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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411화 (410/1,000)

411화. 구룡구상술(九龍九象術)

묵청 대사의 수중에서 금광이 비치더니 황금색 족자가 나타났는데 아주 오래 돼 보였고 상고로부터 전해진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러다 금광이 용의 형태를 갖추며 엄청난 위엄을 뽐내자 사람들은 황금색 족자가 예사롭지 않은 물건이란 것을 느꼈다.

이때, 묵청이 가볍게 황금색 족자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 물건은 상고신전에서 비롯된 신술로 조금 파손됐지만 준대원만급 신술이라고 하겠소. 누군가 이 속의 도리를 터득하고 수련하는 데 성공하면 그 위력은 충분히 대원만신술을 뛰어넘을 수 있소.”

“대원만 등급을 뛰어넘은 신술이라…….”

그 말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대원만급 신술은 각 대륙의 정예 세력들에게도 중요한 보물로 꼽힐 만큼 소중한 것이었고, 핵심 위치에 오른 이들만 수련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묵청이 들고 있는 준대원만급 신술을 수련하면 대원만급을 뛰어넘는다고 말한 것이다.

목진도 놀라긴 했지만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이 모든 건 일단 그 속의 내용을 전부 터득하고 수련하는 데까지 성공해야 가능했다.

“준대원만급 신술이 수련하기 쉽지 않다는 소린가?”

그때 선호종의 심호 선녀가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 그녀도 목진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허허, 역시 심호 선녀다운 질문이오.”

묵청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준대원만급 신술을 수련하는 데 성공한 사람은 아직 단 한 명도 없소. 이는 진정한 대원만급 신술보다 더 심오하고 난해하기 때문이오.”

여태껏 수련에 성공한 사람이 없다니, 도대체 얼마나 엄청난 신술이란 말인가!

사람들은 금세 이해가 되었다. 만약 신술의 주인이 이를 수련하는 데 성공했다면 경매에 내놓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를 익히는 것은 엄청난 필살기를 장악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런가?”

유명도 히쭉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흥미진진하게 황금색 족자를 쳐다봤다.

“난 아직 그런 신술을 보지 못했으니 오늘 그 정체를 봐야겠네.”

유명이 어린 나이에 1품 지존이 되었다는 것은 천현전의 도움도 있겠지만 천부적인 재능도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하여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그는 이 세상에 자신이 수련할 수 없는 신술이 있다는 걸 믿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앞쪽 천막으로 가려진 방에 있는 사람 중 대부분이 흥미진진하게 족자를 바라봤다. 묵청의 말대로 신술의 위력이 엄청나다면 이를 얻는 것은 엄청나게 좋은 일이었다.

“이 신술은 구룡구상술로 경매가가 지존영액 2만 방울이오.”

묵청의 무덤덤한 말소리에 다들 얼굴에 경련이 일었고 목진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가 비록 구룡구상술에 관심이 많다고 해도 정예 세력들과 이를 다툴 생각은 없었다.

현재, 구룡구상술의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자는 아마 뒷배가 든든한 정예 세력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 외로 경쟁이 유난히 치열했다. 다들 마지막 경매품만 보고 조용히 앉아있다가 지금에야 입을 연 것이다.

이에 값이 미친 듯이 올랐고 눈 깜짝할 사이에 가격이 지존영액 3만 방울이나 되었다!

이렇게 구룡구상술의 쟁탈전은 1각 정도 지속하다가 드디어 낙찰자가 생겼으니, 천현전의 유명이 지존영액 3만2천 방울의 가격으로 보물을 획득했다.

유명의 진짜 목표는 역시 구룡구상술이었는데 경매품 중 두 가지나 얻어 다들 적잖게 놀랐다. 그가 지존영액을 이렇게나 많이 가지고 왔을 줄은 몰랐다.

목진도 몰래 혀를 내둘렀다. 그는 허공대일과를 얻은 것이 엄청난 행운이란 생각이 들었다. 유명의 목표가 이것이 아니라 다행이었지, 아니었으면 빈손으로 돌아가야만 했을 것이다.

경매장의 보물들은 역시 뒷배가 든든한 놈이 차지하게 되어있었다.

유명이 부른 가격에 다른 경쟁자들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결국 포기했고 선호종의 심호 선녀도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유명도 참 대단해. 이렇게나 많은 지존영액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내놓다니, 제아무리 천현전이라도 손 떨리겠지?”

“감히 주제도 모르고…….”

그때 뒤에 서 있던 중년 남자가 무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

“구룡구상술은 매우 괴이해 보통 사람은 절대 수련할 수 없어요. 유명은 비록 천부적 재능이 있는 편이나 해당 신술을 수련하기엔 많이 부족하죠. 유명은 천라대륙의 젊은이 중에서는 중상에 속하지만, 그의 형인 유염(柳炎)과 비교하면 훨씬 뒤처질걸요.”

“허허, 유염은 천현전의 차기 전주이고 천라대륙에서도 명성이 자자하잖아?”

심호 선녀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도 유염 못지않아요.”

중년 사내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심호 선녀는 배시시 웃더니 목진 옆에 서 있는 구유에게 눈길을 돌렸다.

“저 아이도 꽤 대단한걸. 어린 나이에 저 정도 실력을 갖추긴 쉽지 않을 텐데 과연 어디 소속일까?”

“아마 유명이 알아서 수소문할 거예요.”

“그래?”

중년 남자의 답에 심호 선녀는 멈칫하더니 바로 깨닫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유명은 속이 참 좁아. 그런데 이번에는 저들을 건드린 걸 후회할 것 같은데…….”

어느새 경매가 끝나고 구룡구상술은 지존영액 3만2천 방울이란 엄청난 숫자에 유명한테 넘어갔다.

종소리가 울리자 사람들은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부러운 눈빛으로 유명을 바라봤다.

이에 유명은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그는 사람들의 이런 눈길을 즐기는 편이었고, 자기가 남들보다 우월해 보이는 것이 좋았다.

그런데 목진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구유, 임정과 함께 그곳을 떠났다. 유명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손으로 옥석 좌석을 가볍게 긁었는데 순간 반으로 갈라진 좌석의 절단면이 거울처럼 반듯하였다.

“목 장로, 저들한테 사람을 붙여. 저들을 철저히 감시해야겠어. 비록 상성 내부에서는 손을 쓸 수 없지만 일단 이곳을 떠나면 저들이 건드린 사람이 보통 인물이 아니란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겠어.”

유명이 무덤덤하게 말하자 검은색 도포를 입은 노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잇따라 유명은 옆 방에서 나온 심호 선녀의 요염한 자태와 영롱한 몸매를 보더니 이내 얼굴이 화색이 되었다.

* * *

목진은 구유, 임정과 함께 경매장에서 나와 물건을 가지러 갔는데 태양처럼 뜨겁고 눈부신 빛을 발하는 열매를 확인하고는 이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오늘 한 가지 재료를 얻었으니까 이제 불멸신엽만 얻으면 대일불멸신을 수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이토록 진귀한 보물을 조건으로 하는 지존법신의 위력은 과연 얼마나 강할지 자못 기대되었다.

“자, 받아.”

허공대일과를 거둔 목진은 임정에게 천화옥수를 건넸다.

이에 임정은 배시시 웃으며 물건을 건네받았다. 그녀는 이런 보물을 수도 없이 봐왔지만 자기 힘으로 따낸 것은 처음이라 너무 기뻤다.

“고마워.”

소녀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내가 더 고마워.”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임정이 준 호신영옥은 천화옥수보다 훨씬 값진 물건이었다.

“우리는 이만 여기서 헤어져야 할 것 같아.”

목진이 임정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들은 곧 치열한 전쟁을 치러야 해서 임정과 함께하면 그녀가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그런데 정작 임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위험한 상황에 빠진 친구를 두고 혼자 도망갈 사람으로 보여?”

소녀의 말에 목진은 깜짝 놀랐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같이 가자. 정 안 되면 함께 도망가면 되지.”

경매가 끝난 뒤, 목진은 상성을 바로 떠나지 않고 수련 객잔으로 들어갔다. 곧 치를 대전을 준비해 상태를 정상까지 끌어올려야 했다.

목진은 한시도 쉬지 않고 먼 길을 오느라 쌓인 피로감을 최대한 빨리 떨쳐내야 했다.

널찍한 객방에 들어간 목진은 앉아서 휴식을 취했고 구유는 객방 창가에 서서 밖을 살폈다. 그런데 갑자기 구유가 목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역시나 우리 뒤를 밟는 사람이 있어. 아마 유명의 부하일 거야.”

이에 목진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역시 유 씨 중에 좋은 놈은 없어.”

북령경의 유 씨네도 목진을 적잖게 괴롭혔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임정이 갑자기 화를 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우리 할머니가 유 씨야!”

목진은 순간 머쓱했다.

“아버지께서 이 말을 들었으면 분명 너를 호되게 혼냈을 거야.”

뜻밖의 봉변에 목진은 어쩔 바를 몰랐다.

“그런데 우린 언제 떠나?”

다행히 임정은 목진의 실수를 물고 늘어지지 않았고 옆에 턱을 괴고 앉았다. 그녀는 곧 일어날 일을 무척 기대하는 것 같았다.

“아직은 일러. 유명이 우리를 감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이곳에서 나가지 않으면 우리가 두려워하는 줄 알 거야.”

“교활하기는…….”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한 말에 임정이 씨익 웃었다.

“상대방이 강하니 술수를 좀 부려야지.”

말을 마친 목진이 바로 정색하며 소녀를 바라봤다.

“유명의 실력이 우리보다 강하단 걸 기억해야 해. 우리가 비록 지존경에 이르렀다고 해도 아직 지존법신을 수련하지 못해 전투력이 훨씬 뒤처져. 그리고 구유는 오품 지존을 막아야 하니 일단 위험해지면 너를 먼저 보낼 거야. 그때는 반드시 내 말을 들어야 해.”

임정은 썩 내키지 않았지만 목진의 진지한 표정에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알겠어.”

목진은 그제야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천히 눈을 감고 수련을 시작했고 구유는 임정과 잠시 담소를 나누다가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그곳은 안전하지 않아 그녀는 마음 편히 쉴 수 없었다.

그녀는 대천세계가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잘 알았다.

그러나 임정은 하품을 쩍 하더니 곧바로 잠들었고, 그녀는 절대 위험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을 확신하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 이튿날의 해가 뜨고 다시 질 무렵까지도 목진은 움직임이 없었다. 보통 사람들은 이맘때, 가장 경계가 느슨해져 그는 일부러 해 질 무렵 구유, 임쟁과 함께 조용히 객잔에서 나왔다.

그때 도성의 한 건물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청년이 씨익 웃더니 어깨를 주물러주던 시녀를 내보내고 성문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단순한 녀석, 이렇게 쉽게 나한테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청년이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손을 휘두르자 검은색 도포를 입은 노인이 귀신같이 뒤쪽에 나타났다.

“목 장로, 준비해.”

이에 검은색 도포를 입은 노인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두 사람 주위의 공간에 파동이 일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와 동시에, 도성의 다른 곳 정원에서 온몸이 하얀 여우를 안고 있던 심호 선녀가 활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좋은 구경거리가 생겼군.”

그녀는 여우를 가볍게 내려놓더니 뒤쪽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도 구경하러 가자. 난 유명의 상대가 예사롭지 않아 보여.”

잇따라 평범하게 생긴 중년 남자가 나타나더니 그녀와 함께 떠났다.

세 무리는 쥐도 새도 모르게 조용히 도성을 빠져나갔다.

* * *

붉은 노을이 대지마저 빨갛게 물들이며 기온을 낮췄다.

슉.

갑자기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빛줄기 세 갈래가 하늘을 가르며 놀라운 속도로 전진하였다.

그들은 누군가의 추격을 피하고자 도주하는 것 같았다.

그 후로, 반 시진 정도 지나자 그들은 점차 속도를 줄이고 한 산봉우리에 내려앉았다.

목진은 고개를 들어 뒤쪽 하늘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몰래 따라오느라 다들 고생했어.”

“허허, 이미 알아챘구나.”

목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음산한 목소리와 함께 멀지 않은 산봉우리에 공간이 미세하게 떨리더니 두 사람이 귀신처럼 나타났는데 이들은 천현전의 유명과 실력이 오품 지존에 이른 검은색 도포를 입은 노인이었다.

그중, 목진을 노려보던 유명이 주위를 훑고 말을 이어갔다.

“네 시체를 묻을 곳을 제법 잘 골랐어…….”

“네 시체를 묻을 수도 있단 생각은 안 해?”

“자신감 넘치나 봐.”

목진이 미소 지으며 받아치자 유명도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네 옆의 4품 지존인 미녀만 믿고 그러는 거라면 집어치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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