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2화. 희현의 마지막 필살기
위잉!
그때 희현은 장창을 잡고 사람들 눈앞에서 사라졌다.
퍽!
이와 동시에, 목진도 앞쪽 어딘가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검은색 뇌광이 미친 듯이 번쩍이며 웅장한 영력을 싣고 날아갔는데 이는 신백난 세 번째 단계에 이른 고수가 중상을 입을 만큼 무서운 일격이었다.
그러나 희현의 예리한 장창도 성광을 발하며 나타나 창끝으로 뇌광이 번쩍이는 주먹을 빠르게 찔렀다.
탕!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주위의 공간이 일그러졌고 무서운 돌풍이 일었다.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파동이 주위로 퍼져나갔다.
그러나 목진은 꿈쩍도 안 하고 조금 일그러진 앞쪽 허무한 공간을 바라봤다. 희현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고 장창만 공간을 뚫고 나타난 것만 같았다.
“아직도 이따위 의미 없는 짓을 하는 거야?”
말을 마친 목진이 무덤덤하게 주먹을 휘두르자 벼락 한 갈래가 하늘을 가르며 엄청난 속도로 어딘가를 내리쳤다.
꽈르릉!
뇌명이 들리더니 희현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며 뒤로 튕겨 나갔다가 십수 보 물러나서야 간신히 멈춰 섰다.
“흥.”
녀석은 안색이 완전히 어두워진 채 기합을 넣으며 결인했다. 그러자 뒤쪽 일그러진 공간의 성광으로 가득 찬 지존해에서 갑자기 눈부신 빛을 발하며 수많은 성광이 솟아올랐다.
“성광지술(聖光之術), 천사군단(天使軍團)!”
희현의 말과 함께 성광이 한데 모여 수천 개의 사람 모양을 한 성광 그림자가 나타났는데 얼굴이 흐릿한 이들은 하나같이 빛의 날개를 퍼덕이며 강력한 영력 파동을 내뿜었다. 다들 신백난을 건넌 고수 못지않은 실력자들처럼 보였다.
이에 구경꾼들은 혀를 끌끌 찼다. 희현은 엄청나게 심오한 신술을 수련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것만으로도 지존경과 신백난 사이의 엄청난 차이를 드러냈으니, 아무리 수단과 방법이 많은 신백난 고수라도 절대 그의 상대가 안 될 것이다.
만약 목진이 지존해를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녀석과 상대할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공격하라!”
희현의 명령에 성광 그림자들은 일정한 진형을 갖춰 목진을 포위했다.
슉! 슉!
잠시 후, 성광 천사들은 수중의 성광 장창으로 목진을 공격했다.
“꺼져!”
이에 목진이 발을 힘껏 구르자 선홍색 지존해에서도 수많은 선홍색 빛줄기가 솟아올라 성광 천사들을 공격했는데 희현이 갑자기 씨익 웃으며 인법을 바꿨다.
“천사의 장례식(天使葬禮)!”
쿵! 쿵! 쿵!
엄청난 폭발음이 들리더니 성광 천사들이 갑자기 폭발해 무서운 성광 폭풍을 이뤘는데 돌풍 아래쪽 황금색 석대에 커다란 균열이 생겼다.
사람들은 이토록 무서운 전장은 처음이었다. 이 같은 대결은 어느 학원 대회에서도 볼 수 없는 것이었다.
한편, 사람들은 성광 폭풍이 미친 듯이 휘몰아치는 곳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엄청난 공격에 아무리 목진이라도 어느 정도 상처를 입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폭풍이 가시자 희현을 포함한 이들 모두 깜짝 놀랐다. 목진은 아무렇지 않게 허공에 서 있었다.
윗옷이 찢어진 목진의 피부에는 뇌장이 천천히 흘렀고 가슴팍에는 뇌문 아홉 갈래가 번쩍이며 은은한 빛을 발했다. 그리고 체내에서 뇌명이 부단히 들렸다. 소년은 옷이 찢어진 것 외에 몸에 아무런 상처도 나지 않았다. 희현의 엄청난 공격도 그한테는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엄청난 육신이야…….”
누군가 침을 꿀꺽 삼키며 중얼거렸다.
피부가 은은하게 빛을 발하는 목진의 몸은 지금 누구보다 강한 느낌을 줬다. 아마 하늘이 무너져도 그의 육신은 끄떡없을 것이다.
또한 목진의 빨갛게 그을린 두 눈은 어느새 벼락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아무리 마주의 강력한 살기라도 난폭한 벼락의 힘을 누를 수는 없었다. 목진은 서서히 주먹을 쥐며 무덤덤하게 희현을 바라보았다.
“네 공격이 이것밖에 안 된다면 이번엔 내 차례야.”
뇌명이 섞인 목진의 말에 천지가 들썩였다.
꽈르릉.
소년이 말을 마치자 주위는 갑자기 어두워졌다. 이에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검은색 뇌운이 몰려나 주위 수천 장을 감쌌다. 그리고 그 속에는 무서운 천지의 위압을 품은 벼락이 꿈틀거렸다.
쿵!
꿈틀거리던 뇌운 속에서 갑자기 커다란 벼락이 목진에게 향했다.
퍽!
뇌광은 곧장 목진의 몸으로 스며 들어갔고 목진의 육신은 그것을 전부 흡수했다. 잠시 후, 목진의 피부에 흐르던 뇌장이 조금씩 굳어 검은색 벼락 갑옷을 형성하였고, 그의 몸은 한껏 부풀어 벼락 거인이 되었다.
목진 체내에서 일어난 파동은 점차 거세졌다.
“너 따위는 한주먹거리도 안 돼.”
검은색 벼락 갑옷을 입은 목진은 뇌광이 번쩍이는 눈으로 희현을 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녀석의 위쪽에 나타나 주먹을 휘둘렀다.
순간, 벼락이 하늘에서 미친 듯이 요동쳤고 목진의 팔은 선홍색 지존해의 웅장한 영력을 모조리 흡수하였다.
목진은 구문 뇌체와 지존해의 힘을 한데 모은 주먹을 휘둘렀다.
쿵!
소년의 공격에 공간이 부서졌다.
희현은 안색이 어두워졌고 광좌에 앉아있던 원장들도 정색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목진의 공격에는 진정한 지존급 강자의 위엄이 깃들어있었다!
쿵!
천지는 격렬하게 진동하였고 하늘에서 벼락이 미친 듯이 요동치며 뇌명이 퍼졌다. 목진이 휘두른 주먹의 위력은 그마저도 예상치 못할 정도로 강력했다.
이는 육신과 영력이 완벽히 융합된 공격으로 지존경 이하 그 어떤 상대든 격파할 수 있을 정도였다.
목진의 공격에 희현도 화들짝 놀랐다.
쿵!
목진의 주먹 주위의 공간에 미세한 균열이 생겼는데 꼭 부서진 유리 같았다.
희현이 다급히 결인하자 그의 지존해에서 엄청난 성광을 발하며 그의 앞에 빠르게 백 장 크기의 신성한 방패를 만들었다.
“천사성순(天使聖盾)!”
신성한 날개를 활짝 펼친 수수한 방패는 이 세상 모든 공격을 막아낼 것처럼 든든해 보였다.
목진의 완벽에 가까운 공격에 맞서 희현도 최강 방어벽을 형성한 것이다.
쿵!
목진의 주먹은 신성한 방패가 만들어지자마자 닿았는데 순간의 정적에 이어 엄청난 폭발음이 들렸고 기랑이 수천 장 밖까지 퍼져 그 구역이 발칵 뒤집혔다.
뇌광과 성광이 부딪힌 곳은 엄청 눈부셨는데 눈을 감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결코 이토록 흥미로운 대결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쿵!
그때 무서운 충격파가 휘몰아치며 누군가 맥없이 추락해 황금색 석대에 내리꽂혔다.
쿵!
황금색 석대에 수백 장 정도의 구멍이 생겼고 주위에 균열이 부단히 나타나더니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전부 무너져 구멍을 메웠다.
사람들은 그 무서운 장면에 잔뜩 놀랐다. 학원 대회에서 특수 제작한 석대를 이렇게 만든 사람은 이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누가 추락한 거지?”
보아하니 승패는 갈린 것 같은데 허공의 영력 파동은 아직도 미친 듯이 요동쳤다.
잠시 후 뇌광과 성광이 전부 가시자 사람들 눈앞에 누군가 나타났다. 그는 검은색 뇌갑을 입은 소년으로 견고했던 갑옷은 반쯤 부서져 있었다.
“목진이야!”
사람들은 눈을 부릅뜨고 허공에 떠 있는 사람의 정체를 확인했다. 아직 흐릿해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뇌갑과 전체적인 모습으로 다들 바로 소년의 정체를 알아챘다.
북창령원 학생들은 흥분해서 환호하였고 경외에 찬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목진 오라버니가 이겼어요!”
우희도 한껏 신나 소령아의 팔을 잡고 외쳤다.
“녀석, 대단한걸.”
소령아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예쁜 눈을 깜빡이며 중얼거렸다.
낙리와 온청선도 소년의 정체를 확인하고는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낙리는 뿌듯한 듯 활짝 웃었다. 그녀가 직접 희현을 쓰러뜨렸어도 이렇게까지 기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온청선 역시 목진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존심 때문에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한편, 각 학원의 원장들의 표정 또한 제각각이었는데 아무도 먼저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허공에 떠 있던 소년이 온몸을 파르르 떨자 뇌갑이 벗겨졌고 드디어 완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목진은 방금 휘둘렀던 주먹을 확인했는데 주먹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희현의 방어벽은 반사하는 힘까지 지닌 엄청난 방패라 목진의 뇌신체가 구문 뇌체에 이르지 않았다면 아마 한쪽 팔이 부러졌을 것이다.
그런데 목진은 왠지 불안해 무너진 석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의 공격에 희현이 중상을 입었을 것 같으면서도 뭔가 변수가 있을 것 같았다.
어느새 환호성도 줄어들었고 사람들은 움푹 꺼진 석대를 쳐다봤다. 희현이 더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두 사람의 대결은 승패가 갈리게 된다.
주위에는 정적이 흘렀고 목진은 흠칫 놀라더니 갑자기 엄청난 살기를 실은 대서미마주로 움푹 꺼진 황금색 석대를 공격했다.
쿵!
석대는 완전히 무너졌고 주위로 균열이 신속하게 퍼져나갔다.
이에 다들 깜짝 놀랐다. 목진이 기회를 노려 희현을 제대로 짓밟아주겠다는 결심이 엿보인 것이다.
그런데 대서미마주로 공격을 날린 목진은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그는 영력을 다시 끌어올렸으며 피부 표면의 뇌광도 다시 번쩍였다.
갑자기 전신무장한 목진의 모습에 학생들은 흠칫 놀라더니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무너진 석대 쪽을 봤다. 설마 희현이 아직도 싸울 힘이 남았단 말인가?
쿵!
그때, 나지막한 소리가 들리더니 석대 위에 우뚝 솟은 대서미마주가 흔들렸다.
쿵! 쿵!
그러다 떨림이 점차 거세지더니 대서미마주가 하늘 높이 날아올라 목진에게 향했다. 이에 소년은 바로 마주의 위쪽에 나타나 녀석을 진정시키고 잔뜩 경계하며 까마득한 석대를 바라봤다.
구경꾼들도 손에 땀을 쥐고 움푹 파인 석대를 바라봤다.
그곳에서 은은한 보랏빛을 발하더니 희현이 서서히 날아올라서 한 암석 위에 내려앉았다.
몸은 보랏빛으로 빛났고 얼굴에는 신비롭고 괴이한 보랏빛의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또한 두 눈은 어두운 보라색으로 변해있었는데 그 안에 살기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
게다가 희현의 등에는 보라색 날개까지 돋아나 있었다. 그가 날개를 퍼덕이자 주위 공간이 조금씩 일그러졌다.
녀석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들어 목진을 바라봤는데 미천한 존재를 보는 듯한 눈빛에 목진은 낯선 느낌을 받았다.
그는 목진이 지금까지 알고 있던 희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고 녀석한테서 치명적인 위협이 느껴졌다.
온청선과 낙리도 안색이 조금 어두워진 채 희현을 바라봤다. 그녀들도 뭔가 이상한 점을 느꼈다.
광좌에 조용히 앉아있는 천성 원장을 제외하고는 전부 흠칫 놀라 희현을 쳐다봤다.
“희현이 뭔가 이상해.”
영계가 희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영계 언니, 어떻게 된 일이죠? 녀석이 왜 갑자기 저렇게 무섭게 변한 거죠?”
순아가 겁에 질린 채 물었다. 그런데 영계는 묵묵히 희현을 노려보기만 했다.
그때 희현이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가볍게 발을 구르자 엄청난 파동이 일며 황금색 석대가 산산이 부서졌다.
끽!
잇따라 귀청을 찢을 듯한 오래된 매의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희현의 뒤쪽에 천 장 정도 되는 방대한 보라색 매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용의 머리에 매의 몸을 한 녀석은 무서운 파동을 내뿜으며 날개를 퍼덕였다.
희현의 뒤쪽에 나타난 커다란 매는 허상이 아니라 영수 본체였는데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
희현은 원고천룡매의 정백을 제련한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