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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400화 (399/1,000)

400화. 원시 법신

북창령원의 뒷산은 짙은 영무에 덮여 웅장한 영력이 휘몰아치며 기랑이 일 기미가 보였다.

목진은 그중 한 산봉우리의 연꽃 석대에 서 있었다. 그곳은 북창령원의 유일한 팔급 취영진과 연결된 장소로 학원에서 영력이 가장 그윽한 곳이었다. 보통은 학생을 들이지 않는데 이미 신백난 세 번째 단계를 넘고 곧 지존경에 이를 목진을 보통 학생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목진이 북창령원을 위해 학원 대회에서 1위를 따낸 뒤로는 너무 과하지만 않으면 학원에서도 대부분 넘어가 주었다.

그러니 북창령원에서 팔급 취영진을 연결한 수련대를 제공해준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 웅장한 영력을 흡수하고는 자리에 앉았는데 체내에서 한 줄기 빛이 솟아 나와 여인으로 변했다.

“넌 이미 지존해를 만들었는데 그 속이 텅 빈 것이 문제야.”

구유가 목진을 힐끗 보며 말했다. 그 말에 소년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희현과의 대결에서 목진이 엄청난 힘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대서미마주의 힘으로 지존해를 채웠기 때문이었다. 그의 영력을 전부 지존해에 넣어봐야 1할도 채울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대서미마주의 힘이 사라지자 목진의 지존해는 텅 비어 그는 지금부터 영력을 키워 지존해를 채워야만 했다.

지존해에 영력이 꽉 차야 비로소 진정한 지존경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었다.

그때, 구유작이 목진의 옆에 앉아 턱을 괴고 소년을 바라보며 물었다.

“지존경에 이른 뒤에는 계획이 뭐야? 인제 북창령원은 너한테 큰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은데. 계속 여기 있으면 낙신족에는 절대 갈 수 없어.”

이에 목진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진정한 강자가 되려면 언제까지 북창령원에만 있을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우리는 혈맥도 연결되어 있으니까 나에 관한 비밀을 조금 공유해도 될 것 같아.”

목진이 주먹을 쥐자 어두운 빛을 발하는 신비로운 종이가 나타났다. 이에 구유작은 순간 깜짝 놀랐다.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 때문에 큰코다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고불후신이라고 들어봤어?”

목진이 신비로운 종이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묻자 구유는 화들짝 놀란 채 고개를 들더니 가까스로 마음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혹시 천지 99등급 지존법신 중 4위를 차지한 만고불후신을 말하는 거야?”

목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실은 엄청나게 중요한 비밀이지만 구유에 대한 믿음이 상당해 알려줘도 된다고 생각했다. 이제 그들은 목숨이 연결된 사이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 수련법을 얻어 수련하는 데 성공까지 한다면 진정한 절세의 강자가 될 수 있을까?”

목진이 나지막하게 물었다.

“그럴 리가!”

“안 돼?”

저도 모르게 나온 구유의 말에 목진이 깜짝 놀라 물었다.

“그게 아니라 네가 만고불후신을 수련하는 데 성공할 리 없다는…….”

구유는 이내 고개를 흔들더니 이상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봤다.

“만고불후신이 뭘 뜻하는지는 알아?”

이에 목진이 오히려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만고불후신이 지존법신 4위라 엄청날 거라 짐작만 할 뿐이었다.

“만고불후신은 99등급 지존법신 중 4위일 뿐만 아니라 원고 시기 열 개의 원시 법신 중 하나야.”

구유가 천천히 해명하기 시작했다.

“열 개의 원시 법신이라…….”

목진은 구유가 당최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열 개의 원시 법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대한 지존법신으로 넌 절대 그 위력을 상상할 수 없을 거야. 원고 시기에 역외 사족이 발동한 전쟁에서 대천세계는 열세에 처해 수많은 하위면을 빼앗겼는데 원시 법신을 수련한 엄청난 강자 열 명이 나타난 후에야 전세를 역전했어.

전쟁이 끝나자 그들 대부분은 죽음에 이르렀고, 그중 다섯 개의 원시 법신은 수련법까지 포함해 완전히 소멸했지. 하여 남은 다섯 개의 원시 법신이 지금의 99등급 지존법신의 5위권에 들어있는 것들이야. 하지만 아무도 이를 수련하는데 성공한 적이 없어. 그리고 네가 말한 만고불후신이 그중 하나야.”

목진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만고불후신이 그렇게까지 엄청난 것인 줄은 몰랐다.

“네가 정말 만고불후신을 수련하는 데 성공한다면 넌 대천세계에서도 최강자로 거듭날 거야.”

구유가 갑자기 목진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왜 만고불후신의 수련법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거지?”

이에 목진은 수중의 신비로운 종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불후도록이라고 들어봤어?”

“태고신전의 불후도록을 말하는 거야?”

구유는 저도 모르게 입이 쩍 벌어졌다.

목진은 해박한 구유의 모습에 조금 놀랐지만 그녀의 출신을 떠올리고는 바로 이해가 갔다. 역사가 유구한 구유작 종족에 오래된 서적이 많을 것이 분명했으니 구유가 원고의 비밀을 많이 알고 있는 것이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내 수중의 신비로운 종이가 바로 불후도록 중 일부야. 현재 불후도록은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나머지 두 장만 얻으면 만고불후신을 수련할 수 있어.”

목진이 말에 구유작은 어두운 빛을 발하는 신비로운 종이를 한참 바라보더니 깊게 숨을 들이켜며 소년을 바라봤다. 목진한테 이토록 엄청난 보물이 있을 줄 몰랐다.

“너 이 녀석, 운이 너무 좋은 것 아니야?”

구유작은 이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네가 만약 불후도록을 전부 모아 만고불후신을 수련하는 데 성공까지 하면 그 노인네는 물론이고 천지존이라도 감히 널 건드릴 수는 없을 거야.”

이에 목진은 히쭉 웃더니 금세 시무룩해졌다.

“대천세계에서 나머지 두 장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이야?”

“이 방법은 어때?”

잠시 생각하던 구유가 멈칫하다가 말했다.

“뭔데?”

“오대원에 특수한 신기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 세상의 모든 벽을 뚫고 천지 만물을 느낄 수 있대. 그럼 그 신기로 불후도록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심판지경을 말하는 거야?”

목진은 눈이 번쩍 떠졌다. 아직 결과는 모르지만 시도해볼 만한 방법이었다.

대신, 심판지경의 사용은 태창 원장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진정해. 네가 지금 불후도록을 얻어봐야 좋을 건 없으니까.”

구유의 무덤덤한 한 말에 목진도 동의하듯 가볍게 웃었다. 목진이 지금 불후도록을 얻는다고 해도 아직은 그것을 지켜낼 능력이 없었다.

현재 신비로운 종이에 적혀있는 대일불멸신도 재료가 부족해 수련하지 못하고 있기에 일단 지존경에 이르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에 목진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신비로운 종이를 다시 체내에 넣었다.

“주위를 살펴줘.”

말을 마친 목진은 두 손으로 수련 인법을 그리며 눈을 감았다.

잇따라 천지의 짙은 영무가 놀라운 속도로 몰려와 부단히 목진의 체내로 들어갔는데 그 속도가 전보다 훨씬 빨라 반 시진 밖에 지나지 않아 기해는 웅장한 영력으로 가득 찼다.

목진은 웅장한 영력에 기해가 찌릿해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매우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목진은 멈추지 않고 더 미친 듯이 영력을 흡수하였고 기해는 곧 한계치에 도달했다.

소년은 신중한 기색을 보였다. 그다음 단계인 기해를 폭발시켜 지존해로 대체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는데 일단 실패하면 그 후과가 엄청났다.

“폭발하라. 지존의 길은 지금부터 시작이니까!”

목진이 눈을 번쩍 뜨며 입을 쩍 벌리자 영력이 입을 통해 체내로 들어갔고, 곧바로 한계치에 도달한 영력은 기해에 스며들다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폭발했다.

쿵!

기해가 폭발한 순간, 목진은 벼락에 맞은 것처럼 온몸을 미친 듯이 떨었고 이마에서부터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으며 엄청난 고통에 쓰러질 것만 같았다.

다행히 이미 예상했던 터라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 황급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기해가 폭발하자 그 속에 저장되었던 웅장한 영력이 밖으로 튀어나왔는데 영력이 기해의 구속을 잃어 제어하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영력을 제어하지 못해 체내의 영맥이 손상이라도 입으면 그 후과는 엄청날 것이다.

목진은 절대 그런 상황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전부 돌아와!”

목진이 속으로 외치자 폭발했던 기해에서 미세한 빛이 반짝이더니 엄청난 흡수력을 발휘하며 순식간에 온몸에 퍼졌고 요동치던 영력은 빠르게 미세한 빛 쪽으로 향했다.

한 시진 뒤, 미세한 빛은 목진이 만든 지존해로 완전히 사라졌고 전보다 밝은 빛이 체내에 들어차 있었다.

목진이 지존해에 들어가 보니 웅장한 바다가 눈앞에 나타났는데 지존해에 깃든 영력은 대서미마주의 힘을 빌렸을 때보다 훨씬 적었다.

옆에서 주의 깊게 목진을 관찰하던 구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목진이 일단 기해를 부수는 단계를 무사히 마치고 지존해로 기해를 대체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는 영력으로 지존해를 채워야 했다.

이는 신백난 세 번째 단계에서 지존경에 이르는 가장 중요한 단계라 시간이 꽤 걸렸다. 지존해가 완벽해야 지존법신을 수련할 때 무탈하기 때문이다.

“네가 학원 대회에서 얻은 지존단을 제련해 흡수하면 지존경에 이를 수 있고 시간도 많이 절약할 수 있을 거야.”

구유의 말에 목진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난 내 힘으로 지존해를 채우고 싶어.”

이에 구유는 깜짝 놀라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지존단이나 지존영액의 힘을 빌리지 않을 생각이야? 그럼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거야.”

지존해를 채우려면 엄청나게 많은 양의 영력이 필요했다. 자신의 힘만으로 영력을 채우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대부분은 지존영액을 제련해 지존해를 채우곤 했다.

“나한테는 시간이 많으니까 지존경의 기반인 지존해를 직접 채우고 싶어. 그래야 완벽하지 않을까?”

목진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구유는 더는 반대하지 않고 이상하다는 듯 그를 쳐다보고는 피식 웃었다.

“네가 그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어.”

구유는 목진의 의견에 동의했지만, 그가 선택한 방식이 놀랍긴 했다. 보통 사람들은 지존경에 더 빨리 이르러 진정한 지존의 힘을 얻기 위해 지존영액의 힘을 빌린다. 하지만 빌려온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모은 영력보다 못할 수밖에 없었다.

지존해는 지존경의 기반이라 가장 중요했다. 목진이 엄청난 힘에 대한 유혹을 잠시 내려놓고 가장 원시적이지만 안전한 방법을 선택한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높아서 그래.”

목진은 고개를 들어 영무에 가려진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알아, 절세의 강자가 되려고 하잖아…….”

구유는 입을 삐쭉 내밀며 소년을 바라봤다.

“그 길은 생각보다 험난할 거야. 대천세계에는 수많은 천재가 있으니까. 그건 직접 겪어보면 알게 될 거야.”

“아무리 어려워도 난 반드시 해낼 거야.”

목진은 방긋 웃으며 구유를 바라봤다.

“이건 한 사내가 좋아하는 여인과 한 약속이니까.”

소년의 미소에 구유는 생긋 웃었다. 소년은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듬직해졌다.

“그럼 지금부터 잘 부탁해.”

말을 마친 목진은 구유가 대답하기도 전에 바로 눈을 감고 수련을 시작했다.

“젠장, 내가 호위무사라도 돼!”

구유는 이를 악물며 목진을 향해 주먹을 힘껏 휘두르고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더니 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시 후, 목진의 체내에서 방출된 엄청난 흡입력에 주위의 짙은 영무가 요동치더니 미친 듯이 그의 체내로 흡수되었고, 제련을 거쳐 전부 지존해로 들어갔다. 지존해는 끊임없이 목진이 제련한 영력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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