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주재-407화 (406/1,000)

407화. 상성(商城)

목진과 구유는 그 후로 한 달 동안 한시도 쉬지 않고 대륙들을 넘어 천라대륙과 점차 가까워졌는데 어느 날, 두 사람의 속도가 드디어 느려졌다.

그들은 현재 상지대륙이란 곳에 도착했는데 이곳에 바로 천라대륙으로 가는 전송진이 있어 마지막 경유지나 마찬가지였다.

한편, 상지대륙은 십수 개의 대륙과 연결되어 가장 큰 경매장을 소유하고 있었고 수많은 천재지보와 신물, 신술도 여러 방법으로 흘러들었다.

비록 일부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얻은 것이 아니겠지만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 이곳에서는 지존영액만 충분하다면 원하는 바를 모두 찾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여 목진도 오랜만에 설레었다.

상지대륙은 말 그대로 상업을 주업으로 하는 대륙으로 이곳에는 유명한 경매장이 정말 많았다. 땅이 크지는 않지만 대천세계에서 그 명성이 자자했다.

그것은 모두 이곳에 흘러든 수많은 보물 때문이었는데 여러 곳의 보물이 이곳에 모였다가 각 경매장을 통해 팔리곤 했다.

그래서 상지대륙에서는 지존영액만 충분하면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룰 수 있다는 말을 내걸었다. 엄청난 자신감이었다.

상지대륙은 크고 작은 세력이 수도 없이 많고 대부분 경매장의 뒷배가 상당해 그 보물을 훔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수백 년 전, 한 정예 세력의 우두머리가 신물 하나를 얻으려다 실패해 그 자리에서 물건을 빼앗고 경매장 관리자와 물건의 원래 소유주를 죽였다.

그 일은 바로 상지대륙 전체에 알려졌다. 십수 일 만에 해당 세력은 여러 강대 세력의 공격에 큰 타격을 입었고 우두머리마저 중상을 입고 다시 신물을 돌려주며 거액의 보상금까지 지불했다.

그 뒤로 아무도 감히 상지대륙의 규칙을 어기고 경매장에서 물건을 훔치거나 빼앗고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

이러한 규칙 때문에 상지대륙은 대천세계에서 더 유명해졌고 수많은 수련자가 마음에 드는 보물을 얻기 위해 점점 더 많이 몰려들었다.

목진 역시 이곳에서 허공대일과와 불멸신엽에 관한 소식을 얻었다.

* * *

상성은 상지대륙의 주요한 도시로 중심부에 있었고 그 규모는 대륙에서 가장 컸다.

목진은 상성 밖에서 고개를 들어 천신이 만든 것 같은 휘황찬란한 도성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도성의 성벽은 수백 장 정도로 높았고 어두운 성벽 표면은 음산한 빛을 발했으며 양쪽으로 끝없이 뻗어 있었다.

그리고 성벽 위에 커다란 빛의 부적이 번쩍이며 무서운 영력 파동을 발했고 방대한 빛기둥이 하늘 높이 솟아올라 광막을 형성해 도성을 보호하고 있었다.

하여 도성에 들어가려면 성문을 통하는 길밖에 없었고 날아 들어가려는 사람이 생기면 영진을 발동해 침입자를 사정없이 공격했다.

“진법이 엄청나군.”

목진은 도성 위쪽 하늘에 쳐진 커다란 광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수만 장 정도 크기의 광진은 수많은 광선이 얽히고설켜 형성된 아주 복잡한 영진이었다.

“영진 종사가 설치한 영진이라 지지존이라도 바로 뚫을 수 없다고 들었어.”

“영진 종사라…….”

목진은 몰래 혀를 끌끌 찼다. 지지존이 영진을 쳐서 도성을 보호한다니, 상성은 역시 대단했다.

“얼른 들어가자. 네가 찾는 물건이 오늘 경매장에서 경매에 나온다고 하는데 얻을 수 있을지는 아무리 나라도 확답해 줄 수 없어.”

구유가 무안한 듯 웃으며 말했다. 허공대일과와 불멸신엽은 지극히 진귀한 천재지보라 경매장에서 얻으려면 엄청난 대가를 치뤄도 성공 여부를 확정 짓기가 어려웠다.

이곳에 보물을 찾으러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느 정도 뒷배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목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개자탁을 만지작거리며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가 비록 구유의 도움으로 유적대륙에서 얻은 취영완의 봉인 일부를 뚫고 지존영액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두 가지 보물을 전부 얻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어렵게 얻은 소식이니만큼 절대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때 구유가 소년의 어깨를 다독이더니 먼저 도성으로 들어갔다. 늘씬한 몸매에 예쁘장한 얼굴과 요염한 눈빛에서 흘러나오는 야성미에 사내들은 대부분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에 구유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더니 바로 목진의 팔을 끌어안고 함께 앞으로 향했다.

목진은 팔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촉감에 깜짝 놀랐으나 주위의 시선을 느끼고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는 지금 구유에게 이용당하는 중이었다.

구유는 함께 도성에 들어가 사람들이 더는 그녀를 쳐다보지 않자 곧바로 팔을 놓았다.

“매정하기는…….”

목진이 투덜대자 구유가 배시시 웃으며 다가가 물었다.

“왜, 아쉬워? 언제든 네가 나보다 실력이 뛰어나면 네가 원하는 건 다 들어줄 수 있어. 그런데 네 몸이 나를 받아들일 수나 있을지 모르겠네?”

이에 목진은 소녀를 흘겨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구유가 이렇게까지 활달한 새일 줄은 몰랐다.

잇따라 목진은 도성 곳곳을 훑어봤는데 상당히 넓은 거리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고, 거리 양측에 있는 각양각색의 점포에서 내뿜는 웅장한 영력은 이들이 판매하는 물건이 절대 보통 물건이 아니란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보통 점포마저 이 정도라면 경매장은 도대체 어느정도란 말인가?

“바로 경매장으로 가자.”

잠시 감탄하던 목진은 한시라도 빨리 꿈에도 그리던 두 보물을 직접 보고 싶어졌다.

“그러자.”

구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목진과 함께 사람들을 가르며 도성 중심으로 향했다. 지나는 가게마다 선보인 보물이 굉장해 목진은 하나같이 탐이 났다. 대일불멸신을 수련하는 데 필요한 두 가지 천재지보를 사기 위해 지존영액을 아껴야 하지 않았으면 그는 이미 한, 두 가지쯤 구매했을 것이다.

이곳저곳 살피느라 이들은 한 시진이 걸려서야 경매장 근처에 도착했다.

도성의 가장 중심에 있는 경매장은 상성에서 제일 큰 경매장이었다. 목진은 바로 발걸음을 재촉하려 했는데 갑자기 옆쪽이 소란한 것이 느껴져 힐끗 쳐다보니 한 가게의 뚱뚱한 주인이 얼굴을 붉히며 포효하고 있었다.

“감히 상성에서 소란을 피워? 죽고 싶어 환장했어?”

상점주인 맞은편에는 있는 것은 부채를 든 백의 소년으로 새하얀 피부에 준수한 외모를 지녔다.

“백 년 영과 한 알을 먹은 것뿐인데 왜 소리는 지르고 그래!”

맑은 소년의 목소리에 목진은 흠칫 놀라 다시 소년을 봤는데 정교한 얼굴에 여리여리한 것이 영락없는 여인이었다.

“그럼 돈이나 내! 백 년 영과는 지존영액 200방울이니까 빨리 내놔!”

상점 주인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외쳤다. 옷차림이 범상치 않아 유명한 파벌의 공자라고 생각했는데 백 년 영과를 꺼내자마자 입에 넣을 줄 몰랐던 것이다!

이에 사내 옷을 입은 백의 소녀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지존영액을 가져오는 걸 깜빡한 것뿐이니까 다음번에 돌려줄게.”

그녀의 말에 구경꾼들은 혀를 끌끌 내둘렀고 상점주인은 목덜미를 잡고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정작 목진은 재미있는 듯 피식 웃었다.

“오늘 지존영액을 주지 않으면 여기서 나갈 생각은 하지도 마. 감히 상성에서 난동을 부려? 죽고 싶어 환장했지!”

상점 주인이 씩씩거리며 손을 휘익 젓자 호위들이 기세등등하게 걸어왔다.

백의 소녀는 순간 미간을 찌푸리며 외쳤다.

“너희가 감히! 아버지더러 이곳을 부숴버리라고 할 거야!”

상점 주인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감히 상성에서 이따위 말을 지껄이다니, 참 겁도 없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그때, 한참 상황을 지켜보던 목진이 옥병 하나를 던지며 말했다.

“지존영액 200방울이야.”

상점 주인이 옥병을 건네받아 확인하더니 바로 간사하게 웃으며 목진을 보더니 씩씩거리는 소녀를 한껏 노려보며 말했다.

“운 좋은 줄 알아!”

“젠장!”

백의 소녀는 너무 화가 나 이를 악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여태껏 살며 이런 수모를 겪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목진은 흐뭇하게 소녀를 바라보더니 구유와 함께 떠나려 했다. 소녀가 상성에서 잘못을 저지르면 후과가 어떤지 모르는 것 같아 도와준 것뿐이었다.

“저기!”

그런데 뒤쪽에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소녀가 황급히 뛰어와 얼굴이 발그레해진 채 말했다.

“그…… 고마워.”

이에 목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겁도 없이 감히 상성에서 공짜로 물건을 취할 생각을 한 거야?”

“집에서 바삐 나오느라 가져오는 걸 까먹었을 뿐이야. 그리고 백 년 영과의 냄새가 너무 향긋해서 미처 참지 못하고…….”

백의 소녀는 씩씩거리더니 점차 소리가 줄어들었다.

“난 빚 지는 성격이 아니니까 이름을 알려줘. 내 반드시 지존영액을 갚을게.”

목진은 바로 거절하려고 했는데 백의 소녀의 눈빛이 너무 진지해 웃으며 말했다.

“난 목진이야.”

목진이 말을 마치고 떠나자 백의 소녀는 손을 휘익 저으며 외쳤다.

“난 임정(林靜)이라고 해.”

“저 사람은 절대 평범한 사람이 아니야.”

구유는 멀리 떨어져 뒤쪽을 보더니 갑자기 입을 열었다.

“뭐?”

목진이 흠칫 놀라며 물었다.

“너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실력은 절대 너 못지않아.”

구유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어갔다.

“저렇게 어린 나이에 저 정도 성과를 내려면 스승이 엄청나다는 말이고, 그 또한 출신이 범상치 않다는 소리지.”

목진은 금세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백의 소녀의 출신이 범상치 않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하긴, 강자가 많은 대천세계에서 아무런 뒷배도 없이 함부로 이런 곳에 뛰어들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난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하진 않았어.”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예쁘장한 소녀가 불필요한 일로 위험한 상황에 빠질까 봐 걱정되어 도운 것뿐이었다.

또한, 상지대륙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들은 바가 있어 백의 소녀의 뒷배가 상당하다고 해도 이런 상황은 모면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이에 구유도 가볍게 웃더니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

목진과 구유가 계속 걸어 한쪽으로 굽어들자 앞쪽에 산처럼 커다란 건물이 우뚝 솟아올랐고 웅장한 영력이 빛기둥처럼 하늘 높이 솟구쳤다.

목진은 대전 밖에서부터 호호탕탕 몰려드는 인파를 보더니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지 경매장이라…….”

구유는 대전 밖에 걸린 금광을 발하는 글을 보더니 이내 웃으며 말했다.

“여기인 것 같아.”

“규모가 엄청나군.”

목진은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대전은 홍황의 영수처럼 입을 쩍 벌리고 사람들을 전부 삼켰는데 그렇게나 많은 사람이 들어갔는데도 전혀 비좁아 보이지 않았다.

“이 대전은…….”

대전을 뚫어지라 쳐다보던 목진은 흠칫 놀랐다. 건물에서 특이한 파동을 읽은 것이다.

“이건 신기야.”

구유도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신기로 경매장을 만들다니, 역시 대단해…….”

대전은 건물이 아니라 신기였고 특수한 파동이 느껴졌다.

“대단하군.”

“얼른 가자.”

구유는 손을 휘두르더니 목진과 함께 웅장한 대전으로 들어갔는데 주위에 공간 파동이 느껴지며 눈앞이 잠시 흐릿해지다가 다시 또렷해졌다.

대전은 생각보다 넓었는데 바닥을 눈부신 수정으로 깔아 그런지 유난히 밝았고 사람들이 계속 지나다니는데도 전혀 비좁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목진은 대전에 들어와 주위를 훑으며 혀를 내둘렀다. 이곳은 북창령원의 영치전보다 훨씬 크고 웅장했다.

한편, 구유는 바로 계산대로 찾아가 지존영액 10방울과 경매장 출입권 두 장을 바꾼 뒤, 목진을 끌고 광문을 넘었다.

그 뒤에는 경기장처럼 생긴 곳이 있었는데 십만 명도 넘는 사람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컸고 지금도 이미 사람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목진은 꽤 익숙해졌는지 더는 놀라지 않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