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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431화 (430/1,000)

431화. 신, 구 통령 사이의 대결

구경꾼들은 잔뜩 긴장하며 영력 광막을 지켜봤다. 대결 결과에 따라 최후의 4인이 갈라질 텐데 목진과 튼실한 사내가 탈락할 가능성이 제일 컸다. 그들이 새로 나타난 실력자라고 해도 널리 알려진 4대 통령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때 대라금대에 서 있던 오천이 독사 같은 눈으로 목진과 튼실한 사내를 힐끔거리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희 둘은 이곳에서 신인이나 마찬가지니까 상대를 고를 기회를 줄게. 이건 선배인 우리가 베풀 수 있는 마지막 호의야. 참, 너희끼리 싸워도 되긴 해. 그럼 우리야 편하겠지?”

오천은 목진과 튼실한 사내가 먼저 싸우고 그중 승자를 4대 통령 중 한 명과 싸우게 하고 싶었다.

그런데 목진이 그의 말을 듣는 척도 안 하자 오천은 씨익 웃으며 튼실한 사내한테 눈길을 돌렸다.

이에 튼실한 사내는 다섯 사람을 번갈아 훑었다. 이 중에서 목진을 상대하는 것이 최선처럼 보였지만 소년도 절대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었다.

사내는 소년의 겸손한 듯한 표정에서 용맹한 짐승을 엿봤는데, 일단 싸우기 시작하면 분명 상대방을 집어삼킬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여 그 튼실한 사내는 목진을 선택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 사람을 적으로 돌리면 분명 여생이 괴로워질 것이다.

사내는 목진을 바라보며 생긋 웃고는 오천한테 고개를 돌렸다.

“대라천역, 사호산(獅虎山)의 방뢰(方雷)는 오천 통령과 대결하고 싶습니다.”

사내의 말에 오천의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고 사악한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봤다. 그는 녀석이 자기 꼼수에 넘어가지 않을뿐더러 감히 자신과 싸우려 할 줄은 몰랐다.

4대 통령이 한자리에 모인 상황에서 굳이 자신과 싸우려는 것은 설마 이 중에서 최약체라고 생각하는 건가?

오천은 그의 도발을 절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음침한 눈으로 방뢰를 노려보더니 씨익 웃었다.

“좋아, 아주 좋아. 참 담대한 친구야.”

목진도 방뢰의 선택에 조금 놀랐다. 그가 방뢰였다면 분명 자신을 선택했을 것이다. 목진은 4대 통령에 비해 훨씬 상대하기 수월해 보였는데 정작 방뢰는 오천의 미움을 사는 위험까지 부담하며 그와 싸우려 했고, 그의 선택에 다들 놀랐다.

그의 선택에 목진은 힘을 적게 소모해도 된다는 생각에 다행이라 여겼다.

그의 선택이 끝나자 목진도 방뢰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4대 통령 중 서청과 주악을 넘어 태연하게 서 있는 조봉한테 눈길을 돌렸다.

“구유궁의 새 통령 목진이야. 난 조봉 통령과 힘을 겨뤄보고 싶은데 상대해 줄 거지?”

목진의 말에 순간 정적이 흘렀는데 금지봉 아래의 분위기는 한껏 끓어올랐다.

조봉과 구유궁의 관계를 잘 아는 구경꾼들은 목진이 구유궁의 새 통령으로서 구유궁의 전직 통령과 싸우려 한다는 사실에 흥미로워했다.

과연 구유궁을 배신한 조봉이 더 강할지, 구유가 새로 데려온 목진이 더 강할지 다들 궁금했다.

구유가 선택한 사람이 이번에는 과연 어떨까?

구유위들도 살기 가득한 얼굴로 조봉을 바라봤다. 녀석은 구유궁을 배신했을 뿐만 아니라 구유위마저 버렸기 때문이다.

이들한테 통령의 배신보다 더 큰 상처는 없었다.

당빙과 당유도 주먹을 꼭 쥔 채 영력 광막을 바라봤다. 목진이 언젠가 조봉과 싸울 줄은 알았지만 정작 눈앞에 나타나니 마음이 괜히 복잡했다.

조봉의 배신은 구유궁의 흑역사로 구유도 이를 속에 담고 있었다. 누구든 굳게 믿었던 사람한테 배신을 당하면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구유궁의 한을 풀 수 있는 사람은 목진 뿐이었다.

구유궁의 새 통령인 그는 조봉이 남겼던 안 좋은 기억을 전부 지우고 싶었다.

또한, 녀석이 어떤 성과를 냈든 결국 그의 눈부신 성과에 가려질 것이다.

배신자는 결국 구유궁 사람들한테 잊힐 것이고 새 통령인 목진을 맞이해 진정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이에 사람들은 두 사람의 대결이 자못 기대되었다.

구유궁 사람들뿐만 아니라 대라천역의 다른 세력 사람들마저 그들의 대결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구유궁의 미래는 전부 목진한테 달렸다.

그때 조봉이 씨익 웃더니 한기 가득한 눈빛으로 소년을 바라봤다.

목진의 선택은 바로 그가 원하던 거였다. 그는 아무나 자신을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구유한테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이에 조봉은 천천히 백기를 내뱉더니 손을 까딱거리며 목진한테 말했다.

“나와 싸우고 싶다 이거지? 그럼 얼마든지 상대해 줄 수 있지. 대신 그 대가를 감당할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군.”

조봉은 사람들의 주시하에 천천히 앞으로 나섰는데 체내의 영력 파동이 놀라운 속도로 폭등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1급 지존을 훨씬 뛰어넘었다. 그는 목진이 만났던 상대들보다 실력이 훨씬 강했다.

그가 멈춰서자 영력 파동이 2급 지존에 이르렀고 강력한 영력 위압감이 대라금대 전체로 퍼졌다.

조봉은 어느새 2급 지존경에 이르렀다.

이에 금지봉 밑에서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조봉은 이미 2급 지존경에 이르러서 목진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모습에 당빙과 당유는 멈칫하였다. 그들은 1급과 2급의 실력의 차이가 엄청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언니, 목진이 패배하는 건 아니겠죠?”

당유는 작은 목소리로 당빙의 팔을 가볍게 흔들며 물었다. 만약 목진이 조봉과의 대결에서 지면 구유궁의 체면은 바닥을 칠 것이고 혈응왕도 이번 기회에 구유궁을 없애려 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당빙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를 악물며 답했다.

“목진은 바보가 아니야. 게다가 그는 이런 상황이 일어날 것을 어느 정도 예상했을 거야. 저렇게 태연하게 서 있는 것을 보면 모르겠어?”

지금 상황에서는 목진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이에 구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빙아, 드디어 목진을 믿기로 했구나.”

“난 구유궁을 위해 그렇게 생각하기로 한 거예요. 그리고 목진이 내 앞에서 그렇게까지 우쭐댔는데 정말 패배하기라도 하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당빙은 부끄러워 얼굴이 어느새 발그레해졌다.

구유는 미소를 지으며 거대한 영력 광막을 바라보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조봉 따위에 꺾일 목진이 아니야.”

* * *

조봉은 오만한 자태로 목진을 쳐다봤다. 그는 실력이 2급 지존에 이르러 목진이 전혀 무섭지 않았다.

혈응전에서 조용히 살아온 조봉은 평소, 대부분 일의 결정권을 오천한테 넘겼는데 혈응왕을 제외하면 그의 실력이 오천 못지않다는 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천보다 참을성이 많은 그는 목진만 아니었으면 실력을 숨겼다가 나머지 통령들을 상대할 때 선보였을 것이다.

“실력을 전부 드러내고 싶지 않았는데…….”

조봉의 영력 파동에 공기에도 선명한 파문이 일었다.

“하지만 구유의 통령이었던 내가 새 통령인 네 자격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이에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조봉을 바라봤다.

“더는 그따위 말을 하지 못하게 해주지. 넌 이제 구유궁과 아무런 관계도 없어. 그리고 네가 얼마나 배은망덕한지 똑똑히 알았으면 좋겠어. 그래서 난 짐승보다 못한 네 한쪽 손을 자를까 생각 중이야. 비록 네 손 따위에는 관심도 없고 닿기도 싫지만 구유위의 한은 풀어야 하잖아.”

목진의 무덤덤한 말에 나머지 사람들은 깜짝 놀랐고 서청과 주악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조용히 서서 소년을 바라보기만 했는데 목진이 이렇게까지 오만방자한 말을 했다는 것이 쉽게 믿기지 않았다.

그는 조봉을 잡아놓은 먹잇감으로 여겼는데 조봉은 무려 2급 지존이었다.

제아무리 전투력이 뛰어나도 1급 지존 따위가 2급 지존을 상대로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었다.

“참 재미난 녀석이야.”

목진을 노려보던 오천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구유궁의 새 통령은 너무 멍청했다.

그는 곧 웃음을 거두더니 표정이 점차 일그러졌다.

“허허…….”

목진의 말에 어지간히 화가 났는지 조봉의 이 사이로 한기가 흘러나왔다. 하긴, 여태껏 그를 상대로 이런 말을 한 사람은 목진이 처음일 것이다.

그는 일단 말로 소년한테 모욕감을 심어주려 했는데 목진은 그보다 한술 더 떴고, 그를 상대로 취급하지도 않았다.

“구유 궁주께서 참 멍청한 사람을 데려왔군.”

조봉이 씨익 웃으며 한 말에 목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녀석을 노려봤다.

“두 손을 전부 잘라야겠군.”

“네가 감히 겁도 없이!”

목진의 말에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조봉은 사악하게 웃으며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한 번 호되게 맞고 나면 더는 저따위 말을 하지 않으리라.

슉!

귀신처럼 바로 목진 앞에 나타난 조봉은 사정없이 주먹을 휘둘렀는데 들끓는 영력이 휘몰아쳐 상대방에게 향했다.

2급 지존의 힘을 한껏 뽐낸 조봉의 공격에 1급 지존은 그 상대가 안 될 것이다.

난폭한 권인이 엄청난 영력을 싣고 다가오자 지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조봉은 첫 공격부터 목진을 봐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목진은 끄떡없이 자리에 서서 자신을 끌어안더니 눈이 빨갛게 변하며 엄청난 살기를 내뿜었다.

쿵!

그는 두 팔 사이에 나타난 대서미마주를 있는 힘껏 휘둘러 상대방의 공격에 맞섰다.

쿵!

엄청난 소리와 함께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충격파가 미친 듯이 휘몰아쳐 지면에 미세한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이에 서청과 주악도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쿵!

잠시 후 영력 충격파가 가시자 두 사람은 각자 뒤로 물러났다.

목진은 대서미마주를 한 손으로 잡고 몸을 추스르더니 고개를 들어 안색이 한껏 어두워진 조봉을 바라봤다.

“2급 지존도 별거 없군.”

목진의 실력은 비록 1급 지존밖에 안 되지만 불사화와 영력을 융합해 조봉의 영력보다 훨씬 강력했고 대서미마주의 힘까지 더하면 정면 승부를 본다고 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 말을 하기에 너무 이른 것 같지 않아?”

조봉은 씨익 웃더니 살기를 품고 주먹을 쥐었는데 웅장한 영력이 휘몰아치다가 수중에 암홍색 장창이 나타났다. 피로 물들인 것 같은 장창에서 음산한 기운이 느껴졌고 창끝에 독수리의 선홍색 눈이 박혀있는 것이 유난히 괴이했다.

“저건 혈응전의 혈응창(血鷹槍)으로 중품 신기인 데다 혈응전의 중요한 보물이야. 혈응왕이 이런 신기를 조봉한테 넘겼다니…….”

당빙이 암홍색 장창을 보고 흠칫 놀라자 옆에 서 있던 당유의 안색도 어두워졌다.

한편, 혈응창을 소환한 조봉은 더 기세등등해졌는데 장창을 가볍게 휘두르자 독수리의 울음소리와 함께 혈광이 요동치며 하늘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슉!

조봉은 쏜살같이 목진한테 달려들었고 장창은 선홍색 폭우처럼 소년을 감싸며 엄청난 살기를 내뿜었다.

이에 목진은 뒤로 조금 물러나 수중의 대서미마주로 상대방의 공격을 물리쳤다.

탕! 탕!

순간, 불꽃이 튀겼고 대서미마주가 장창과 부딪칠 때마다 엄청난 영력 충격파를 내뿜어 공간마저 일그러졌다.

두 사람은 수비는 전혀 하지 않고 공격으로 상대방을 물리치려 하였다.

구경꾼들은 두 사람의 대결을 주의 깊게 관찰했는데 막상막하인 상황에 깜짝 놀랐다.

목진보다 실력이 좋은 조봉이 전혀 우세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조봉도 그 사실을 깨닫고는 차가워진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다 허공으로 날아올랐는데 수중의 혈응창에서 갑자기 엄청난 혈광이 뿜어지며 독수리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혈영창, 영렬공(鷹裂空)!”

이에 커다란 독수리 한 마리가 장창에서 튀어나와 날개를 활짝 펴더니 예리하기 그지없는 창망과 융합해 빠르게 목진에게 향했다.

“죽어!”

조봉의 포효가 주위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상대방의 공격에 목진이 이내 정색하며 대서미마주로 바닥을 힘껏 내리치자 오래된 마주에 원고의 악마의 무늬가 나타났다.

이와 동시에, 원고의 흉물이 깨어난 것처럼 엄청난 살기가 주위에 퍼져 다들 소름이 쫙 끼쳤다.

그때 목진은 한껏 상기된 눈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속으로 외쳤다.

“대서미마주, 탕마문(蕩魔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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