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화. 구유위를 거느리다
“지존법신 수련을 무사히 마쳤구나. 축하해!”
구유는 바로 영력 광막을 쳐 대라천역의 3황이 이를 눈치챈 줄은 몰랐다. 그녀는 바로 목진한테 다가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건넸다.
“내가 수련한 대일불멸신이 99등급 지존법신에서 몇 위 정도 할 것 같아?”
목진이 무덤덤하게 웃으며 묻자 소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보통 강대한 지존법신은 특수한 힘이 있어서 직접 싸워보지 않으면 나도 잘은 몰라. 그런데 적어도 50위에는 들 거야.”
“그것밖에 안 돼?”
목진은 왠지 만족스럽지 않은 눈치였다. 대일불멸신은 만고불후신을 수련하는 필수 조건이었고 만고불후신은 무려 4위인데 말이다.
“50위인 지존법신은 대라천역 같은 세력에서도 엄청난 존재로 보통 사람은 물론이고 8급 지존마저도 탐낼 물건이야. 그들은 이 정도 지존법신을 수련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장로로 들어가 세력을 위해 헌신할 거야.”
구유는 목진을 흘겨보며 말했다. 50위에 드는 지존법신이 이 세상에 널린 줄로만 아는 소년이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이에 목진은 콧등을 쓸어내렸다. 하긴, 천현전의 소전주인 유명마저도 97위인 천염법신을 수련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나 목진은 대일불멸신을 완벽히 수련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에 지존법신이 대성했을 때는 구유의 생각도 분명 달라질 것이다.
잇따라 구유가 손을 휘익 저어 영력 광막을 없애자 당빙과 당유가 달려와 조금 놀란 눈빛으로 소년을 쳐다봤다. 목진이 내뿜는 영력 위압감은 한 달 전에 비해 훨씬 강력해져 있었다.
“지존법신을 수련하는 데 성공한 거야?”
당빙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소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다 소녀의 변화에 깜짝 놀랐다.
“누이도 지존경에 이른 건가요?”
당빙이 내뿜는 영력 파동도 한 달 전에 비해 훨씬 강해졌다. 아마 그녀도 한 달 동안 열심히 수련해 지존경에 이른 것이다.
“이건 다 네가 준 지존영액 덕분이야.”
그녀의 무뚝뚝한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는데 한 줄기 빛이 소녀에게 향했다. 빛 속에는 적홍색 족자가 들어있었다.
“이건 천염법신의 수련법인데 누이한테 도움이 될 거예요.”
목진은 유명의 개자탁에서 천염법신의 수련법도 얻었는데 이미 대일불멸신을 수련해 천염법신 정도는 이제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러나 순위권에 든 지존법신이라 일반 지존들이 탐낼 물건이었기에 당빙한테 주는 게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빙은 97위인 천염법신의 수련법이란 말에 흠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너무 귀중해. 난 이걸 받을 수 없어.”
당빙은 일단 일반 지존법신을 수련하다 실력이 충분히 쌓이면 일정한 수준의 지존법신을 수련하고자 했는데 소년이 천염법신의 수련법을 건네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히히, 목진아. 너 혹시 우리 언니 좋아해? 지존영액에 지존법신까지 주는 걸 보면 분명한데…….”
당유가 옆에서 배시시 웃으며 묻자 당빙은 부끄러워 얼굴이 화악 달아올랐다.
“이 자식, 입을 확 찢어버릴라!”
당빙이 화가 난 척 이를 악물자 당유가 꺄르르 웃으며 목진의 뒤에 숨었다. 당빙 역시 목진의 호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고민되어 발을 동동 굴렀다.
“하하, 그만해.”
구유가 방긋 웃으며 당빙을 끌어안았다.
“일단 받아. 넌 지금 적합한 지존법신을 수련하는 것이 최우선이야.”
당빙은 구유가 입을 열자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이 은혜는 어떻게든 갚을게.”
소녀의 말에 목진은 괜찮다고 말하려 했는데 너무 진지한 모습에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빙아, 현재 우리 구유궁의 실력은 어때?”
“구유위 말인가요?”
구유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빙은 생긋 웃으며 답했다.
“걱정 마요, 언니가 떠나 있는 동안 구유위를 열심히 키워 전보다 실력이 부쩍 올랐는걸요.”
이에 구유는 뿌듯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제 목진이 구유궁의 통령이 되었으니 구유위를 이끌 텐데 어떨 것 같아?”
구유위는 여태껏 당빙이 책임지고 있었고 그녀의 허락이 있어야 사람들을 목진한테 넘길 수 있었다.
당빙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괜찮을 것 같아요.”
그러다 소녀는 멈칫하더니 씨익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구유위에 강자가 많고 대부분 자존심이 강한데 목진이 다스리지 못하면 어쩌죠?”
당빙의 미움을 살까 봐 이 일을 거절하려던 목진은 순간 흥미진진해졌다.
“그럼 어디 만나러 가볼까?”
* * *
대라천역에서 직접 이끄는 군대 외에 왕급 세력도 각자 군대가 있었다. 그들은 더 넓은 땅을 확보하기 위해 직접 군대를 거느리고 대라천역 외부의 세력과 싸워야 하므로 군대의 배양에 전력을 다했다.
수라궁(修羅宮)의 수라위(修羅衛), 열산전(裂山殿)의 열산군(裂山軍), 혈응전의 혈응중(血鷹眾)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강해도 대라천역에서 직접 관리하는 군대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그들은 수황과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역주가 직접 관리하고 있었다.
구유위는 구유궁의 군대였다.
다만, 구유가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운 데다가 관리에 능하지 않아 그녀가 떠날 때까지도 9개의 군대 중 최약체였었다. 다행히 당빙이 지금껏 정성껏 보살피고 관리한 덕에 구유위는 나날이 발전했다. 그렇다고 자원이 넉넉한 수라위 등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전보다는 실력이 훨씬 늘었다.
현재 구유궁의 드넓은 훈련장에는 검은색 갑옷을 입은 사람들이 조용히 서 있었다. 호흡마저 일치하는 그들이 내쉬는 숨소리는 뇌명처럼 굉장했다.
그때 앞쪽 하늘에 몇 갈래 빛줄기가 날아와 모습을 드러냈는데 바로 구유와 목진, 당빙과 당유였다.
“궁주를 뵙습니다.”
구유가 나타나자 천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공손하게 허리를 굽히고 주먹을 가슴 쪽에 가까이 가져가 인사를 했다.
목진은 질서 정연한 군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숨소리마저 일정한 그들은 진정한 군대가 틀림없었고 주위를 휘감은 영력은 서로 어우러졌는데 이는 다년간 갈고닦아야 가능한 일이었다.
“구유위는 천 명 정도의 규모를 유지하고 있어요. 연말마다 대결을 통해 가장 약한 이를 탈락시켜 구유궁의 다른 곳에 보내고, 실력이 출중한 신인을 다시 보충하고 있죠.”
당빙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목진은 그 말에 조금 놀랐는데 수량으로 승부를 보려 하지 않는 소녀의 발상이 기발했다. 비록 탈락제는 잔인해 보였지만 구유위의 실력이 점차 향상되고 있는 이유는 적당한 인원수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구유위는 현재 대부분 삼난을 건널 실력을 갖췄고, 가장 앞쪽에 선 몇몇 사람들은 곧 지존경에 이를 것 같았다.
아무리 대일불멸신을 수련하는 데 성공한 목진이라도 이런 군대를 상대하기는 버거울 것이다.
“제법이구나.”
구유가 뿌듯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가 떠날 때 구유위를 당빙한테 넘긴 것이 잘한 결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우리가 확보한 지존영액으로는 이 정도 규모밖에 키울 수 없었어요.”
당빙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도 사람들을 늘리고 싶었지만 구유궁은 지존영액을 넉넉하게 받지 못했고, 무턱대고 그 수를 늘린다고 좋을 게 없었기 때문이다.
“수고 많았어.”
구유가 소녀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구유는 당빙이 자신의 지존영액까지 구유위에게 양보했다는 사실에 미안하고 대견스러웠다.
“괜찮아요.”
당빙이 미소를 짓고는 이내 정색하며 구유위한테 고개를 돌렸다.
“오늘부터 목진이 구유위의 통령이야.”
소녀의 말에 구유위는 조용히 소년을 힐끔거리기만 했다. 그들의 침묵은 반대를 뜻하는 것과 같았다.
“다른 의견이라도 있어?”
당빙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러자 구유위에서 가장 앞쪽에 서 있던 튼실한 사내가 답했다.
“당빙 통령, 당신이 계속 구유위를 책임진다면 우린 절대 반대하지 않을 거예요.”
사내는 검은색 갑옷을 입고 쇠로 만든 장창을 든 채 결연하게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구유궁의 처지와 당빙이 본인 몫의 지존영액까지 우리한테 넘겼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 당신을 존경합니다. 방금 한 말씀은 명령이라면 따르긴 하겠지만 진심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목진은 사내를 힐끗 보고는 조금 놀랐다. 그도 1급 지존에 이르렀고 영력 파동으로 보면 아직 지존법신은 수련하지 못한 것 같았다.
목진은 구유위에 지존급 강자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잇따라 목진이 구유위를 쓰윽 훑어봤는데 사내의 양쪽에 서 있는 두 사람의 영력 파동도 범상치 않았다.
세 사람 모두 지존경에 이르렀다.
“방금 말한 사람은 구산(丘山)이고 그 왼쪽에 서 있는 사람은 북묵(北墨), 오른쪽은 난해(瀾海)야.”
당유가 작은 목소리로 구유위에 대해 소개했다.
“저들은 홀로 대천세계를 돌아다니며 수련하는 사람들이었는데 한 파벌과 원한이 맺혀 추격당하다가 나를 만나게 되어 여기로 데려온 거야. 그래서 그런지 지금껏 구유궁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섰고, 혈응전에서 영입하려 했는데도 넘어가지 않았어.”
당빙이 덧붙인 말에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한테 구유위가 되는 것은 괜찮은 선택이었다. 적어도 지존영액을 공짜로 받아 수련할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혈응전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소년은 그들이 꽤 괜찮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제부터는 너한테 달렸어.”
당빙이 나지막하게 말을 건넸다. 그는 구유위를 강제로 소년한테 넘길 수도 있었지만 그리하면 사람들의 불만을 살 뿐만 아니라 다른 마음을 품을 수도 있었다. 이제부터는 전부 목진이 하기에 달렸다.
그때 소년이 천천히 앞으로 나서더니 갑자기 훈련장으로 뛰어들었다.
“혹시 내가 마음에 안 들어.”
목진이 가장 앞쪽에 서 있는 세 명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목진도 그들과 똑같은 1급 지존이란 걸 알아보고는 자신들과 비슷한 실력을 지닌 사람을 통령으로 모시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 같이 덤벼. 나 역시 너희가 그럴 자격이 있는지 알아야겠어.”
목진이 무덤덤하게 말했고, 그 말에 세 사람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우린 아직 지존법신도 수련하지 못했어요.”
목진이 만약 지존법신을 소환하면 그들을 쓰러뜨려도 받아들일 수 없을 거란 얘기였다.
“그럼 지존법신을 소환하지 않을게.”
“좋아요!”
목진이 태연하게 대답하자 세 사람은 귀신처럼 소년 주위에 나타나 신속하게 급소를 향해 장풍을 쐈다. 그들은 다년간 함께 있어서 그런지 합이 엄청나게 잘 맞았다.
그렇게 세 사람은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려 공격했다. 이에 목진이 주먹을 쥐자 그의 피부는 놀라운 속도로 은색으로 변했고 체내의 뇌명이 나지막하게 울렸다.
그는 세 지존의 공격에도 끄떡하지 않고 자리에 서 있었다.
쿵!
세 사람의 장풍이 소년의 몸에 닿자 엄청난 영력 충격파가 형성되었고 아래쪽 대지가 순식간에 갈라졌다.
그러나 목진의 피부는 계속 미세하게 떨리며 나중에는 눈동자마저 은빛으로 변해 뇌광을 뒤집어쓴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이 마치 벼락의 신이 강림한 것 같았다.
구산 등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엄청난 육신이군!”
그들도 육신을 수련한 적이 있었지만 목진과 비교하면 천지 차이었다.
“물러나!”
목진의 은빛을 발하는 눈에서 뇌망이 폭발하더니 뇌광이 요동치며 무서운 영력 충격이 휘몰아치자 구산 등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바닥에 깊숙한 흔적을 남기며 뒤로 물러났다.
구유위들은 눈가가 파르르 떨리며 수군대기 시작했다. 지존급 강자 3명이 함께 나섰는데도 끄떡없는 소년의 모습에 놀란 것이다.
“정말 대단해.”
당유도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소년을 바라봤고 당빙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구유위 앞쪽에 서 있는 소년한테서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구유 언니가 소년을 데려오자마자 통령의 자리에 앉히려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