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주재-428화 (427/1,000)

428화. 네 명의 지존과의 대결

위잉.

3황이 세 갈래 빛줄기를 금지봉으로 쏘아 보내자 외부 공간이 일그러지며 산맥이 점차 선명해졌다.

쿵!

그러다 금지봉이 완전히 또렷해지자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웅장한 영력이 휘몰아쳐 그 구역을 황금색으로 물들였다.

정상에서 쏟아져 내리는 황금색 폭포를 보니 대라금지가 황금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저건 금지 홍류로 위력이 상당한데 지존경에 이른 강자만 간신히 막아낼 수 있어요. 그곳에 오르는 이들은 모두 금지 홍류의 충격을 견디며 정상에 올라가야만 해요.”

구산이 곁에서 설명해주자 목진은 이내 정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황금색 홍류의 위력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대라금지는 역시 대단한 곳이었다.

쿵!

그때 허공에 있던 3황이 함께 손을 휘두르자 공간에 파문이 일며 맑은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금부터 대라금지의 대결을 시작한다.”

슉! 슉!

천취황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웅장한 영력 기둥들이 하늘 높이 날아올라 빠르게 금지봉으로 향했고 8왕 휘하의 통령들도 곧바로 떠났다.

순식간에 그 구역은 바람을 가르는 소리로 가득 찼고 천지의 영력은 솟아오를 것만 같았다.

“목 통령, 힘내요!”

구유위 중에서도 실력이 좋은 구산, 북묵, 난해는 목진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올리며 말했다. 목진의 성과에 따라 구유궁의 미래가 정해질 것이다.

이에 소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 줄기 빛이 되어 하늘을 가르며 커다란 금지봉 위에 내려섰다.

구유도 목진을 바라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부터는 목진한테 모든 걸 맡겨야 했다.

“구유 언니, 목진이 최종 4위에 들 수 있을까요?”

당유가 잔뜩 긴장하며 물었다.

“걱정하지 마, 목진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을 거야.”

구유의 아름다운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그녀는 목진을 굳게 믿고 있었다.

“실패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구유는 소년을 보고 씩씩거리는 당빙의 말에 피식 웃었다.

그때 3황이 옷깃을 휘날리자 공간이 파르르 떨리며 영력이 모여 커다란 영력 광경을 만들어내었고 금지봉에 들어간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9왕은 고개를 들어 영력 광경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 * *

쿵!

목진이 금지봉에 내려서자 황금색 홍류가 쏟아져 내렸는데 홍류는 산맥을 순식간에 부술 수 있을 만큼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지존경에 이르지 않았다면 그 누구든 충격에 못 이겨 육신이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다.

그러나 소년은 태연하게 자리에 서서 손가락을 튕겼고, 곧 보라색 화염이 깃든 영력이 휘몰아쳐 황금색 홍류를 반으로 갈랐다.

슉!

잇따라 목진은 귀신처럼 그 속을 비집고 들어가 빠르게 정상으로 향했고 다른 곳에서도 강력한 영력 파동이 폭발하였다. 다들 자신의 힘을 한껏 끌어올려 황금색 홍류를 가르며 정상을 향해 돌진했다.

대라금지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네 명뿐이라 다들 서로 적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에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싸움이 벌어졌다. 4위권에 들려면 적의 수를 최대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웅장한 산속 곳곳에서 난폭한 영력이 휘몰아치며 살기가 흘러넘쳤다.

쿵!

목진이 암석을 힘껏 밟자 순식간에 부서졌다. 그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는데 갑자기 뒤쪽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갑작스러운 공격에도 목진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곧바로 뒤로 손을 휘두르자 웅장한 영력이 영력 거수를 만들어 상대방의 공격과 맞섰다.

쿵!

난폭한 영력이 휘몰아치며 누군가 튕겨 나가더니 황금색 홍류에 휩쓸렸다. 그는 다시는 목진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목진도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고 뒤쪽을 힐끗 보고는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목진은 습격을 열 차례나 받았지만, 일부러 그의 목숨을 취하려고 한 게 아니라서 크게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다들 금지봉으로 들어와 적의 수를 최대한 줄이려고 애를 썼다.

그때 목진이 고개를 들어 황금색 홍류를 바라봤는데 10명 정도가 맨 앞에서 달리고 있었다. 그들은 분명 엄청난 실력을 지닌 게 틀림없었다.

목진도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었으나 처음부터 앞서나가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모든 걸 보여주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고 혈응왕이 그를 상대하기 위해 따로 준비해둔 수가 있다고 하니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슉!

그때 목진은 뒤쪽에서 두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뒤돌아봤는데, 그중 하나가 쏜 장풍에 황금색 홍류가 찢어지더니 상대방의 가슴팍을 내리쳤다.

풉.

공격에 맞은 사람은 피를 토하며 뒤로 튕겨 나갔고 상대방은 뒤쪽을 쓰윽 훑고는 전진하다 앞쪽에 있는 목진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목진은 생긴 건 수수했지만 유난히 튼실해 보이는 상대방의 몸을 보고는 실력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바로 눈치챘다. 그는 9왕 휘하의 수련자가 아니었는데 그에게서 상당한 영력 파동을 느꼈다. 목진은 그가 대라천역의 다른 세력이라는 것이 조금 놀랐다.

그와 동시에, 상대방도 목진을 힐끗 쳐다봤는데 어린 소년한테서 상당히 위험한 파동을 느꼈다. 소년은 친근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마음속에 맹수를 품고 있는 듯 보였다. 사내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쪽으로 향했다. 그건 서로 건드리지 말자는 뜻이었다.

이에 목진은 사내를 떠나보내고 자리에 멈춰 섰다. 갑자기 음산한 파동이 그를 향해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혈응왕이 파견한 사람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황금색 홍류가 사정없이 쏟아져 내려 천지의 영력이 폭동을 일으켰는데 정작 목진은 자리에 멈춰 서서 무덤덤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폈다.

그러나 눈부신 금광 때문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오직 네 갈래의 음산한 파동만 느껴질 뿐이었다.

“왔으면 얼른 모습을 드러내. 쥐새끼처럼 숨어있을 필요는 없잖아?”

목진은 씨익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네 명이 한 사람을 상대하는 걸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것 같은데 뭘 망설이는 거야?”

이에 미세한 소리가 들리더니 사람 네 명이 걸어 나왔다. 그들은 각자 다른 세력의 옷을 입고 있었는데 소매에 새겨진 무늬를 보니 전부 혈응전과 연관이 있어 보였다.

그들이 조용히 자리에 서자 엄청난 영력 위압감이 형성돼 대지가 움푹 파였고 다들 독사 같은 눈으로 소년을 노려봤다.

실력이 1급 지존 정상에 오른 네 사람은 대라천역에서도 정예에 속했다.

목진은 혈응왕이 그를 쓰러뜨리려고 참 애를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모습이 영력 광경을 통해 그대로 전해지자 사람들은 깜짝 놀라 수군대기 시작했다.

“저들은 북망사곡(北邙四谷)의 수령인 것 같은데 구유궁의 새 통령을 상대할 작정이군…….”

“북망사곡의 수령들은 1급 지존에 이른 지 오래되었는데 혈응왕께서 구유궁의 기를 꺾기 위해 참 애를 쓰네.”

“그러게 말이야. 저들은 대라천역에서도 정예들인데 네 명이 목진 한 사람을 상대하다니. 상황이 좋지 않군.”

* * *

사람들은 수군거리며 구유궁 쪽을 바라봤는데 대부분 동정과 연민의 눈길을 보냈지만 히쭉거리는 놈들도 있었다.

그런데 정작 구유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영력 광경을 바라보기만 했다. 옆에 서 있던 당유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당빙도 입술을 깨물며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았다.

“북망사곡의 수령들이라니, 몹쓸 놈들!”

당빙이 이를 악물고 중얼거렸다.

“저들을 기억해 둬.”

구유는 무덤덤하게 말했지만 당빙은 그 속에서 분노와 살기를 느꼈다. 구유는 북망사곡을 이미 원수로 여겼다.

이에 당빙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앞으로 기회가 오면 북망사곡도 온전치 못할 것이다.

“구유 언니, 목진은 괜찮겠죠?”

당유가 걱정되어 물었다. 그녀는 목진의 실력을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네 명이나 상대하기는 버거울 것이다.

그러나 구유는 태연하게 서 있는 소년을 보고 이내 미소를 지었다. 소년은 이제 그녀가 놀린다고 화들짝 놀라던 앳된 남자아이가 아니었다.

“목진은 분명 이길 거야.”

구유는 왕좌에 길쭉한 다리를 꼬고 앉아 손으로 턱을 괴고 있었는데 야성미 넘치는 눈빛에서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당빙과 당유는 구유가 목진을 왜 그렇게까지 믿는지는 몰랐지만 그녀의 확신에 찬 말에 떨리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안정되었다.

* * *

금지봉 속의 목진은 자연스레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는데 현장에 흘러넘치는 살기는 목진만 느낄 수 있었다.

북망사곡의 네 수령은 몸이 마른 편이었다. 중간에 서 있는 사내는 뼈와 가죽만 남은 것처럼 삐쩍 말라보였지만 눈빛만은 더없이 날카로웠다.

“네가 목진이야?”

그는 목진을 노려보더니 사악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넌 여기서 멈춰야겠어. 누군가 네가 정상에 올라가는 걸 보고 싶지 않으시데.”

이에 옆에 서 있던 검은 도포를 입은 사내도 목진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도 너를 죽여 구유궁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아. 그런데 네가 계속 고집을 부리면 이곳은 어쩔 수 없이 네 무덤이 될 거야.”

“너희야말로 바로 떠나지 않으면 이곳이 무덤이 될 거야.”

목진이 눈앞에 서 있는 네 명을 보며 그 말을 돌려주었다. 그러자 다들 흠칫하더니 씨익 웃었다.

“재미있는 친구네.”

“그럼 죽일까?”

“그러자…….”

네 사람은 입꼬리를 씰룩거리더니 곧바로 자리에서 사라졌다.

슉!

잇따라 목진 주위의 공간에 파문이 일더니 그들은 귀신처럼 나타나 영력을 한껏 끌어올린 채 소년의 급소를 노렸다.

최대한 빨리 목진을 쓰러뜨리려고 작정한 것이었다.

퍽!

그런데 네 사람은 장풍을 쏜 곳을 확인하고는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들의 장풍으로 목진의 몸을 뚫었지만 그의 몸에서는 피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잔영이라니…….”

지존 네 명은 순간 흠칫 놀랐다. 그들보다 더 빠른 소년의 속도에 조금 놀란 것이다.

쿵!

그때 나지막한 뇌명과 함께 뇌광 한 줄기가 네 사람 앞을 스쳐 지나가더니 뇌광이 폭발하며 벼락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손이 그들의 등에 있는 급소를 때렸다.

괴이하기 그지없는 목진의 반격에 전투 경험이 풍부한 이들마저 이내 정색하며 옷깃을 휘날렸다. 웅장한 영력이 뒤쪽에 영력 광막을 형성했다.

쿵!

벼락 거수는 곧바로 영력 광막을 부쉈는데 그 순간, 네 사람은 빠르게 물러나 소년의 공격을 피했고 안색이 훨씬 어두워진 채 살기를 가득 품었다.

“반응이 느리지 않군.”

허공에서 뇌광이 한데 모이더니 목진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괴이하게 웃었다. 그리고 온몸에 눈부신 빛을 발하며 뇌신체를 10문 뇌체까지 끌어올렸다.

목진은 뇌신체를 소환해 속도가 엄청났는데 상대방이 공격을 피하자 깜짝 놀랐다.

반면, 네 사람은 소년을 노려보며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합장했다. 그러자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영력 폭풍이 일며 영력이 미친 듯이 휘몰아쳤다.

“고목법신(枯木法身)!”

잇따라 네 사람 주위에 똑같이 생긴 거대한 빛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들은 같은 지존법신을 수련했다.

회흑색을 띤 지존법신 네 개가 우뚝 솟아오르자 하늘 높이 솟아오른 고목처럼 죽음의 기운을 발산하였다.

그들이 숨을 쉬자 영력 돌풍이 일며 휘몰아쳤는데 그 기세에 금지봉 위쪽에서 달리던 강자들마저 흠칫 놀라 이내 정색하며 뒤돌아봤다.

“좋은 말로 할 때, 들었어야지!”

지존법신들은 목진을 노려보며 함께 소리쳤고 커다란 손을 휘둘렀다.

퍽!

손이 내려앉기도 전에 대지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고목법신은 비록 99등급 지존법신에 들지 못했지만 네 개가 동시에 나타나 공격하자 그 위력이 상당했다.

무서운 영력 위압감에 목진은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고개를 들어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두 손을 회전하다가 꼭 쥐었다. 그러자 뒤쪽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지존해가 나타났다. 그리고 주위의 온도가 폭등하며 소년의 눈동자 색깔이 변하기 시작했다.

“너희 따위가 내 목숨을 취하게 놔둘 수 없지!”

소년의 차가운 목소리가 주위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