거라 생각했다.
이에 희현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상관없어. 나온 게 더 나을 수도 있어. 내가 이곳에서 널 쓰러뜨리면 북창령원 학생들이 지금처럼 너를 믿고 따를까?”
희현은 시무룩했던 북창령원 학생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목진을 쓰러뜨렸을 때의 표정을 보며 쾌감을 느끼고 싶었다.
그러나 목진은 씨익 웃더니 조용히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렸다.
쿠쿵!
강력한 영력이 목진의 주위에 휘몰아쳤는데 이는 심판지경을 들어가기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오, 신백난 세 번째 단계에 이른 거야?”
목진의 영력 파동을 읽은 희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심판지경에서 실력이 부쩍 늘었나 보네?”
심판지경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신백난 첫 번째 단계밖에 안 되었던 목진은 지금 신백난 세 번째 단계에 이르렀다. 그 속에서 연이어 두 단계를 건넌 것이다.
“그런데 그 정도 영력은 나한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아.”
희현이 히쭉 웃으며 허공에 손가락을 가볍게 찍자 커다란 성광이 뒤쪽 지존해에서 솟아올라 공간을 가르며 목진에게 향했다.
녀석이 대충 휘두른 손으로 개시한 공격은 이미 신백난 세 번째 단계를 훨씬 넘을 정도의 영력 파동을 선보였다.
쿵!
그런데 목진은 태연하게 제자리에 서서 뇌신체를 소환했고 눈부신 뇌광이 폭발해 뇌장처럼 소년의 몸을 감싸다가 다시 몸에 들어갔다.
목진의 피부는 눈부시게 빛났고 가슴팍에 뇌광이 번쩍이며 뇌문이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 개…… 다섯 개…… 일곱 개, 여덟 개, 아홉 개!
목진의 뇌신체가 어느새 구문 뇌체에 이르렀다!
아홉 번째 뇌문이 나타나자 목진의 눈동자에는 뇌광이 번쩍이며 벼락의 세계를 방불케 하였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 주먹을 휘둘렀다.
꽈르릉!
목진은 주먹을 엄청 느리게 휘두른 것 같았지만 성광에 부딪치자 뇌광이 번쩍이며 성광이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육신의 힘으로 지존을 상대하겠다는 건가? 꿈도 야무지지!”
희현은 벼락으로 온몸을 휘감은 목진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그는 소년의 육신이 엄청나게 강해진 것이 느껴졌지만 그것만으로 자신을 이기기란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너 따위도 지존이야?”
목진은 피식 웃으며 희현 뒤쪽에 있는 웅장한 지존해를 보더니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완전하지 않은 지존해라…… 왜 너만 있다고 확신하는 거지?”
목진의 말에 희현은 흠칫 놀랐다.
희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벼락으로 온몸을 휘감은 목진을 쳐다보다가 그의 말에 깜짝 놀라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물었다.
“오, 그래?”
그는 목진에게 지존해가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제아무리 심판지경에서 엄청난 기회를 잡았다고 해도 한 시진도 안 되는 사이에 신백난 첫 번째 단계에서 지존해를 만들 수는 없었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희현의 비웃는 듯한 질문에 목진은 입꼬리를 씰룩거리더니 이내 정색하며 결인하였다!
슉!
그때 목진의 머리에서 빨간빛의 기둥이 솟아올랐고 원고의 흉수가 강림한 것처럼 엄청난 살기가 주위에 퍼져 다들 고개를 들어 그 출처를 확인했다.
빨간빛의 기둥 속에는 커다란 마주가 있었는데 그 표면에 세월의 흔적과 더불어 원고 시기, 엄청난 전쟁을 치러 난 것 같은 상처가 가득했다.
또한, 마주의 표면에 특이한 무늬가 얼핏 보였는데 이는 봉인처럼 대서미마주를 구속하고 있었다.
그 무늬는 곧 목진 체내의 신비로운 종이가 만든 봉인이었다.
예전에는 대서미마주의 살기가 엄청나 이를 감당할 수 없어 봉인해뒀는데 드디어 봉인을 풀 때가 되었다.
목진은 빠르게 대서미마주의 앞에 다가가 한 손으로 결인하고 기둥을 때렸다.
위잉.
목진의 수인에서 한 갈래 파동이 전해지자 기해에 숨었던 신비로운 종이가 미세하게 울리며 암자색 빛을 발했고 그의 손바닥을 통해 흘러나갔다.
“열려라, 봉인!”
목진이 속으로 외치자 대서미마주 표면에 새겨졌던 암자색 봉인이 신속하게 사라졌다.
쿵!
잇따라 대서미마주가 격렬하게 떨리더니 백 장 정도였던 기둥이 경천의 기둥처럼 커졌고 방출한 살기도 폭등해 주위를 순간 빨갛게 물들였다.
대서미마주의 살기는 소름 끼칠 정도로 무서웠는데 광좌에 앉아있는 원장들마저 안색이 어두워질 정도였다.
목진을 바라보던 태창 원장은 그 모습을 한참 지켜보더니 깜짝 놀라 중얼거렸다.
“대서미마주의 봉인을 없애려는 건가? 원고의 흉물이라 쉽게 다룰 수 없을 텐데…….”
용마궁의 제일가는 보물이었던 대서미마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태창 원장은 그 위력도 잘 알았다. 그해, 용마궁과의 대전에서 만약 대서미마주를 완벽히 보완했다면 북창령원에 북명룡곤이 있더라도 승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그 엄청난 물건이 지금은 목진한테 갔으니, 소년의 실력으로 과연 이를 조종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절세의 흉기를 완벽히 다스리지 못하면 녀석한테 조종당할 수도 있었다.
사람들은 살기 가득한 마주를 뚫어져라 쳐다봤고 목진도 고개를 들어 대서미마주를 바라봤다. 봉인을 없앤 마주의 표면에 선홍빛 균열이 나타났는데 이는 악마의 입처럼 계속 놀라운 살기를 내뿜었다. 녀석은 지금 사람들한테 가장 흉악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었다.
이때, 목진은 대서미마주의 윗부분에 날아올랐는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마주가 격렬하게 진동했다. 난폭한 살기는 혈광이 되어 소년을 공격했다. 절세의 흉물이 쉽게 누군가의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목진이 녀석을 봉인해 여태껏 잠자코 소년의 몸속에 들어있었던 것이지, 지금은 봉인이 사라졌으니 고분고분할 리 없었다.
“흥.”
목진은 예상이라도 한 듯 기합을 넣으며 발을 힘껏 굴렀는데 암자색 빛의 무늬가 발을 통해 빠르게 대서미마주로 향했고 무서운 살기는 바로 사그라들었다.
대서미마주는 난폭하기 그지없었으나 목진 체내의 신비로운 종이가 마침 이를 억제하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목진의 반격에 드디어 조용해진 대서미마주는 더는 소년을 공격하지 않았다.
“그래, 인제 말을 듣기로 했으면 너의 힘을 빌려줘!”
목진은 조용해진 대서미마주를 보며 히쭉 웃더니 그 위에 올라가 두 손을 들었는데 선홍빛 살기가 하늘 높이 솟아오르더니 선홍빛 기둥이 되어 소년의 체내에 들어갔고 어느 정도 모이다가 한꺼번에 기해에 몰려 들어갔다.
봉인이 사라진 대서미마주는 봉인한 상태보다 훨씬 포악했고 살기도 전보다 몇 배는 짙었다.
난폭하고 웅장한 살기가 기해에 들어가 기해 속은 빨갛게 물들었고 어느 정도 차오르자 엄청난 고통이 찾아왔다.
그런데도 목진은 끄떡없이 가만히 앉아 계속해서 대서미마주의 살기를 흡수하였다.
그러다 기해 속에 살기가 더는 들어갈 수 없게 되자 그 중심이 미세하기 일그러지기 시작했는데 한계치에 도달하자 자그마한 검은 점이 나타났다. 엄청나게 작은 검은 점은 특이한 파동을 내뿜었고 그 속에 신기한 공간이 숨어있는 것 같았다.
잇따라 기해 속의 살기가 요동치자 검은 점이 살기를 모조리 삼켜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기해는 텅 비었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대서미마주의 정상에 앉아있던 목진은 몸을 파르르 떨더니 고개를 들어 멀리 떨어진 희현을 보며 씨익 웃고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펼쳤다.
쿵!
그때 목진의 뒤쪽 공간이 갑자기 일그러지며 선홍빛 바다가 나타났다. 그것은 웅장한 영력 바다로 바닷속 영력은 선홍빛을 띠어 꼭 피바다 같아서 섬뜩했다.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 목진의 뒤쪽에 생긴 선홍빛 바다를 쳐다봤다.
지존해였다!
목진도 지존해를 만들어 낸 것이다.
“목진 오라버니가 지존해를 만들었어요?”
우희가 잔뜩 놀라 묻자 엽경령 등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심판지경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신백난 첫 번째 단계일 뿐이었던 소년이 갑자기 지존해를 만들어낼 정도의 실력이 되었다는 것이 당최 믿기지 않았다.
“저건 목진이 만든 지존해가 아니야.”
영계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는 기해 속에서 지존 원점(至尊源點)을 만든 뒤, 대서미마주의 살기로 채웠을 뿐이야. 저 힘은 목진의 것이 아니라 끝없이 보충할 수 없고, 언젠가 사라지겠지만 목진이 원한 건 바로 그거야.”
지존 원점이란 지존해의 최초 형태로 진정한 지존해를 만들려면 본인의 영력으로 채워야 한다. 그런데 목진한테는 그럴만한 시간이 없어 대서미마주의 힘을 빌려 지존 원점에 살기를 불어넣어 가짜 지존해를 만든 것이다.
다만, 지존해가 진짜든 가짜든 목진은 그 힘만 필요했기에 희현의 지존해가 더는 우세가 되지 않았다.
구문 뇌체와 지존해의 힘까지 더한 목진이야말로 지존경에 이르기 전 단계에서 최강자가 되었다.
일그러진 공간에서 요동치는 선홍빛 지존해 앞에 서 있는 목진은 한쪽 눈동자가 빨갛게 상기되었고 다른 한쪽은 뇌광이 번쩍였다. 그리고 온몸은 검은색 뇌광으로 휘감았다.
그는 서서히 고개를 들어 안색이 어두워진 희현을 보고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손바닥을 내밀어 가볍게 굽혔다. 그러자 엄청난 위압감이 형성되었는데 이는 희현보다 훨씬 압도적이었다!
목진은 현재 살육의 신처럼 살기 가득한 얼굴로 현장을 압도했다.
대서미마주 위에 서서 엄청난 살기를 내뿜는 목진이 폭발한 위압감에 다들 소름이 끼쳤다.
사람들은 고개를 들어 높은 곳에 서 있는 소년을 쳐다봤다. 그의 훤칠한 얼굴에는 살기가 가득하였고 벼락이 번쩍이는 빨간 눈으로는 안색이 어두워진 희현을 바라봤다.
“그해, 끝마치지 못한 대결을 오늘 끝내자.”
이에 희현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소년을 보며 서서히 입을 열었다.
“내가 심판지경에서 괜한 짓을 해서 너한테 엄청난 기회를 줬구나.”
목진은 영력 소용돌이에 갇힌 덕분에 실력이 폭등해 신백난 세 번째 단계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지존해까지 만들어 희현과 실력이 비슷해졌다.
그런데 목진은 녀석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했다.
“대신 나를 실망시키지 않아 다행이야. 안 그러면 내가 이렇게까지 너를 경계한 것이 우습게 될 뻔했어.”
말을 마친 희현이 주먹을 꽉 쥐자 성광이 모여 성광 장창을 이뤘는데 창끝에 날개가 달린 것이 꼭 천사의 날개 같았다.이와 동시에, 웅장하고 뜨거운 성광이 주위로 퍼져나갔는데 그 파동은 강력하기 그지없었다.
“천사의 창(天使之槍)이라…….”
태창 원장은 희현 수중에 나타난 장창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성령원에서 희현에게 무려 하품 신기를 줬군.”
“허허, 희현이 워낙 훌륭해야지……. 그리고 학원을 위해 한 일도 적잖게 있고 해서 천사의 창을 줬네.”
성령원의 천성 원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천사의 창이 아무리 대단해도 목진의 마주만 할까? 북창령원에서도 엄청 심혈을 기울였나 보네.”
천성 원장은 당연히 북창령원에서 목진한테 대서미마주를 얻어준 것이라고 여겼다.
이에 태창 원장은 피식 웃더니 다시 전장에 집중했다.
구경꾼들도 한껏 기대하는 눈빛으로 목진과 희현을 바라봤다. 그들은 학원 학생 중 최정예로 두 사람의 대결은 곧 1위 쟁탈전이고, 학원 대회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