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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426화 (425/1,000)

426화. 금지봉(金池峰)

목진이 발을 힘껏 구르며 인법을 바꾸자 영력이 하늘 높이 솟아올라 거대한 보라색 용을 만들었고 지존해 속 보라색 화염이 바로 녀석을 감쌌다.

활활.

보라색 화염으로 인해 용은 빠르게 작아졌고 육신은 보라색 수정처럼 영롱하고 투명하게 변했으며 눈에 보라색 화염이 조금씩 깃들었는데 순간, 영력으로 만들어진 물건에 생명이 부여된 것만 같았다.

크으으으!

거대한 보라색 용이 백 장 정도로 작아지자 온몸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빛을 뿜었고 녀석이 포효하자 지존해에 만 장 크기의 파도가 일었다.

녀석은 곧바로 지존해에 들어가더니 깊숙한 곳에 조용히 누워있었다. 보라색 화염이 몸 표면에서 요동치는 모습이 마치 육신을 제련하는 것처럼 보였다.

목진은 지존해에 누워있는 보라색 용을 보고는 그제야 깨달았다. 구룡구상술은 다른 신술과 달리 지존해에서 수련한 뒤, 지존해 속에서 영력으로 부단히 다져야 했다.

보라색 용을 완벽하게 만들어내려면 특수한 무언가가 필요했는데 그것이 바로 불사화였다. 특수한 힘이 깃들어야 보라색 용한테 진정한 생명이 부여될 것이다.

“기를 모아 만든 용과 코끼리가 마주치면 천지를 뒤흔든다…….”

목진은 중얼거리며 다시 결인했다. 그리고 소리쳤다.

“화상인(化象印)!”

웅장한 영력이 다시 하늘 높이 솟아오르더니 거대한 보라색 코끼리를 만들었는데 녀석은 하늘을 떠받들 수 있을 것처럼 크고 튼튼해 보였다.

잇따라 그 속에 불사화를 주입하자 코끼리의 눈에 화염이 요동치더니 녀석에게 영성이 생겼다.

“용과 코끼리가 마주치리라!”

목진이 손을 들자 지존해의 깊숙한 곳에 누워있던 보라색 용이 하늘 높이 날아올라 코끼리와 부딪쳤다.

순간, 보라색 광파가 휘몰아치며 눈부신 보랏빛을 발하는 광구가 나타났는데 그 속에 용과 코끼리가 마주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치칙!

보랏빛이 번쩍이며 무서운 힘이 깃들었던 광구는 갑자기 어두워지며 폭발해 수많은 빛이 되어 우수수 떨어졌다.

이러한 광경에 목진은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실패란 말인가? 구룡구상술이 이렇게까지 괴이한 신술이란 말인가?

목진은 쏟아져 내리는 빛을 보고는 이를 꽉 악물었다. 보통 사람들은 여러 차례 실패하면 바로 포기할 테지만 목진은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 어떻게든 구룡구상술을 수련하는데 성공하고 싶어졌다.

그는 분명 구룡구상술을 습득할 수 있으리라!

잇따라 소년이 다시 인법을 바꾸고 지존해에 영력이 휘몰아치며 용과 코끼리가 생성돼 서로 부딪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후우.

목진은 몇 번이나 실패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수도 없이 시도했지만 늘 마지막 단계에서 실패했다. 용과 코끼리가 마주쳐도 융합에 성공하지 못해 더 큰 힘을 방출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마지막 단계가 완성되면 분명 무서울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선보일 텐데…… 왜 안 되는 거지?”

신백은 수면 위에 누워 중얼거리며 생각했다.

구룡구상술이 진정한 위력을 발휘하려면 마지막 단계가 가장 중요했다. 같은 속성의 힘을 융합하는 데 성공해도 엄청난 위력을 내기는 어려웠다.

그럼 다른 속성의 힘이 필요하단 말인가?

목진 체내의 영력은 불사화를 융합했기에 이것으로 만든 용과 코끼리는 속성이 같았다. 그래서 그는 불사화와 완전히 다른 특수한 힘이 필요했다.

그런데 그런 힘을 무슨 수로 얻어낸단 말인가?

그때 목진은 갑자기 무언가 떠올라 눈을 번쩍 뜨고 결인했는데 갑자기 뇌광이 번쩍이며 체내에서 뇌명이 울려 퍼졌다. 육신이 빠르게 벼락으로 뒤덮였다.

이와 동시에 지존해에도 뇌명이 들리며 하늘에서 검은색 벼락이 내리꽂혔다.

이에 신백이 손을 휘익 젓자 영력이 한데 모여 다시 코끼리를 만들었고 녀석은 포효하며 검은색 벼락을 삼켰다.

치칙.

보라색이었던 코끼리는 빠르게 검은색으로 변했고 몸 표면에 벼락이 번쩍였다.

목진은 이내 화색이 되어 검은색 벼락이 깃든 코끼리를 바라보며 다시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몸 표면에 보라색 화염이 요동치는 용이 날아올랐다.

보라색 불사화가 깃든 용과 검은색 벼락이 깃든 코끼리는 서로 다른 속성의 힘으로 만들어진 생명체로 파멸의 파동을 풍기며 허공에 떠 올랐다.

목진은 눈을 번쩍 떴다.

바로 이것이었다.

이것이야말로 구룡구상술의 진정한 힘이었다.

* * *

산봉우리에 앉아있던 목진은 꼭 감았던 눈을 번쩍 떴는데 한쪽 눈은 보라색 화염으로 가득 찼고, 다른 한쪽은 뇌광이 번쩍여 유난히 신비롭고 괴이해 보였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휘날리자 손바닥에서 두 갈래 빛이 빠르게 날아올라 하늘에서 거대한 보라색 용과 검은색 벼락이 깃은 코끼리를 만들었는데 그들이 나타나자 주위의 영력이 순식간에 폭동을 일으켰다.

“용과 코끼리가 마주치리라!”

목진이 두 손으로 결인하자 용 울음소리와 코끼리의 포효가 들리더니 하늘을 가르며 한 곳에서 부딪쳤다.

쿵!

무서운 영력 충격파가 퍼지면서 속성이 전혀 다른 두 갈래의 힘이 부딪쳐 공간이 일그러졌고 자염과 흑뢰가 미친 듯이 요동치며 광반을 형성했다.

광반은 보라색과 검은색을 절반씩 차지해 보라색 용은 누워있었고 벼락이 깃든 코끼리는 서 있었는데 두 갈래의 무서운 힘이 한데 모이자 놀라운 변화를 일으켰다.

그곳은 그 엄청난 힘을 견디지 못하고 미세한 균열이 일기 시작했고 목진의 얼굴도 한껏 진지해졌다. 그는 심지어 광반을 완벽히 조종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구룡구상술은 역시 엄청났다.

한편, 용상광반에서 난폭한 힘이 미친 듯이 요동치며 폭발할 것 같은 기미가 보였다.

슉!

그러다 용상광반의 떨림이 점차 심해지더니 ‘위잉!’ 하는 소리가 났는데 목진이 황급히 손가락을 튕기자 녀석은 한 줄기 빛이 되어 먼 곳으로 날아갔다.

“헉…….”

용상광반을 내던진 소년은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 방향은 바로 구유궁이었다.

슉!

빛줄기는 빠르게 구유궁으로 향했는데 구유가 갑자기 나타나 멍하니 빛줄기를 보더니 그 출처를 알고 피식 웃었다.

“녀석도 참…….”

구유는 투덜대며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웅장한 영력이 휘몰아치며 거대한 빛의 날개를 형성하였고 그것은 방패처럼 앞쪽을 단단히 가렸다.

쿵!

용상광반과 빛의 날개가 부딪치자 무서운 영력 충격파가 폭발했다. 멀리서 보면 꼭 성대한 불꽃놀이 같았다.

구유궁 사람들도 두 눈이 휘둥그레져 상황을 지켜봤다.

빛의 날개는 용상광반이 폭발하며 일으킨 영력 충격을 막아내긴 했지만 충격파가 사라지자 빛의 날개도 부서졌다. 잔뜩 놀란 구유가 사람들 눈앞에 나타났다.

목진이 무려 구유명작의 방어막을 뚫은 것이다.

비록 구유가 전력을 다하지 않아 가능한 것이었지만 자기보다 실력이 3품이나 높은 실력자의 방어를 뚫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에 구유는 바로 멀리 떨어진 산봉우리에 있는 목진한테 다가갔다. 소년이 구유를 보고는 히쭉 웃으며 말했다.

“미안, 실수였어.”

“방금 그건 뭐야?”

“경매장에서 봤던 구유구상술이야.”

“그래? 그럼 수련하는 데 성공한 거야?”

목진의 솔직한 답변에 구유는 잔뜩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도 신술을 본 적이 있었지만 어떻게 수련을 해야 할지 감이 전혀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목진이 수련에 성공하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조금 성과가 났어.”

목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고는 수련하면서 터득한 것을 전부 말해주었다.

이에 구유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구룡구상술은 무턱대고 수련하는 것이 아니라 지존해에서 시작해야 하고 두 가지 특수한 힘으로 속성을 바꿔야 하는 거였구나.”

목진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속성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제일 어렵기도 했다. 소년이 뇌신체를 수련해 체내에 벼락의 힘이 있지 않았다면 절대 용상을 만드는 데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네 몸에 깃든 벼락의 힘은 뇌신체에서 나와서 구룡구상술을 완벽히 수련하기에는 많이 부족할 거야.”

구유는 비록 구룡구상술의 수련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해박한 지식으로 알려줄 수 있는 것이 많았다.

목진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지금 구룡구상술을 어떻게 수련해야 하는지만 알았을 뿐이었다. 뇌신체의 벼락의 힘으로 간신히 코끼리 한 마리의 속성을 바꿀 수 있었는데 조예가 깊어질수록 필요한 벼락의 힘은 더 많아질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 절대 뇌신체의 힘만으로는 버틸 수 없을 것이다.

구룡구상술은 이름 그대로 용과 코끼리를 각각 아홉 개씩 만들어내야 하는데 목진은 아직 한 마리씩밖에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럼 어떡하지?”

목진이 머리를 긁적이며 묻자 구유는 잠시 생각하더니 웃으며 답했다.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야. 속성이 벼락인 힘을 영력과 융합하면 돼.”

불사화와 영력을 융합한 목진이 벼락의 힘까지 융합하면 영력이 두 가지 속성을 띠게 되어 구룡구상술을 완벽하게 수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목진은 괜히 구유를 흘겨봤다. 불사화를 융합할 때, 겪었던 고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괴로운데 벼락의 힘까지 융합하라니. 이는 더 어렵고 위험할 것이 분명했다.

일단 두 가지 힘이 충돌을 일으키면 그 후과는 엄청날 거라 수많은 지존급 강자들도 감히 속성이 다른 두 가지 힘을 융합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한테는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너한테는 가능한 일이야. 넌 뇌신체를 수련한 적이 있으니까 육신과 체내의 영력이 벼락의 힘에 적응하기 쉬워. 불사화에 뒤처지지 않는 벼락의 힘만 찾으면 시도하는 걸 추천해.”

구유가 진지하게 말했다.

“불사화에 뒤처지지 않는 벼락의 힘이라…….”

목진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불사화도 보통 화염이 아닌데 어디서 그것 못지않은 벼락의 힘을 구한단 말인가?

“오늘 당장 구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천천히 찾아보자. 연이 닿으면 언젠가 마주치게 될 거야.”

구유는 소년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이며 위로했다.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구룡구상술의 수련은 급하지 않아 천천히 연구해도 되었다.

“사흘만 지나면 대라금지 대결이야.”

구유는 목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

“우리 구유궁의 체면을 되살릴 수 있을지 없을지는 전부 너한테 달렸어.”

“네, 궁주님.”

목진도 피식 웃으며 말했다.

대라금지에서의 대결은 소년이 천라대역에서 벌이는 첫 싸움이라 기대가 되었다. 지금의 그는 북창령원에 처음 들어갔을 때와 처지가 비슷했지만 언젠가 대천세계의 천재들을 뛰어넘어 그녀와 한 약속을 지켜내리라.

목진은 하루빨리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소년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산봉우리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며 속으로 외쳤다.

“낙리야, 조금만 기다려. 그때가 되면 널 위해 모든 걸 할 거야.”

* * *

사흘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쿵! 쿵!

사흘째 태양이 어둠을 밝히며 떠오르자 대라천에 나지막한 북소리가 들렸다. 전투의 의지가 가득 담긴 북소리에 천지의 영기마저 폭동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부단히 들렸다.

대라금지의 대결은 대라천역의 대사나 다름없었다. 대라천역의 각 파벌 사이의 싸움은 엄청나게 치열해 다들 두각을 나타내고 싶어 했다. 각각의 세력들은 좋은 성적을 따내기 위해 최강자를 출전시켜 대라천역에서의 위상을 끌어올리곤 했다.

게다가 대라금지의 유혹은 더 말할 나위 없었다. 지존법신을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신기한 능력이 있는 대라금지를 탐내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편, 대라천역의 깊숙한 곳의 우뚝 솟아오른 산맥에 나무가 무성하게 자랐고 정상은 금빛 찬란한 빛으로 눈이 부셨는데 그곳이 바로 대라금지였다.

그곳은 대라천역의 금지 구역이라 대라금지 대결을 할 때가 아니면 아무도 허락 없이 출입할 수 없었다. 이에 현재 금지봉 밑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고, 다들 이글거리는 눈으로 정상을 바라봤다.

그리고 산기슭에는 거대한 석대 9개가 놓여있었다. 넓은 석대에는 기세등등한 여덟 무리가 조용히 서 있었고 그 위에 놓인 왕좌에는 8왕이 앉아 부하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들 감히 그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런데 마지막 왕좌가 텅 비어있었다. 그곳은 바로 구유궁의 궁주, 구유의 자리로 여태껏 대라천역에 없었기에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고 구유궁이 유명무실하다고 여겼다.

쿵!

그런데 그때 갑자기 엄청난 살기가 폭발하듯 퍼지자 다들 고개를 들어보니 흑운이 몰려와 석대 위에 내려앉았다.

천 명 가까이 되는 군대가 사람들 눈앞에 나타났는데 검은색 갑옷을 입은 사람들이 조용히 서 있기만 했는데도 내뿜는 살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리고 그 무리의 가장 앞쪽에는 늘씬하고 훤칠한 소년이 서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아무렇지 않게 8왕을 쓰윽 훑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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