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2화. 대천세계에서의 첫 싸움
유명이 목진을 향해 손을 내밀며 말을 이어갔다.
“허공대일과나 이리 내. 내가 지금은 완전히 화가 나지 않았으니 네가 잘만 하면 살려줄 수도 있어.”
“그럼 넌 지금 불멸신엽과 구룡구상술을 가지고 있어?”
목진이 대답하는 대신 그에게 되묻자 유명은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
“넌 방금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포기한 거야.”
“말이 참 많네.”
목진이 무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곁에 있던 임정이 피식 웃었다. 이건 유명에 대한 비웃음이었다.
“목 장로, 공격해.”
유명은 한껏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
“봐줄 필요 없어.”
이에 검은색 도포를 입은 노인이 천천히 나서 두 손을 내리자 나이든 얼굴에서 음산한 기운이 풍겼고 체내에서 무서운 영력 폭풍이 일며 어두운 영력이 주위를 휘몰아쳐 온도가 순식간에 내려갔다. 검은색 도포를 입은 노인의 영력은 지극히 음산한 파동을 내뿜었다.
이에 그가 서 있던 산맥은 무서운 영력 파동에 균열이 일더니 점차 무너졌다.
영력 위압감만으로도 산을 부술 수 있다니, 오품 지존의 힘은 역시 엄청났다.
처음 5품 지존을 상대하는 목진은 이내 정색했는데 구유가 웅장한 영력을 뽐내며 먼저 앞으로 나아갔다. 순간, 공간이 일그러지며 위쪽 하늘에 하늘을 가릴 만큼 커다란 흑작이 나타나며 몸 표면에 보라색 화염이 활활 타올랐다.
“신수라…….”
커다란 흑작을 본 유명과 검은색 도포를 입은 노인은 흠칫 놀랐다.
“네 본체가 신수여서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거구나.”
보통 4품 지존은 감히 5품 지존을 상대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데 신수라면 말이 완전히 달라진다. 신수는 육신과 다른 선천적인 우세만으로도 같은 등급의 수련자보다 훨씬 강했다.
그때 유명은 인상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아가 목진을 쏘아보며 말했다.
“내가 저 녀석을 직접 해결할 테니 목 장로는 저 여인을 책임져.”
이에 검은색 도포를 입은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구유가 신수인 것은 놀라웠지만 자신은 5품 지존이라 4품 지존인 그녀를 제압하는 것쯤은 수월할 거라 여겼다.
“너한테서 지존법신의 파동이 느껴지지 않는 걸 보니 아직 지존법신을 수련하지 못했지?”
유명이 목진을 노려보며 묻는 말에 목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걸 어쩐담? 넌 영원히 지존법신을 수련할 수 없을지도 몰라.”
유명은 아쉬워하며 한숨을 쉬더니 눈빛이 확 바뀌었다.
“대신 죽기 전에 지존법신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지!”
쿵!
웅장한 영력이 하늘 높이 솟아오르더니 유명 주위에 빨간색 영력이 미친 듯이 모여 천 장 정도 되는 빨간색 그림자를 만들었다.
마치 온몸에 불을 뒤집어쓴 것 같았는데 멀리서 보면 용암 거인처럼 생겼다.
이와 동시에, 그 구역의 온도가 순식간에 폭등했다.
“천염법신(天炎法身)!”
빨간색 화염이 활활 타오르는 커다란 그림자는 대지를 녹일 듯 난폭하고 뜨거운 돌풍으로 주위를 휩쓸었다.
유명은 어느새 커다란 빨간색 그림자 속에서 완전히 종적을 감췄다. 일단 지존법신을 소환하면 가장 완벽한 보호막을 만들어 그를 보호할 수 있었다.
지존법신은 공격과 방어를 겸비한 완벽한 물건이라 다들 더 강한 지존법신을 수련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때, 커다란 빨간색 그림자가 서서히 눈을 뜨더니 유명의 살기 가득한 목소리가 주위에 퍼졌다.
“인제야 절망이란 게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껴지지?”
지존법신은 지존급 강자의 전투력을 끌어올리는데 엄청 중요했기에 유명은 목진이 아직 지존법신을 수련하지 못한 것을 발견하고 경계를 풀었다.
한편, 그가 수련한 지존법신은 천염법신으로 99등급 지존법신 중 97위지만 순위만 보고 무시하면 절대 안 된다.
대천세계에서 해당 순위권에 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고, 어느 하나 평범한 것이 없었다. 지존법신의 수련법은 극비라 쉽게 누설하지 않아 일부 지존급 강자는 일반 지존법신을 수련하게 되어있고 대부분은 가장 평범한 방식인 본인의 영력으로 지존법신을 만든다. 다만, 이런 지존법신에는 신박한 힘이 깃들 수 없게 되어있다.
유명이 수련한 천염법신만 봐도 본인의 영력과 천염이 서로 완벽하게 아우러져야 수련에 성공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일부 강력한 지존법신은 엄청 무서운 힘을 지니기까지 했다. 하여 유명은 지존법신이 없는 목진이 무조건 패배하리라 확신한 것이다.
“천염법신이라…….”
목진은 고개를 들어 한껏 정색한 얼굴로 우뚝 솟아오른 커다란 빨간색 그림자를 바라봤다. 유명은 말만 그럴싸하게 할 줄 아는 멍청이가 아니라 실력도 제법이었다.
“괜찮겠어?”
구유가 조금 걱정되는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그녀는 유명이 일반 지존법신을 수련했다고 생각했는데 무려 천염법신을 수련했을 줄 몰랐다.
“넌 검은색 도포를 입은 노인만 책임져. 정말 실패라도 하면 함께 도망가면 그만이야.”
“그럼 조심해.”
목진이 나지막한 말에 구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로 커다란 흑작 위에 올라타 멀리 떠났다.
이에 검은색 도포를 입은 노인이 무덤덤하게 웃더니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졌다가 바로 구유의 앞쪽에 나타나 옷깃을 휘날렸는데 순간 폭풍이 일었다.
한편, 목진은 커다란 빨간색 그림자에 집중했다. 이건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힘으로 진짜 지존과 싸우는 첫 번째 대결이었다.
“조심해.”
목진은 임정한테 당부의 말을 전하고 허공에 떠 오르더니 발을 힘껏 굴렀다. 그러자 뒤쪽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웅장한 바다가 나타났고 그 속에 보라색 영력이 요동쳤다.
“지존법신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지!”
유명이 말을 마치자 지존법신은 커다란 손을 내밀더니 허공에 손가락을 찍었다.
쿵!
순간, 공간이 일그러지며 수백 장 정도의 빨간색 빛기둥이 솟구쳤는데 유난히 진득한 것이 암장과 같았고 붉은색 화염을 내뿜으며 난폭하기 그지없었다.
유명의 가볍운 공격이 이 정도 위력이라니. 이건 희현이 전력을 다해 한 공격보다 훨씬 무서웠다!
이것이 바로 지존법신의 진정한 위력이었다!
목진은 고개를 들어 암장 기둥을 보며 깊게 숨을 들이켰다. 그가 옷깃을 휘날리자 보랏빛이 휘몰아치며 보라색 기의 회오리가 붉은색 영력으로 향했다.
쿵!
두 사람의 영력이 부딪치자 경천의 소리가 들리며 영력 소용돌이가 일어 아래쪽 대지에 커다란 균열이 일었다. 정작 목진은 눈부신 보랏빛으로 온몸을 휘감은 채 허공에 서 있었고 검은색 눈동자에도 자염이 들끓었다.
그는 자신의 막강한 영력으로 유명의 공격을 순조롭게 막아냈다.
“네가 천염 영력을 막을 수 있단 말이야?”
커다란 빨간색 그림자는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유명은 이런 결과가 믿어지지 않는 눈치였다. 그가 수련한 영력은 천염을 융합해 일반 지존의 영력보다 훨씬 뛰어나고 난폭했다. 그런데 목진이 이런 그의 영력이 깃든 공격을 막아냈다.
“너의 영력도 예사롭지 않구나.”
유명은 바로 목진의 보라색 영력이 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보라색 화염이 깃든 소년의 영력은 천염이 깃든 그의 영력에도 억제가 되지 않았다.
멀리 떨어진 산봉우리에 숨어있던 한 여인이 그들을 대결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
“소년의 영력이 조금 특이한 것 같아.”
“엄청 강력한 화염과 융합한 것 같아요.”
옆에 서 있던 중년 남자도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지존법신을 수련하지 않고서도 감히 유명한테 덤볐던 거였어요. 역시 소년은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고 있었네요.”
“아직 결론을 내리기엔 일러. 유명의 천염법신은 일반 지존법신이 아니잖아!”
요염하게 생긴 여인이 웃으며 말했고, 중년 남자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목진은 갑자기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니 순간 커다란 빨간색 그림자의 앞쪽에 나타나 놀라운 살기를 뽐내며 마주를 소환했다.
“난 네 천염 영력을 상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늘 그 천염법신을 부숴버릴 거야!”
적홍색 빛을 발하는 대서미마주는 순간 백 장 정도로 커져 하늘에 우뚝 솟아올랐는데 원고의 흉물이 따로 없었다.
잇따라 목진이 천염법신을 향해 대서미마주를 힘껏 휘두르자 그 무서운 힘에 공간마저 미세한 균열이 일었다.
대서미마주의 힘에 목진의 힘까지 합쳐진 공격은 놀라울 정도였다.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던 심호 선녀와 중년 남자는 목진이 날린 공격의 위력에 깜짝 놀랐다.
“흥!”
이에 커다란 빨간색 그림자가 기합을 넣더니 빨간색 화염이 휘몰아치며 거대한 적염 장창을 이뤘고 이는 들끓는 화염을 싣고 하늘을 가르며 대서미마주에게 대항했다.
탕!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뇌명처럼 울려 퍼지더니 주위에 순간 광풍이 일었다.
목진은 바로 뒤로 튕겨 나갔는데 멈춰 서려고 허공에 발을 내디딜 때마다 공기가 폭발했고, 커다란 빨간색 그림자도 휘청이며 뒤로 물러나다가 산 한 채를 으깨어버렸다.
“엄청난 힘이네요…….”
중년 남자가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그는 목진이 지존법신을 소환한 유명과 정면으로 상대하면 조금 뒤처질 줄 알았다. 그러나 그의 실력이 예상 밖이었다.
“소년의 실력이 예사롭지 않군.”
심호 선녀도 목진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했다.
그때 유명의 지존법신인 커다란 빨간색 그림자는 적염이 활활 타오르는 두 눈으로 소년을 노려보며 발을 힘껏 굴러 빠르게 날아올랐는데 그가 있던 바닥이 움푹 파였다.
잇따라 빨간색 화염은 순식간에 하늘 전체를 감쌌다.
유명은 천염법신을 완전히 소환했다. 목진의 완강한 태도에 제대로 화가 난 모양이었다.
“감히 자신의 힘만으로 내 지존법신을 상대하려 하다니, 멍청한 녀석!”
유명의 음침한 목소리가 뇌명처럼 쩌렁쩌렁 울리더니 빨간색 장창은 들끓는 화해와 함께 수많은 창영을 이뤄 목진을 감쌌다. 소년 주위 수천 장이 순간 무서운 공격으로 휩싸였고 창영에 깃든 힘은 대지를 가르고 산맥을 부쉈다.
이에 목진은 두 손을 모아 결인했다.
쿵!
뇌명이 울려 퍼지며 목진의 몸 표면에 눈부신 뇌광이 미친 듯이 번쩍였다. 그의 체구는 이전보다 훨씬 커졌고 가슴팍에는 뇌문 아홉 갈래가 나타났는데 전보다 훨씬 또렷해진 것이 정말 살에 새겨진 것 같았다.
목진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네 지존법신이 과연 얼마나 강한지 보자!”
목진은 대서미마주를 끌어안고 돌진했는데 벼락과 보라색 화염에 휩싸인 그는 더없이 왜소해 보였지만 무시할 수 없을 만큼의 살기가 느껴졌다!
“대천세계의 첫 번째 대결은 너부터 시작하도록 하지.”
빨간색 화염이 휘몰아치자 하늘이 불타오를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 엄청난 공격에도 목진은 전혀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웅장한 보라색 영력을 뽐내며 대서미마주를 힘껏 휘둘렀다.
퍽! 퍽!
엄청난 소리와 함께 목진이 휘두른 대서미마주에 화염 창영이 전부 부서졌다.
소년은 화염 창영을 물리칠 때마다 뒤로 한 보씩 물러났지만 피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에 아래쪽에서 지켜보던 임정도 입을 쩍 벌린 채 계속 뒤로 물러났지만 싸울 의지를 불태우는 소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소년은 비록 소녀와 몇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그 어떤 타격에도 절대 지지 않겠다는 의지만은 엄청났다. 소년은 앞에 절대 움직이지 않는 산이 한 채 놓여있어도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건 감탄할 만큼 확고한 의지였다.
“소년은 앞으로 점점 더 상대하기 어려운 인물이 될 것 같네요.”
멀리서 싸움을 지켜보던 중년 남자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소년이 어디 출신인지는 몰라도 어린 나이에 저 정도 실력을 갖추려면 분명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을 거예요. 종족이 마련해준 것으로 수련한 젊은이들은 절대 저런 의지와 기백이 있을 수 없어요.”
중년 남자의 말에 심호 선녀도 가볍게 입술을 깨물었다.
“기백은 제법이지만 그것만으로 유명을 이기기란 불가능하지. 천염법신은 아직 그 진정한 위력을 선보이지 않았잖아?”
이에 중년 남자도 동의하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쉬운 듯 말했다.
“저 소년도 지존법신이 있었다면 그게 제일 평범한 단계일지라도 유명은 절대 그 상대가 아니었을 거예요.”
사내의 말에 심호 선녀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