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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406화 (405/1,000)

406화. 불사화 융합

쿵!

한편, 보라색 화해도 그 엄청난 위력을 뽐내기 시작했고, 한데 모이더니 불기둥이 되어 내리꽂혔다.

쿵! 쿵!

보라색 불기둥은 지존해에 꽂혀 엄청난 파도를 일으켰고 지존해는 순간 끓어올랐는데 목진은 지존해 속의 영력이 조금씩 증발하는 것이 느껴졌다.

목진이 진정한 힘을 선보인 불사화와 영력을 융합하려면 스스로 녀석과 싸워 이겨야만 했다.

영력의 융합에 지름길 따위는 없었다.

“과연 누가 끝까지 버티나 보자.”

목진이 이내 정색하며 손을 휘익 젓자 지존해에 순간 만 장 크기의 파도가 일었고 웅장한 영력이 커다란 소용돌이를 만들어 보라색 화염을 감쌌다.

이렇게 두 갈래 힘은 정면으로 맞섰지만 난폭한 충격파를 형성하지는 않았다. 지존해 속의 영력은 보라색 화염에 닿자마자 증발했다. 그러나 목진은 여전히 태연하게 앉아 공격을 개시했다.

영력은 계속 증발했고 웅장한 지존해 표면에서 물거품이 끊임없이 생성되었다. 또 그 내부는 짙은 보라색을 띠었고 깊숙한 곳에서 보라색 화염이 활활 타올라 지존해는 점점 줄어들었다.

엄청난 고온 때문에 이곳 공간마저도 조금씩 일그러지더니 곧 부서질 것 같았다.

산봉우리에 앉아있던 목진의 본체는 어느새 빨갛게 달아올랐고 옷은 잿더미가 된 지 오래되었다. 게다가 얼굴은 엄청난 고통을 견디느라 한껏 일그러진 채 계속 땀을 흘렸지만 땀은 순식간에 증발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목진이 앉아있는 지면에도 균열이 일기 시작하자 엄청난 속도로 주위에 퍼져나갔다.

어느새 소년의 미간에서 손을 뗀 구유는 이를 악물고 온몸이 빨개진 목진을 바라봤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더는 없었다. 영력을 불사화와 융합할 수 있을지는 결국 목진한테 달렸다.

“목진아, 부디 힘내.”

구유는 주먹을 꽉 쥐며 중얼거렸다.

한편, 지존해는 여전히 엄청난 고온에 휩싸여 있었다.

시간은 유난히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고 끓어오르던 지존해 속의 웅장한 영력도 계속 증발했다.

계속된 융합 시도에 목진은 피로감을 느꼈는데 신백의 몸 표면에도 파문이 일기 시작했고 정신도 흐릿해졌다. 불사화가 너무 난폭해 영력을 태울 뿐만 아니라 신백에게까지 영향을 준 것이다.

목진이 일단 정신을 잃으면 융합에 실패할 뿐만 아니라 지존해는 불사화에 타 없어질 것이고 신백을 포함해 온몸이 잿더미가 되어 사라질 것이다.

불사화처럼 엄청난 물질을 융합하려면 역시 상당한 위험을 부담해야만 했다.

목진은 정신이 점차 혼미해졌지만 끝까지 정신줄을 부여잡고 있었다. 여기서 정신을 잃으면 후과가 엄청나다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소녀와 한 약속을 떠올렸다. 그래서 절대 포기할 수도, 이대로 여기서 이번 생을 그만둘 수도 없었다.

어느새 지존해 속의 공간은 엄청난 고온으로 한껏 일그러졌고 안개가 자욱하여 코앞마저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는데 목진의 신백은 한껏 어두워진 채 눈을 감고 조용히 허공에 앉아있었다.

그는 외부의 간섭 따위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혼미해졌지만 간신히 정신줄을 부여잡았다. 그것은 험난한 바다 위에 놓인 자그마한 배처럼 엎어질 듯 말 듯 했지만 끝까지 버텼다.

강력한 불사화를 상대할 힘이 전혀 없는 목진은 참아낼 수밖에 없었는데 참는 것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이 싸움은 더 오래 버티는 자의 승리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목진은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를 지경이 되었는데 길지 않은 시간이 마치 백 년처럼 느껴졌다.

이와 동시에, 목진은 정신이 한껏 흐릿해져 비몽사몽 상태에 이르렀다.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 수련하는 건가? 설마 실패한 건가? 이대로 잠들었으면 좋겠어…….”

가끔씩 전해지는 파동은 목진이 조금이나마 잡고 있던 정신을 점차 어둠 속으로 빠져들게 하였다. 언제 완전히 의식을 잃을지는 아무도 몰랐다.

구유는 잔뜩 긴장한 채 허공에 떠올라 아래쪽에 빨갛게 그을린 산봉우리를 내려다봤는데 식물들은 이미 잿더미가 되었고 목진은 여전히 제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런데 구유는 더는 괴로워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있는 목진이 왠지 걱정되었다.

목진이 본인 의지로 깨어나지 못하면 흐릿한 정신의 세계에 빠져 더는 돌아오지 못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그녀는 이를 악물고 손을 가볍게 들었다가 다시 내렸다. 구유는 짧은 시간 동안, 강제로 목진을 도울 생각을 수도 없이 많이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그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까 봐 차마 나서지 못한 것이다.

“목진아, 넌 절세의 강자가 되겠다고 그녀와 약속했잖아…….”

구유가 서서히 눈을 감으며 속으로 중얼거리자 목진의 흐릿했던 뇌리에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목소리는 아주 작게 들렸지만 목진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난 절세의 강자가 되겠다고 낙리와 약속했으니까 절대 여기서 멈출 수 없어. 당장 깨어나!”

마지막 외침과 함께 흐릿했던 목진의 정신은 바로 또렷해졌고 열 배 정도 작아졌던 그의 신백은 파르르 떨더니 꼭 감았던 눈을 조금씩 떴다.

신백이 짙은 보라색 안개에 휩싸인 지존해를 보며 천천히 일어나 옷깃을 휘날리자 광풍이 일어 안개가 가셨고 웅장한 바다가 다시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짙은 보랏빛을 띤 지존해 수평면에 보라색 화염이 요동쳤고 끓어올랐던 바닷물은 어느새 잔잔해졌으며 바닷속에 엄청난 보라색 화염이 깃들어 있었다.

목진의 신백은 잔잔한 지존해를 보더니 담담하게 웃었다.

“성공한 건가…….”

목진이 서서히 두 손을 벌리자 발아래에서 웅장한 영력이 솟구쳐 한껏 작아졌던 신백은 바로 원래대로 돌아왔다. 또한, 몸 표면에 보랏빛이 돌았으며 눈동자에마저 보라색 화염이 이글거렸다.

목진의 신백은 전보다 훨씬 강력해졌다.

잇따라 소년이 손바닥을 내밀자 지존해에서 웅장한 보라색 영력이 솟구쳐 손바닥에 모이더니 보랏빛 화염처럼 활활 타올랐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신기한 힘이 휘몰아쳤다.

보라색 화염을 바라보는 목진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지존해 속의 영력이 폭등하지는 않았지만, 그 위력은 몇 배나 강력해졌다.

목진은 드디어 불사화를 융합하는 데 성공했다!

산봉우리에 조용히 앉아있던 목진의 피부는 어느새 정상으로 돌아왔고 무섭게 치솟던 고온도 사라졌다.

구유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내려와 조금 놀란 듯한 표정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보아하니 성공한 것 같았다.

그때 목진도 서서히 눈을 떴는데 눈동자에 보라색 화염이 활활 타오르는 것이 괴이하게 느껴졌다.

소년은 옆에 서 있는 예쁘장한 여인을 보더니 큰 짐을 덜어낸 듯 활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성공했어.”

기쁨에 차 목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옷이 순식간에 부스러졌다. 구유는 발가벗은 소년을 한껏 노려보더니 얼굴이 빨개진 채 고개를 휙 돌렸고 소년도 머쓱해 고개를 긁적이며 새로 옷을 꺼내 입었다.

구유는 한참 지나서야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돌아섰는데 소년을 바라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오해는 마, 사고였어.”

목진은 황급히 해명했다. 자신이 일부러 한 짓이라고 오해라도 받으면 구유는 바로 그를 죽도록 때릴지도 모른다.

이에 구유는 콧방귀를 뀌며 물었다.

“성공한 거야?”

목진은 그제야 다시 화색이 되어 고개를 끄덕이고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보라색 영력이 나타났는데 가장 깊숙한 곳에 보라색 화염이 이글거리는 것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러다 목진이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보라색 영력은 멀지않은 곳에 있는 산맥을 공격했는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산 전체가 부서졌고 엄청난 고온이 그 주위에 자란 식물들을 순식간에 태워 없앴다.

목진은 무너지며 녹아내린 산맥을 보고 흠칫 놀랐다. 그의 영력은 전과 다를 바 없었으나 공격력은 훨씬 뛰어났고 사용하기가 더 편해졌다. 또한, 영력은 그의 몸을 떠나도 바로 흩어지지 않고 남아있는 의지로 공격을 계속했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점이었다.

보통, 영력은 수련자의 몸을 벗어나면 점차 사라지기 마련인데 영성이 부여된 목진의 영력은 힘을 다할 때까지 그 속에 남은 의지로 공격을 계속했다.

하여 그 힘이 적의 몸에 스며들면 엄청난 정력을 소진하지 않고서는 절대 없앨 수 없었다. 특히 목진의 영력에 깃든 불사화를 없애긴 더 어렵다. 몇 배는 더 공을 들여야 할 것이고 없애는 데 성공해도 체내는 이미 만신창이가 됐을 것이다.

목진은 영력의 변화에 이내 감탄했다. 역시 지존경에 이르러야 지존급 강자의 강력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영력도 이렇게 신기한 것인 줄 몰랐다.

“네 지존해 속 영력은 스스로 조금씩 쌓아 만든 거고, 불사화와 융합까지 했으니 일품 지존 중에서 영력만 비교하면 너를 뛰어넘을 사람은 많지 않을 거야.”

구유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지만 이건 상대방이 지존법신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건 잊지 마.”

“지존법신이라…….”

목진은 이내 한숨을 쉬었다. 지존법신은 지존급 강자에게 엄청난 전투력을 부여해 손쉽게 산을 가를 수도 있을 정도로 위력이 엄청났다.

“대일불멸신은 과연 어느 정도의 위력을 선보일까?”

이러한 생각이 들자 목진은 자못 기대되었다. 대일불멸신의 힘은 목진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다.

다만, 대일불멸신을 수련하려면 불멸신엽과 허공대일과를 얻어야 하는데 이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목진과 구유는 수십 개 대륙을 지나면서 수많은 경매장을 들렀지만 두 가지 모두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때 목진의 마음을 읽은 구유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우리가 가는 길에 보물들을 얻지 못해도 천라대륙에는 분명 있을 거야. 초대륙은 우리가 여태껏 지난 대륙보다 훨씬 대단하잖아?”

이에 목진은 조금이나마 안심했다.

“그리고…….”

구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대라천역에 대라금지(大羅金池)란 곳이 있는데 천라대륙에서도 유명한 곳이야. 그곳은 지존법신을 더 완벽하게 가꿔주는 신비로운 힘이 있는데 운이 좋으면 무한의 금광(無量金光)을 얻을 수도 있어.”

“무한의 금광은 뭔데?”

목진이 어리둥절해 물었다.

“지존법신 자체도 강력하긴 하지만 무한의 금광을 얻으면 더 강해지지. 무한의 금광은 엄청난 방어력을 자랑하여 지존법신이 깨지지 않도록 도와줘. 그런데 무한의 금광을 얻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야. 대라천역의 대라금지에서 무한의 금광을 얻은 사람은 몇 명 안된다고 들었어.”

구유의 말에 목진은 혀를 끌끌 찼다. 지존법신을 강화하는 존재도 있다니. 얼마나 많은 지존급 강자가 그것을 탐낼까.

“그러니까 나와 함께 대라천역에 가게 되면 대라금지에 꼭 들어가.”

“일정한 조건을 만족해야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야?”

구유의 말에 목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라금지의 힘이 엄청나다면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것이 정상이었다. 이에 구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라천역의 대라금지는 통령급이 되어야 비로소 사용할 수 있고 3년에 한 번씩 기회가 주어지는데 들어갈 수 있는 인원수가 제한되어있어.”

구유는 목진을 노려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대라천역에 들어가면 꼭 통령이 되어야 해.”

“뭐?”

“대라천역에 역주가 있는데 너무 신비로워 아무도 그의 행방을 몰라. 하여 대라천역의 주요한 사무는 역주 바로 밑에 있는 삼황이 맡아서 해. 그리고 삼황 아래에 구왕이 있는데 내가 그 9명 중 하나야.”

구유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구왕 아래에 각 통령이 있는데 그 자리는 지존급에 이르러야만 차지할 자격이 생겨.”

“지존급에 이르러야 비로소 자격이 생기다니…….”

목진은 씁쓸하게 웃었다. 아직 일품 지존도 아닌 그가 통령이 되려면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구유가 최대한 빨리 영력 융합을 마치라고 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못 해낼 것 같아?”

구유가 나지막하게 묻는 말에 목진은 방긋 웃더니 기지개를 켜며 답했다.

“이번 기회에 대천세계의 강자가 얼마나 강한지 직접 확인하지 뭐. 통령 따위가 날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

구유는 그제야 만족하듯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목진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구유를 노려보며 말했다.

구유는 북창대륙을 떠난 순간부터 목진을 위해 모든 것을 계획했다. 목진은 아직 대라금지가 대라천역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존재인지는 잘 몰랐다. 그녀가 아무리 구왕 중 한 명이라 해도 마음대로 사용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짐작했기에 구유가 정말 고마웠다.

“괜찮아. 너무 비참하게 패배해 내 체면만 깎지 않으면 돼.”

구유는 입을 삐쭉 내밀더니 흥얼거리며 말했다.

“이제 가자.”

소녀가 손을 휘익 저으며 말하더니 바로 한 줄기 빛이 되어 떠나자 목진도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구유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통령이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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