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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432화 (431/1,000)

432화. 혈영법신(血影法身)

“탕마문!”

잇따라 대서미마주에 오래된 선홍빛 무늬가 나타났는데 이는 균열처럼 대서미마주에 퍼져 곧 부서질 것만 같았다. 게다가 그런 대서미마주에서 엄청난 살기가 느껴졌고, 막 잠에서 깨어난 악마처럼 무시무시했다.

상고의 흉기인 대서미마주는 원고 시기에 엄청난 강자들의 손을 거치며 조금의 손상이 생겼지만 목진의 실력이 향상되면서 그 진정한 위력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했다. 절대 보통 신기가 상대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쿵!

대서미마주가 엄청난 살기를 싣고 내려앉자 공간이 일그러지며 공기가 전부 폭발했다.

쿵!

그러다 독수리와 대서미마주가 부딪치자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와 함께 무서운 영력 충격이 만 장 크기의 파도를 일으키며 주위에 퍼져나갔다.

콰르릉.

난폭한 영력 충격에 심지어 뇌명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다들 영력 충격이 가장 난폭한 곳을 바라봤는데 소년은 대서미마주를 안고 천천히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순간, 그가 밟았던 땅이 부스러졌다.

목진이 빨갛게 그을린 눈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발을 힘껏 구르자 아래쪽 수십 장 범위의 지면이 완전히 부서졌다.

“부숴버려!”

목진이 핏줄이 불끈거리는 두 팔로 대서미마주를 꼭 끌어안고 외치자 마주에서 엄청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끼익!

그때 독수리의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녀석의 거구에 미세한 균열이 생겨 빠르게 온몸으로 퍼졌다. 그러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하였고 수많은 붉은 빛이 쏟아져 내렸다.

이에 조봉은 순간 휘청거렸다. 목진의 공격이 본체에마저 영향을 준 것이다.

슉!

잇따라 목진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자 대서미마주는 난폭한 영력이 요동치는 곳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기회가 생겼을 때, 바로 밀어붙여야 했기 때문이다.

목진의 대서미마주는 난폭한 영력을 뚫고 상대방을 가격했는데 눈앞에 일어난 광경에 모두 흠칫하였다.

쿵!

난폭한 영력 충격파가 퍼지더니 구경꾼들마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영력의 빛이 그윽한 곳에 수백 장 정도의 방대한 빛의 그림자가 나타났는데 온몸에 도포된 선홍빛은 꼭 피 같았고, 몸 표면에는 빨간색의 괴이한 부적이 새겨져 있었다.

녀석의 무서운 영력 파동에 주위의 공간이 한껏 일그러졌다.

한편, 거대한 빛의 그림자는 핏빛을 발하는 커다란 손으로 대서미마주의 공격을 막아내더니 손에서 핏물 같은 액체를 뚝뚝 떨어트렸다.

그림자는 바로 조봉이 수련한 지존법신이었다.

“저건…….”

목진은 강력한 영력 파동이 느껴지는 지존법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99등급 지존법신 중 99위인 혈영법신이라니…….”

혈영법신은 비록 99위밖에 안 되지만 순위권에 오른 것만으로도 대단한 법신이었다. 목진은 조봉이 구유궁을 배신하고 혈응전에 들어간 것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었다.

그곳에서 그를 중요하게 여기는 듯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조봉한테 혈응법신의 수련법을 알려주고, 혈응창까지 줄 리 없었다.

“나한테 혈응법신을 소환하게 하다니, 너도 참 대단하네!”

조봉의 혈응법신은 새빨간 눈으로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목진을 바라봤다.

그는 2급 지존의 실력으로 목진을 쉽게 쓰러뜨릴 줄 알았는데 직접 싸워보니 아무런 우세도 차지하지 못했고, 오히려 살기 가득한 마주에 제압당해 도저히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대라천역의 모든 사람이 그들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는데 그가 목진한테 지면 정말 체면이 바닥을 칠 게 분명했다. 어떻게든 소년을 이겨야 했다.

혈응법신은 살기 가득한 얼굴로 목진을 바라보더니 대서미마주를 힘껏 때렸고 마주는 바로 튕겨 나갔다.

이에 목진도 함께 물러서며 옷깃을 휘날렸는데 대서미마주가 다시 그한테 날아와 앞쪽에 멈춰 섰다. 소년은 그 위에 올라서서 거대한 혈응법신을 노려봤다.

“혈폭지술(血爆之術)!”

조봉이 살기를 품고 인법을 바꾸자 지존법신의 손이 목진을 향해 뻗어 나갔다.

쿵!

법신의 장풍에 하늘마저 빨갛게 물들었는데, 멀리 떨어져 있던 목진은 피가 끓어올라 육신이 폭발할 것만 같았다.

조봉의 혈응법신은 먼 거리에서도 인체를 폭발시킬 수 있는 듯했다. 역시 괴이하였다.

쿵!

하여 목진은 바로 뇌신체를 소환했다. 눈부신 뇌광을 발하며 온몸이 빠르게 은빛을 띠었고 그 모습이 마치 벼락의 신이 강림한 것처럼 보였다. 그가 주먹을 휘두르자 수천 갈래의 뇌망이 요동치며 혈광을 상대했다.

“혈영!”

그러나 조봉은 씨익 웃더니 체내에서 수많은 갈래의 피의 회오리를 내뿜어 사정없이 목진을 감쌌다. 소년은 괴상한 소리에 머리가 아파 터질 듯 고통스러웠다.

이에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뒤로 물러나며 뇌명으로 상대방의 소리를 덮어버리고는 갑자기 두 주먹을 휘둘렀다.

쿵! 쿵!

벼락이 가득 깃든 권인이 수많은 갈래의 피의 회오리와 부딪치자 ‘꽈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목진은 뒤로 수백 장 정도 튕겨 나갔다.

목진이 순식간에 열세에 처한 것이다.

당빙과 당유는 심장이 떨려 뭐라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그들은 조봉이 얼마나 강한 상대인지 잘 알고 있었다.

“아까는 기세등등하더니 지금은 꼭 상갓집 개 같구나.”

조봉은 씨익 웃더니 살기 가득한 눈으로 뒤로 물러나는 목진을 보며 괴이한 인법을 그렸다.

“도망친다고 될 줄 알아? 마혈종(魔血鐘), 식천화지(蝕天化地)!”

쿵!

주위는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구름이 빨갛게 물들더니 혈우가 우수수 떨어졌다.

막 몸을 추스른 목진은 그곳에서 느껴지는 범상치 않은 영력 파동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조봉이 살수를 둔 것이다.

“이쯤이면 된 것 같군.”

조봉은 중얼거리며 마지막 인법을 그렸다.

위잉!

그때 목진 주위의 공간이 갑자기 빨갛게 변하더니 피로 물든 것 같은 덩굴이 수도 없이 튀어나와 그의 주위를 완벽하게 감쌌고 커다란 혈종이 나타나 소년을 덮었다.

위잉.

허공에 떠 있는 혈종의 표면에 일그러진 얼굴이 잔뜩 그려졌는데 그 섬뜩한 비명에 목진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구경꾼들은 이내 혀를 내둘렀다. 2급 지존이라도 아마 마혈종을 뚫고 나오기란 어려울 것이다.

목진은 이대로 죽을 수도 있었다.

혈응왕의 음침했던 얼굴에 그제야 미소가 걸렸는데 독사 같은 눈빛만은 여전했다.

구유궁은 이제 끝장났다.

“죽어!”

조봉이 사악하게 웃으며 다시 인법을 바꾸자 혈종이 진동하며 혈광이 폭발했다. 혈종만 폭발하면 그 속에 있는 목진은 분명히 죽을 것이다.

“마혈종, 폭발하라!”

쿵!

커다란 혈종이 폭발하자 혈해가 휘몰아쳐 피비린내가 진동했고 그곳에 균열이 일더니 빠르게 주위로 퍼져나갔다.

당빙과 당유는 안색이 조금 창백해진 채 온몸을 파르르 떨었고 구유위도 어느새 사색이 되었다. 하지만 구유는 여전히 무덤덤하게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런데 그때, 혈해에서 눈부신 빛이 스며져 나오더니 빛이 닿은 곳의 혈해가 순식간에 증발했다.

조봉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 혈해를 보고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고 구경꾼들도 멀리 떨어진 하늘을 바라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곳에 상당히 큰 빛의 그림자가 나타났는데 머리 뒤에 태양을 얹은 녀석은 눈부신 빛을 발했고 그곳에 무서운 영력 위압감이 형성되었다. 또 광명의 화염에 천지의 영력도 들끓기 시작했다.

허공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3황도 화들짝 놀란 채 고개를 들었다.

눈부신 빛의 화염이 닿자 요동치던 혈광은 용암에 닿은 눈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러자 눈 깜짝할 사이에 어두워졌던 하늘은 다시 밝아졌고 멀리서 거대한 빛의 그림자가 성큼성큼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머리 뒤에 태양을 얹은 모습이 유난히 신비로워 보였다.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이를 바라봤다.

“저것이 목진의 지존법신이란 말인가?”

“저건 무슨 법신이지? 파동으로 보면 절대 보통 법신은 아닌데 99등급 지존법신에 기록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아.”

“괴상하군…….”

사람들은 놀란 한편, 신비로운 지존법신의 출처가 궁금했다.

3황마저도 신비로운 지존법신의 출현에 화들짝 놀랐다.

“이 지존법신은 99등급 지존법신에는 없는 것 같군.”

천취황이 흠칫 놀라 말했다. 그 말에 영동황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99등급 지존법신이 대표적이긴 하지만 모든 지존법신이 순위에 기록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네. 순위권에 들지 않은 법신도 꽤 있다네. 그리고 일부 운이 좋은 사람들은 특수한 지존법신을 수련해내곤 하지 않나?”

이에 수황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맞는 말이네. 이 세상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신비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지. 99등급 지존법신이 모든 걸 대표하는 것은 아니라네. 다만, 지존법신이 아무리 강해도 결국 수련자의 실력이 바탕이 돼야 하니 실력 차이가 너무 많이 나면 아무리 강한 법신을 수련해도 소용없다네.”

수황은 대치 중인 두 지존법신을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보아하니 신비로운 지존법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겠군.”

목진은 비록 1급 지존이지만 전투력은 2급 지존인 조봉 못지않았다. 두 사람 모두 지존법신을 소환한 상황에서 수황은 한눈에 목진이 절대적인 우세를 차지한 것을 이미 알아봤다.

수황의 말에 천취황은 동의하듯 가볍게 웃었는데 영동황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이 정도 대결에 흥미를 느낄 사람이 아니었다.

* * *

조봉도 신비로운 빛의 그림자를 보더니 입이 떡 벌어졌다. 엄청난 위압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는데 이는 혈응법신보다 훨씬 강한 지존법신이었다.

“이럴 수가…….”

조봉은 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는 혈응법신을 얻기 위해 혈응전에 목숨까지 바쳤는데 목진이 수련한 법신은 이보다 훨씬 강력했다.

“저건 분명 구유가 준 수련법일 거야!”

조봉은 구유를 좋아하면서도 자신의 미천한 신분 때문에 감히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다. 게다가 자신의 실력으로는 구유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다고 생각해 구유궁을 배신하고 혈응전에 들어간 것이다.

혈응전에서 열심히 수련해 실력을 끌어올리며 언젠가 마음을 표현할 날이 올 줄 알았는데 구유가 목진을 데려와 그의 자리를 대체하자 질투가 끓어올랐다.

그를 대체할 사람은 없다는 걸 구유한테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그따위 지존법신으로 나를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꿈도 야무지지!”

조봉은 살기 가득한 눈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빠르게 결인하였다.

쿵!

혈광이 다시 미친 듯이 휘몰아치더니 혈영법신은 커다란 선홍빛 기둥을 내뿜었는데 진득한 것이 꼭 피가 묻은 것 같았다.

“혈영지검(血影之劍), 참령(斬靈)!”

진득한 혈액으로 만들어진 기둥이 한데 모이더니 수백 장 정도의 방대한 선혈검으로 변했고 검에서는 피가 계속 떨어졌다.

슉!

선혈검은 그림자처럼 괴이하고 음산한 파동을 일으키더니 갑자기 사람들 눈앞에서 사라졌다.

잠시 후, 목진이 소환한 대일불멸신 뒤쪽 공간이 찢어지더니 혈광 한 갈래가 나타나 녀석의 머리를 공격했다.

위잉!

그런데 그때, 대일의 화염이 들끓는 커다란 손이 나타나 선혈검을 확 낚아챘고, 혈검은 피를 튀기며 폭발했다.

사람들은 괴이한 조봉의 공격마저 쉽게 막아내는 목진의 공격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럴 수는 없어!”

조봉이 포효했다.

선혈검은 여러 명의 강자와 영수의 피로 만든 거라 보통 신기보다 훨씬 단단한데 목진의 지존법신이 이를 한 손으로 부숴버린 것이다. 그리고 눈부신 빛을 발하는 눈으로 무덤덤하게 조봉을 바라보았는데 마치 하찮은 벌레를 보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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