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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422화 (421/1,000)

422화. 대일불멸신 수련

“그럼 갈까?”

구유가 생긋 웃더니 목진 등과 함께 떠나려 했다.

“구유야!”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구유가 멈춰 서서 고개를 돌렸는데 푸른색 도포를 입은 서청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화색이 되어 소녀를 바라봤다.

“서청이구나. 무슨 일이야?”

구유는 상냥하게 웃었지만 그뿐이었다. 구유는 서청과 몇 번 만난 적이 있지만 오래 떨어져 있어 지금은 더 낯설게 느껴졌다.

반면, 서청은 소녀를 보고는 심장이 콩닥거렸고 눈빛이 점차 밝아졌다.

“돌아온 걸 축하해.”

“고마워.”

서청은 구유가 모르는 사람을 상대하듯 적당하게 고개만 끄덕이고 떠나려 하자 시무룩해졌다. 그는 어깨를 들썩이며 아쉬워했는데 소녀를 향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너도 나 못지않게 비참하구나.”

서청 뒤에서 주악이 히쭉 웃으며 다가왔다.

“적어도 나는 구유가 내쫓진 않았잖아?”

서청은 주악이 당빙을 좋아하고, 구유궁에 몰래 숨어 들어갔다가 소녀한테 들켜 쫓겨난 일을 이미 알고 있었다.

“우린 동병상련이야.”

주악이 가볍게 웃으며 구유 뒤에 따라붙은 소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구유와 함께 돌아온 목진이 구유궁을 대표해 대라금지에 들어가는 걸 어떻게 생각해?”

“어차피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서청이 미소 지으며 답했다. 목진이 아무리 대단해 봐야 4대 통령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그의 자리를 빼앗을 수는 없었다.

“그러게 말이야. 이번에 재미있는 구경을 할 수 있겠어. 난 목진이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지 꽤 궁금해.”

두 사람은 피식 웃더니 다른 길로 갈라섰다.

* * *

“서청이 너를 좋아하나 봐.”

구유궁으로 돌아가는 길에 목진이 다가와 진지하게 말했다. 그 말에 구유가 소년을 한껏 노려봤다.

“그 입 다물어.”

이에 당빙과 당유도 피식 웃었다.

“오천과 조봉은 어떤 것 같아? 네가 대라금지에 들어가려면 이 두 사람 중 한 명은 반드시 꺾어야 해.”

구유도 어느새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지금은 모르겠어.”

그런데 소년은 바로 활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대신, 두 달만 지나면 이길 자신이 있어.”

두 달 후면 대일불멸신의 수련을 마칠 수 있었다. 그러면 엄청난 지존법신을 얻어 같은 등급 사람은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심지어 2급 지존인 오천마저도 상관없었다.

당빙과 당유는 소년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조금 놀랐다. 그들은 목진에 대해 잘 몰랐기에 과연 두 달 사이에 뭘 어떻게 수련해야 그게 가능해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의 목진은 오천이나 조봉과 실력 차이가 꽤 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구유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두 소녀는 목진을 믿기로 했다. 그들은 구유를 믿었고 구유는 목진을 믿었기 때문이다.

“힘내!”

당빙과 당유는 서로 마주 보고 이구동성으로 소년한테 말을 건넸다. 비슷하게 생긴 미녀들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소년을 바라보았다.

목진은 구유가 돌아온 뒤, 첫 대결에 참여하게 될 텐데 그 대결은 구유궁에서도 아주 중요한 대전이었다.

목진은 고개를 들어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이내 미소를 지었다. 소녀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반드시 대라금지에 들어가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꿈에도 그리던 대일불멸신을 수련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설렜다.

그건 그가 절세의 강자가 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 * *

혈응왕이 한껏 어두워진 표정으로 두 눈을 꼭 감고 혈응전 왕좌에 앉아있었다. 엄청난 살기에 다들 감히 입을 열지도 못했다.

혈응왕은 지금 잔뜩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대장, 구유궁에 관한 일은 잠시 늦출까요?”

그때 누군가 물었고, 혈응왕은 눈을 뜨고 한기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는데 그 눈빛에 소름이 끼쳤다.

“늦추다니, 내가 그 생각이 모자란 여인 따위를 경계해야 해? 구유궁 휘하의 성주들을 설득하는 데 박차를 가해. 혈응전으로 들어오면 엄청난 호의를 베풀 것이고 내 제안을 거절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네!”

혈응왕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에 다들 황급히 답했다.

잇따라 혈응왕은 오천과 조봉한테 눈길을 돌렸다.

“이번 대라금지 대결은 너희 두 명 모두 참가할 수 있으니까 절대 나를 실망시키지 마.”

이에 두 사람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혈응왕은 사악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구유가 목진이란 녀석을 각별하게 생각하는 것 같던데 대라금지 대결에서 녀석을 사정없이 짓밟아버려.”

오천과 조봉도 덩달아 사악하게 웃으며 서로를 바라봤다.

“그럴 생각이에요.”

* * *

목진은 구유궁의 수련실에 조용히 앉아있었다.

그는 바로 수련을 시작하지 않고 제자리에 앉아 마음을 가라앉혔고, 두 시진이 지나자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고 두 손을 모아 결인하였다. 그러자 체내에서 어두운 빛이 나와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로 변했다. 이는 소년이 몸속에 숨겼던 대일불멸신의 수련법이 적힌 불후도록 중 일부였다.

목진은 오래된 검은색 종이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천지존마저 마음이 흔들릴만한 만고불후신의 수련법 중 일부가 깃든 물건을 확보한 것은 엄청난 행운이었다.

잠시 후, 소년은 다시 인법을 바꿔 개자탁에서 필요한 세 가지 보물을 꺼냈다. 그러자 눈앞에 나타난 세 개의 빛덩이에서 무서운 파동이 일더니 파도가 이는 소리가 들렸다. 이는 영력이 엄청나게 그윽해질 때야 비로소 들리는 소리였다.

빛덩이 속 물건들은 목진이 어렵게 모든 재료로 각각 구양신지, 허공대일과, 불멸신엽이었다.

세 가지 재료를 구하느라 조금 애를 먹긴 했지만, 다행히 다 모으는 데 성공해 이제야 대일불멸신을 수련할 수 있게 되었다.

잇따라 목진이 신비로운 종이에 손이 닿자 어두운 빛이 그의 손을 따라 체내에 스며들었다.

이와 동시에 웅장하고 오래된 정보가 뇌리에 떠 올랐는데 소년은 파르르 떨리는 몸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대일불멸신의 복잡한 수련법을 익혔다.

1각이 지나 다시 눈을 뜬 목진은 한껏 정색하며 세 빛덩이를 바라봤다. 정보에 따르면 대일불멸신을 수련하는 데 주어진 기회는 한 번뿐이었다.

재료가 너무 진귀한 탓도 있었지만 일단 수련에 실패하면 아무리 재료를 다시 구한다고 해도 다시는 성공할 수 없도록 만들어진 수련법이었다.

각박한 조건에 목진은 심장이 파르르 떨렸지만 바로 숨을 깊게 들이켜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대일불멸신이 아무리 수련하기 어려워도 목진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소녀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소년은 결연한 표정으로 두 손을 모아 결인했다.

“어디 시작해볼까?”

목진이 마음을 완전히 가라앉히자 영력마저 조용해졌고 체내의 지존해에서는 엄청난 파도가 일었다.

보랏빛이 맴도는 웅장한 지존해에 물소리가 들리더니 방대한 영력이 한곳에 모였다.

지존법신을 만들어내려면 엄청난 양의 영력이 필요했기에 소년은 일단 이것부터 준비해야만 했다.

그때 요동치던 지존해에서 금광 한 줄기가 서서히 떠 올라 허공에 내려앉았는데 바로 목진의 신백이었다.

후우.

신백이 보라색 화염이 깃든 영력을 내뱉더니 두 손으로 복잡하고 특이한 인법을 그렸다.

쿵!

잇따라 지존해에서 엄청나게 큰 소리가 들리더니 거대한 영력 기둥이 솟아올랐다.

쿵! 쿵!

영력 기둥은 하늘 높이 날아오르다 다시 내리꽂혀 자신과 부딪쳤는데 지존해에 파도가 일며 눈부신 보랏빛을 발했고 충돌의 중심은 난폭한 영력 때문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때 목진의 신백이 다시 결인하자 지존해는 다시 파르르 떨며 수많은 영력 기둥을 내뿜어 보랏빛으로 향했다.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웅장한 영력의 세례에 보랏빛은 점차 더 밝게 빛났고 거대한 빛의 그림자는 점점 형태를 갖춰나갔다.

이건 지존법신을 수련하는 첫 번째 단계로 자신의 영력으로 일단 기초부터 단단하게 해야 했다. 이는 자신의 영력에만 의존해야 하는 일이었다.

하여 웅장한 지존해에서 거대한 영력 기둥이 부단히 하늘 높이 날아올라 거대한 빛의 그림자에 꽂히자 지존해는 무서운 속도로 사그라들었다.

그러나 기반을 튼튼히 닦은 목진한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본인의 영력으로 다져진 지존해였다. 게다가 불사화까지 융합해 영력의 질은 보통 지존보다 훨씬 강했다.

그 때문인지 1각 정도가 지나자 지존해의 폭동은 서서히 줄어들었고 위쪽 하늘은 눈부신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그때 신백은 고개를 들어 보랏빛을 띤 하늘을 바라봤는데 갑자기 하늘이 파르르 떨리더니 천 장 크기의 방대한 보라색 그림자가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나 무서운 영력 파동을 내뿜었다.

이렇게 목진은 지존법신의 기반을 닦는 데 성공했다.

소년은 거대한 보라색 그림자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금세 진지한 얼굴을 했다. 진정한 수련은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구양신지여, 녹아들어라!”

나지막한 소리에 수련실 앞쪽에 떠 있던 구양신지가 파르르 떨며 눈부신 빛줄기가 되어 소년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쿵!

지존해의 위쪽 하늘이 찢어지며 태양이 떠오른 것처럼 눈부신 빛을 비췄는데 그 속에서 하늘거리는 영지가 있는 것이 보였다.

“구양위체.”

잇따라 신백이 손가락으로 허공을 누르자 구양신지는 거대한 보랏빛 그림자의 머리로부터 천천히 내려앉았다.

거대한 그림자의 체내에 들어간 구양신지는 바로 분해됐고 아홉 개의 태양으로 변해 그림자의 머리, 심장, 사지 등 중요한 부위에 나타났다.

치칙.

그것들은 순식간에 활활 타올라 엄청난 고온을 방출했는데 거대한 그림자 속의 웅장한 영력이 무서운 속도로 연소하기 시작했고 그림자는 계속 작아졌다.

이대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목진이 어렵게 만들어낸 지존법신이 사라질 것이다. 그리되면 그가 여태껏 한 노력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그때 수련실에 앉아있던 목진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손가락을 튕기자 손목 근처에 있던 개자탁이 파르르 떨며 무언가를 내뿜었는데 밀실 내부에 순식간에 짙은 안개가 일었다. 그것은 전부 영기였고 시냇물처럼 개자탁에서 나온 액체는 지존영액이었다. 그런데 그 양이 적어도 만 방울은 되었다.

목진은 대일불멸신을 수련하려면 엄청난 양의 지존영액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구유에게 취영완의 봉인을 풀어달라고 부탁했다. 그 결과 그는 현재 수중에 지존영액을 5만 방울 정도 확보하고 있었다.

그것은 엄청난 숫자로 취영완에 있는 지존영액 중 절반은 될 것이다. 하지만 대일불멸신을 수련하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쯤은 감당해야 했다.

목진이 지존영액을 꿀꺽 삼키자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 그는 엄청난 영력을 체내에 오래 머물게 할 수 없어 바로 지존해에 불어넣고 거대한 빛의 그림자를 끌어들였다.

꽈르릉!

지존해의 위쪽 하늘에 수많은 균열이 일더니 지존해로 이뤄진 영력 홍류가 나타나 지존법신에게 향했다.

치칙.

방대한 영력의 주입에 지존법신이 작아지는 속도도 점차 느려졌다. 또한, 웅장한 영력은 아홉 개의 태양으로 인해 활활 타올라 황금색 안개를 일으키더니 결국 지존법신이 전부 흡수했다. 이에 보라색이던 법신의 방대한 몸에 미세한 황금색 광반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반나절도 안 되는 사이에 지존영액 만 방울이 전부 소모되었지만 그 효과는 상당했다. 황금색 광반의 양이 점차 많아진 것이다.

그때 신백이 다시 인법을 바꾸자 하늘에 균열이 일더니 다시 영력 홍류가 내려앉았다. 목진은 미리 준비한 지존영액을 더 불어넣었다.

첫 단계가 본인의 영력으로 지존법신의 기반을 닦아야 한다면 두 번째 단계는 확보한 지존영액의 양에 승부가 갈렸다.

대일불멸신을 수련하는 데 사용한 지존영액의 양에 목진은 깜짝 놀랐다. 그가 학원대회에서 운 좋게 취영완을 얻고 그 안에 지존영액이 들어있지 않았다면 수련에 실패했을 것이다. 아무리 지존법신을 수련하는 데 필요한 재료를 전부 갖췄다 해도 말이다.

보통 지존법신을 수련하는 데 지존영액이 대략 2천 방울 정도 필요한데 그 정도 양은 대일불멸신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목진은 가볍게 숨을 고르고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었다. 지금부터 그는 지존법신에 계속 지존영액을 주입하기만 하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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