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화. 엄청난 전투력
쿵!
목진의 뒤쪽 공간이 한껏 일그러지더니 웅장한 지존해가 나타나 영력이 휘몰아치며 상대방이 형성한 위압감을 전부 물리쳤다.
소년은 고개를 들어 상대방의 공격을 확인하고 바로 두 손으로 결인했는데 체내에서 눈부신 영광이 휘몰아치며 용음이 들렸다.
쿵!
상대방의 공격은 빠르게 목진이 서 있던 땅에 닿아 거대한 균열이 일어 바닥이 움푹 파였다.
구경꾼들은 잔뜩 긴장하며 영력 광경을 지켜봤다.
구유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았지만 당빙과 당유는 안색이 조금 창백해졌다.
한편, 지존법신들은 움푹 파인 바닥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곳에 목진이 없었다.
“조심!”
네 사람이 동시에 외침과 동시에 뒤쪽 공간이 찢어지더니 그 속에서 눈부신 빛을 발하는 용 그림자가 나타났다.
크으으으!
네 명의 지존은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1급 지존에 이른지 얼마 되지도 않는 소년이 무슨 수로 공간 균열을 뛰어넘은 것인지 이해가 안 됐다. 이는 적어도 5급이 돼야 가능한 일이었다.
공간 균열에서 나온 용의 그림자는 늘씬한 소년으로 변하자마자 다시 두 손을 모아 결인하였다.
쿵!
잇따라 지존해에서 용과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보라색 빛줄기와 검은색 빛줄기가 신속하게 날아올라 소년의 뒤쪽에 거대한 보라색 용과 뇌상의 형태를 갖췄다.
이에 목진이 합장하자 보라색 화염이 이글거리는 보라색 용과 흑뢰를 온몸에 휘감은 뇌상은 한데 부딪쳐 무서운 영력 충격파를 형성해 지존법신들을 물리쳤다.
목진은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두 손을 파르르 떨며 현란하게 인법을 바꿨는데 난폭한 영력에서 용상광반이 나타났다.
보라색과 검은색이 각각 절반을 차지한 광반 위에 용은 누워있었고 코끼리는 서 있었는데, 엄청난 영력 파동을 발산하며 공간에 바로 미세한 균열이 생겼다.
“저 녀석을 죽여!”
북망사곡의 네 수령은 용상광반에 깃든 무서운 힘에 화들짝 놀란 외쳤다.
“고목지(枯木指)!”
네 사람은 동시에 고함을 지르며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렸는데 고목처럼 보이는 영력의 빛기둥 네 개로 변해 재빨리 목진을 공격했다.
이에 소년은 고개를 들어 차가운 눈빛으로 상대방의 공격을 바라보며 인법을 변환했다.
“용상지반(龍象之盤)!”
목진이 길쭉한 손으로 허공을 가볍게 찍자 용상광반은 한 줄기 빛이 되어 날아올랐고 용상광반이 지나간 곳의 공간이 쭉 찢어졌다.
쌍방의 공격이 격하게 충돌하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영력 폭풍이 휘몰아쳐 아래쪽 숲은 초토화되었고, 난폭하기 그지없는 영력은 아직도 서로를 삼키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목진 제법인데!”
“구유궁의 새 통령은 역시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었어.”
* * *
“목진이 공격을 막아냈어요!”
당빙과 당유는 이내 화색이 되어 외쳤다.
“너흰 목진을 너무 쉽게 생각했어.”
구유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소년의 구룡구상술의 위력을 직접 확인해서 잘 알고 있었고 녀석들은 절대 목진의 공격을 막을 수 없을 거라 확신했다.
쿵!
그때 하늘에서 갑자기 눈부신 보랏빛과 검은빛을 비추더니 자염과 흑뢰가 폭동을 일으켰다. 고목같이 생긴 커다란 손가락 네 마디가 사정없이 폭발하였다.
구경꾼들은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철수하라!”
북망사곡의 네 수령은 잔뜩 놀라 뒤로 물러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천장 정도 떨어진 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목진은 뒤로 물러난 녀석들을 보더니 씨익 웃었다. 구룡구상술의 위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면 그날, 묵청 대사께서 이를 준대원만신술이라 칭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슉!
소년이 손가락을 튕기자 요동치던 자염과 흑뢰가 한데 모여 얽히고설키더니 순간 사람들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나타났을 때는 네 명의 지존 중 가장 마른 사람의 눈앞이었다. 그는 목진의 사냥감이 되었다는 걸 깨닫고 사색이 되었다.
구룡구상술의 위력은 상당하지만 목진은 이를 수련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존급 강자 네 명을 전부 죽일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중 한 명쯤은 충분히 가능했다.
“고목지법(枯木之法)!”
목진의 사냥감이 된 지존이 포효하자 지존법신은 꼭 죽어가는 고목처럼 보였다.
쿵!
그러나 목진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자염과 흑뢰가 뒤섞인 빛줄기가 순간 보라색 용과 벼락이 깃든 코끼리로 변해 미친 듯이 녀석의 지존법신을 공격했다.
쿵!
순간, 화산이 폭발하듯 무서운 충격파가 일며 고목법신은 바로 폭발했다. 녀석은 미친 듯이 피를 토하며 맥없이 추락해 지면에 크고 깊은 구멍을 내며 떨어졌는데 숨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죽기 직전인 듯했다.
구경꾼들은 짧은 시간에 지존법신을 소환한 지존급 강자 한 명을 쓰러뜨린 목진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고대(枯大)야!”
나머지 세 사람은 안색이 한껏 어두워진 채 살기를 품고 목진을 바라봤다.
“너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
세 사람이 고함을 지르자 방대한 지존법신들이 다시 목진을 향해 공격을 개시했다. 천지의 영력마저 그들이 휘두른 주먹에 끓어올랐다.
“나타나라!”
목진은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두 손을 들었는데 앞쪽 숲이 폭발하며 흑련 세 송이로 만들어진 영진이 사람들 눈앞에 나타났다.
“요련도영진!”
목진이 두 손으로 인법을 바꾸자 흑련 세 송이가 하늘 높이 날아올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중 한 지존법신을 때렸다.
쿵!
순간 검은빛에 물든 고목법신은 얼어붙은 돌덩이처럼 멈춰 서더니 산산조각이 났다.
풉.
지존법신이 망가지자 또 한 명의 지존이 피를 토하며 튕겨 나갔다. 그도 한순간에 중상을 입었다.
이에 남은 두 사람은 바로 공격을 멈췄고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들은 도대체 왜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자기보다 어린 녀석한테 이렇게까지 비참하게 당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구경꾼들도 어리둥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들 멍하니 목진을 바라보았고 소년의 전투력에 감탄했다.
나머지 두 지존은 눈앞에 서 있는 소년에게 또 다른 필살기가 있을까 봐 더는 나서지 못했다. 그러다 정말 숨겨둔 엄청난 수단이 있으면 이미 바닥에 쓰러진 두 사람보다 더한 꼴이 될 것이다.
“철수하자!”
그들은 싸울 의지가 완전히 사라져서 서로 마주 보고 소리쳤다.
“이제야 떠날 생각을 하다니, 너무 늦은 거 아니야?”
목진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는 자신을 죽이려 달려들었던 사람을 그냥 놔줄 수 없었다. 여기는 북창령원이 아니었기에 선심을 쓰거나 우유부단하게 행동하는 것은 정말 멍청한 짓이었다.
그가 두 손을 모아 다시 결인하자 머리에서 빛을 발하는 기둥이 솟아오르더니 부도탑이 한껏 커져 세 번째 지존법신을 진압했다.
잇따라 부도탑 외벽에 새겨졌던 금룡이 포효하며 탑에 들어가 세 번째 지존법신을 태워 없애자 까맣게 그을린 사람이 겨우 숨만 쉬며 맥없이 추락했다.
목진이 또 한 명의 지존을 쓰러뜨렸다.
마지막 남은 지존은 잔뜩 겁에 질려 미친 듯이 도망쳐 금지봉에서 뛰쳐나갔다.
그러나 목진은 더는 녀석을 쫓아가지 않고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연이어 선보인 엄청난 필살기에 그는 지존해의 영력 중 절반 정도를 사용했기에 더는 낭비하면 안 되었다.
그는 한꺼번에 1급 지존을 세 명이나 쓰러뜨렸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소년이 다시 허공에서 내려앉아 주위를 쓰윽 훑자 주위에 숨어있던 사람들이 빠르게 철수했다.
이에 목진은 앞으로 계속 전진했고, 그 후로 감히 그한테 도전장을 내미는 사람은 없었다.
한편, 영력 광경 속에서 멀어져가는 소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구경꾼들은 너무 놀라서 말을 잊었다. 그들은 구유궁의 새 통령이 상당히 무서운 필살기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혼자서 네 명의 1급 지존을 상대하면서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그중 세 명을 쓰러뜨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허공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천취황과 영동황도 소년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흠칫 놀랐고, 수황마저도 눈을 번쩍 떴다.
“역시 예사롭지 않군.”
“목진이 이겼어요!”
당빙과 당유는 멍하니 영력 광막을 바라보다 소년이 점차 시야에서 멀어지자 정신을 차리고 화색이 되었다. 당유는 참지 못하고 환호했고 점잖은 당빙도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목진의 실력은 예상 밖이었다.
북망사곡의 네 수령은 대라천역에서도 꽤 유명하고 실력도 괜찮은 편이었다. 그들이 한 합동 공격은 2급 지존이라도 겨우 상대할 정도였는데 목진이 녀석들을 쓰러뜨린 것이다. 다들 소년의 뛰어난 전투력에 감탄했다.
구산 등도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을 바라봤는데 소년에 대한 경외심이 더욱 짙어졌다. 어디서든 실력이야말로 제일가는 무기였다. 구유의의 통령이 저 정도 실력을 지녔다면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등산은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최후의 4인이 되지 못하면 지금 아무리 잘해도 소용없어.”
구유는 태연하게 자리에 앉아 두 소녀한테 말을 건넸다.
“목진은 나이가 어린 데다가 대라천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실패할 수도 있죠. 대신 다음번엔 분명 1위를 따낼 수 있을 거예요.”
당유는 목진이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 그의 편을 들어줬지만 당빙은 조용히 서 있기만 했다. 그녀도 목진의 실력에 만족했지만 현실은 잔인한 법이었다. 제아무리 뛰어나도 사람들은 정상에 오른 사람만 기억할 것이고 실패자에게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만약 목진이 최종 4인에 들지 못하면 북망사곡의 네 수령을 물리쳤다는 사실은 금세 잊힐 것이고 다들 그를 실패자로 기억할 것이다.
“목진은 쉽게 무너질 사람이 아니야.”
구유는 시무룩해진 두 소녀를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환호성으로 넘쳐나는 구유궁과 달리 혈응전은 유난히 조용했다. 그들은 왕좌에 앉아있는 혈응왕을 힐끗거리며 눈치 보기에 바빴다. 혈응왕이 엄청난 화를 참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혈응왕의 의자 손잡이에 미세한 균열이 일더니 그가 깊게 숨을 들이켜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못난 놈들…….”
혈응왕은 한기 어린 눈으로 영력 광막을 노려보더니 다시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목진이 북망사곡의 네 지존을 쓰러트린 일은 예상치 못했지만 최후의 4인이 되지 못하면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다.
대라금지의 대결은 이제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 * *
웅장한 금지봉에서는 황금색 홍류가 끊임없이 쏟아져 내렸는데 그 무서운 태세에 다들 움찔했으나 한 사람만을 상대로 흘러내리는 것이 아니라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안 그러면 실력이 2급에 이른 지존이나 9왕이라도 정상에 오르기 어려울 것이다.
그때 황금색을 발하는 숲에서 두 사람이 멀리 떨어진 뒤쪽을 바라봤는데, 그곳은 목진과 북망사곡의 네 수령이 치열한 싸움을 벌이던 장소였다.
“목진이 북망사곡의 네 수령을 쓰러뜨렸다니…….”
오천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뒤쪽을 바라봤다. 일전의 대결로 그는 목진의 공격이 상당히 강력해 1급 지존을 쓰러뜨리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점점 흥미로워지는걸?”
미간을 찌푸렸던 오천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소년이 1급 지존 네 명을 쓰러뜨린 것은 이상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그건 그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오천은 원래 북망사곡의 네 수령을 자신의 대결 상대로 취급하지도 않았었다.
“하느님께서 나한테 기회를 주려나 봐.”
조봉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허허, 구유위의 전직 통령과 현직 통령의 실력이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 이제야 알게 되겠구나.”
오천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난 이번에 순위를 끌어올리고 싶으니까 일단 정상에 오르는 데 집중하자.”
말을 마친 오천은 금지봉의 깊숙한 곳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는데 꼭 사냥감을 노리는 늑대 같았다.
“그래? 주악과 싸우려고?”
오천은 현재 4대 통령 중 3위에 있어 주악을 쓰러트리면 바로 2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다만, 열산왕 휘하의 최정예인 주악은 대라천역의 유명 인사였고 절대 방심할 수 없는 무서운 상대였다.
조봉은 현재 혈응전의 자원으로 실력을 키우고는 있지만 짧은 시간에 순위를 끌어올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오천이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난 이제 3위가 질렸어.”
오천은 씨익 웃더니 독수리처럼 날아올라 황금색 홍류를 가르며 빠르게 전진했다.
이에 조봉이 바로 뒤를 따라갔다. 가는 길에 많은 이들을 마주쳤지만 그들을 건드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4대 통령한테 함부로 덤볐다가는 정상에 오를 기회마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때 숲속 깊숙한 곳에서는 두 사람이 허공으로 날아올라 뒤쪽을 바라봤다. 그들은 각각 4대 통령 중 1위인 서청과 2위인 주악이었다.
그들도 조금 놀란 표정으로 목진이 싸웠던 곳을 흥미롭게 바라봤는데 이번 대라금지 대결에 이변이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