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화. 삼련 형태
쿵!
대서미마주가 다시 무서운 힘을 선보이며 창영을 부쉈는데 반작용으로 인해 목진의 두 팔이 부들부들 떨렸고 손에서는 피가 흘렀다.
그는 뒤로 두 보 물러서며 간신히 몸을 가눴는데 몸 표면에서 뇌광이 여전히 미친 듯이 요동쳤다.
소년은 태연해 보였지만 눈빛은 더욱 진지해졌다. 그는 이제야 천염법신의 위력을 제대로 느꼈다. 체내의 기혈은 이미 무질서해졌고, 아마 목진이 뇌신체를 구문 뇌체까지 수련하지 않았다면 이미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
그때 허공에 뜬 커다란 빨간색 그림자가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묵묵히 바라봤다.
그는 소년이 여태껏 버틴 것이 놀라운 모양이었다.
“제법이군. 그래서 감히 나한테 덤볐던 거야?”
커다란 빨간색 그림자는 자신보다 한없이 작고 하찮은 목진을 보며 물었다.
“네 지존법신도 별거 없네.”
목진은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답했다.
“과연 그럴까?”
유명은 히쭉 웃더니 커다란 손으로 결인했는데 빨간색 화염이 휘몰아치며 손바닥에 모였고 지극히 난폭한 파동이 주위에 퍼졌다.
“내 공격을 한 번만 더 받아봐!”
천염법신이 한기 어린 눈으로 소년을 바라보며 손을 휘두르자 화염이 솟구쳐 공간이 한껏 일그러졌고 하늘의 절반을 덮을 만큼 거대한 화염 장인이 내리꽂혔다.
“천염분해장(天炎焚海掌)!”
유명의 공격에 아래쪽 대지가 움푹 파였고 산맥은 순식간에 무너졌으며 숲은 잿더미가 되었고, 그 힘은 난폭하기 그지없었다.
목진은 깜짝 놀라 바로 뒤로 물러서며 재빨리 결인했다. 그러자 녹광이 휘몰아치며 지면에 검은색 쇠나무숲이 만들어졌다.
“목신경!”
목진이 속으로 외치자 검은색 쇠나무숲에서 녹광이 솟아올라 소년을 향해 몰려왔다. 녹색 바다 같은 영력에 생기가 가득 찼다.
“천목신륜!”
잇따라 목진이 인법을 바꾸자 녹색 바다가 빠르게 회전하며 커다란 천목광륜을 형성했다. 그러다 소년이 허공에 손을 내리찍자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눈앞에서 사라진 광륜의 앞쪽 공간에 길쭉한 검은색 흔적이 나타났다.
순간, 화염 거수의 아래쪽에 나타난 천목광륜이 사정없이 공격을 개시했는데 무서운 기세로 이를 뚫고 천염법신으로 향했다.
“꺼져!”
이에 유명이 고함을 지르며 주먹을 휘두르자 들끓는 화해가 천목광륜을 힘껏 내리쳤다.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천목광륜과 천염법신의 주먹이 대치 상태에 처했고 두 힘의 충격에 공간이 조금씩 일그러졌다.
활활!
유명은 매번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는 목진이 얄미웠고 자신을 모욕하는 것 같아 잔뜩 화가 났다. 이에 영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는데 빨간색 화염이 방대한 천염법신을 감싸더니 천목광륜도 함께 감쌌다.
퍽!
천목광륜은 난폭한 공격에 더는 버티지 못하고 폭발했고 화염에 활활 타서 없어졌다.
쿵!
유명은 더는 목진한테 기회를 주지 않고 두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자 빨간색 화염은 적홍색 화룡 두 마리로 변해 포효하며 소년에게 향했다.
목진은 다시 뒤로 물러나며 보랏빛 영력으로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보려 했지만 파죽지세로 몰아치는 기세를 꺾지는 못했다.
유명은 어느새 천염법신의 힘을 완전히 끌어올렸다.
쿵!
적홍색 화룡은 속도가 무척 빨랐다. 목진은 여러 번 피하다가 더는 물러날 곳이 없어져 결국 공격을 당했다.
퍽!
소년은 맥없이 추락하며 바닥에 꽂혔는데 순간 대지가 움푹 파였다.
“엄청 대단하다며, 어디 한번 해보시지?”
드디어 쓰러진 목진을 보며 유명은 피식 웃었다. 그러나 움푹 파인 대지를 바라보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거대한 화염 장창을 만들어 움푹 파인 곳을 향해 던졌다.
슉.
그런데 그때, 한 여인이 나타나 길쭉한 손으로 결인하더니 웅장한 영력이 휘몰아치며 앞쪽에 물줄기처럼 생긴 거대한 방패를 형성했다.
“유수지순(流水之盾)!”
퍽!
방패와 화염 장창이 부딪치자 순간 난폭한 충격파가 형성되었는데 대부분은 방패가 막아버렸다.
그러다 화염 장창이 사라지자 임정은 온몸을 파르르 떨었고 방패는 ‘퍽’ 소리를 내며 폭발하였다. 녀석도 한계치에 이른 것이다.
“어어, 너도 지존법신을 수련하지 않았네? 지금은 여인이라고 봐주지 않을 거야.”
유명은 씨익 웃더니 거대한 화염 장창을 만들어 공격을 개시했다.
임정은 깊게 숨을 들이켜더니 입을 조금 벌렸는데 웅장한 영력 파동을 내뿜는 파란색 하천을 내뱉었다.
그건 영력으로 만든 것 같기도 했고 신기의 파동도 함께 느껴졌다.
이렇게 임정의 주위를 감싼 파란색 하천은 완벽한 방어막을 형성했다.
쿵! 쿵!
하천은 화염 장창의 공격에 부단히 파도가 일었고 소녀는 무서운 공격에 안색이 점차 창백해졌다.
퍽!
마지막 화염 장창의 공격을 막아낸 파란색 하천은 결국 어두워지더니 한 갈래 물줄기가 되어 다시 소녀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소녀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천염법신을 노려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이것밖에 안 돼?”
“네가 언제까지 막아낼 수 있나 보자!”
유명이 피식 웃더니 살기를 가득 품었다. 임정의 수단도 예상 밖이었지만 지존법신이 있는 한 절대 그의 상대는 아닐 것이다.
임정은 그저 애꿎은 노력을 하는 것뿐이다.
“뭐지?”
그런데 그때, 유명이 흠칫 놀라 움푹 파인 바닥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그곳에서 불안한 파동이 느껴졌다.
쿵!
유명의 천염법신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아래쪽 움푹 파인 대지를 바라봤는데 파르르 떨리는 그곳에서 이상한 파동이 느껴졌다.
“녀석이 아직 싸울 힘이 남았다니…….”
유명은 자신의 공격에 목진이 중상을 입었을 거라고 확신했다. 더구나 그의 영력에는 난폭한 천염이 깃들어 있어 소년의 체내에 스며들면 떨쳐내기란 쉽지만 않을 것인데 지금은…….
“괜찮은 척하는 건가…….”
유명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아래쪽을 바라보다 입을 쩍 벌려 적홍색 화염 영력을 내뿜었다. 영력은 암장 화룡들로 변해 하늘을 날아다니며 천지의 영력을 미친 듯이 삼켜 한껏 커진 몸을 이끌고 다시 공격을 개시했다.
이에 임정도 바로 체내의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려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보려 했는데 암장 화룡이 교묘하게 그녀를 피해 빠르게 아래쪽 대지로 향했다.
유명은 목진한테 더 이상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았다.
쿵!
암장 화룡의 공격에 움푹 파인 대지는 쩍 갈라졌고 암장에 녹아내릴 것처럼 뜨거워졌다.
위잉!
난폭한 암장이 대지를 녹이고 있는데 갑자기 검은빛이 스며져 나와 이를 신속하게 꺼버렸다.
유명은 순간 흠칫하였고 임정도 두 눈을 부릅뜨고 상황을 살폈다. 그때 멀리 떨어진 산봉우리에 숨은 심호 선녀마저도 화들짝 놀랐다.
“저곳에서 특수한 파동이 느껴져.”
“이 파동은…….”
옆에 있던 중년 남자도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정색하였다.
“영진의 파동 같지 않나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그때 움푹 파인 대지에서 한 줄기 빛이 서서히 솟아오르더니 고개를 들어 무덤덤한 표정으로 상대방을 바라봤다.
그는 다름 아닌 목진이었다.
소년은 옷이 찢어져 볼품없었지만 검은 눈동자는 여전히 고요한 수면처럼 미동이 없었고 살기를 품은 채 하늘에 뜬 천염법신을 바라봤다.
“참 끈질긴 녀석이군!”
유명은 목진이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씨익 웃었다.
한편, 목진은 아무 말 없이 천천히 두 손을 들어 가슴 앞에 모으더니 유난히 복잡하지만 낯설지 않은 인법을 그렸다.
“출진하라!”
소년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대지가 미친 듯이 떨리더니 아래쪽 대지에 커다란 균열이 일며 부단히 무너졌고 그 속에서 검은빛이 스며져 나왔다.
그곳에는 눈 깜짝할 사이에 천 장 가까이 되는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유명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구멍 쪽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곳에 거대한 검은색 광련 세 송이가 조용히 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잇따라 검은색 광련 세 송이에서 수많은 광선을 내뿜어 서로 얽히고설켜 난해하고 거대한 진법을 이뤘는데 소름 끼칠 정도로 무서운 파동이 느껴졌다.
흑련 세 송이는 어둠 속에 도사리고 있는 원고의 마수처럼 존재 자체만으로도 무서웠다.
“저건…….”
임정은 거대한 흑련 세 송이를 보더니 잔뜩 놀랐다.
“영진이잖아?”
멀리 떨어진 산봉우리에 숨어있던 심호 선녀의 아리따운 얼굴에 처음으로 경련이 일었다. 그녀는 흑련 세 송이로 이뤄진 방대한 영진에 더는 태연하게 지켜볼 수가 없었다.
“녀석은 영진 대사였어!”
중년 남자도 너무 놀라 소리쳤다. 그가 느꼈던 이상한 파동은 소년이 몰래 지하에서 영진을 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영진은 1급 인품에 이른 것 같아요.”
영진 대가는 천품, 지품, 인품 등 세 가지로 나뉘고 각각 또 세 가지 등급으로 나뉘어 9품 지존에 대응하는데 1급 인품 영진 대사는 진정한 1품 지존이나 마찬가지였다.
대천세계에서 1급 인품 영진 대사는 진정한 1품 지존보다 강했다. 영진사가 일단 강대한 영진을 치면 똑같은 등급의 일반 강자라도 공격이 억제되기 때문이다.
목진은 유명의 공격에 처참하게 바닥에 내리꽂힌 것으로 보였지만 모든 건 몰래 숨어 영진을 치려고 일부러 계획한 것이었다.
“소년은 총명할 뿐만 아니라 전투력도 뛰어나네요.”
중년 남자가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소년의 전투력과 비교하면 유명은 어린아이나 다름없었다.
심호 선녀마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거대한 구멍 위쪽에 떠 있는 소년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 싸움은 이미 결과가 드러났네요. 유명이 아무리 천염법신이 있어도 소년이 친 영진을 뚫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중년 남자는 흑련 세 송이에서 지극히 위험한 파동을 느꼈다. 그는 6급 영진을 본 적이 있었지만, 그 영진에서는 위험한 파동을 느낀 적이 거의 없었다.
그때 허공에 뜬 목진이 고개를 들어 임정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임정아, 멀리 피해.”
이에 소녀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목진은 그제야 씨익 웃으며 유명한테 고개를 돌렸다.
“난 지존법신은 없지만 이 녀석이 있지.”
소년은 길쭉한 손가락으로 아래쪽 영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흑련 세 송이로 이뤄진 것은 요련도영진으로 최대 흑련 네 송이까지 만들어낼 수 있었다.
목진은 지존경에 이르기 전까지만 해도 두 송이밖에 만들어내지 못했는데 영계와 함께 열심히 수련한 데다가 지존경에 이르자 영진에 대한 조예도 일취월장해 영진 대사가 되었다.
이건 구유조차 모르는 필살기였다.
천염법신은 더는 소년을 비웃을 수 없었다. 그는 영진에서 무서운 파동을 느꼈다.
유명은 목진이 영진 대사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젠장!”
유명은 속으로 한껏 욕설을 퍼부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목진을 보이는 곳에 두는 것인데 그가 방심했을 때, 지하에서 이렇게 무서운 영진을 치다니.
“그럼 네 지존법신이 더 강한지 내 영진이 더 대단한지 어디 볼까?”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마치더니 갑자기 인법을 바꾸며 속으로 외쳤다.
“요련도영진, 공격하라!”
슉!
영진에서 갑자기 검은빛을 내뿜자 만 장 가까이 검은빛으로 가득 찼고, 흑련 세 송이의 빛은 점차 짙어지더니 실체가 되어 서서히 영진에서 벗어났다.
잠시 후, 흑련 세 송이가 목진 주위로 다가왔는데 주위 공간이 한껏 일그러졌다.
유명은 흑련 세 송이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는 점점 더 불안해져 도망가고 싶었지만 겨우 참았다.
“아무도 내 천염법신을 이길 수는 없어!”
유명은 목놓아 외쳤다. 그는 1품 영진 대사와 싸운 적이 있었고 영진 공격만 받아내면 그는 분명 패할 것이다. 그가 더는 소년한테 영진을 칠 기회와 시간을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천염지갑(天炎之甲)!”
유명의 외침에 천염법신은 눈부신 빨간빛을 내뿜더니 암장이 흘러나와 견고한 갑옷으로 변했고, 그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방어막이 되어줄 것만 같았다.
신비로운 흑련 영진을 상대하기 위해 유명은 천염법신의 가장 강력한 방어막을 형성했다.
그런데 목진은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유명을 바라보더니 허공에 길쭉한 손가락을 가볍게 내리찍었는데 공간에 순간 파문이 일었다.
“공격하라.”
목진은 한껏 진지해진 얼굴로 외쳤다.
슉!
이에 흑련 세 송이가 파르르 떨며 ‘위잉’ 하는 소리를 내더니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늘을 가르는 검은색 유성처럼 엄청난 속도로 공간을 뛰어넘어 바로 천염법신의 앞쪽에 나타나 공격을 개시했다.
드디어 흑련 세 송이와 천염법신의 정면 승부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