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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430화 (429/1,000)

430화. 패기

정작 목진은 전력을 다해 전진하는 데만 집중했다.

크으으으!

웅장한 황금색 홍류에서 가끔 용 울음소리가 들렸는데 용 한 마리가 공간을 가르며 앞쪽에서 달리던 강자들을 빠르게 뛰어넘었다.

이에 다들 깜짝 놀랐는데 나설지 말지 고민하다 결국 포기했다. 그들은 북망사곡의 네 수령을 손쉽게 쓰러뜨린 강자와 싸워 이길 자신이 없었다.

용은 바로 목진이었다. 백룡지존한테 용등술을 얻어 그 덕을 많이 봤는데 실력이 향상되면서 효과가 점차 줄어들었다. 그런데 지존경에 이르자 용등술의 최고 단계인 용등을 소환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덕분에 목진은 신비로운 힘을 빌려 용으로 변해 일정한 범위에서 공간을 가를 수 있게 되었다. 그가 북망사곡의 네 지존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던 것도 전부 용등술 덕분이었다.

목진은 용등술을 끝까지 끌어올리면 제아무리 2급 지존이라도 따라잡을 수 없다고 확신했다.

이렇게 그는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두 번째 무리를 완전히 뛰어넘었다.

북망사곡의 네 지존과 싸운 뒤로 그는 더는 실력을 숨길 필요가 없어졌고, 다들 감히 그와 싸우려 하지도 않았다.

슉!

용이 지나가자 공간이 일그러졌다. 목진은 순간 천 장 밖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잇따라 소년은 주위를 쓰윽 훑었는데 이 구역에서만 스무 개도 넘는 영력 파동이 느껴졌다. 전에 만났던 지존들보다 실력이 훨씬 강한 사람들임이 분명했다.

역시 첫 번째 무리에 속한 이들은 정예들이었다.

목진이 고개를 들어 눈부신 금광을 발하는 평상을 바라봤는데 황금으로 만든 것처럼 영롱하였다. 그곳은 대라금대로 대라금지에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였다.

하여 그곳을 지나야만 정상에 오를 자격이 주어졌다.

이에 그는 다시 용으로 변해 전진했는데 백 장 정도 나아가다 갑자기 멈춰서서 주위를 살폈다.

드넓은 숲에 사람들이 웅장한 영력을 뽐내며 먹잇감 노리듯 소년을 노려본 것이다. 그들의 엄청난 영력 파동에 광풍이 일 것만 같았다.

그들도 전부 대라금대에 오를 자격이 있었지만 결국 대라금지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네 명뿐이라 치열한 대결을 통해 승자를 결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목진은 혀를 날름거리며 속으로 외쳤다.

‘아무도 내 앞길을 막을 수는 없어!’

목진은 눈부신 금광을 발하는 숲에 서서 한기 어린 눈빛으로 앞쪽을 바라봤고 일곱 명 정도가 숨어있었다.

그들은 서로 경계하느라 거리를 유지하며 웅장한 영력 파동을 내뿜었고 주위에는 광풍이 일었다.

그들 역시 상대방을 꺾어야 대라금지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숨어있는 일곱 사람은 대라천역의 다른 세력 출신의 정예로 북망사곡의 네 수령을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

그들이 등산의 첫 번째 무리에 속한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란 소리다.

누구든 대라금대에 오르려 한다면 그들이 절대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고, 싸움에서 패배해 낙오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여 목진이 나타나자 그들은 금세 북망사곡의 네 수령과 싸웠던 사람이란 걸 알아채고는 조금 놀랐다.

그들은 목진이 자신들 쪽으로 오자 미간을 찌푸렸다. 이렇게 되면 상대하기 무서운 적이 한 명 늘어나는 거나 마찬가지였는데 한 명씩 싸우면 절대 소년의 상대가 안 될 거란 걸 알아 잠시 협력하기로 했다. 제아무리 전투력이 뛰어나도 7명이나 상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목진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녀석들을 쳐다봤다. 그는 상대방의 생각을 바로 알아챘으나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깊게 숨을 들이켜며 살기를 품었다.

지존 7명이 대수인가? 낙천신마저도 소년의 의지를 꺾지 못했는데 이따위 녀석들이 뭐가 무서울까?

목진은 아무리 험난한 가시밭을 건넌다고 해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쿵!

목진이 발을 힘껏 구르자 뒤쪽 공간이 일그러지며 보라색 화염이 요동치는 지존해가 나타났고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영력 충격파가 그를 중심으로 휘몰아쳐 아래쪽 숲이 와르르 무너졌다.

슉!

잇따라 목진은 한 줄기 빛이 되어 대라금대로 향했다.

“멈춰!”

7명의 지존은 목진의 반응에 당황해 소리를 질렀다. 소년의 행동은 너무 오만했다. 그들은 거의 동시에 웅장한 영력이 깃든 기의 회오리를 쐈는데 회오리는 잔뜩 화가 난 용처럼 포효하며 사정없이 목진에게 향했다.

이에 소년은 멈춰서더니 머리에서 어두운 빛 한 줄기를 쏘아 보내 엄청난 살기를 방출했다.

이는 대서미마주로 순식간에 수백 장 정도로 커져 하늘을 떠받드는 기둥처럼 우뚝 솟아올랐다.

목진이 대서미마주를 안고 힘껏 내리치자 앞쪽 공간이 갈라졌고, 엄청난 살기에 하늘마저 어두워졌다.

쿵!

대서미마주에 맞은 기의 회오리들은 폭발했고 그 여파가 맨 앞에 있는 지존 세 명을 때렸다. 이에 그들이 있던 숲이 무너졌고 세 사람은 소년의 무서운 공격에 화들짝 놀랐다.

쿵!

그들은 동시에 지존법신을 소환해 대서미마주에 맞섰으나 폭풍이 일며 주위 천 장 정도 되는 숲이 완전히 사라졌다.

잇따라 지존법신들은 바닥에 커다란 자국을 남기며 뒤로 물러나다가 간신히 몸을 추스르고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을 바라봤다.

그제야 북망사곡의 수령들이 느꼈던 공포가 절실하게 와닿았다. 소년은 일단 공격하기로 마음먹으면 바로 살수를 둘 것이고 연민 따위는 없었다.

그들이 고개를 들자 목진 뒤에 살기 가득한 대서미마주가 마치 원고에서 온 악마의 신처럼 보였다.

늘씬한 소년의 검은 눈동자에서는 화염이 들끓었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아래쪽을 바라봤는데 다들 그 눈빛에 소름이 끼쳤다.

소년의 눈에는 어떠한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목진은 대라금대에 오르기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내놓을 듯했고, 그 앞을 막는 사람은 한껏 짓밟아 잿더미로 만들 것만 같았다.

쿵!

목진은 바로 대서미마주에 올라타더니 한 줄기 빛이 되어 앞으로 나아갔고 아무도 감히 그 앞을 막지 못했다. 그들이 나서면 소년을 멈추게 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는데도 말이다.

소년한테서 느껴지는 무서운 파동과 눈빛에서 일단 그 앞을 막아 나서면 상대방을 죽일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의지가 느껴졌다.

그들은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지금의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유난히 목숨을 아꼈다. 대라금지에 들어가는 기회도 중요하긴 하지만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대라금대에 올랐다고 해도 더 엄청난 상대인 4대 통령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목진과 싸우는 것은 상당히 멍청한 선택이었다.

그들은 고민에 빠져 감히 움직이지 못했는데 목진은 그들은 신경 쓰지 않고 대서미마주 위에 서서 이글거리는 눈으로 앞쪽을 바라봤다.

구경꾼들은 그 모습을 숨죽여 지켜보았고, 목진 혼자서 지존급 강자 7명을 상대했다는 사실에 놀란 것이다.

당빙과 당유는 주먹을 꽉 쥐고 콩닥거리는 가슴을 달래며 영력 광막을 지켜봤다. 지금의 목진은 더없이 눈이 부셨다.

소년은 그들보다 어리긴 하나 패기로만 따지면 같은 등급의 수련자를 훨씬 뛰어넘었다.

한편, 목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대서미마주를 움직여 다시 7명의 지존에게 향했지만 아무도 감히 나서지 못했고 소년이 곁을 지나가자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이제 아무리 협력해 목진을 쓰러트린다고 해도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린 소년이 어떻게 이토록 결연하고 예리한 눈빛을 가질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오랜 시간 수련을 통해 그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쯤은 짐작할 수 있었다.

하여 다들 입을 삐쭉 내밀며 한숨을 쉬었다.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 소년은 분명 큰 인물이 될 것이고 그 소년의 앞길을 막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든 것이다.

목진이 무사히 7명의 지존 앞을 지나자 구경꾼들은 입이 떡 벌어졌다.

다들 목진을 직접 상대하지 않아 저들이 왜 길을 터주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허공에 있던 3황도 거대한 영력 광막 속, 대서미마주 위에 서 있는 소년을 보더니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목진이란 소년은 장차 크게 될 녀석이군. 우리 대라천역에 드디어 괜찮은 인물이 생겼어.”

노곤한 얼굴로 영력 광막도 제대로 보지 않던 수황이 눈을 번쩍 뜨고 소년을 바라보자 천취황과 영동황은 놀랐다. 수황이 수련자들을 칭찬하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건 4대 통령마저도 받아보지 못한 대우였다.

이에 구유와 사이가 좋은 천취황이 미소 지었는데 영동황은 왠지 언짢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 세상에 천재는 많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존재는 얼마 없지 않나요?”

그런데 수황은 그 말에 피식 웃더니 다시 눈을 감았다.

한편, 목진은 지존들 사이를 건너자 대서미마주를 체내에 넣고 바로 금빛 찬란한 대라금대에 뛰어오르며 방긋 웃었다.

드디어 대라금대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이곳만 지나면 바로 대라금지였다.

눈부신 황금색 통로는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유일한 길로 황금색 액체가 흐르는 것 같은 금광이 눈부신 빛을 발했다.

대라금대에 오른 목진이 주위를 쓰윽 살폈는데 수만 장 정도 되는 곳에 정작 사람은 다섯 명밖에 없었다.

그중, 네 사람은 대라천역의 4대 통령이었고 나머지 한 명은 목진이 금지봉에 들어왔을 때 마주쳤던 튼실한 사내였다.

그도 대라금대에 올라온 것이다.

목진이 다섯 사람을 살펴보자 상대편에서도 소년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오천과 조봉이 음산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는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소년이 7명의 지존을 뚫고 여기까지 올라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 세상에는 천재는 많지만 진정한 강자가 되는 사람은 얼마 없었다. 확고한 의지와 패기를 가진 사람만이 이룰 수 있는 것이 바로 강자의 길이었다. 아무리 높고 험한 산이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야 비로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강자란 구사일생의 순간을 계속해서 겪으면서 탈바꿈되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하여 그들은 7명의 지존을 상대하는 데도 끄떡없는 목진의 태도가 그가 북망상곡의 수령 네 명을 쓰러뜨렸을 때보다 더 놀라웠다.

심지어 4대 통령 중 1위인 서청과 2위인 주악마저도 더는 소년을 하찮게 보지 않았다.

“허허, 전보다 흥미로워졌는걸. 이번 대결에 예상치 못한 사람이 두 명이나 나타났군.”

오천이 히쭉 웃으며 목진과 튼실한 사내를 바라보고는 비웃듯 말했다.

이에 목진은 조용히 북쪽 구석으로 걸어갔다.

현재 대라금대에는 그를 포함해 여섯 사람이 있어 두 사람이 탈락해야 최종 4인이 정해질 것이다. 그들이 이곳에 있다는 것은 대라천역 젊은이 중 최정예라는 말이었고, 그중 두 사람을 쓰러뜨리는 일은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목진은 조용히 자리에 서 있었는데 전혀 긴장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의 체내의 영력은 끝없이 요동치며 언제든 무서운 힘을 방출해 싸울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런데 나머지 다섯 사람도 더는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서 있기만 했다.

그럼 과연 여섯 사람 중 누가 최종 4인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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