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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405화 (404/1,000)

405화. 기나긴 여정

“그럼 난 영력을 어떤 물질과 융합해야 할까?”

목진은 한껏 진지해진 얼굴로 물었다.

대부분 지존급 강자는 가장 음산하거나 가장 뜨거운 곳을 찾아 그곳의 특이한 힘을 흡수해 영력과 융합하곤 하는데 그건 가장 접근하기 쉬운 방법이지만 영력의 위력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넌 구유화를 융합한 적이 있으니까 영력이 불 속성을 띤 물질과 잘 어울릴 거야. 그리고 뇌신체도 수련했으니까 벼락과도 잘 어울리겠지. 그런데 아직 충분히 강한 뇌원을 찾아 융합하긴 어려우니까 불 속성 물질을 찾는 게 우선이야. 그렇다면 내 불사화가 꽤 괜찮은 선택일 것 같긴 해.”

이에 목진은 눈이 반짝였다. 그건 괜찮은 것이 아니라 아주 완벽한 선택이었다. 지존경에 이른 목진은 불사화의 위력을 더없이 잘 알았고 그 특이한 속성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불사화의 ‘불사’란 얻으면 죽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치유 능력이 엄청 강력해지게 될 것을 의미했다. 신백이 순식간에 파멸되지 않는 이상, 제아무리 중상을 입어도 불사화는 상처를 점차 치유해줄 것이다.

불사화를 얻으면 대결에서 오래 싸울수록 목진한테는 더 유리했다. 목진은 갑자기 씁쓸하게 웃으며 구유를 바라봤다.

“그런데 내가 영력을 불사화와 융합하면 너한테 피해가 가지 않아?”

구유한테 불사화가 있긴 하지만 대량의 정력과 시간을 들여야 비로소 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목진이 체내의 영력을 융합하기 위해서라면 엄청난 양의 불사화가 필요할 텐데 그러면 그녀한테는 부담이 상당할 것이다.

“어느 정도 영향은 있겠지만 큰일은 아니야.”

구유는 대수롭지 않게 목진을 보며 답했다.

“그래도…….”

“그럼 오늘부터 낮에는 천라대륙에 가는 데 집중하고 밤에는 불사화를 융합하도록 해. 대신, 천라대륙에 도착하기 전에 반드시 융합을 끝내야 해!”

구유는 목진에게 일말의 여지도 주지 않았다.

“만약 이를 해내지 못하면…….”

구유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난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말을 마친 구유가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아래쪽 바다에서 막 날아오른 커다란 영수가 즉사하였다.

목진은 순간 입가가 파르르 떨렸고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구유의 성격상, 만약 목진이 소녀의 말대로 하지 못한다면 그를 죽기 직전까지 혼낼 것이 분명했다. 구유는 참 폭력적인 새였다.

“다른 의견이라도 있어?”

구유가 생긋 웃으며 바라보자 목진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얼른 떠나자.”

구유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바다를 내가 직접 넘어야 한단 말이야?”

목진이 깜짝 놀라 물었다.

“네가 본체로 변해 나를 업고 가면 안 될…….”

목진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구유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천천히 다가가 물었다.

“목진아, 내 몸에 올라타고 싶어?”

이에 목진은 머쓱하게 웃더니 바로 도망갔는데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위쪽에서 난폭한 영력이 휘몰아치며 커다란 날개가 나타나 그를 내리쳤다.

바다에 빠진 목진은 겨우 수면 위로 올라왔는데 위쪽에서 구유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나오기만 해봐, 바다를 헤엄쳐 가는 것도 너한테는 수련이야.”

목진은 씩씩거렸으나 언젠가 구유보다 실력이 강해지면 꼼짝 못 하게 잡고 엉덩이를 때리리라 다짐하면서 일단 참기로 했다.

“구유, 딱 기다려!”

소년은 속으로 포효하며 열심히 헤엄쳤다.

* * *

천라대륙에 이르는 과정은 지루했지만, 구유와 약속한 수련 때문에 그럴 겨를이 없었다. 오히려 너무 괴로웠다.

영력에 영성을 부여하는 것은 지존급 강자한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비록 목진은 영력을 구유화와 융합한 적이 있지만 그건 영력에 영성을 부여하는 것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였다.

더구나 목진이 영력과 융합하고자 하는 것은 구유화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강력한 불사화였다!

게다가 구유의 수련법은 상당히 직접적이고 난폭했다. 체내의 불사화를 막무가내로 목진의 체내에 들이더니 그 속에 숨은 지존해를 찾아 불어넣었다.

불사화의 고온에 목진은 지존해 전체가 활활 타오르다 부서질 것 같았고 영력이 비등하는 고통에 죽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구유는 마침 목진이 곧 버티지 못할 때, 불사화를 거두었다가 지존해 속의 영력이 안정을 되찾으면 다시 불사화를 불어넣었다.

반복적인 고통에 목진은 죽는 것보다 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구유의 말대로 불사화는 구유화와 비교하면 차이가 엄청나 목진이 바로 융합을 시작하면 영력이 소진될 뿐만 아니라 지존해마저 파손될 거라 일단 영력이 불사화에 적응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런데 그 적응이란 것이 바로 불사화로 영력을 반복적으로 불태우는 것이었고, 많이 맞으면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 구유의 생각이었다.

목진의 영력이 불사화에 적응하면 그제야 융합을 시작할 테니 수련이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이 세상에 거저 얻는 힘은 없었다. 소년은 영력에 영성을 부여하기 위해 이 정도 고통은 견뎌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한편, 목진이 수련을 마치면 구유의 안색도 조금 창백해졌다. 불사화도 그녀도 어렵게 수련해 얻은 거라 제아무리 신수가 되었다고 해도 매일같이 목진한테 이를 공급해주는 것은 조금 무리였다.

구유마저도 자신을 희생하며 버티는데 목진이 포기하면 어쩐단 말인가?

고통스러운 수련은 계속되었지만 두 사람이 천라대륙을 향한 속도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 어느덧 보름이 지나 그들은 지극히 드넓은 대륙들을 여러 군데 지났다.

처음 대천세계에 발을 들인 목진은 보이는 것마다 새롭고 궁금했지만 어느새 적응해 대부분의 힘을 수련하는데 쏟아부었다.

또한, 목진과 구유는 천재지물인 대일허공과(大日虛空果)와 불멸신엽에 관한 소식을 캐묻곤 하였다. 이는 목진이 대일불멸신을 수련하는데 절대 빠져서는 안 될 재료들이기 때문이었다.

이 두 가지 천재지보는 목진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희귀해 아무리 캐물어도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 역시 지존급 강자들마저 욕심내는 물건인지라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특히 대일허공과는 일단 얻으면 제련해 지존해에 넣을 수 있는데 녀석은 태양처럼 지존해의 영력을 부단히 비춰 수련자 체내의 영력에 태양의 힘이 깃들어 상당히 난폭해지게 한다.

이토록 강한 영력의 힘을 끌어올리는 보물을 누가 원하지 않을까?

그리고 불멸신엽은 ‘체신엽(替身葉)’으로도 불리는데 언젠가 피할 수 없을 만큼 무서운 재난이 닥쳤을 때, 녀석이 목숨을 구해준다는 것을 뜻해 붙여진 별칭이었다.

불멸신엽을 얻은 자는 목숨이 두 개나 더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다만, 그 공격이 일정 정도를 넘으면 아무리 불멸신엽이라도 별수 없겠지만 지닌 것 자체가 큰 힘이 되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목진은 두 보물이 얼마나 희귀한지 알게 된 뒤로 학원 대회에서 구양신지를 얻은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 깨달았다. 구양신지는 불멸신엽이나 대일허공과 못지않게 진귀한 보물이었다.

* * *

눈 깜짝할 사이에 한 달이 지났다.

목진과 구유는 한시도 쉬지 않고 수십 개 대륙을 넘었는데 그중에는 북창 대륙보다 작은 대륙이 있는가 하면 유난히 크지만 천라 대륙보다는 작고 실력은 북창 대륙보다 훨씬 뛰어난 대륙도 있었다.

목진은 수십 개 대륙을 지나며 다른 종족도 적잖게 마주쳐 견식을 넓혔고 수련에도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는 죽기보다 더한 고통을 수도 없이 견뎌내더니 지존해의 영력이 드디어 불사화에 적응해 처음보다 견디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실제 고통의 차이는 크게 나지는 않았지만 목진은 인제야 살 것 같았다.

그날 저녁, 목진은 한 산봉우리에 조용히 앉아 멀리 떨어진 웅장한 도시를 바라봤다.

규모가 꽤 큰 도시는 등불을 잔뜩 켜 대낮처럼 환했고 지금도 수많은 사람이 하늘을 가르며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도시는 열염성(烈炎城)이란 곳이었다. 목진이 밟고 있는 땅은 열염대륙(烈炎大陸)으로 대부분 사막으로 이루어져 천지의 영력이 다른 곳보다 더 뜨거웠다.

이곳 열염성에 다음 대륙으로 향하는 전송 영진이 있지만 목진과 구유는 성 밖에 자리를 잡았다. 오늘 밤, 목진의 수련이 중요한 시기에 들어섰기 때문이었다.

소년은 지존해 속의 영력에서 미묘한 느낌이 느껴졌는데 그건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상당히 중요한 것만은 확실했다.

이에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더니 눈이 더없이 환해졌고, 체내의 영력이 한계치에 도달한 것이 느껴졌다.

“난 오늘 불사화를 영력과 융합해볼까 해.”

목진이 고개를 돌려 모닥불 앞에 앉아있는 구유한테 말을 건네자 소녀는 흠칫 놀라더니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가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한 달밖에 안 되었는데 너무 급한 것 아니야?”

구유는 두 달에 거쳐 목진의 영력과 불사화를 융합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소년은 겨우 한 달 만에 벌써 융합을 마치려 하고 있었다.

영력과 불사화를 융합하는 것은 엄청나게 위험한 일로 자칫하면 두 사람한테 모두 피해가 갈 수 있었다.

“내가 황급히 내린 결정이 아니라 진짜 융합해도 될 것 같아서 그래.”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는 어렵게 느낀 미묘한 느낌을 이대로 흘려보내면 다음번에 또 언제 나타날지 몰라 기회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알겠어.”

구유는 한껏 진지해진 얼굴로 목진을 보더니 머뭇거리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수고해줘.”

목진은 방긋 웃더니 서서히 눈을 감고 마음을 움직여 지존해에 들어갔다. 지존해 속의 웅장한 영력은 엄청난 파도를 일으켰고 한 달 전과 달리 영력에 보랏빛이 돌았다.

한 달 동안 구유의 불사화로 적응시킨 결과물이었다.

쏴아아아.

그때 지존해 위쪽에 청량한 물소리가 들리더니 빛의 그림자가 나타났는데 목진과 똑같게 생긴 그의 신백이었다.

지존해를 만든 뒤로 목진의 신백도 지존해에 숨어들었다. 신백은 허공에 내려앉아 고개를 들고 중얼거렸다.

“시작하자.”

이에 구유도 목진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한 달 동안의 노력은 전부 오늘을 위해서였다.

구유는 가볍게 숨을 내뱉더니 길쭉한 손으로 소년의 미간을 가볍게 찍었는데 보라색 화염이 미세한 불기둥이 되어 목진의 체내로 들어갔다.

소년은 온몸을 파르르 떨더니 이를 악물며 버텼고 지존해 속에 앉아있던 목진의 신백은 잔뜩 정색한 채 고개를 들고 기세등등하게 몰려오는 불사화를 바라봤다.

불사화는 그제야 진정한 위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목진의 노력은 오늘에서야 비로소 빛을 발할 것이다.

보라색 화해는 공간을 가를 듯 무서운 기세로 휘몰아쳐 온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목진은 지존해에서 점차 끓어오르는 영력에 온몸이 활활 타오르는 것 같았다.

“불사화의 위력은 역시 엄청나…….”

목진의 신백은 불사화의 진정한 위력을 실감하더니 한 달 동안 구유가 얼마나 많이 봐줬는지 깨달았다.

만약 구유가 목진을 죽일 작정이었다면 지존해는 순간 잿더미가 되었을 것이다.

“네가 아무리 대단해도 난 오늘 널 내 영력과 완벽히 융합할 거야!”

목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불사화를 보더니 깊게 숨을 들이키며 손을 휘익 저었다.

쿵!

이에 웅장한 지존해에서 엄청난 파도가 일더니 어느새 만 장 정도 되어 보라색 화해를 공격했는데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그러나 엄청나 보이는 영력 공격은 보라색 화염에 닿자마자 증발해 지존해 위쪽에 안개로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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